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세종호텔의 정리해고 철회와 해고자 복직 투쟁 승리를 위한 목요문화제에 연대발언으로 함께했습니다. 세종호텔은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해 있고, 1966년 민간투자로 세워진 특급호텔입니다. 세종대학교의 수익용 사업체이며 그동안 주명건 전 세종대학교 이사장이 경영에 관여하여 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일삼았습니다. 최근 코로나 시기에도 경영악화를 핑계삼으며 정규직 노동자 40명 중 조합원 12명을 정리해고했습니다. 현재 세종호텔은 코로나 이전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고노동자 복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번 목요문화제는 3.8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셰어도 세종호텔의 투쟁에 연대하며,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등을 함께 요구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아래 타리 팀장과 허지희 사무장님의 발언문을 함께 읽어보세요!
<발언문> 타리-셰어 에브리바디 플레져랩팀장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리입니다.
내일이 세계여성의 날인데요, 제가 페미니스트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38여성의날은 1년 중에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연대의 마음을 전하러 처음 방문한 세종호텔 투쟁에 와서 여성의날 의미를 새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정리해고를 한다면서 업무와 상관없이 외국어 능력시험이라는 황당한 기준을 내세운 황당한 사장이 있는 회사로만 기억이 되었는데요. 이번 발언을 준비하면서 투쟁의 과정과 회사의 노조파괴 만행에 대해서 다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노조를 공격하는 과정이 곧 호텔을 망가트리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장이 호텔을 조각조각내서 외주화하고 서비스질을 낮추고 식당을 없애다니 웬 강도가 들었나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나 호텔을 지키고 살리고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은 노동자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합니다. 강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쫒겨나야 마땅한데 노조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1908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시작된 세계여성의 날은 미국 뉴욕의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면서 수만명이 거리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여성의 노동력이 지금보다 훨씬 예외적인 것이었고, 하층 노동계급의 여성들만 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다고 느끼시나요? 지금은 아주 소수의 특권층을 제외하면 누구도 임금노동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성별과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다같이 열악해졌습니다. 경제위기와 코로나19의 여파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계속 부담이 가중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노인이라는 이유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더 열악한 현실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자본가와 정치인들은 노동자들간에 갈등을 조장하면서, 노조파괴를 자행하면서, 성소수자와 장애인과 이주민 혐오를 부추기면서 더욱더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제가 오늘 처음 와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어떤 약속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단지 노동조합을 통해서 동료들이 정규직이 되도록 요구해왔고, 정리해고 칼바람이 불때 맞서서 싸우고 있는 여러분들이 저의 운동과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발견하고, 앞으로도 계속 연결점을 기억하면서 저의 현장을 잘 가꾸어나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단체이름을 소개하면서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말씀드렸는데요. 이 단어들이 낯선 분들도 계실것 같습니다.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성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문제들이니 여성의 날을 맞이해서 조금더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노동자에게는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일터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생애적 시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일터가 아닌 곳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에 대해서, 특히 여성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사회적인 인정이 이루어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서로를 돌보고, 성적인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함께 살기를 선택하고 공동생활을 꾸려나갑니다. 양육을 원하는 사람들은 임신과 출산을 하고 새로운 가족을 구성합니다. 이러한 생활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일터에서의 삶이 많은 영향을 줍니다. 위험하고 오래 일하는 사람들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너무 낮은 사람들은 다른 생활이나 권리를 침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터 환경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쉽게 무시합니다. 그 이유는 지배체제가 노동자들의 생산력 외에는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을 다 소진시켜버리는 세상에서 관계가 파괴되고 혐오와 갈등이 더욱 조장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여성이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생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건강한 우량아를 출생시켜서 애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입니다.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 속에서 차별과 낙인없이, 강요와 폭력없이 성관계, 임신, 출산, 임신중지, 양육을 결정하고, 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시민들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실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시한번 일터로 좁혀서 이야기해볼까요? 사업주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사생활로 인해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가를 사용할 권리, 쉴 권리, 임신중지를 위한 휴가를 받을 권리, 출산휴가를 보장받을 권리, 이 모든 것을 이유로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나열할 수 있습니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은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아니더라도 앞에서 나열한 이유로 해고당하고 차별받습니다. 여성이 하는 노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하고, 세상을 유지하고 돌보는 노력과 노동을 무상으로 전유하기 위해서 재생산 부정의가 발생합니다. 세종호텔 복직투쟁의 과정이 호텔을 되살리고, 고용을 정상화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마음, 관계와 건강, 여타의 다른 권리들이 함께 되살아나는 과정이 되길 바랍니다. 그럴 수 있도록 셰어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현장으로부터 배운 것들을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 운동에 적용하고,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겠습니다. 투쟁!
