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재개발, 여성 종사자 위협하는 탄압을 멈춰라!> 기자회견에 함께했습니다

2023-05-17

사진 : 은석 / 기자회견 장면


지난 16일, 셰어는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재개발, 여성 종사자 위협하는 탄압을 멈춰라!> 기자회견과 1인 시위에 함께했습니다. 기자회견 후 매주 화요일에 '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여행길) 걷기'라는 이름으로 집결지 골목을 거리 정화 캠페인하듯 행진하는 행사에 맞서 구호를 함께 외치기도 했습니다. 

재개발을 목적에 둔 대책없는 집결지 폐쇄에 대한 저항과 비판을 의식해 파주시는 최근에서야  지원 대책을 발표했으나 이 자활 지원책은 집결지에서 생계를 이어 온 종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여름님과 별이님이 발언하신 내용에도 있듯이, 현재 집결지에서 일하는 종사자 중 절반 정도인 100명(올해 20명, 2024년 80명)만을 지원할 예정일 뿐만 아니라,  '탈성매매 확약서'를 작성해야만 받을 수 있으며, 지원받는 기간 동안 단 한번이라도 성매매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 받았던 지원금 모두 또는 일부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내일배움카드나 한부모가정 혜택을 받는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일 경우 중복 지원이 불가합니다. 파주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에서는 지원을 받는 동안 탈성매매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 받아야 하는 부분이 부당하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2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생계비가 너무 적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직업 훈련 등 파주시가 정해놓은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다른 직업을 갖기가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셰어는 이곳에서 일하며 주민으로서 살아온 성노동자들의 삶을 존중하고 조건없는 지원과 보상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합니다. 일방적으로 계도되고, 밀려나고, 선별적 지원으로 삶의 조건이 강제되게 만드는 파주시를 규탄합니다. 파주시는 다른 곳에서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두고 대화에 나서라는 요구에 응해야 합니다. 

셰어는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며 집결지 폐쇄만을 강행하는 파주시와,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에 함께 맞서며, 용주골 성노동자분들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위해 함께 투쟁할 것입니다. 

기자회견에서 연대 발언을 한다는 소식에 지난 며칠 동안 약 230여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셨거나, 셰어 홈페이지에서 해당 게시글과 댓글을 읽어보신 모든 분들이 모쪼록 아래의 발언문도 꼭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투쟁!


사진 : 은석 / 나영 대표의 연대발언


사진 : 은석 / 별이 대표 발언

사진 : 은석 / 종사자들을 외면하고 되돌아가는 여행길 걷기 참가자들 

사진 : 은석 / 피켓팅과 구호를 외치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발언문1]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여름

안녕하세요,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여름입니다. 차차는 성노동자 당사자 중심 단체로,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모든 성노동자를 위해 '차'별과 낙인을 '차'근 차근 없애 나가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재개발, 여성종사자 위협하는 탄압을 멈춰라! 기자회견에 모여주신 여러분들, 평등과 연대의 이름으로 인사드립니다.

경기도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집결지는 6.25 전쟁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촌 중 하나로 형성되었습니다. 작은 농촌 마을이었던 용주골은 국가의 기획과 관리에 의해 미군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파주군은 미군의 건강을 위해 성병 관리소를 설치하는 등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몸을 통제하고 희생하며 한미 군사동맹을 공고히 했고, 외화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때도 성매매는 불법이었지만, 국가가 나서서 불법 행위를 조장했던 것입니다. 당시 기지촌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국가 권력에 의해 애국자로서 정당화되곤 했습니다. 이 여성들을 통해 먹고 살았던 수많은 사람은 미군 주둔과 기지촌 번영이 계속되기를 바랐습니다. 

