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한국 정부 이행 심의 대응 후기
셰어는 지난 5월 14일에 진행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이하 CEDAW’ ) 이행 심의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제네바에 다녀왔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협약에 가입한 각국 정부가 이 협약을 어떻게 반영하여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례 보고를 받고 이행 사항을 심의한 후, 각국 정부의 이행 현황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합니다. 이번 심의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9차 심의였고, 협약의 모든 영역과 함께 2018년에 진행되었던 8차 심의 후 위원회가 최종견해에서 권고한 사항들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셰어는 이번 심의에 대응하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재생산 권리의 침해와 익명출산제 문제에 관한 시민사회 공동 보고서(33개 단체 연명)’ 을 작성해서 제출했고, 이에 대한 내용을 현지에서 직접 위원들에게 전하고 한국정부의 답변에 대응하고자 NGO 보고서를 제출한 여러 단체(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단법인 온율,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젠더교육플랫폼효재, 장애인권법센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의 현지 참가단 활동가들과 함께 심의 과정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NGO 참가단은 12일 오전부터 15일 오전까지 현지 일정을 함께 했습니다.
12일 오전에는 이번 심의 당사국인 한국, 싱가폴, 몬테네그로, 에스토니아의 NGO 활동가들과 함께 전체 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고, 13일에는 CEDAW 위원들에게 협약의 각 영역별로 한국의 현황을 전하는 NGO 런치브리핑 일정과 현지 NGO 참가단이 CEDAW 회의에 직접 참석하여 주요 현황을 알리는 구두발언 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14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국정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5일 오전에는 유엔 여성폭력특보 데스크오피서, 동아시아담당관과의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13일 NGO 참가단의 위원 미팅과 구두발언
위원회의 공식 회의 일정이 시작된 13일, NGO 참가단은 오전에 진행된 위원회 회의를 참관하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한국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위원들과 함께 런치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준비된 회의실 공간이 좁아 한국의 NGO 참가자들은 대부분 서서 참석을 해야했을 정도로 런치브리핑에 많은 위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날 진행된 런치브리핑과 이후 한국 NGO 참가단의 10분 구두발언 시간은 위원들이 정부의 답변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구체적인 맥락과 현황, 중요한 문제점들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일정이었습니다. 참가단은 윤석열 정부 전반에 걸친 성평등 추진체계의 후퇴와 백래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주요 예산의 삭감에 대해 알리고, 젠더기반 폭력에 관한 주요 문제들, 노동과 교육 영역에서의 불평등 현황, ‘낙태죄’ 비범죄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임신중지 및 성과 재생산 권리의 제약, 익명출산제 시행의 문제, 성소수자 건강권과 혼인 및 가족구성에서의 제도적 차별, 이주 여성, 장애여성, 북한이탈 여성, 농어촌여성, 한부모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현황을 구체적으로 공유했습니다.
한국 NGO 참가단의 구두발언 시간
셰어는 보고서를 함께 준비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여성인권위원회와 함께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관련 참고자료를 전달하고 ‘낙태죄’ 비범죄화 이후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등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과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가 전반적으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지난 해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익명출산제도로 인해 향후 발생하게 될 보편적인 재생산권 보장의 제약과 특히 청소년, 장애여성, 이주여성 및 아동에 대한 권리 침해 문제 등 구체적인 문제점을 위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많은 위원들이 참석한 NGO 런치브리핑 시간
14일 한국정부 심의-”장관도 없고, 진전도 없고, 의지도 없었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본격적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날 심의에서 위원들은 여성차별철폐협약의 모든 조항에 대해 영역별로 구체적인 이행 현황을 질문했고 한국 정부의 답변을 들었는데요, NGO 참가단은 정부 참가단이 앉은 테이블의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정부의 답변 내용을 모두 기록하고 이후 대응을 위해 거짓 보고나 사실을 왜곡하는 보고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정부가 거짓 답변이나 이상하나 답변을 할 때는 옆에서 한숨, 야유, 탄식, 손피켓 들기 등으로 항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맞은편에서 눈동자를 활활 태우며 째려보기도! 🔥🔥🔥
