6월 29일,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이 언니네트워크의 ‘부치 티 타임’ 프로그램에서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부치 티 타임’ 기획단을 포함해 총 11명의 참가자 분들이 함께했어요.
‘부치’ 티 타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지만 참가자 분들이 모두 부치라는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치라는 말로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 부치를 좋아하는 사람, 부치가 되고 싶지만 잘 안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부치라고 하지만(‘부치라이팅’!) 스스로는 부치인지 잘 모르겠는 사람, 부치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 등 부치에 관한 다양한 고민과 질문을 가진 분들이 참여했습니다. 부치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경험을 안고 있는 분들과 함께 이번 성교육에서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몸 그리기’ 프로그램과 ‘플레져미터’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셰어의 에브리바디플레져팀과 부치 티 타임의 밀레이님
‘부치’를 명확하게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몸과 성적 지향, 젠더 표현, 젠더 규범과 성적 규범 등에 다양하게 부딪히고, 갈등하고, 조율하면서 부치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에 더해 커뮤니티에서의 다양한 정의와 반응, 관계에 따라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 받게 되죠. 그래서 부치와 몸, 부치와 섹스에 대해 더 할 얘기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들을 담아 첫번째 프로그램은 ‘몸 그리기’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몸 그리기’ 프로그램은 ‘몸을 그려본다’는 기본 컨셉을 가지고 참가자와 진행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는데요, 이번 부치 티 타임에서의 몸그리기는 이렇게 진행해 보았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몸을 그리고 신체 각 부위별로 아래의 항목을 기준으로 1-5점 점수 내보기
(5점) 내가 정말 자신이 없고, 남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4점) 자신은 없지만 어쩔 수 없으면 드러낼 수 있다
(3점) 자신은 있는데 보여주긴 좀 그렇다
(2점) 자신도 있고 드러낼 수 있다
(1점) 막 보여주고 싶다
내가 점수를 준 신체 부위들과 그에 대한 나의 마음, 만족도 등이 상대방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회 생활을 할 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위를 할 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적어보기
나와 불화하는 신체 부위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적어보기

한 참가자의 '몸 그리기' 활동지
몸을 가지고 이야기할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본 다음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자신의 신체부위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거나 보여주고 싶은 이유, 위화감을 느끼는 이유 등이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참가자는 스팽킹 플레이를 하면서 발바닥 패티시가 있는 사람을 만나다 보니, 원래는 자신의 발바닥에 관심이 없었지만 점점 발바닥에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노화나 상대방과의 나이 차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몸에 대한 느낌, 자신감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가슴이 큰 걸 긍정할 수 있는 부치도 있을까? 라는 이야기, 호르몬을 시작한 이후 가슴과 배가 나오게 되었는데 퀴어 사회에서는 호르몬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그냥 살찐 시스젠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한편 섹스할 때 옷을 벗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한 참가자는 이에 대해 ‘몸이 나라고 생각하지 않아서’라며, ‘전압이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표현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는 ‘욕망당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몸에 대해 불화하지 않는 편이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몸을 욕망한다고 생각하면 통제권을 잃게 되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는 생각을 나누었어요. 택을 할 때는 ‘침범당하는 느낌’이라 편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 참가자도 있고, 또 다른 참가자는 남성과 성관계를 할때는 차라리 몸이 욕망당하는 사물, 수단처럼 느껴져서 편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파트너와의 관계에 따라서 자신의 몸이 기능적으로만 여겨지기도, 더 섹슈얼한 몸이 되기를 바라게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몸의 모양 자체보다 좀 더 민감한 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여러 갈래의 주제들로 연결되었습니다. 단지 몸에 대한 불화 때문만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맥락, 성적 행위와 관련된 맥락, 자신의 주도권이나 통제력, 욕망하는 몸과 욕망당하는 몸에 대한 감각, 젠더 규범에 대한 생각까지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수술이나 타투가 몸에 대한 느낌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이야기한 참가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건강상의 문제로 가슴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는데 오히려 그 이후 몸이 더 멋지고 섹시하게 느껴지게 되었고, 지금은 운동을 하면서 근육도 붙어서 부치로서의 몸이 된 것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타투가 일종의 자해라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타투를 한 부위에 대해서는 ‘내 몸’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 참가자의 '플레져미터' 활동지
