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셰어 연속 포럼 2차 후기] 노동X성과 재생산

2021-08-30


 

셰어는 임신중지의 비범죄화는 가장 기본적인 요구일 뿐이며, 앞으로 의료, 교육, 노동, 사회복지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성·재생산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법·제도적 보장과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 2020년 10월과 11월에 「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안)」 및 법안 해설집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에는 연속포럼을 통해 사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당사자분들을 모시고 각 분야에서 성·재생산권리 보장과 관련하여 고민하거나 추진하고 계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와 관련해 ‘기본법(안)’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포럼은 4월 21일 ‘교육’ 분야에 대해 진행되었고(첫 번째 포럼 후기 보러가기), 두 번째 포럼은 6월 23일 ‘노동’ 분야에 대해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노동 X 성과 재생산 라운드테이블’의 자료집과 녹화영상과 함께 후기글로 그 내용을 전합니다.

 

노동 X 성과 재생산 라운드테이블은 그동안 분절적으로 논의되었던 노동권과 성∙재생산권리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셰어 기본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각 발표자가 활동하면서 접한 구체적인 사례와 고민을 나누며, 앞으로의 활동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셰어 김선혜 기획운영위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배나은 여성국 부장,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하나 정책국장,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조승규 노무사가 발표자로 참여했고, 셰어 류민희 기획운영위원이 사회자로 이번 라운드테이블에 함께했다.


먼저 김선혜 셰어 기획운영위원이 셰어 기본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셰어 기본법안 제13장은 ‘일터에서의 성∙재생산권리의 보장’을 규정한다. ‘모든 근로자는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리를 가지며, 근로자라는 이유로 이를 침해받지 아니’하고(제46조 제1항). 성적 건강과 재생산 건강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업무배제나 고용상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제46조 제3항). 또한 근로자의 성∙재생산권리 및 건강을 보장하는 근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는 사용자의 의무와 함께(제48조 제2항), 이를 지원해야 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를 규정한다(제48조 제3항).


배나은 부장(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여성국)은 인공임신중절 휴가 및 생리휴가 사용, 화장실 사용이 자유로운 노동 환경, 돌봄을 위한 환경 조성, 임신순번제, 일터에서 필요한 교육을 중심으로 현황과 과제를 짚었다. 인공임신중절 휴가나 생리휴가의 경우 이를 보장하는 것이 의미 있을 수 있지만, 노동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전체 휴가를 늘리고 쉴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방향이 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노동자가 대체인력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질환을 가지게 되는데,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법제도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았다. 임신순번제나 돌봄을 위한 환경 조성의 경우 직장 어린이집이나 육아휴직 확대에 국한하여 논의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적정인력채용과 같이 돌봄 시간을 확보할 환경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현장에서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넘어서 성평등 교육,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정하나 정책국장(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젠더화된 노동, 재생산권리 보장으로 넘어서기’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먼저 모성보호논리의 문제점을 짚었다. 어떤 사람의 어떤 상태를 보호할 것인가 선택하는 과정에서, 출산하는 임금노동자 극소수만 선택되고 나머지는 배제된다는 것이다. 가사노동자, 요양보호사, 방문점검노동자, 교육 분야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성노동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현재의 모성보호제도만으로는 이들의 재생산권리를 보장하기 어렵다. 정하나 정책국장은 셰어 기본법안을 통해 노동자 건강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나아가 함께 돌보고 함께 돌봄 받는 사회의 가능성이 확산될 수 있겠다는 전망으로 발표를 마쳤다.


조승규 노무사(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는 ‘업무상 2세 건강영향 산재신청’을 주제로, 노동자의 2세 건강 침해 사례 및 이를 산재로 인정받기 위한 활동 내용과 고민을 나누었다. 예를 들어 반도체노동자는 출산 직전까지 다양한 화학물질, 고온, 방사선 환경에 노출된 채로 고강도 노동을 하게 되고, 이것이 태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반올림은 현재 반도체노동자의 2세 건강 침해에 대해 산재 신청을 하는 한편, 2세의 건강 침해도 산재보험법으로 보상되도록 법개정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조승규 노무사는 2세 건강 이슈가 제기하는 주요 쟁점이자 과제로, 남성노동자의 재생산건강침해, 재생산권의 가시화 방법을 꼽았다.


각 발표자의 발표 후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성∙재생산권과 노동권의 관계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김선혜 기획운영위원은 그동안 성∙재생산권리가 모성보호라는 틀 안에서 여성노동자의 특수한 권리인 것처럼 이야기되어 왔는데, 이제는 이를 확장하여 인간의 성∙재생산에 관련된 신체 기관, 관련된 건강, 행위와 실천을 권리로 보장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 성중립화장실의 경우 트랜스젠더의 노동권의 문제이기도 하고 성∙재생산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재생산과 관련된 몸, 장애가 있는 몸, 여러 사회적 차별이나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서, 성∙재생산권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일터에서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의 영역이 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일터는 공적 영역, 성∙재생산의 영역은 사적 영역이라는 통념 때문에 일터에서의 성∙재생산권이 논의되기 어려웠지만 두 권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배나은 부장은 일터에서의 성재생산권 논의가 노동현장에서 다양한 이유로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주체적인 노동자의 위치로 세우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일터에서의 성∙재생산권리와 관련된 사안들을 현장 노동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정하나 정책국장은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이후로 노동편향적인 흐름이 있는데, 스스로와 주변을 돌보고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면서 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방향으로 세계관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조승규 노무사는 사업장에서 성∙재생산권리를 실제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고민이 크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모성보호를 넘어서 성∙재생산권리를 주장할 때 현실적,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조승규 노무사는 성∙재생산권리를 효과적으로 주장하기 위해서도 남성의 재생산권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정하나 정책국장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의 성∙재생산권에 관한 경험들을 더 많이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배나은 부장은 임신한 노동자 혹은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제도를 도입하고 강화하는 것보다는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처지를 고려하되 전체 노동자의 권리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전략적으로 유효한 것과 근본적 해결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답했다. 김선혜 기획운영위원은 모성보호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써 성∙재생산권보다는 상황과 주제에 따라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하면서, 남성노동자의 일터에서의 재생산건강 보장을 포함하여 논의한다면 임신∙출산하는 몸에만 집중되었던 것에서 노동 환경 전반에 대한 문제로 담론을 바꾸어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보았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노동자의 경험을 성∙재생산권리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일터에서의 성∙재생산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각 발표 주제는 그 각각을 따로 떼어서 심도 있게 다루어도 될 만큼 큰 주제들이었다. 못다한 이야기의 일부는 오는 9월 셰어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함께 주최하는 포럼에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을 시작으로, 일터에서의 성∙재생산권리가 더 폭넓게 논의되고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셰어도 계속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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