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휘말린 날들 - HIV, 감염 그리고 질병과 함께 미래 짓기> 북토크 이후, 함께 이야기 잇기

2024-03-14

<휘말린 날들 - HIV, 감염 그리고 질병과 함께 미래 짓기> 북토크 이후, 함께 이야기 잇기


지난 1월 30일에 열린 <휘말린 날들 - HIV, 감염 그리고 질병과 함께 미래 짓기> 북토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카드뉴스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사회 : 타리/나영정(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에브리바디 플레져랩팀장)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감염하다" "휘말리다"라는 개념은 감염을 죄와 벌, 혹은 피해와 가해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고, 특히 6장 휘말림의 감촉은 수잔 손탁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글이다. 번역서가 굉장히 많은데 한국말로 이 감염하다라는 말을 우리가 느끼고 우리가 사용하는 말로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굉장히 귀한 일이고 사실 흔치 않은 일이어서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조금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 감염하다는 말은 HIV/AIDS 운동이하고자 하는,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지향과도 연결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감염을 범죄화하지 말라는 말은 그냥 어떤 그 말 자체라기보다는  HIV감염인이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나타나기를 원하고 우리는 다른 관계를 원한다는 것이다라는 것이니까요. 한국의 수잔 손탁이다!"



저자 : 서보경(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

"정말로 감염이라고 하는 과정은 이렇게 능동적으로 누가 가해를 가하거나 해를 끼치거나 아니면 수동적으로 해를 입는 과정인 것일까라고 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자라고 하는 게 이 장의 기본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제 능동과 피동을 한쌍으로 생각해서 보는 것은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세계관이 그러하다라는 것이거든요.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태어나다, 죽다, 염려하다' 같은 말에 중동이라는 고유한 형태를 줬다고 합니다. 우리말에 휘말리다는 말이 있어요.저는 이 말이 중동이라고 하는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휘말림은 '휘다'라고 하는 능동태 동사와 '말리다'라고 하는 수동태가 결합되어 있는 말이에요. 누가 어떤 일에 휘말린다고 하는 것은 내가 주체적으로 휘는 일은 동시에 타자의 영향으로 인해 말려들게 되는 수동적인 과정이 동시에 결합될 때 나타나는 일이라는 것이죠."





저자 : 서보경(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

"제가 마지막 장을 휘말림의 감촉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은 굉장히 성적인 뉘앙스를 갖기를 바랐는데요.(웃음) 접촉은 내가 닿는 행위, 나의 주체적인 발현이지만 동시에 언제나 닿아지는 것, 수동적으로만 느껴질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감촉이라는 개념을 잘 생각해 보면 타자를 만진다는 것은 언제나 휘말리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에는 굉장히 좋고 떨리고 멋진 감각으로 느껴졌던 게 어떤 상황에서는 지극히 불쾌하고 너무나 폭력적으로 느껴지고 당장 그만두고 싶은 감각이 되기도 한다라는 점입니다. 제가 휘말림이라는 개념을 쓸 때 저는 이게 어떤 숙명적인 것,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보다는 역동적인 것, 어느 순간에는 좋았다, 어느 순간에는 나빠질 수 있고 이 방향이었다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어떤 에너지에 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개념으로 썼습니다."



패널 : 권미란(정보공유연대 IPLeft 활동가)

"HIV감염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오랫동안 ‘당신이 부주의하고, 비정상적인 섹스를 해서 천벌을 받은 것이다’라고 이야기되었어요. 이에 대해 유엔에이즈(UNAIDS)는 개인의 행실과 도덕이 문제가 아니라 ‘HIV감염에 취약한 사회경제문화적 조건’을 바꿔야한다고 얘기해요. 질병은 개인의 책임과 잘못이라는 프레임에 맞서 사회구조를 바꾸는 투쟁을 지향하는 에이즈운동과도 일맥상통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인의 자리, 감염 상태에 대해서 최대한 예방해서 그 상태를 맞이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약간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어요. 예를 들어 영국의 에이즈단체의 이름은 STOP AIDS이고, 유엔에이즈는 에이즈의 종식(end of AIDS)을 목표로 해요. 그러면 우리는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가 혼란이 있었어요. 6장 “휘말림의 감촉”을 읽으면서 수동과 피동을 넘어선 감염인의 자리를 가늠할 수 있어서 저한테 굉장히 위로가 되었던 챕터입니다."



패널 : 권미란(정보공유연대 IPLeft 활동가)

"“HIV가 감염한 사람들에게 어떤 공통성을 부여한다면 그리하여 감염한 사람 모두를 하나의 계보로 엮어줄 수 있다면 지금 새롭게 생존하는 모든 이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바로 자신이 진실하고 굳건한 여성의 후예라는 것” 이 부분이 있는데 초기 에이즈 발병 시대를 겪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서 다행이고, 저는 “우리가 여기에 있었다”는 그 감각이 살아나서 눈물이 났습니다."



패널 : 권소리(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활동가)

"노동현장에는 HIV 감염인이라는 것이 그 직업에 결격 사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HIV를 이유로 걸러내고 이 사람들을 차별합니다. 그것은 HIV/AIDS에 대한 혐오와 더불어서차별금지를 할 수 있는 법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국제노동기구가 만든 가이드라인에서도 HIV 감염을 근거로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나 낙인이 없어야 하고 HIV 검사를 진행하더라도 사업장에서 실시하는 HIV검사는 자발적이고 비밀에 부쳐져야 하며 취업 지원자나 노동자를 스크린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에이즈 예방법에 명시되어 있던 HIV/AIDS 검진 결과를 사업주에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고와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HIV/AIDS에 대한 혐오와 낙인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이 아픈 사람 혹은 건강해 보일지라도 질병을 가진 노동자가 치료받고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패널 : 최여름(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활동가)

"이 책을 통해서 한국의 성병관리 정책이 일제시기부터 시작되었으며 공창의 접대부, 유흥업소의 접대부 등 취약한 조건에 있는 이들을 통제하고 배제하고 토벌하는 방식으로 이루져왔던 역사를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에이즈라는 질병이 80년대 한국사회에 도착했을 때 유사한 방식으로 억압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노동자 대상의 강제검진이 현장에서는 노동자 뿐만 아니라 고객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하거나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HIV/AIDS 운동이 오랫동안 주장하고 입증해왔던 강제검진 폐지 필요성을 설득력있게 제시해주어서 큰 도움을 받습니다. 성노동자가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일터에서 권한을 갖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고 결국엔 고객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HIV의 현존 속에서 우리가 그릴 수 있는 최선의 미래”는?



권미란 : "제가 상상을 잘 못 하겠더라도, 그게 가능할까라고 생각이 드는 말이라도 HIV/AIDS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과  PL분들이 했다면 그 말을 믿는 것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서보경 : "HIV 감염한 사람이 이모도 되고 삼촌도 되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될 수 있는 미래. 그래서 다음, 다음 세대에 태어나는 사람들이 내 친족 안에 내 가까운 사람 세계 안에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미래, 그런 미래가 옵니다!"



권소리 : "HIV가 되게 안부 인사 같은, 별거 아닌. 밥 먹었어? 이런 이야기처럼 나 이번에 검사했는데 HIV 양성이래. 이렇게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미래가 왔으면 좋겠다, 올 것이다라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최여름 : "지금 집결지 강제 폐쇄에 맞서는 용주골에서 투쟁을 하다가 왔는데요. 더이상 우리가 사회에서 밀려나지 않고 보갈과 갈보가 떳떳함을 넘어서 한국을 점령하는 사회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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