<발언문> 허지희-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사무장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허지희 사무장입니다.
몇 년 전 38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세종호텔 노동조합에서 간단한 간식을 포장해 복수노조 소속 여성노동자들엑 건네준 기억이 납니다. 포장에는 “여성의 날을 축하합니다”라고 라벨을 붙였지만 무엇을 축하하고 왜 축하하는지 저는 몰랐습니다.
해고 된 이후 지난해 덕성여대 청소노동자의 파업에 연대하면서 38여성파업조직위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첫발떼기'에서는 여성파업의 역사를 만났습니다.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는 “여성이 일터에서의 노동력과 가정에서의 재생산 노동의 힘을 세상에 보여 주기 위해 1년에 하루, 모든 여성이 파업을 벌이자”는 것에 동의한 90% 여성이 직장과 가정에서 일손을 놓았습니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첫 여성파업 집회는 오후 2시 5분에 시작됐는데요. 2시 5분은 당시 일터에서 남성과의 임금 격차를 비교해 여성 노동자의 유급노동이 끝나는 시간을 계산한 것입니다.
유럽과 남미에서도 여성파업이 이루어졌고 특히 2023년 아이슬란드에서 성별이분법에 따른 여성만이 아니라 논바이너리 성소수자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1975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48년간의 오랜 여성파업의 역사는 여성 차별과 억압을 거대한 대중적 운동으로 돌파하며 큰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사회 전체와 모든 이들에게 세상의 절반을 떠받치는 여성 노동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대마다 요구사항의 변화가 약간씩 있었습니다만 올해 38여성파업 조직위의 요구안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돌봄 공공성 강화를 요구합니다.
저는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던 전쟁같은 시간을 거쳐온 여성노동자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조차 못 사용해보고 아이를 키웠습니다.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회사 분위기가 쉽지 않았고 가족내에서조차 동의받을 수 없어 사용하지 못했고 많이 후회됩니다. 내게 주워진 권리조차 사용을 못한 셈입니다.
출산율 절벽인 시대에 아이돌봄을 개개인의 걱정없이 국가가 책임져야 여성도 아이를 낳습니다.
그 기본 시스템이 안된다면 여성들은 더이상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요구안도 알아보겠습니다.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합니다.
'오픈마이크'를 통해 각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호텔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다 해고된 우리는 할말이 더 많습니다.
-교환일 할 때 수많은 성희롱 전화를 받기.
-회식때 선배여성이 이사옆에 짝지어주면 술따르기, 이사를 안고 부르스 추기.
-야유회 종료후 남성동료가 따로 둘만의 뒤풀이를 하자는 요구에 대처하기.
-룸메이드 일 할 때 속옷만 입은 남성고객의 청소요구, 속옷만 입고 복도를 걸어다니는 남성고객 응대하기. 룸서비스를 딜리버리할 때 여성의 몸을 훓는 고객을 응대하기. 회사밖에서 만나자는 등 더많은 요구에 대처하기.
38여성조직위와 함께 한 워크샵에서도 여성노동자로서 겪는 차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팀제로 있던 팀원이 전원 여성이어도 팀장은 반드시 남성이어야 했던 세종호텔. 비슷한 예로 여성조합원 사업장임에도 회사와 상대 할 대표자로 남성을 세우는 사업장 관행.