미군이 떠난 후, 한국인을 상대로 방향을 튼 성매매가 미군을 상대하는 성매매처럼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자, 용주골 집결지 여종사자들은 점차 지역의 ‘수치’이자 범죄자로 취급받게 되었습니다. 집결지를 재개발해 높은 건물을 올리는 게 파주시가 또다시 ‘성장’할 방법으로 제시된 지금, 파주시는 불법 행위를 조장해 이익을 얻었던 역사를 잊었다는 듯이 성매매는 불법이라고, 이 여성들은 불법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여성들의 몸은 여전히 국가에 의한 통제와 희생을 겪고 있습니다. 파주 1-3구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로 용주골 집결지 여종사자들은 자신이 언젠간 사라져야 하는 존재라는 외부의 압력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합니까? 용주골 집결지 여종사자들이 이렇게 사과도 보상도 없이 나가라면나가야 하는 사람들입니까? 여종사자들 덕분에 살아왔던 과거가 있는데, 우리가 이 사람들을 그렇게 대해도 됩니까? 김경일 파주시장은 인권 유린의 현장인 성매매 집결지를 꼭 폐쇄하겠다고 말합니다. 성매매집결지가 정말 인권 유린의 현장이라면, 이 현장을 조성한 파주시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국가가 만들고, 국가가 관리해 온 현장입니다. 진정 여성 인권을 위한다면, 이 여성들과 이 공간의 역사를 존중한다면, 파주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와 같은 반쪽짜리 조례지원으로 이들을 기만해서는 안 됩니다.

파주시는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에 종사하는 성매매 피해자 등을 200명 안팎으로 집계했으나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이 중 약 100명(올해 20명, 2024년 80명)만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모든 여종사자를 지원하는 게 아닌 절반만 지원하는 반쪽짜리 조례인 것입니다. 이 지원은 '탈성매매 확약서'를 작성해야만 받을 수 있으며, 지원받는 기간 동안 단 한번이라도 성매매를 한 정황이 포착되면 받았던 지원금 모두/일부를 반납해야 합니다. 

파주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에서는 지원을 받는 동안 탈성매매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감시' 받아야 하는 부분이 부당하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덧붙여, “한 달에 2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생계비가 너무 적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직업 훈련 등 파주시가 정해놓은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다른 직업을 갖기가 너무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이 조례가 정말 실효성 있는 탈성매매 자활 지원 방안이라면 지금쯤 신청이 쇄도해 마감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일배움카드나 한부모가정 혜택을 받는 경우, 기초생활수급자일 경우 중복 지원이 불가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내일배움카드 사용자, 한부모가정, 기초생활수급자는 빈손으로 집결지를 떠나야 한단 말입니까?

지금까지 파주시에서 여성 인권은 집결지 폐쇄와 재개발을 위해 동원된 명목일 뿐이었습니다. 파주시는 여종사자 자활 방안이 채 수립되지 않은 기간 동안 성매매처벌법에 의거한 단속 등 의 조치로 집결지 내 여성들을 압박했고, 집결지 입구에 단속초소를 설치하여 여종사자들을 재개발 구역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밀려난 여종사자들은 다른 집결지로 이주하거나, 다른 업종에서 일을 구해야 했습니다. 한 여종사자는 “돈을 벌어야 이사를 가는데 돈도 못 벌게 하고 지원도 없었다”며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매주 화요일에 집결지 폐쇄 추진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여행길) 걷기로 여종사자들은 사생활 침해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종사자들의 생활 터전을 구경하며 “존엄이 있는 인간을 동물원 원숭이 취급하는” 언행을 일삼는 해당 행위에 관해 집결지 여종사자들은 “우리도 여성이고, 우리도 파주 시민이다”, “우리를 동물원 원숭이 취급하는 행복길 걷기를 멈춰 달라”, “외지인들이 출입해 빨리 집결지가 폐쇄되어 파주 땅값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을 남기는 상황이 모욕적이다”라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집결지 여종사자를 위협하는 파주시의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파주시는 여종사자들의 요구를 들어야 합니다! 여종사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듣고, 반영해야합니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듣지 않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멈춰야 합니다. 당사자가 받을 수 없는 지원을 제시하고, 해당 지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불법 성매매여성으로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강요하는 반인권적인 통치를 멈춰야 합니다.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는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에 있는 모든 시민이 정당한 자기 몫과 평등한 시민으로서의 존중을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발언문2] 파주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별이

안녕하세요. 저는 대추벌 (속칭 용주골) 종사자들의 모임 자작나무회 대표로서 파주시장의 두얼굴을 기자분들과 시민들께 알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파주시장 김경일은 2023년 성매매 근절을 약속하며 대추벌 (속칭 용주골) 폐쇄를 선언했습니다. 파주시장 김경일은 언론을 통해 종사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종사자들과 소통하며 조례를 마련하겠다 했지만, 조례가 마련되지도 않은 시점부터 공권력 투입이 시작되었습니다.