두번째 프로그램으로는 ‘플레져미터’가 진행되었습니다. 플레져미터 프로그램은 언제나 참가자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거리가 생기고 서로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걸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번 부치 티 타임에서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한바탕 나누고 난 이후라 더욱 풍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동의’와 ’의사소통‘에 관한 항목은 항상 이야기거리가 많은 주제인데요, 이번에도 여러 맥락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나의 컨디션이나 욕망이 상대방의 상태와 다를 때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 크게 내키지 않았지만 상대방을 위해 응하게 된 것을 이후에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게 되는지 등에 대해 여러 참가자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은 잘 하지만 그만하고 싶을 때 그만하자는 말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 피곤하지만 상대방이 원해서 응하게 되는 상황, 상대방에 따라 온택이나 온깁으로서 관계가 고정되는 경우 내 욕구보다는 상대방에게 맞춰주게 되는 상황, 깁을 하면서도 기쁨을 크게 느끼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못하게 되는 마음, 옷을 벗고 싶지 않지만 상대방이 원해서 벗어주게 되는 마음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한 참가자는 ‘주도하는 사람으로서의 부담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끔 더 많은 걸 시도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몰라서 못하게 된다든지, 반대로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더라도 말을 하면 그 시간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가지게 될텐데 실망하게 될까봐 고민하게 되는 부담감에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편, 논바이너리이고 마조 성향이 있는 한 참가자 분은 상대방보다 본인이 BDSM에 관한 성향이 더 강한 상태에서 플레이 중에 고통이 크게 느껴질 때, 어떤 수준에서 중단하자는 요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막상 말하면 그 다음부터는 상대방이 조심스럽게 하게 되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자극을 주지 못하게 될까봐, 오히려 말하는 걸 참게 되기도 한다는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신체적 욕망이나 플레이에서의 만족감은 마조로서 느끼게 되는 만족감인데 동시에 플레이를 주관하는 깁으로서의 기쁨도 있어서 이런 부분의 조율도 어렵다는 고민을 나누었어요. 이 참가자 분은 논바이너리로서 상대방이 성별이분법적인 칭찬을 할 때 듣기 싫을 때가 있어서 지금은 상대방과의 소통을 통해 가슴 칭찬이나 예쁘다는 칭찬 대신 ‘너의 반응이 좋아’와 같은 말로 방식을 바꾸어가고 있다는 좋은 사례를 이야기해 주기도 했습니다.
‘자신감/자존감’과 ‘신체적/정신적 만족감’에 관한 항목에서는 페니스가 없는 사람으로서 상대방에게 만족감을 충분히 주고 있을지에 대한 고민, 온깁으로서 상대방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고 싶어 힘들어도 멈추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 등 만족감을 ‘주는’ 것에 대한 부담과 그에 관련된 고충(!)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서로의 경험에 공감하면서, 페니스가 항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체적, 정신적 만족감은 다양한 방식으로 찾을 수 있는데 왜 이런 압박감과 부담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더 나눌 수 있었어요. 소위 ‘절정’이라는 순간은 상황과 분위기, 상상, 긴장감, 신체적 상태 등 다양한 요건들이 서로 맞물릴 때 더 좋은 감각으로 찾아오게 되는거죠. 한편, 무성애자인 참가자는 다른 섹스 행위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애정표현의 방식으로 만족도를 찾는다는 경험을 이야기해 주기도 했습니다.
‘자신감/자존감’, ‘신체적/정신적 만족감’이 ‘안전’과 연결되는 주제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정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과 섹스를 하게 되면 굉장히 만족도가 높지만 동시에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어려워지더라는 경험을 이야기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안전하지 않고 위험한 섹스를 할 때 만족감 자체는 높지 않지만 도파민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일부러 위험한 섹스를 찾는 시기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구요. 도파민을 주는 섹스와 관계를 통해 만족감을 주는 섹스의 경험이 다를 수 있다는 점, 그에 대한 경험이 안전에 대한 조율과도 연결된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로 다가왔습니다.

화기애애한 '부치 티 타임' 진행 시간! (사진: 언니네트워크)
참가자 분들이 솔직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어주신 덕분에 ‘몸그리기’부터 ‘플레져미터’까지 ‘부치’라는 화두와 연결하여 네 시간 동안 굉장히 밀도 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때로는 의도적으로 위험에 가까이 가기도 하고,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기도 하고, 상대방과 관계의 역동 속에서 여러 고민과 의사소통의 과정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이라는 범주를 다양하게 오가기도 하고요.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다음을 또 기약해 보았습니다.