한국 정부의 심의현황 보고는 여성가족부 장관석이 공백인 상태에서 여성가족부의 김기남 기획조정실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장면부터가 사실상 한국의 현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밖에 정부 참가단으로는 여성가족부, 외교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에서 참석했고, 독립기구로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석했습니다. 김기남 기획조정실장은 정부의 성과를 중심으로 발언했으나, 이어서 발언한 국가인권위원회 남규선 상임위원은 현 정부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성평등이 악화되고 있으며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여성차별철폐협약의 각 조항에 해당하는 영역별로 위원들의 질의와 한국정부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대한민국 심의 담당 보고관을 맡은 Rangita de Silva de Alwis 위원을 비롯한 여러 위원이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남아 있는 부계 성 우선주의의 폐지,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비범죄화 이후의 후속 조치,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 형법 297조 개정을 통한 비동의강간죄 도입, 무고죄에 대한 문제, E-6-2 비자와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처벌과 강제출국 문제, 디지털 성폭력, 공적 영역에서의 여성 대표성, 초단시간 노동자와 고용 및 노동에서의 젠더 불평등, 안티 페미니즘과 백래시, 평화/안보 영역에서의 여성참여 확대, 일본군 및 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 계획을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에서 답변을 했는데요, 정부 대표단은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며 실질적인 진행 상황이나 향후 방향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특히,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의 상황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현장에 있던 NGO 참가단에게도 큰 분노를 유발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최영준 출산정책과장이 헌법재판소의 판결 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과는 다르다”고 답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지 전면 폐지는 아니다”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답변은 명백히 ‘위헌’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되게 말한 것이기에,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NGO 참가단은 야유와 탄식을 쏟아냈고 그 장면은 그대로 유엔 티비에 생중계되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모자보건법 14조에 해당하는 임신중지에 한해서만 매우 제한적으로 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실질적인 의료지원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음에도 의료인이 제공하는 상담에 한해서만 보험이 적용되는 현황을 보고하고 “개선입법이 완료되면”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위원들은 비범죄화 된 현실을 전제로 어떤 조치들을 취할 것인지를 질문했는데,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이미 이루어진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법적 기준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를 왜곡해서 답변한 보건복지부 최영준 출산정책과장
한편, 법무부는 비동의 간음죄의 도입에 대해 “여성의 의지를 폄하하게 되는 것이라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해, 정부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의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가 성평등 추진 체계와 공공부분에서의 적극적인 차별 개선 조치, 폭력 피해 여성들을 비롯한 장애 여성, HIV 감염인 여성, 노인, 이주 여성, 수감된 여성 등에 대한 상담과 지원, 소수자 여성들에게 필요한 성·재생산 관련 보건 서비스, 장애 차별적이지 않은 성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이 매우 구체적이고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던 데 반해 한국 정부의 답변은 현재 있는 서비스를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해, 중간에 의장이 답변을 중단시키고 향후 구체적인 추가 답변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주 여성의 거주 지위와 보편적 출생등록, 일명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에 관한 질의도 제기되었습니다. 이주 여성의 귀화 과정에서의 차별에 대한 질문에서는 정부가 "합격율을 높이는 중"이라거나 단순히 전체 건수 정도만 답해, 질의한 위원이 "차별 상황에 대한 답변을 해달라"고 재차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주민 아동의 출생신고에 대한 질문에서도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있다"고만 답변했을 뿐 구체적으로 향후 보편적 출생등록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건강권 의제를 담당하고 있는 Yamila González Ferrer 위원은 임신중지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 보장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어 이로 인해 발생할 여러 문제점에 대해 정부측의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보호출산제’, 즉 익명출산제는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에도 여전히 ‘위기임신’이라는 틀에서 상담과 지원 체계를 추진할 때 보편적 상담에 대한 접근성에 제약이 생기고 임신중지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이 갖추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익명출산의 선택지로 가게 될 우려가 높다는 점, 이로 인해 여성과 아동 모두의 삶과 권리를 침해하고 특히 법에 의해 아동과 장애인,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을 제3자가 대리할 수 있다점 등 여러 우려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내용이 질문에 나올 것이라는 것 자체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보호(익명)출산제를 ‘산모와 아동의 건강권을 지키며 알 권리도 보호하는 제도’라고 답할 뿐 제기된 우려에 관한 어떠한 근거도, 보완 또는 폐지 검토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밖에, 비혼 여성의 IVF 시술, 트랜스젠더의 성별 인정과 건강보험 적용 등 건강권 보장에 관한 질문, 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여성의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특히 앞의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와 관련하여 유엔 인권협약에 대한 심각한 침해 우려가 있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 침해 관련 질문과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에 관해 개별 복지 지원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을 뿐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고 보장할지에 대해 답하지 못했고,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존중하여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권고를 바라며
