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한 달 동안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셰어의 공동주최로 <타이틀나인>을 함께 읽는 북클럽 운영과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20명의 북클럽 참여자들이 6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촘촘히, 그리고 즐겁게 함께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하기도 하고, 배경 맥락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을 공유하거나 현재의 한국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면서 알차게 책을 읽었어요.
‘타이틀 나인’은 1972년 교육에서의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제정된 법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37개의 단어로 된 짧은 조항인 ‘타이틀나인’을 통해 차별의 구조와 교차성을 어떻게 발견해 나갔는지, 여전히 남아있는 쟁점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짚어나가며,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새롭게 차별의 문제로서 제기될 수 있었던 과정과 그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당시의 상황을 따라가면서 읽으면 흥미롭고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많아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
한 달 동안의 북클럽에서의 나눔을 정리하며 2월 27일에 진행된 북토크에서는 클럽장으로 참여한 나영 대표와 류민희 기획운영위원이 패널로 참석해서 <타이틀나인>에 등장하는 쟁점들과 지금 우리가 한국의 상황과 연결하여 생각해볼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변호사인 류민희 기획운영위원이 책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타이틀나인’을 둘러싼 다양한 배경과 맥락, 쟁점들을 소개했고, 아홉 개의 키워드(성적괴롭힘, 교차성, 스포츠, 평등의 조건, 소송이라는 전략, 백래시, ‘성별’과 ‘성차별’, 예방교육, 차별금지법)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간 후, ‘지금 여기에서의 타이틀나인’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들과 함께 현재 한국에서의 고민에 대해서도 나누었어요.
북클럽, 북토크에 참여한 네 분의 후기를 소개합니다!
👉민뎅
600페이지가 넘는 꽤나 두꺼운 <타이틀 나인>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셰어가 함께한 북클럽 덕분에 즐겁게 완독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글귀나 같이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하는 북클럽 구성원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설레는 북클럽 기간이었다. 1972년 제정된 미국 교육개정법 제9편인 ‘타이틀 나인’은 미국 교육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최초의 법으로 오랜 시간 너무나 당연하게 차별받아온 여성들의 평등한 삶을 위한 변화를 만든 법이다.
제일 먼저 앞에 선 사람, 그 앞자리의 사람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조력해준 사람,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그렇게 계속해서 자리를 채워가며 함께한 사람들, 경험하지 않아야 할 폭력을 경험한 당사자/생존자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페미니스트 운동가들, 견고한 이분법에 균열을 낸 퀴어들, 성평등에 동의하며 바꿔나간 정치인들 등 무수한 사람들이 있어 ‘타이틀 나인’은 존재할 수 있었고, 유지될 수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타이틀 나인’의 지난 50년의 역사는 처음에 만들어진 하나의 법이 점차 더 많고 다채로운 이들의 고민과 엮어지면서 모두를 위한 포괄적 평등으로서 고민하며 확장되어 가는 멋진 역사의 만남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함께 목소리내온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지금 내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연결되어 많이 공감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모든 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가장 앞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법으로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에서도 제대로 논의되고, 혐오의 정치가 아닌 평등의 정치로서 제정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그 길에 각자의 공간에서 ‘동료’가 되어줄 분들과 북클럽을 하게 되어 기쁜 한 달이었다. 셰어, 고마워요:)
👉서경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두께와 크기에 압도되어 읽으라고 만든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교육에서의 차별을 다룬다는 점과 활동가들의 추천사에 끌렸고, 한 달 동안 책을 동시에 읽어 나가는 채팅방을 운영한다는 기획이 새롭고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해서 함께하게 되었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술술 읽히고 재미있는 편이어서 완주할 수 있었다.
채팅방을 열심히 확인하고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먼저 진도를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의지를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북토크에서 류민희 님께서 미국의 여성운동 역사와 차별금지법의 변혁적 진전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셔서 도움이 되었다. ‘얄팍한 자유주의적 기획이었던 차별금지법이 변혁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까닭은 운동에서 교차성의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 교차성을 경유하여 변형된 3세대 차별금지법은 ‘차별 발생 이전의 조건에 주목’, ‘평등을 지향하는 것을 모든 사회제도의 원칙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의의와 잠재력을 다시금 감각할 수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MTF 트랜스젠더 운동 선수의 여성 스포츠 참여와 관련한 조심스러운 질문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시간상 길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교육과 관련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들이 많이 떠오르는 주제였다. 지식 교육이 절대적으로 중심에 있고, 스포츠를 비롯해 몸을 이용하는 활동들은 교육으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 예체능 계열 교육을 받는 것이 진로와 결부되어 있고 그것을 시도할 수 있느냐 하는 데서부터 계급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대부분이 성별 구분 하에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많은 트랜스젠더퀴어들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생각한다. 두 격차가 경쟁을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가장 우선하는 원칙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두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이 닿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경서(얄리)
셰어의 나이롱 회원 김경서(얄리)입니다. 나이롱이지만 수다는 참을 수 없기에 <타이틀 나인>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624쪽의 분량에서 에센스만 쏙쏙 뽑아 전달해주시는 류민희 선생님의 강의와, 센스있는 정리로 다양한 해석을 펼쳐주시는 나영 선생님의 진행이 빛을 발했습니다. 덕분에 미처 읽지 못한 부분도 차근차근 읽어가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냉소가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모든 정치적 소동과 사유에 지칠 때가 있습니다. 미래는 파도처럼 닥쳐오는데 변화는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이틀 나인>은 그런 시기를 겪고 있던 제게 일종의 환기를 시켜주었습니다. 1장만 봐도 아시겠지만, 이 책은 비록 624쪽이라는 (꾸준히 강조드려 죄송합니다) 무시무시한 질량을 지니고 있음에도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갑니다. 어떻게 보면 <타이틀 나인>이라는 고유명사가 당연하고 안락한 대명사가 되기까지 어떤 모습으로 여성들의 삶에 개입하였는지 혹은 실패당했는지 전달하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같기도 합니다. 그만큼 캐릭터들이 살아 있습니다.