6월 29일, 에브리바디 플레져랩 팀이 언니네트워크의 ‘부치 티 타임’ 프로그램에서 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부치 티 타임’ 기획단을 포함해 총 11명의 참가자 분들이 함께했어요.
‘부치’ 티 타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지만 참가자 분들이 모두 부치라는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치라는 말로 자신을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 부치를 좋아하는 사람, 부치가 되고 싶지만 잘 안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부치라고 하지만(‘부치라이팅’!) 스스로는 부치인지 잘 모르겠는 사람, 부치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 등 부치에 관한 다양한 고민과 질문을 가진 분들이 참여했습니다. 부치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경험을 안고 있는 분들과 함께 이번 성교육에서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는 ‘몸 그리기’ 프로그램과 ‘플레져미터’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셰어의 에브리바디플레져팀과 부치 티 타임의 밀레이님
‘부치’를 명확하게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몸과 성적 지향, 젠더 표현, 젠더 규범과 성적 규범 등에 다양하게 부딪히고, 갈등하고, 조율하면서 부치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에 더해 커뮤니티에서의 다양한 정의와 반응, 관계에 따라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 받게 되죠. 그래서 부치와 몸, 부치와 섹스에 대해 더 할 얘기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들을 담아 첫번째 프로그램은 ‘몸 그리기’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몸 그리기’ 프로그램은 ‘몸을 그려본다’는 기본 컨셉을 가지고 참가자와 진행 목적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는데요, 이번 부치 티 타임에서의 몸그리기는 이렇게 진행해 보았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몸을 그리고 신체 각 부위별로 아래의 항목을 기준으로 1-5점 점수 내보기
(5점) 내가 정말 자신이 없고, 남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4점) 자신은 없지만 어쩔 수 없으면 드러낼 수 있다
(3점) 자신은 있는데 보여주긴 좀 그렇다
(2점) 자신도 있고 드러낼 수 있다
(1점) 막 보여주고 싶다
내가 점수를 준 신체 부위들과 그에 대한 나의 마음, 만족도 등이 상대방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회 생활을 할 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위를 할 때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적어보기
나와 불화하는 신체 부위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적어보기
한 참가자의 '몸 그리기' 활동지
몸을 가지고 이야기할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본 다음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자신의 신체부위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거나 보여주고 싶은 이유, 위화감을 느끼는 이유 등이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참가자는 스팽킹 플레이를 하면서 발바닥 패티시가 있는 사람을 만나다 보니, 원래는 자신의 발바닥에 관심이 없었지만 점점 발바닥에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노화나 상대방과의 나이 차이에 따라서 달라지는 몸에 대한 느낌, 자신감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가슴이 큰 걸 긍정할 수 있는 부치도 있을까? 라는 이야기, 호르몬을 시작한 이후 가슴과 배가 나오게 되었는데 퀴어 사회에서는 호르몬 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의외로 그냥 살찐 시스젠더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한편 섹스할 때 옷을 벗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한 참가자는 이에 대해 ‘몸이 나라고 생각하지 않아서’라며, ‘전압이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표현했습니다. 다른 참가자는 ‘욕망당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몸에 대해 불화하지 않는 편이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몸을 욕망한다고 생각하면 통제권을 잃게 되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는 생각을 나누었어요. 택을 할 때는 ‘침범당하는 느낌’이라 편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 참가자도 있고, 또 다른 참가자는 남성과 성관계를 할때는 차라리 몸이 욕망당하는 사물, 수단처럼 느껴져서 편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파트너와의 관계에 따라서 자신의 몸이 기능적으로만 여겨지기도, 더 섹슈얼한 몸이 되기를 바라게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몸의 모양 자체보다 좀 더 민감한 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여러 갈래의 주제들로 연결되었습니다. 단지 몸에 대한 불화 때문만이 아니라,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맥락, 성적 행위와 관련된 맥락, 자신의 주도권이나 통제력, 욕망하는 몸과 욕망당하는 몸에 대한 감각, 젠더 규범에 대한 생각까지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수술이나 타투가 몸에 대한 느낌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이야기한 참가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건강상의 문제로 가슴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는데 오히려 그 이후 몸이 더 멋지고 섹시하게 느껴지게 되었고, 지금은 운동을 하면서 근육도 붙어서 부치로서의 몸이 된 것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타투가 일종의 자해라고 생각하지만 스스로 타투를 한 부위에 대해서는 ‘내 몸’이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 참가자의 '플레져미터' 활동지