동네 입구에 감시용 컨테이너 처소가 설치되어 저희 동네를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을 예비 범죄자로 보고 감시하고 있습니다. 감시용 CCTV를 설치하려 여러 번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파주시는 아직 아무 지원 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사자들을 집중 단속했고, 이러한 단속과 감시 때문에 용주골에서 일하기 힘들어서 떠난 사람들도 많습니다.

매주 화요일에는 시민과 여행길 걷기 행사라는 명목으로 우리들의 생존 터전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 비웃으며 구경했습니다.

매일 밤 9시에서 새벽 1시까지는 자율 방범이라는 명목으로 험악한 용역 남자들이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잘못 하다간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무슨 일을 당할까 봐 너무 무섭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시장이 저희에게 공권력을 투입해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연풍2리는 파주 1-3 재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저희 종사자들은 재개발이 진행되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파주시장이 저희와 그 어떠한 대화나 소통도 없이 독단 독선적인 생각으로 저희를 도와주겠다며 언론 플레이를 하며 뒤로는 공권력을 투입해 저희 종사자들을 내보내려 합니다.

조례 예산 또한 2년 동안 4,400만 원을 준다고는 하지만 대체 누가 그 돈을 받아 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 중 몇 사람이나 받을까요? 

한 달에 100만 원 남짓 주면서 우리는 여성 단체의 관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직업 훈련 및 그들이 짜놓은 프로그램을 이행하여야 하며 탈성매매를 했는지 관리받아야 한다고도 합니다.

우리 중에서는 자녀가 있는 사람도 있고 앞으로 결혼하거나 새 삶을 꾸리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지원을 받는 2년 동안에는 계속 성매매를 했는지 안 했는지 감시받아야 하는 겁니다. 저희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성노동자들은 이 돈을 받기를 거부합니다.

자식을 둔 엄마가, 누군가의 딸들이, 언젠가 가정을 꾸리고 살 꿈을 꾸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그 돈을 받고, 언제까지 일지도 모르는 감시 대상이 되겠다고 스스로 전자발찌를 채우겠습니까? 기자회견에서는 마치 이 조례가 우리를 위한 것처럼, 다른 지역보다 좋은 조례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동안 여성 단체 쉬고에서 콘돔. 젤 등을 받았습니다. 이 물품은 저희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것들입니다. 이 물품을 주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더러 그만 일하고 나가라 합니다. 여성 단체 쉬고는 여성을 위한 단체가 아닌가요? 저희도 여성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정작 저희를 괴롭히고 있는 파주시장의 편에 서서 저희를 더 힘들어지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저희를 도와주는 것처럼 말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행동입니다.

김경일 시장이 인터뷰에서 타지역에서 유입되어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며 70군데로 늘어났다는데 그건 잘못된 기사 보도입니다. 현재 50개소 정도 영업하고 있으며 오래전에는 업소당 종사자가 10여 명씩 있었지만, 지금의 현 실정은 한집당 많으면 2명에서 3명! 한집에 혼자 영업하고 있는 업소가 대다수여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영업하는 종사자의 연령대도 거진 40대가 많습니다! 파주 시민 여러분, 저희 종사자 대부분은 한 집안의 가장들이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들 입니다. 저희는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100만 원 직업 재활비로는 먹고살 수 없습니다. 만약 저희 종사자들이 준비 없이 집결지 밖으로 나간다면 불법 영상 촬영. 살인. 강간 등 범죄 노출이 쉬운 주택가의 타 업소로 유입되어야 합니다.

이곳의 존재만으로도 시민분들이 불편하실 거 압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희 종사자들의 상황과 처지를 조금만 생각해 주시고. 무엇보다 강제 폐쇄가 아닌 자립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영원히 집결지에서 일하고 싶다는 게 아닙니다.

