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불임수술진상규명대책위원회(준)’(이하 ‘강제불임대책위’)는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 상 강제불임 수술 명령 조항에 따라 그간 집단수용시설 등에서 행해진 강제불임/피임시술 등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침해 역사와 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를 요구하고, 탈시설 지원, 모자보건법 개정 등의 근본적 재발방지 방안을 촉구하기 위해 구성되었습니다. 강제불임대책위에는 현재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와 여러 개인 연구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강제불임대책위는 오늘 오전 9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강제불임수술을 명령할 수 있었던 과거 <모자보건법> 제9조에 의해 집단수용시설에서 강제불임수술이 만연히 자행되었던 역사에서부터 최근 전남의 노숙인 시설 동명원에서 벌어진 장애여성 강제피임시술(루프 삽입) 및 강제 자녀입양 사건까지 집단수용시설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침해에 대해 실태 조사를 시행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셰어의 나영 대표도 발언으로 함께하였으며, 아래 발언문과 기자회견문도 함께 꼭 읽어보세요.
✔️성·재생산 부정의 국가책임 인정하라!
✔️집단수용시설 내 강제불임/피임시술 조사하라!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피해실태 파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재생산권 침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긴급 탈시설 지원하라!
✔️국회는 모자보건법 조속히 개정하고 우생학을 청산하라!
📌전체 발언문과 기자회견문 보러가기 : https://stib.ee/1qbK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나영 발언문]
2016년 10월 ‘낙태죄’ 폐지 운동이 시작될 때의 첫 기자회견에서, 당시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의 조미경 소장님은 ’낙태죄‘로 여성들을 처벌하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위해 인구 수를 통제하고,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출생은 더욱 적극적으로 억제해 온 국가의 기만과 모순을 명확하게 짚어주신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발언으로부터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는 ‘낙태죄’ 폐지 운동의 중요한 슬로건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낙태죄’가 폐지된 지금까지도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이 만들어 온 장애인에 대한 재생산권 침해의 역사는 아직 그 문제가 제대로 인식되지도 않았고, 명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았으며,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지금까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 모자보건법 9조는 직접적으로 강제불임수술을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었고,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병과 장애가 있는 이들의 임신중지를 허용요건으로 둔 14조는 여전히 그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 14조는 단순히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처벌 예외 조건이 아니라 국가가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을 통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도를 담은 조항이었으며, 이 모자보건법이 만들어 온 역사와 관행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장애인의 임신중지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연한 선택지로서 인식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과 ’낙태죄‘의 역사는 국가의 편의를 위해 처벌받아야 할 임신중지와 당연한 임신중지를 나누어 생명과 삶을 통제해 온 역사입니다. 우리는 오늘 그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국가에 의해 직접적, 간접적으로 의도되었고, 오랫동안 실행되어 온 거주시설에서의 강제 피임 시술, 강제 입양, 본인 동의 없는 임신중지 등 재생산권 침해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국가와 시설의 책임을 밝혀야 합니다. 시설 거주 외에는 자신의 삶을 직접 만들어 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온 국가가 장애인의 재생산권 침해에 중대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탈시설과 자립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권리 보장이 아니라 처벌 기준만을 생각하며 모자보건법 개정을 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국회는 모자보건법이 만들어 온 이 중대한 권리 침해의 역사를 여전히 유지시키고 있을 뿐임을 명백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처벌과 허용의 조건을 구분하기 위한 법이 아닌 삶의 권리와 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해야합니다. 국가가 아닌 개인을 중심에 두고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정책, 전면적인 보건의료 보장 체계와 지원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의 생명과 삶이 국가 또는 시설에 의해 관리되거나 통제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서 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역사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국가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계기로 장애인 재생산권 침해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전수조사와 실태 파악, 지원 대책이 실행되고 모자보건법의 전면 개정과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법 정책이 마련되도록, 끝까지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고 함께하겠습니다.
[기자회견문]
집단수용시설 내 강제불임수술 등
성·재생산 부정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피해실태 파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고
긴급 탈시설 지원 적극 이행하라!