2018년 8차 심의 이후 6년만의 심의는 한국 정부가 얼마나 성평등의 영역에서 모든 것을 후퇴시키고, 그나마 이룬 진전마저도 지연시키며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추진 근거와 향후 개선 방향을 답하지 못했고, 표면적인 현황만을 보고할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와 위헌 결정은 의미가 다르다고 하거나, 돌봄노동에서의 성별 불평등 개선을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에 “사진전을 개최했다”고 답하는 등 한심한 수준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이번 심의 내용에 대해 후속 조사와 답변을 반영하여 한국 정부의 협약 이행에 대한 권고를 담은 최종견해 문서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번 심의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빠짐없이 담아 구체적이고 강한 권고의 내용이 담길 수 있기를 바라며, 셰어도 앞으로의 활동에서 계속해서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 관련 문서 모아보기** (글씨 부분을 누르시면 해당 문서로 연결됩니다.)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재생산 권리의 침해와 익명출산제 문제에 관한 시민사회 공동 보고서(33개 단체 연명)
-한국 NGO 구두발언 UN TV 생중계 영상 다시보기
-한국 정부 본심의 UN TV 생중계 영상 다시보기
-한국 정부의 심의 답변에 대한 NGO 참가단 공동 논평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한국 정부 이행 심의 대응 후기
셰어는 지난 5월 14일에 진행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이하 CEDAW’ ) 이행 심의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제네바에 다녀왔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협약에 가입한 각국 정부가 이 협약을 어떻게 반영하여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례 보고를 받고 이행 사항을 심의한 후, 각국 정부의 이행 현황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합니다. 이번 심의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9차 심의였고, 협약의 모든 영역과 함께 2018년에 진행되었던 8차 심의 후 위원회가 최종견해에서 권고한 사항들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셰어는 이번 심의에 대응하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재생산 권리의 침해와 익명출산제 문제에 관한 시민사회 공동 보고서(33개 단체 연명)’ 을 작성해서 제출했고, 이에 대한 내용을 현지에서 직접 위원들에게 전하고 한국정부의 답변에 대응하고자 NGO 보고서를 제출한 여러 단체(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단법인 온율,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 뭉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젠더교육플랫폼효재, 장애인권법센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의 현지 참가단 활동가들과 함께 심의 과정에 참여하고 왔습니다.
NGO 참가단은 12일 오전부터 15일 오전까지 현지 일정을 함께 했습니다.
12일 오전에는 이번 심의 당사국인 한국, 싱가폴, 몬테네그로, 에스토니아의 NGO 활동가들과 함께 전체 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고, 13일에는 CEDAW 위원들에게 협약의 각 영역별로 한국의 현황을 전하는 NGO 런치브리핑 일정과 현지 NGO 참가단이 CEDAW 회의에 직접 참석하여 주요 현황을 알리는 구두발언 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14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국정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5일 오전에는 유엔 여성폭력특보 데스크오피서, 동아시아담당관과의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13일 NGO 참가단의 위원 미팅과 구두발언
위원회의 공식 회의 일정이 시작된 13일, NGO 참가단은 오전에 진행된 위원회 회의를 참관하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한국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위원들과 함께 런치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준비된 회의실 공간이 좁아 한국의 NGO 참가자들은 대부분 서서 참석을 해야했을 정도로 런치브리핑에 많은 위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날 진행된 런치브리핑과 이후 한국 NGO 참가단의 10분 구두발언 시간은 위원들이 정부의 답변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구체적인 맥락과 현황, 중요한 문제점들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일정이었습니다. 참가단은 윤석열 정부 전반에 걸친 성평등 추진체계의 후퇴와 백래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주요 예산의 삭감에 대해 알리고, 젠더기반 폭력에 관한 주요 문제들, 노동과 교육 영역에서의 불평등 현황, ‘낙태죄’ 비범죄화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임신중지 및 성과 재생산 권리의 제약, 익명출산제 시행의 문제, 성소수자 건강권과 혼인 및 가족구성에서의 제도적 차별, 이주 여성, 장애여성, 북한이탈 여성, 농어촌여성, 한부모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현황을 구체적으로 공유했습니다.