저희 스스로 자진 철거로 가는 것이 파주시의 이미지 쇄신에도 더 좋은 방향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현재 저희 종사자들은 파주시의 강압적인 조치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인권, 생존권, 또한 위협받고 있습니다. 저희 성노동자들이 더이상 정치적으로 이용 당하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절실하고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발언문3]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나영

안녕하세요. 저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에서 활동하는 나영입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연대 발언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알리고 나서 저희 단체 홈페이지 게시물에는 210여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성착취의 온상인 집결지가 하루빨리 폐쇄되어야 하는데 왜 거기에 가서 연대 발언을 하느냐, 왜 업주들의 주장에 흔들리느냐는 비난과 우려의 댓글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울 정도로 쏟아졌는데요, 시간이 좀 지나면서 집결지 강제 폐쇄에 반대하는 분들, 과거에 집결지에서 일하셨으나 재개발로 밀려나면서 다른 곳으로 가시게 된 분들, 여기 용주골에서 일하셨거나 지금 일하고 계신 분들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이전에 용주골에서 일하셨다는 한 분은 용주골에서 일할 때 힘들기도 했지만 이렇게 강제로 폐쇄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성노동자라고 밝히신 다른 한 분은 다른 집결지에서 일하셨는데 그곳도 이제 재개발이 들어간다고 하시면서, 수원, 청량리, 천호동 등 다른 곳에서 밀려난 분들도 이분이 일하시던 가게로 많이 오셨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보상도 없이 쫓겨나서 다른 집결지로, 다른 업종으로 강제로 이동하시게 되었다고요.

저는 이렇게 이어진 댓글들을 보면서 이곳에 와서 연대하고 함께 싸운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가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 좀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행복한 길을 만들겠다는 명분을 걸고 걷기 행사를 하는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지금 용주골에서 싸우고 계신 종사자분들은 자신의 삶을 걸고 탄원서를 내고, 언론에 인터뷰를 하면서, 길 위에서, 시청 앞에서 싸우면서 이대로 쫓겨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며 자녀들을 양육하고 계시다는 분들, 다른 가족 구성원의 생계를 책임지고 계시는 분들, 언젠가 떠날 때를 준비하며 전세자금이라도 모으려고 했는데 대책도 없이 나가라고 하는 강제 폐쇄에 맞서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들으십시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곳으로 여겨지고,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그저 업주에게 속아 성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로만 보이겠지만 누군가에게 이곳은 생계를 이어가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준비해 온 곳입니다.

어떤 착취와 폭력이 있는지는 이곳에서 일해온 분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구원하려 하지 말고 여기 함께 서시기를 바랍니다.


파주시장에게 요구합니다.

탈성매매를 약속해야만, 탈성매매를 지속하고 있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원 대책은 기만입니다. 앞으로의 삶을 다 책임져 줄 것이 아니라면 지금 처한 조건 속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함부로 강제하지 마십시오. 지금 종사자분들은 다른 곳에서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요구조차 무시하고, 일상을 감시하고 단속하고 쫓아낼 궁리만 하면서 기만적인 지원을 운운하지 마십시오. 지원을 할 거라면 조건 없이 하십시오. 종사자 중 일부가 아닌 지금 일하고 있는 종사자 모두에게 지원을 약속하십시오. 

지금까지 국가는 한편으로는 법적 처벌이라는 손쉬운 장치를 동원해서 정의 실현을 자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성산업을 통해 외화를 벌어왔고, 지금까지도 막대한 성산업 경제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명분이 필요할 때는 계도를 한다며 성산업 종사자들을 시설로 몰아넣고 강제로 직업 훈련을 받게 했고, 지역 경제가 전환되는 시기에는 재개발을 이유로 그곳에서 10년, 20년씩 삶을 이어온 여성들이 강제로 쫓겨나고 밀려나게 만들어 왔습니다. 용주골이 형성되어 온 역사, 지금 용주골의 상황은 이러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해 함께 투쟁하는 우리는 성산업 종사자들이 누군가에 의해 계도되고, 밀려나고, 선별적 지원으로 삶의 조건이 강제되는 현실을 규탄합니다. 성노동자들이 부당한 노동조건에 맞서 싸우고, 주거권과 노동권을 요구하며 싸울 때 그 요구를 존중받고 연대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성노동을 계속하든, 다른 노동을 하게 되든 낙인 없이 삶을 계획하고 준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산업의 부조리함이 폭로되고, 착취를 종식해야 한다면 그것은 집결지 강제 폐쇄와 단속을 통해서가 아니라 성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재개발을 목적으로 여성 인권을 동원하지 마십시오. 진정 여성 인권을 생각한다면 먼저 이곳에서 주민으로 살아온 종사자분들의 요구를 존중하십시오. 