두번째 프로그램으로는 ‘플레져미터’가 진행되었습니다. 플레져미터 프로그램은 언제나 참가자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거리가 생기고 서로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걸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번 부치 티 타임에서는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한바탕 나누고 난 이후라 더욱 풍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동의’와 ’의사소통‘에 관한 항목은 항상 이야기거리가 많은 주제인데요, 이번에도 여러 맥락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나의 컨디션이나 욕망이 상대방의 상태와 다를 때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 크게 내키지 않았지만 상대방을 위해 응하게 된 것을 이후에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게 되는지 등에 대해 여러 참가자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은 잘 하지만 그만하고 싶을 때 그만하자는 말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 피곤하지만 상대방이 원해서 응하게 되는 상황, 상대방에 따라 온택이나 온깁으로서 관계가 고정되는 경우 내 욕구보다는 상대방에게 맞춰주게 되는 상황, 깁을 하면서도 기쁨을 크게 느끼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못하게 되는 마음, 옷을 벗고 싶지 않지만 상대방이 원해서 벗어주게 되는 마음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한 참가자는 ‘주도하는 사람으로서의 부담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끔 더 많은 걸 시도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느낄지 몰라서 못하게 된다든지, 반대로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더라도 말을 하면 그 시간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가지게 될텐데 실망하게 될까봐 고민하게 되는 부담감에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편, 논바이너리이고 마조 성향이 있는 한 참가자 분은 상대방보다 본인이 BDSM에 관한 성향이 더 강한 상태에서 플레이 중에 고통이 크게 느껴질 때, 어떤 수준에서 중단하자는 요구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막상 말하면 그 다음부터는 상대방이 조심스럽게 하게 되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자극을 주지 못하게 될까봐, 오히려 말하는 걸 참게 되기도 한다는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또 신체적 욕망이나 플레이에서의 만족감은 마조로서 느끼게 되는 만족감인데 동시에 플레이를 주관하는 깁으로서의 기쁨도 있어서 이런 부분의 조율도 어렵다는 고민을 나누었어요. 이 참가자 분은 논바이너리로서 상대방이 성별이분법적인 칭찬을 할 때 듣기 싫을 때가 있어서 지금은 상대방과의 소통을 통해 가슴 칭찬이나 예쁘다는 칭찬 대신 ‘너의 반응이 좋아’와 같은 말로 방식을 바꾸어가고 있다는 좋은 사례를 이야기해 주기도 했습니다.
‘자신감/자존감’과 ‘신체적/정신적 만족감’에 관한 항목에서는 페니스가 없는 사람으로서 상대방에게 만족감을 충분히 주고 있을지에 대한 고민, 온깁으로서 상대방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고 싶어 힘들어도 멈추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 등 만족감을 ‘주는’ 것에 대한 부담과 그에 관련된 고충(!)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서로의 경험에 공감하면서, 페니스가 항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체적, 정신적 만족감은 다양한 방식으로 찾을 수 있는데 왜 이런 압박감과 부담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생각들을 더 나눌 수 있었어요. 소위 ‘절정’이라는 순간은 상황과 분위기, 상상, 긴장감, 신체적 상태 등 다양한 요건들이 서로 맞물릴 때 더 좋은 감각으로 찾아오게 되는거죠. 한편, 무성애자인 참가자는 다른 섹스 행위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애정표현의 방식으로 만족도를 찾는다는 경험을 이야기해 주기도 했습니다.
‘자신감/자존감’, ‘신체적/정신적 만족감’이 ‘안전’과 연결되는 주제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정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과 섹스를 하게 되면 굉장히 만족도가 높지만 동시에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어려워지더라는 경험을 이야기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안전하지 않고 위험한 섹스를 할 때 만족감 자체는 높지 않지만 도파민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일부러 위험한 섹스를 찾는 시기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왔구요. 도파민을 주는 섹스와 관계를 통해 만족감을 주는 섹스의 경험이 다를 수 있다는 점, 그에 대한 경험이 안전에 대한 조율과도 연결된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로 다가왔습니다.
화기애애한 '부치 티 타임' 진행 시간! (사진: 언니네트워크)
참가자 분들이 솔직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어주신 덕분에 ‘몸그리기’부터 ‘플레져미터’까지 ‘부치’라는 화두와 연결하여 네 시간 동안 굉장히 밀도 있는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때로는 의도적으로 위험에 가까이 가기도 하고,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기도 하고, 상대방과 관계의 역동 속에서 여러 고민과 의사소통의 과정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이라는 범주를 다양하게 오가기도 하고요.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며, 다음을 또 기약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