한국 NGO 참가단의 구두발언 시간
셰어는 보고서를 함께 준비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여성인권위원회와 함께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 관련 참고자료를 전달하고 ‘낙태죄’ 비범죄화 이후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등이 지연되고 있는 현실과 이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가 전반적으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지난 해 ‘위기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익명출산제도로 인해 향후 발생하게 될 보편적인 재생산권 보장의 제약과 특히 청소년, 장애여성, 이주여성 및 아동에 대한 권리 침해 문제 등 구체적인 문제점을 위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많은 위원들이 참석한 NGO 런치브리핑 시간
14일 한국정부 심의-”장관도 없고, 진전도 없고, 의지도 없었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본격적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날 심의에서 위원들은 여성차별철폐협약의 모든 조항에 대해 영역별로 구체적인 이행 현황을 질문했고 한국 정부의 답변을 들었는데요, NGO 참가단은 정부 참가단이 앉은 테이블의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정부의 답변 내용을 모두 기록하고 이후 대응을 위해 거짓 보고나 사실을 왜곡하는 보고 내용들을 정리했습니다. 정부가 거짓 답변이나 이상하나 답변을 할 때는 옆에서 한숨, 야유, 탄식, 손피켓 들기 등으로 항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맞은편에서 눈동자를 활활 태우며 째려보기도! 🔥🔥🔥
한국 정부의 심의현황 보고는 여성가족부 장관석이 공백인 상태에서 여성가족부의 김기남 기획조정실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장면부터가 사실상 한국의 현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밖에 정부 참가단으로는 여성가족부, 외교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에서 참석했고, 독립기구로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참석했습니다. 김기남 기획조정실장은 정부의 성과를 중심으로 발언했으나, 이어서 발언한 국가인권위원회 남규선 상임위원은 현 정부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성평등이 악화되고 있으며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후 여성차별철폐협약의 각 조항에 해당하는 영역별로 위원들의 질의와 한국정부의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대한민국 심의 담당 보고관을 맡은 Rangita de Silva de Alwis 위원을 비롯한 여러 위원이 호주제 폐지 이후에도 남아 있는 부계 성 우선주의의 폐지, 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비범죄화 이후의 후속 조치,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 형법 297조 개정을 통한 비동의강간죄 도입, 무고죄에 대한 문제, E-6-2 비자와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처벌과 강제출국 문제, 디지털 성폭력, 공적 영역에서의 여성 대표성, 초단시간 노동자와 고용 및 노동에서의 젠더 불평등, 안티 페미니즘과 백래시, 평화/안보 영역에서의 여성참여 확대, 일본군 및 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 계획을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에서 답변을 했는데요, 정부 대표단은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하며 실질적인 진행 상황이나 향후 방향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특히,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의 상황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현장에 있던 NGO 참가단에게도 큰 분노를 유발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최영준 출산정책과장이 헌법재판소의 판결 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 결정과는 다르다”고 답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지 전면 폐지는 아니다”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이러한 답변은 명백히 ‘위헌’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되게 말한 것이기에,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NGO 참가단은 야유와 탄식을 쏟아냈고 그 장면은 그대로 유엔 티비에 생중계되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모자보건법 14조에 해당하는 임신중지에 한해서만 매우 제한적으로 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실질적인 의료지원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음에도 의료인이 제공하는 상담에 한해서만 보험이 적용되는 현황을 보고하고 “개선입법이 완료되면” 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위원들은 비범죄화 된 현실을 전제로 어떤 조치들을 취할 것인지를 질문했는데,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이미 이루어진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법적 기준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미를 왜곡해서 답변한 보건복지부 최영준 출산정책과장