-집안일과 육아는 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보편적 편견은 1도 바뀌지 못하고 있는 상황.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이 있었음에도 그 권리를 누리지 못했던 경험.
끝으로 진짜 세상을 멈추어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시작으로 여성노동자가 먼저 움직입시다. 민주노총이 해마다 총파업을 외쳐왔지만 매해 집회에서만 소리쳤습니다. 간부들만 외칩니다. 청소노동, 비전문적인 노동, 가사노동이라고 하찮게 여겨지고 최저임금인 여성이 세상을 멈췄을 때 여성의 노동이 결코 하찮은 노동이 아니라는 게 증명됩니다. 여성의 노동은 가정과 세상의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소중한 기본노동입니다. 세상의 바닥노동을 가장 가치있는 노동으로 끌어올려주는 지랫대역할이 3.8여성파업이 될 것입니다.
미미하더라도 시간이 쌓이면 역사가 됩니다.
올해부터 함께 만들어 갑시다!
사진: 노동가수 지민주님의 공연 장면
지난 3월 7일, 세종호텔의 정리해고 철회와 해고자 복직 투쟁 승리를 위한 목요문화제에 연대발언으로 함께했습니다. 세종호텔은 서울시 중구 명동에 위치해 있고, 1966년 민간투자로 세워진 특급호텔입니다. 세종대학교의 수익용 사업체이며 그동안 주명건 전 세종대학교 이사장이 경영에 관여하여 정규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일삼았습니다. 최근 코로나 시기에도 경영악화를 핑계삼으며 정규직 노동자 40명 중 조합원 12명을 정리해고했습니다. 현재 세종호텔은 코로나 이전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고노동자 복직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번 목요문화제는 3.8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셰어도 세종호텔의 투쟁에 연대하며,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등을 함께 요구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아래 타리 팀장과 허지희 사무장님의 발언문을 함께 읽어보세요!
<발언문> 타리-셰어 에브리바디 플레져랩팀장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리입니다.
내일이 세계여성의 날인데요, 제가 페미니스트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38여성의날은 1년 중에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연대의 마음을 전하러 처음 방문한 세종호텔 투쟁에 와서 여성의날 의미를 새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정리해고를 한다면서 업무와 상관없이 외국어 능력시험이라는 황당한 기준을 내세운 황당한 사장이 있는 회사로만 기억이 되었는데요. 이번 발언을 준비하면서 투쟁의 과정과 회사의 노조파괴 만행에 대해서 다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노조를 공격하는 과정이 곧 호텔을 망가트리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장이 호텔을 조각조각내서 외주화하고 서비스질을 낮추고 식당을 없애다니 웬 강도가 들었나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역시나 호텔을 지키고 살리고 고객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은 노동자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합니다. 강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쫒겨나야 마땅한데 노조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1908년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시작된 세계여성의 날은 미국 뉴욕의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과 참정권 등을 요구하면서 수만명이 거리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여성의 노동력이 지금보다 훨씬 예외적인 것이었고, 하층 노동계급의 여성들만 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다고 느끼시나요? 지금은 아주 소수의 특권층을 제외하면 누구도 임금노동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성별과 상관없이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다같이 열악해졌습니다. 경제위기와 코로나19의 여파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면서 계속 부담이 가중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자본주의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노인이라는 이유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더 열악한 현실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자본가와 정치인들은 노동자들간에 갈등을 조장하면서, 노조파괴를 자행하면서, 성소수자와 장애인과 이주민 혐오를 부추기면서 더욱더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제가 오늘 처음 와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어떤 약속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단지 노동조합을 통해서 동료들이 정규직이 되도록 요구해왔고, 정리해고 칼바람이 불때 맞서서 싸우고 있는 여러분들이 저의 운동과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발견하고, 앞으로도 계속 연결점을 기억하면서 저의 현장을 잘 가꾸어나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단체이름을 소개하면서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말씀드렸는데요. 이 단어들이 낯선 분들도 계실것 같습니다.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성불평등이 심각한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문제들이니 여성의 날을 맞이해서 조금더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노동자에게는 노동권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일터에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생애적 시간들도 많이 있습니다. 