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후기] ‘버스타고 찾아가는 외국인 보호소 폐지 문화제‘에 함께했습니다!

2023-06-30

사진 출처 : IW3 상환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아시나요?  2021년 9월, 난민 신청자 M씨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양팔 양다리를 몸 뒤로 묶인 채 일명 ‘새우꺾기’ 자세로 고통스럽게 엎드려 있는 CCTV 사진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외국인보호소가 이름과는 달리 ‘보호’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는 살기 위해 한국에 왔으나 강제로 추방당하게 된 이주민과 난민들이 있습니다. 추방을 당하게 되었지만 출국비용 부족, 임금체불, 여행증 발급 대기, 난민신청, 재판 진행, 행정소송 등의 이유로 당장 떠날 수 없거나 떠날 곳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본국에 돌아가면 심각한 폭력과 위험에 처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길게는 4년 8개월 동안 갇혀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언제까지 갇혀있어야 하는지 기준도 없습니다. 


하지만 M씨의 사건이 있기 전까지 이런 현실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곳에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폭력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강제추방은 한국에서 살며 일하고 가족을 꾸렸던 사람들이 갑자기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이지만 ‘불법 체류‘라는 이유로 그 삶에 가해지는 폭력은 당연시 됩니다.


‘버스타고 찾아가는 외국인 보호소 폐지 문화제‘는 이런 폭력을 중단하고 외국인보호소를 폐지하라고 요구해 온 International Waters 31(IW31)이 준비한 자리였습니다. 

(IW31의 림보, 아정님은 지난 달 ‘조이풀 인터뷰’의 주인공이시기도 한데요, 요기서(클릭)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셰어의 활동가들도 함께 버스를 타고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으로 가서 “외국인보호소 폐지하라” 힘껏 외치며 행진하고 왔습니다.

이 날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보호소 건물을 방문할 때마다 구금된 이들의 가족과 친구, 지인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뜨거운 날이었지만 보호소 앞에 서니 갇혀 있는 이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커져 더 크게 외치고 왔습니다. 


아래에 셰어 에브리바디 플래져랩 팀장 타리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여러분도 꼭 함께 읽어주세요! 


사진 출처 : IW3 상환 


<발언문>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와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리라고 합니다. 


외국인보호소 폐지 문화제가 성사 된 오늘을 시설의 역사에 중요하게 기록되어야 하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을 만들기까지 애써오신 분들을 알게 되어서,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내는데에는 많은 갈등과 용기가 필요한데 그걸 감당해주는 이들이 있어서 다같이 선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을 넘는 다는 것은 때로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힙니다. 선을 긋고 통제하는 지배체제는 당연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자리에서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고 여겼던 이들로부터 비난을 당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우리의 안전이 흔들리고, 우리가 맞다고 믿었던 신념이 흔들리고, 이루어놓은 것마저 흔들리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을 넘기엔 두렵고 그 너머를 그리기가 어려워서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저 또한 여기에 오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거리는 제가 최근 외국인보호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접한 이후에 생겨난 거리를 짚어보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마음이 무거웠고, 여러가지 감정을 직면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그 감정에 대해서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의외로 반가움이었습니다. 외국인보호소라는 시설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마중 활동을 통해서 조금씩 알게되었습니다. 여수화재참사라는 거대한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 시설을 장애인 거주시설이나 성매매 여성 시설, 부랑인 수용소, 교정시설과 연결짓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시설의 역사 속에서, 국가의 경계가 세워졌을때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이 외국인추방을 위한 수용소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제가 알던 시설의 역사가 새롭게 감각되었습니다. 제가 발딛고 살아온 이 땅이 새롭게 감각되었습니다. 


M님의 고문피해사건을 함께 대응하면서 구체적으로 알게되었지만, 저에게 더 반가움을 주었던 것은 그 안에 성소수자와 HIV 감염인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으면서부터였습니다. 물론 그 이해가능한 반가움은 바로 분노로 변했습니다. 피엘이라는 이유로 유리벽에 갇혀있었던 긴시간, 운동조차 하지 못했던 시간, 외부 진료를 갈때마다 포승줄에 묶였던 몸에 대해서 들으면서 분노하고 절망했습니다. 


교도소에서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와 피엘이 당하고 있는 부당한 처우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금의 상한도 없이, 재판도 없이 그렇게요. 그리고 출소이후의 삶이 막막한 것 이상으로 보호 해제 이후의 삶을 상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야 말로 시설사회의 핵심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못살게 만들어서 다시 시설에 구금하고, 생존권과 노동권을 빼앗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기술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이 반가움과 분노를 의미있게 느끼고 누구에 표현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막막함을 느낍니다. 만나기 어려운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기 쉽지 않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 미루고 싶은 마음. 한국어가 아닌 말로 소통하는 것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한국어가 아닌 수어, 외국어, 비언어에 기반한 소통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계맺을 수 있을지 조금이라도 더 알기 위해서 다른 동료들의 힘을 빌리러 왔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혼자서 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판을 깔아주고 기회를 만들어주는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다시한번 하고 싶습니다. 


또한 동료들을 통해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외국인보호소를 폐지하라는 요구를 듣은 순간 부터 그 구호가 마음 깊이 자리잡았습니다. 교도소에서 행해지는 부당한 처우를 외국인 보호소에서 반복하지 않을 수있는 방법은 외국인 보호소를 교도소보다 더 좋게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를 어떤 태도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 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법, 범죄자, 비국민을 근본적으로 생산하는 체제를 바꾸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한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안도감은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하라는 요구를 들었을때, 숨이 쉬어지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를 그저 편안하게 만드는 안도감은 아니지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게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낯설음을 품고 여기서 돌아가 또 살아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질서가, 우리가 좋다고 믿었던 제도가, 나를 설명해준다고 믿었던 정체성이, 나를 보호한다고 느꼈던 가치가 누간가의 희생과 침묵의 역사 위에서 세워졌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무엇보다 국경이라는 선을 선명하게 낯설게 느끼고 몸에 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생존을 위해, 임신중지를 위해, 퀴어로서 자유롭기 위해, 강제된 관계와 장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금도 국경을 넘고 있는 많은 존재들을 기억하고 매일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저마다 발버둥치고 있는 이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함부로 판단하거나 짐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막막함을 해쳐나가기 위한 해답을 거기에서부터 찾아나가기 위해서는 제가 살고 있는 자리를 낯설게 봐야 할것 같습니다. 그런 노력을 하고 싶습니다.


사진 출처 : IW3 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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