한편, 법무부는 비동의 간음죄의 도입에 대해 “여성의 의지를 폄하하게 되는 것이라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해, 정부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의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잘못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가 성평등 추진 체계와 공공부분에서의 적극적인 차별 개선 조치, 폭력 피해 여성들을 비롯한 장애 여성, HIV 감염인 여성, 노인, 이주 여성, 수감된 여성 등에 대한 상담과 지원, 소수자 여성들에게 필요한 성·재생산 관련 보건 서비스, 장애 차별적이지 않은 성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위원들의 질문이 매우 구체적이고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던 데 반해 한국 정부의 답변은 현재 있는 서비스를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해, 중간에 의장이 답변을 중단시키고 향후 구체적인 추가 답변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주 여성의 거주 지위와 보편적 출생등록, 일명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에 관한 질의도 제기되었습니다. 이주 여성의 귀화 과정에서의 차별에 대한 질문에서는 정부가 "합격율을 높이는 중"이라거나 단순히 전체 건수 정도만 답해, 질의한 위원이 "차별 상황에 대한 답변을 해달라"고 재차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주민 아동의 출생신고에 대한 질문에서도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있다"고만 답변했을 뿐 구체적으로 향후 보편적 출생등록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건강권 의제를 담당하고 있는 Yamila González Ferrer 위원은 임신중지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 보장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어 이로 인해 발생할 여러 문제점에 대해 정부측의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보호출산제’, 즉 익명출산제는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에도 여전히 ‘위기임신’이라는 틀에서 상담과 지원 체계를 추진할 때 보편적 상담에 대한 접근성에 제약이 생기고 임신중지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이 갖추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국 익명출산의 선택지로 가게 될 우려가 높다는 점, 이로 인해 여성과 아동 모두의 삶과 권리를 침해하고 특히 법에 의해 아동과 장애인,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을 제3자가 대리할 수 있다점 등 여러 우려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내용이 질문에 나올 것이라는 것 자체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보호(익명)출산제를 ‘산모와 아동의 건강권을 지키며 알 권리도 보호하는 제도’라고 답할 뿐 제기된 우려에 관한 어떠한 근거도, 보완 또는 폐지 검토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밖에, 비혼 여성의 IVF 시술, 트랜스젠더의 성별 인정과 건강보험 적용 등 건강권 보장에 관한 질문, 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여성의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 특히 앞의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와 관련하여 유엔 인권협약에 대한 심각한 침해 우려가 있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 침해 관련 질문과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에 관해 개별 복지 지원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을 뿐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고 보장할지에 대해 답하지 못했고, 동성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존중하여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권고를 바라며
2018년 8차 심의 이후 6년만의 심의는 한국 정부가 얼마나 성평등의 영역에서 모든 것을 후퇴시키고, 그나마 이룬 진전마저도 지연시키며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추진 근거와 향후 개선 방향을 답하지 못했고, 표면적인 현황만을 보고할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와 위헌 결정은 의미가 다르다고 하거나, 돌봄노동에서의 성별 불평등 개선을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에 “사진전을 개최했다”고 답하는 등 한심한 수준을 드러냈습니다.
이후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이번 심의 내용에 대해 후속 조사와 답변을 반영하여 한국 정부의 협약 이행에 대한 권고를 담은 최종견해 문서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번 심의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빠짐없이 담아 구체적이고 강한 권고의 내용이 담길 수 있기를 바라며, 셰어도 앞으로의 활동에서 계속해서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 관련 문서 모아보기** (글씨 부분을 누르시면 해당 문서로 연결됩니다.)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재생산 권리의 침해와 익명출산제 문제에 관한 시민사회 공동 보고서(33개 단체 연명)
-한국 NGO 구두발언 UN TV 생중계 영상 다시보기
-한국 정부 본심의 UN TV 생중계 영상 다시보기
-한국 정부의 심의 답변에 대한 NGO 참가단 공동 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