우생학이 휩쓸고 간 20세기에는 ‘열등한’ 인간을 도태시키고 ‘우등한’ 인간의 번식을 장려하여 인류를 진보시킨다는 잘못된 열망 아래 세계 곳곳에서 장애인과 소수자들에게 강제불임수술을 실시하는 반인권적 역사가 펼쳐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은 정부가 장애인 등에 대한 강제불임수술을 명령할 수 있는 조항(제9조)을 담고 있었다. 제9조는 1999년 삭제되었지만, 동 조항에 의거해 권위주의 시기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집단수용시설에서 강제불임수술이 만연히 자행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1999년 김홍신 의원(당시 한나라당 소속)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복지시설에서 170여 명의 수용자에게 강제불임수술이 집행되었으며, 그 과정은 집단수용시설 운영자의 관여뿐만 아니라 보건소, 대한가족계획협회 등 정부 공식 행정기구의 지원과 협조를 통해 이루어졌다. 한국 내에서 반인권적 강제불임이 진행된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조사 직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를 토대로 김홍신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전국의 집단수용시설을 대상으로 철저한 실태조사와 배‧보상 검토 등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결국 정부 차원에서 관련 후속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잊혀진 과거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근 전남 목포시 소재 노숙인시설(구 부랑인시설) 동명원에서 벌어진 장애여성 강제피임시술(루프 삽입) 및 강제 자녀입양 사건은 오랜 시간 잊혀졌던 시설 내 성‧재생산 부정의가 결코 과거사로 그치지 않는 현재 진행중인 문제임을 분명하게 일깨웠다. 피해 여성 김애정씨는 1989년 부터 25년간 시설에 수용된 동안 강제노역, 시설장 등의 안마 강요와 이를 빙자한 성폭력, 정신병원 강제입원, 출산 후 강제 입양 조치, 강제피임시술 등의 범죄 행위에 노출되었다. 김애정 씨 외에도 다수의 수용 장애여성이 유사한 피해를 겪었었고, 그 중 한 여성은 강제피임시술 후 전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루프 협착에 의한 조기 폐경 진단을 받았다. 동명원에 장기 거주했거나 현재도 거주 중인 다수의 장애여성이 이 같은 건강 상 위해를 포함해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시설과 목포시는 해당 여성들이 현재 시설 내에 생활하고 있는지 여부 조차 확인해 주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려고만 하고 있다.
한 인간의 성·재생산의 자유와 존엄성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이 같은 실태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과거 부끄러운 역사가 잊혀지기만을 바라며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체계적 차별과 배제에 눈감아 온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동명원은 이제 막 피해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며, 한국의 많은 폐쇄적 수용시설 안에서는 여전히 수용자의 고립된 처지를 이용해 성·재생산 자유 박탈을 포함한 광범위한 부정의와 범죄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이에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시설 수용중이거나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 생활하고 있는 장애여성에 대한 강제피임시술 등 성·재생산 부정의 실태에 대해 질의하고, 시설 전수조사 및 재발방지 등을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을 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국보다 이른 1948년 <우생보호법>을 제정, 장애인에 대한 강제불임수술을 실시했던 일본에서는 법 폐지 이후 강제불임수술 피해자가 2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국회 및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 및 배·보상 절차가 진행됐다. 또 지난 2024년 7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우생보호법>에 의거해 강제불임수술 받은 12명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피해 배상 소송 사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최종 인정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지 어느덧 50년을 넘긴 한국 사회 역시 더는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으며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성‧재생산 통제 역사를 전면 청산하고, 특히 폐쇄적인 시설에서 여전히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시설 수용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주거형 복지시설(노숙인 시설, 장애인 시설, 요양시설 등) 및 정신병원 등에서 비/장애인에게 행해졌거나 여전히 실행되고 있는 강제불임수술·피임시술 등 성·재생산 통제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유제로서 <모자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는 등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소수자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라. 또한 피해를 겪고도 주거, 소득, 돌봄 관련 아무 대책이 없어 시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긴급 탈시설 및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전폭적 지원을 제공해 피해자들이 조속히 피해를 회복하고 이 같은 비극적 역사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보건복지부는 권위주의 시기부터 현재까지 주거형 복지시설(노숙인시설, 장애인 시설, 요양시설) 및 의료시설(정신병원) 등에서 수용자/환자에게 자행된 강제불임‧강제피임시술‧강제입양 등 성‧재생산 부정의에 대해 전면 전수조사하여 피해 실태를 명확하게 밝혀라.
- 보건복지부는 최근 강제피임시술, 강제입양 조치, 성폭력 등 범죄 사실이 드러난 동명원(목포시), 색동원(강화군)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긴급 탈시설과 자립지원 전폭적으로 실행하라. 또한 과거 김홍신 의원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피해자들은 물론 전수조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나는 피해자들의 탈시설 및 자립을 위한 지원계획 수립하고, 성재생산 건강 침해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라.
