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집회 참여] <존엄한 미래를 위한 저항의 행진> “우리는 정권이 아닌 미래를 선택했다 체제를 전환하라”

2022-03-01

오늘 셰어는 <존엄한 미래를 위한 저항의 행진> “우리는 정권이 아닌 미래를 선택했다 체제를 전환하라”에 함께 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 후보, 정치인, 정당이 아니라 차별받고 낙인찍힌 이들이 세상을 바꾸고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윤을 위해 내몰리는 삶이 아니라 함께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삶을 위해 셰어는 재생산정의를 외치며 함께 체제를 바꾸는 변화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나영 활동가의 발언문을 아래에 덧붙입니다.

오늘 행진의 선언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행진 선언문 보기) https://bit.ly/3CaYEdC


#체제를전환하라 #페미니즘은체제전환의요구이다 #체제전환을위한재생산정의 #우리가세상을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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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제가 활동하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는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단체입니다. 

여러분은 페미니즘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페미니즘이 체제를 바꾸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곳곳에서 페미니즘이 문제라고 하지요? 

네. 맞습니다. 페미니즘은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여자와 남자는 원래 그렇게 태어났고, 아이들은 무시 당하는 게 당연하고, 흑인은 동등한 인간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세상,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하는 세계를 뒤흔들기 위해서 나왔습니다. 

페미니즘은 이 세계에서 가려져 온 불평등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이 세상에 원래 그런 것은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니 이 세계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에게 페미니스트가 불편한 존재인 것은 당연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페미니스트들은 미투 운동, 불법촬영, 사이버성폭력, 낙태죄 폐지 같은 많은 일들로 세상을 불편하게 만들어 왔습니다.

마치 당연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던 세상에서 실제로는 어떤 폭력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폭로했습니다.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오고 수많은 용기 있는 고발이 이어지고 나서야 세상이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해자를 더 강하게 처벌하고, 더 많은 신고센터를 만들고, 피해자를 보호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저는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는 그저 남성을 고발하고, 사법적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자를 보호해 달라는 말만을 하기 위해 세상을 불편하게 한 것이 아닙니다.

그 폭력의 구조를 만들고 지속시키는 국가, 기업, 이 체제를 뒤집어야 합니다.


미투 운동에서 이어진 수많은 고발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습니까. 왜 우리는 진보를 자임하는 남성들조차 여성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고 성적 요구를 당연시하는 일들을 제대로 보아 오지 못한 것입니까.

우리의 일상에서 늘 수반되는 가사 돌봄 노동, 감정노동, 성적노동, 임신 출산 같은 일들을 여성들이 당연히 수행하면 되는 일로 전제하고,  이윤을 위한 생산과 그에 효율적인 노동에만 가치를 부여해 온 구조 속에서 차별과 폭력이 계속되어 온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제기하는 여성혐오의 문제입니다. 

오직 이윤을 위한 생산만을 향해 달리는 이 세계에서 장애인, 청소년, 노인, 이주민 이 사회의 많은 소수자들이 이와 같은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위계와 권력을 뒤집지 않고 여성의 안전을 이야기하고 우리를 보호하겠다는 말은 기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호를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뒤집자고 나온 것입니다.


여성들을 인구정책의 도구로 삼기 위해 존재했던 낙태죄가 이제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가는 가족계획 시기에는 불필요한 노동력을 낳는다고  여성들을 비난하고, 저출산 시대에는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여성들을 처벌했습니다. 

청소년, 비혼모, 외국인 남성과의 관계에서 임신과 출산을 한 여성, 장애나 질병이 있는 여성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죄인 취급을 받았습니다. 

낙태죄는 폐지되었지만 이러한 사회는 아직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지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를 바꾸기 위해 여전히 싸우고 있습니다.

이 사회에 태어나 살아가는 한 사람이 소중하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모두의 삶을 책임지는 일 또한 국가와 이 사회가 해야할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권리에 대한 요구를 넘어, 이 세계의 부정의를 함께 바꾸는 재생산정의를 이야기합니다. 


오늘 우리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를 하고 행진을 하고 있는데요, 장애인 동지들이 혜화역에서 아침마다 선전전을 하고 온갖 욕설과 저주를 들으며 지하철 투쟁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단호히 이야기합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세상, 이를 위한 예산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세상에서 감히 저출산을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성소수자 가족, 이주민과 난민의 가족, 다양한 돌봄관계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저출산 때문에 사회가 망한다고 함부로 입에 담지 마십시오.

보호라는 이름의 통제 시설을 폐쇄하지 않고 자율적인 삶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을 위험에 내몰고, 누구의 노동이든 그 자체로 충분한 삶과 주거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성장만이 답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이런 사회에서 더 많은 이들의 삶이 빈곤과 부채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여성과 소수자의 삶은 더욱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이윤을 위해 내몰리는 삶이 아니라 함께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삶을 위해 우리는 재생산정의를 외치며 싸웁니다.  그런 사회에서만이 생명과 삶의 존엄을, 그리고 존중받을 수 있는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세상을 불편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차별받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낙인찍힌 사람들입니다.

어느 대통령,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이 아니라 차별받고 낙인찍힌 사람들이, 우리가 세상을 바꿀 것입니다. 

함께 세상을 불편하게 합시다! 

계속해서 변화를 요구합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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