그러니 고전(?)에 지친 여성주의자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옛것이 그냥 가버리지 않고 새것이 되어 귀환한다는 사실이, 시지프의 신화처럼 끝없이 돌을 굴려야 하는 여러분에게 힘이 되어주리라 감히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의 샌들러, 낸시, 스콧 (기타 등등) 이니까요.
👉정명화
난생 처음 북클럽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는 '투쟁의 영감'이라는 제목 아래 셰어의 나영, 류민희 클럽장 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혼자서 <타이틀 나인>을 읽었다면 (우선 완독이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하지만요) 이 멋진 보라색 책과 한국 사회와의 교차점에 대해 지금처럼 세밀히 사유해볼 기회를 갖기는 어려웠겠지요.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에서 논의되는 차별금지법안과 타이틀 나인은 어떻게 유사하고 또 어떻게 다른지, 성별분리된 공간과 스포츠 영역에서 트렌스젠더 학생/선수를 유독 문제시하는 담론은 어디서 연유했으며 우리의 전선을 어디로 설정해야 할지, 무엇보다 오랜 시간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의 잊을 수 없는 벗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상상하는 시간은 마음 속에 기댈 수 있는 크고 따스한 쿠션을 지어내는 과정과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셰어의 날카롭고도 시의적절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기대하며.. 투쟁!
지난 2월, 한 달 동안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셰어의 공동주최로 <타이틀나인>을 함께 읽는 북클럽 운영과 북토크가 진행되었습니다. 20명의 북클럽 참여자들이 6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촘촘히, 그리고 즐겁게 함께 읽으면서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하기도 하고, 배경 맥락을 알 수 있는 자료들을 공유하거나 현재의 한국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면서 알차게 책을 읽었어요.
‘타이틀 나인’은 1972년 교육에서의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제정된 법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37개의 단어로 된 짧은 조항인 ‘타이틀나인’을 통해 차별의 구조와 교차성을 어떻게 발견해 나갔는지, 여전히 남아있는 쟁점과 한계는 무엇인지를 짚어나가며,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들이 새롭게 차별의 문제로서 제기될 수 있었던 과정과 그 역사를 만들어온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당시의 상황을 따라가면서 읽으면 흥미롭고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많아 생각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
한 달 동안의 북클럽에서의 나눔을 정리하며 2월 27일에 진행된 북토크에서는 클럽장으로 참여한 나영 대표와 류민희 기획운영위원이 패널로 참석해서 <타이틀나인>에 등장하는 쟁점들과 지금 우리가 한국의 상황과 연결하여 생각해볼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변호사인 류민희 기획운영위원이 책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타이틀나인’을 둘러싼 다양한 배경과 맥락, 쟁점들을 소개했고, 아홉 개의 키워드(성적괴롭힘, 교차성, 스포츠, 평등의 조건, 소송이라는 전략, 백래시, ‘성별’과 ‘성차별’, 예방교육, 차별금지법)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간 후, ‘지금 여기에서의 타이틀나인’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들과 함께 현재 한국에서의 고민에 대해서도 나누었어요.
북클럽, 북토크에 참여한 네 분의 후기를 소개합니다!
👉민뎅
600페이지가 넘는 꽤나 두꺼운 <타이틀 나인>은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셰어가 함께한 북클럽 덕분에 즐겁게 완독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글귀나 같이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하는 북클럽 구성원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설레는 북클럽 기간이었다. 1972년 제정된 미국 교육개정법 제9편인 ‘타이틀 나인’은 미국 교육에서 성차별을 금지한 최초의 법으로 오랜 시간 너무나 당연하게 차별받아온 여성들의 평등한 삶을 위한 변화를 만든 법이다.