- 국회는 장기 계류 중인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을 조속히 이행하고, 모든 사람들의 성‧재생산 자유와 권리를 보장을 위한 근거 법률을 제정하라.
2025.12.19.
주관: 강제불임수술진상규명대책위원회(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황지성, 소현숙, 이순영)
공동주최: 김예지 의원실, 서미화 의원실,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연명 단체 및 개인(이하 가나다순)
단체
(사)인권의학연구소-고문트라우마연구회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간호사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널싱페미, 경기우리도,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국제법×위안부세미나팀,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 대구대학교일반대학원장애학과총동문회,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돌 속에 갇힌 말 제작진, 불꽃페미액션, 사단법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공회대학교퀴어문화축제추진위원단, 성별이분법에저항하는사람들의모임, 언니네트워크, 여행자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역사문제연구소 인권위원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트랜스보더링랩,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한국동료지원인협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장애학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해방정신보건연구회
개인
강미란(연구자), 공혜원(개인), 김경서(개인), 김대현(연구자), 김민주(개인), 김새롬(연구자), 김선혜(연구자), 김순남(연구자), 김예영(개인), 김은정(연구자), 김은희(개인), 김인선(연구자), 김재형(연구자), 김정은(의료인), 김지영(연구자), 김지윤(연구자), 김현철(연구자), 김화용(개인), 김희라(연구자), 나영(개인), 나영정(개인), 류현아, 림보, 명숙(인권운동가), 문민기(연구자), 민병웅(연구자), 박은영(연구자), 백재중(의사), 서보경 (연구자), 소현숙(연구자), 시엘(개인), 심아정(독립연구활동가), 안지혜(개인), 양현경(연구자), 염운옥(연구자), 예지숙(연구자), 오정원(산부인과 의사), 유기훈(연구자), 육주원(연구자), 윤정원(산부인과 의사), 윤혜란(의료인), 의령(개인), 이가연(연구자), 이길보라(영화감독, 작가), 이명훈(개인), 이민호(개인), 이순영(연구자), 이원무(개인), 이은진(연구자), 이종걸(개인), 이지형(연구자), 이한결(개인), 이행미(연구자), 임상혁(의사), 장나영(팔도), 장미현(연구자), 전근배, 전소희(인권강사), 정계향(연구자), 정명화(파니), 정민우(연구자), 정세연(개인), 정여진(의료인), 조귀염(개인), 조민지(연구자), 조은(개인), 최규진(연구자), 최예훈(산부인과 의사), 최우영(연구자), 최은경(연구자), 추지현(연구자), 편명신(미술치료사), 현재환(연구자), 혜원(불꽃페미액션), 홍승은(작가), 홍승희(작가), 황지성(연구자)
‘강제불임수술진상규명대책위원회(준)’(이하 ‘강제불임대책위’)는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 상 강제불임 수술 명령 조항에 따라 그간 집단수용시설 등에서 행해진 강제불임/피임시술 등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침해 역사와 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를 요구하고, 탈시설 지원, 모자보건법 개정 등의 근본적 재발방지 방안을 촉구하기 위해 구성되었습니다. 강제불임대책위에는 현재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와 여러 개인 연구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강제불임대책위는 오늘 오전 9시 40분,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강제불임수술을 명령할 수 있었던 과거 <모자보건법> 제9조에 의해 집단수용시설에서 강제불임수술이 만연히 자행되었던 역사에서부터 최근 전남의 노숙인 시설 동명원에서 벌어진 장애여성 강제피임시술(루프 삽입) 및 강제 자녀입양 사건까지 집단수용시설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침해에 대해 실태 조사를 시행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셰어의 나영 대표도 발언으로 함께하였으며, 아래 발언문과 기자회견문도 함께 꼭 읽어보세요.
✔️성·재생산 부정의 국가책임 인정하라!
✔️집단수용시설 내 강제불임/피임시술 조사하라!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피해실태 파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재생산권 침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긴급 탈시설 지원하라!
✔️국회는 모자보건법 조속히 개정하고 우생학을 청산하라!