우리는 여기 이곳에서 싸우는 분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2017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진행된 세계 여성 파업에서 발표되었던 성노동자 선언 일부를 낭독하며 마치겠습니다.

성노동자들은 처음부터 99%를 위한 페미니즘의 일부였습니다.

우리는 자녀를 먹이기 위해 일하는 어머니입니다.

우리는 고향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는 이주 노동자입니다.

우리는 전쟁과 환경 파괴를 피해 도망친 난민 여성입니다.

우리도 지옥 같은 공장과 땅에서 일했습니다. 

우리 역시 물가 상승으로 인해 빚을 지게 되었고

모든 유형의 임금노동과 가정에서의 비임금 노동에 착취당했습니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또한 일터에서의 익숙한 두려움을 공유합니다.

우리는 모든 국가, 인종, 종교, 계층에 속해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원주민 여성, 농촌 여성, 빈민가 거주자, 공공장소에 거주하는 여성,

우리처럼 토지 약탈과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을 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 계급과 가난한 여성과 연대하여 파업합니다.

우리는 성노동자들에 대한 낙인과 폭력이 조장하는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파업합니다.

우리 99%를 위한 페미니즘의 성노동자들은 더 이상 자매들과 분리되기를 거부합니다.

이 선언의 의미를 공유하며, 셰어는 재개발과 집결지 강제 폐쇄에 맞서 싸우는 용주골 성노동자 분들의 생존권을 위해 함께 싸우겠습니다. 투쟁!


<사후 보도자료>

○ 일시: 2023년 5월 16일 (화) 오전 10시

○ 장소: 파주 문화극장 앞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5길 32 문화극장)

○ 주최: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파주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파주1-3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순 서]

사회: 유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1.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발언 (여름 활동가)

2. 파주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별이)

3. 연대발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나영 활동가)


경기도 파주시 대추벌(속칭 용주골) 집결지는 6.25 전쟁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촌 중 하나로 형성되었습니다. 미군 기지 이전으로 쇠락한 파주 1-3구역은 지난 2015년 8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었고, 2023년 1월, 파주시는 파주경찰서, 파주소방서와 TF를 구성하며 성매매 집결지 강제 폐쇄를 선언했습니다. 당시 파주시는 “일체의 타협 없이 연내 폐쇄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행정대집행도 불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진행되는 집결지 폐쇄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재개발 과정에서 원주민의 이주보상대책 등을 저렴하게 처리하기 위한 조치로 작용합니다. 집결지에서 생활하는 여종사자들은 지난 70년 동안 공공연히 파주시 경제를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이었으나, 지금은 재개발이라는 목적 아래에 ‘갑자기 발견된 불법 행위자’로 재명명 되어 극심한 인권침해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파주시는 여종사자 자활 방안이 채 수립되지 않은 기간 동안 성매매처벌법에 의거한 단속등의 조치로 집결지 내 여성들을 압박했고, 집결지 입구에 단속초소를 설치하여 여종사자들을 재개발 구역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쫓겨난 여종사자들은 다른 집결지로 이주하거나, 다른 업종에서 일을 구해야 했습니다. 한 여종사자는 “돈을 벌어야 이사를 가는데 돈도 못 벌게 하고 지원도 없었다”며 분노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4일, 용주골을 방문한 파주시장 김경일은 대화를 요청하는 여종사자들을 향해 “범법자와 대화하지 않는다”며 소통을 거부했습니다. 자활 방안이 수립된 이후에도, “조건이 까다로워 당사자가 신청할 수 있는 지원책이 아니다”라는 여종사자들의 의견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매주 화요일에 집결지 폐쇄 추진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여성과 시민이 행복한 길(여행길) 걷기로 원주민들은 사생활 침해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종사자들의 생활 터전을 구경하며 “존엄이 있는 인간을 동물원 원숭이 취급하는” 언행을 일삼는 해당 행위에 관해 집결지 여종사자들은 “우리도 여성이고, 우리도 파주 시민이다” “우리를 동물원 원숭이 취급하는 행복길 걷기를 멈춰 달라”, “외지인들이 출입해 빨리 집결지가 폐쇄되어 파주 땅값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을 남기는 상황이 모욕적이다” 라며 항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2023년 5월 16일 오전 10시, 집결지 여종사자를 위협하는 파주시의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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