제일 먼저 앞에 선 사람, 그 앞자리의 사람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조력해준 사람,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그렇게 계속해서 자리를 채워가며 함께한 사람들, 경험하지 않아야 할 폭력을 경험한 당사자/생존자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페미니스트 운동가들, 견고한 이분법에 균열을 낸 퀴어들, 성평등에 동의하며 바꿔나간 정치인들 등 무수한 사람들이 있어 ‘타이틀 나인’은 존재할 수 있었고, 유지될 수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타이틀 나인’의 지난 50년의 역사는 처음에 만들어진 하나의 법이 점차 더 많고 다채로운 이들의 고민과 엮어지면서 모두를 위한 포괄적 평등으로서 고민하며 확장되어 가는 멋진 역사의 만남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함께 목소리내온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지금 내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들과 연결되어 많이 공감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모든 차별에 반대하기 위해 가장 앞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법으로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에서도 제대로 논의되고, 혐오의 정치가 아닌 평등의 정치로서 제정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그 길에 각자의 공간에서 ‘동료’가 되어줄 분들과 북클럽을 하게 되어 기쁜 한 달이었다. 셰어, 고마워요:)
👉서경
책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두께와 크기에 압도되어 읽으라고 만든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교육에서의 차별을 다룬다는 점과 활동가들의 추천사에 끌렸고, 한 달 동안 책을 동시에 읽어 나가는 채팅방을 운영한다는 기획이 새롭고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해서 함께하게 되었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술술 읽히고 재미있는 편이어서 완주할 수 있었다.
채팅방을 열심히 확인하고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먼저 진도를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의지를 놓지 않을 수 있었다. 북토크에서 류민희 님께서 미국의 여성운동 역사와 차별금지법의 변혁적 진전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셔서 도움이 되었다. ‘얄팍한 자유주의적 기획이었던 차별금지법이 변혁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까닭은 운동에서 교차성의 문제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 교차성을 경유하여 변형된 3세대 차별금지법은 ‘차별 발생 이전의 조건에 주목’, ‘평등을 지향하는 것을 모든 사회제도의 원칙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설명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의의와 잠재력을 다시금 감각할 수 있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MTF 트랜스젠더 운동 선수의 여성 스포츠 참여와 관련한 조심스러운 질문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시간상 길게 이야기를 이어나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교육과 관련해 더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들이 많이 떠오르는 주제였다. 지식 교육이 절대적으로 중심에 있고, 스포츠를 비롯해 몸을 이용하는 활동들은 교육으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 예체능 계열 교육을 받는 것이 진로와 결부되어 있고 그것을 시도할 수 있느냐 하는 데서부터 계급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 또한 대부분이 성별 구분 하에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많은 트랜스젠더퀴어들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생각한다. 두 격차가 경쟁을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가장 우선하는 원칙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어쩌면 두 격차를 해소하는 방법이 닿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경서(얄리)
셰어의 나이롱 회원 김경서(얄리)입니다. 나이롱이지만 수다는 참을 수 없기에 <타이틀 나인>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624쪽의 분량에서 에센스만 쏙쏙 뽑아 전달해주시는 류민희 선생님의 강의와, 센스있는 정리로 다양한 해석을 펼쳐주시는 나영 선생님의 진행이 빛을 발했습니다. 덕분에 미처 읽지 못한 부분도 차근차근 읽어가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냉소가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모든 정치적 소동과 사유에 지칠 때가 있습니다. 미래는 파도처럼 닥쳐오는데 변화는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이틀 나인>은 그런 시기를 겪고 있던 제게 일종의 환기를 시켜주었습니다. 1장만 봐도 아시겠지만, 이 책은 비록 624쪽이라는 (꾸준히 강조드려 죄송합니다) 무시무시한 질량을 지니고 있음에도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갑니다. 어떻게 보면 <타이틀 나인>이라는 고유명사가 당연하고 안락한 대명사가 되기까지 어떤 모습으로 여성들의 삶에 개입하였는지 혹은 실패당했는지 전달하는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같기도 합니다. 그만큼 캐릭터들이 살아 있습니다.
그러니 고전(?)에 지친 여성주의자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옛것이 그냥 가버리지 않고 새것이 되어 귀환한다는 사실이, 시지프의 신화처럼 끝없이 돌을 굴려야 하는 여러분에게 힘이 되어주리라 감히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의 샌들러, 낸시, 스콧 (기타 등등) 이니까요.
👉정명화
난생 처음 북클럽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는 '투쟁의 영감'이라는 제목 아래 셰어의 나영, 류민희 클럽장 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혼자서 <타이틀 나인>을 읽었다면 (우선 완독이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하지만요) 이 멋진 보라색 책과 한국 사회와의 교차점에 대해 지금처럼 세밀히 사유해볼 기회를 갖기는 어려웠겠지요.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에서 논의되는 차별금지법안과 타이틀 나인은 어떻게 유사하고 또 어떻게 다른지, 성별분리된 공간과 스포츠 영역에서 트렌스젠더 학생/선수를 유독 문제시하는 담론은 어디서 연유했으며 우리의 전선을 어디로 설정해야 할지, 무엇보다 오랜 시간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서로의 잊을 수 없는 벗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상상하는 시간은 마음 속에 기댈 수 있는 크고 따스한 쿠션을 지어내는 과정과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셰어의 날카롭고도 시의적절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기대하며..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