📌전체 발언문과 기자회견문 보러가기 : https://stib.ee/1qbK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나영 발언문]
2016년 10월 ‘낙태죄’ 폐지 운동이 시작될 때의 첫 기자회견에서, 당시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의 조미경 소장님은 ’낙태죄‘로 여성들을 처벌하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위해 인구 수를 통제하고,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출생은 더욱 적극적으로 억제해 온 국가의 기만과 모순을 명확하게 짚어주신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발언으로부터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는 ‘낙태죄’ 폐지 운동의 중요한 슬로건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낙태죄’가 폐지된 지금까지도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이 만들어 온 장애인에 대한 재생산권 침해의 역사는 아직 그 문제가 제대로 인식되지도 않았고, 명확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았으며,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지금까지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거 모자보건법 9조는 직접적으로 강제불임수술을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을 담고 있었고,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병과 장애가 있는 이들의 임신중지를 허용요건으로 둔 14조는 여전히 그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 14조는 단순히 형법상 ’낙태죄‘에 대한 처벌 예외 조건이 아니라 국가가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을 통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의도를 담은 조항이었으며, 이 모자보건법이 만들어 온 역사와 관행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장애인의 임신중지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당연한 선택지로서 인식되고 있습니다.
모자보건법과 ’낙태죄‘의 역사는 국가의 편의를 위해 처벌받아야 할 임신중지와 당연한 임신중지를 나누어 생명과 삶을 통제해 온 역사입니다. 우리는 오늘 그 역사를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국가에 의해 직접적, 간접적으로 의도되었고, 오랫동안 실행되어 온 거주시설에서의 강제 피임 시술, 강제 입양, 본인 동의 없는 임신중지 등 재생산권 침해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국가와 시설의 책임을 밝혀야 합니다. 시설 거주 외에는 자신의 삶을 직접 만들어 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온 국가가 장애인의 재생산권 침해에 중대한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탈시설과 자립 지원을 위한 적극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또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권리 보장이 아니라 처벌 기준만을 생각하며 모자보건법 개정을 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국회는 모자보건법이 만들어 온 이 중대한 권리 침해의 역사를 여전히 유지시키고 있을 뿐임을 명백히 인식해야 합니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처벌과 허용의 조건을 구분하기 위한 법이 아닌 삶의 권리와 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을 마련해야합니다. 국가가 아닌 개인을 중심에 두고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정책, 전면적인 보건의료 보장 체계와 지원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의 생명과 삶이 국가 또는 시설에 의해 관리되거나 통제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서 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역사에 중대한 책임이 있는 국가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계기로 장애인 재생산권 침해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전수조사와 실태 파악, 지원 대책이 실행되고 모자보건법의 전면 개정과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법 정책이 마련되도록, 끝까지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고 함께하겠습니다.
[기자회견문]
집단수용시설 내 강제불임수술 등
성·재생산 부정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와 국회는 피해실태 파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고
긴급 탈시설 지원 적극 이행하라!
우생학이 휩쓸고 간 20세기에는 ‘열등한’ 인간을 도태시키고 ‘우등한’ 인간의 번식을 장려하여 인류를 진보시킨다는 잘못된 열망 아래 세계 곳곳에서 장애인과 소수자들에게 강제불임수술을 실시하는 반인권적 역사가 펼쳐졌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은 정부가 장애인 등에 대한 강제불임수술을 명령할 수 있는 조항(제9조)을 담고 있었다. 제9조는 1999년 삭제되었지만, 동 조항에 의거해 권위주의 시기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집단수용시설에서 강제불임수술이 만연히 자행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1999년 김홍신 의원(당시 한나라당 소속)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복지시설에서 170여 명의 수용자에게 강제불임수술이 집행되었으며, 그 과정은 집단수용시설 운영자의 관여뿐만 아니라 보건소, 대한가족계획협회 등 정부 공식 행정기구의 지원과 협조를 통해 이루어졌다. 한국 내에서 반인권적 강제불임이 진행된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조사 직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이를 토대로 김홍신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전국의 집단수용시설을 대상으로 철저한 실태조사와 배‧보상 검토 등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결국 정부 차원에서 관련 후속 조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잊혀진 과거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근 전남 목포시 소재 노숙인시설(구 부랑인시설) 동명원에서 벌어진 장애여성 강제피임시술(루프 삽입) 및 강제 자녀입양 사건은 오랜 시간 잊혀졌던 시설 내 성‧재생산 부정의가 결코 과거사로 그치지 않는 현재 진행중인 문제임을 분명하게 일깨웠다. 피해 여성 김애정씨는 1989년 부터 25년간 시설에 수용된 동안 강제노역, 시설장 등의 안마 강요와 이를 빙자한 성폭력, 정신병원 강제입원, 출산 후 강제 입양 조치, 강제피임시술 등의 범죄 행위에 노출되었다. 김애정 씨 외에도 다수의 수용 장애여성이 유사한 피해를 겪었었고, 그 중 한 여성은 강제피임시술 후 전혀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루프 협착에 의한 조기 폐경 진단을 받았다. 동명원에 장기 거주했거나 현재도 거주 중인 다수의 장애여성이 이 같은 건강 상 위해를 포함해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시설과 목포시는 해당 여성들이 현재 시설 내에 생활하고 있는지 여부 조차 확인해 주지 않고 진실을 은폐하려고만 하고 있다.
한 인간의 성·재생산의 자유와 존엄성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이 같은 실태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과거 부끄러운 역사가 잊혀지기만을 바라며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체계적 차별과 배제에 눈감아 온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동명원은 이제 막 피해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며, 한국의 많은 폐쇄적 수용시설 안에서는 여전히 수용자의 고립된 처지를 이용해 성·재생산 자유 박탈을 포함한 광범위한 부정의와 범죄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이에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시설 수용중이거나 탈시설 후 지역사회에 생활하고 있는 장애여성에 대한 강제피임시술 등 성·재생산 부정의 실태에 대해 질의하고, 시설 전수조사 및 재발방지 등을 위한 대책을 적극 마련을 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국보다 이른 1948년 <우생보호법>을 제정, 장애인에 대한 강제불임수술을 실시했던 일본에서는 법 폐지 이후 강제불임수술 피해자가 2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국회 및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 및 배·보상 절차가 진행됐다. 또 지난 2024년 7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우생보호법>에 의거해 강제불임수술 받은 12명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피해 배상 소송 사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최종 인정해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지 어느덧 50년을 넘긴 한국 사회 역시 더는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으며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성‧재생산 통제 역사를 전면 청산하고, 특히 폐쇄적인 시설에서 여전히 피해에 노출되고 있는 시설 수용자들을 보호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주거형 복지시설(노숙인 시설, 장애인 시설, 요양시설 등) 및 정신병원 등에서 비/장애인에게 행해졌거나 여전히 실행되고 있는 강제불임수술·피임시술 등 성·재생산 통제 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유제로서 <모자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는 등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소수자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라. 또한 피해를 겪고도 주거, 소득, 돌봄 관련 아무 대책이 없어 시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긴급 탈시설 및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전폭적 지원을 제공해 피해자들이 조속히 피해를 회복하고 이 같은 비극적 역사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보건복지부는 권위주의 시기부터 현재까지 주거형 복지시설(노숙인시설, 장애인 시설, 요양시설) 및 의료시설(정신병원) 등에서 수용자/환자에게 자행된 강제불임‧강제피임시술‧강제입양 등 성‧재생산 부정의에 대해 전면 전수조사하여 피해 실태를 명확하게 밝혀라.
- 보건복지부는 최근 강제피임시술, 강제입양 조치, 성폭력 등 범죄 사실이 드러난 동명원(목포시), 색동원(강화군)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긴급 탈시설과 자립지원 전폭적으로 실행하라. 또한 과거 김홍신 의원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피해자들은 물론 전수조사를 통해 새롭게 드러나는 피해자들의 탈시설 및 자립을 위한 지원계획 수립하고, 성재생산 건강 침해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라.
- 국회는 장기 계류 중인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을 조속히 이행하고, 모든 사람들의 성‧재생산 자유와 권리를 보장을 위한 근거 법률을 제정하라.
2025.12.19.
주관: 강제불임수술진상규명대책위원회(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장애여성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황지성, 소현숙, 이순영)
공동주최: 김예지 의원실, 서미화 의원실,
전국장애인건강권연대,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연명 단체 및 개인(이하 가나다순)
단체
(사)인권의학연구소-고문트라우마연구회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간호사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널싱페미, 경기우리도,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국제법×위안부세미나팀,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 대구대학교일반대학원장애학과총동문회,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돌 속에 갇힌 말 제작진, 불꽃페미액션, 사단법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공회대학교퀴어문화축제추진위원단, 성별이분법에저항하는사람들의모임, 언니네트워크, 여행자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역사문제연구소 인권위원회,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트랜스보더링랩,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한국동료지원인협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장애학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해방정신보건연구회
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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