일터가 아닌 곳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에 대해서, 특히 여성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사회적인 인정이 이루어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서로를 돌보고, 성적인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함께 살기를 선택하고 공동생활을 꾸려나갑니다. 양육을 원하는 사람들은 임신과 출산을 하고 새로운 가족을 구성합니다. 이러한 생활을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일터에서의 삶이 많은 영향을 줍니다. 위험하고 오래 일하는 사람들은,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이 너무 낮은 사람들은 다른 생활이나 권리를 침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터 환경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쉽게 무시합니다. 그 이유는 지배체제가 노동자들의 생산력 외에는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을 다 소진시켜버리는 세상에서 관계가 파괴되고 혐오와 갈등이 더욱 조장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가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여성이 건강해야 하는 이유는 생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건강한 우량아를 출생시켜서 애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입니다.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 속에서 차별과 낙인없이, 강요와 폭력없이 성관계, 임신, 출산, 임신중지, 양육을 결정하고, 해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는 시민들이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실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시한번 일터로 좁혀서 이야기해볼까요? 사업주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사생활로 인해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가를 사용할 권리, 쉴 권리, 임신중지를 위한 휴가를 받을 권리, 출산휴가를 보장받을 권리, 이 모든 것을 이유로 불이익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를 나열할 수 있습니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은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아니더라도 앞에서 나열한 이유로 해고당하고 차별받습니다. 여성이 하는 노동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이윤을 극대화하고, 세상을 유지하고 돌보는 노력과 노동을 무상으로 전유하기 위해서 재생산 부정의가 발생합니다. 세종호텔 복직투쟁의 과정이 호텔을 되살리고, 고용을 정상화하는 과정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마음, 관계와 건강, 여타의 다른 권리들이 함께 되살아나는 과정이 되길 바랍니다. 그럴 수 있도록 셰어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현장으로부터 배운 것들을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 운동에 적용하고,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겠습니다. 투쟁!
<발언문> 허지희-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사무장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허지희 사무장입니다.
몇 년 전 38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세종호텔 노동조합에서 간단한 간식을 포장해 복수노조 소속 여성노동자들엑 건네준 기억이 납니다. 포장에는 “여성의 날을 축하합니다”라고 라벨을 붙였지만 무엇을 축하하고 왜 축하하는지 저는 몰랐습니다.
해고 된 이후 지난해 덕성여대 청소노동자의 파업에 연대하면서 38여성파업조직위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첫발떼기'에서는 여성파업의 역사를 만났습니다.
1975년 아이슬란드에서는 “여성이 일터에서의 노동력과 가정에서의 재생산 노동의 힘을 세상에 보여 주기 위해 1년에 하루, 모든 여성이 파업을 벌이자”는 것에 동의한 90% 여성이 직장과 가정에서 일손을 놓았습니다. 여성이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첫 여성파업 집회는 오후 2시 5분에 시작됐는데요. 2시 5분은 당시 일터에서 남성과의 임금 격차를 비교해 여성 노동자의 유급노동이 끝나는 시간을 계산한 것입니다.
유럽과 남미에서도 여성파업이 이루어졌고 특히 2023년 아이슬란드에서 성별이분법에 따른 여성만이 아니라 논바이너리 성소수자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1975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48년간의 오랜 여성파업의 역사는 여성 차별과 억압을 거대한 대중적 운동으로 돌파하며 큰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사회 전체와 모든 이들에게 세상의 절반을 떠받치는 여성 노동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대마다 요구사항의 변화가 약간씩 있었습니다만 올해 38여성파업 조직위의 요구안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돌봄 공공성 강화를 요구합니다.
저는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던 전쟁같은 시간을 거쳐온 여성노동자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조차 못 사용해보고 아이를 키웠습니다.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회사 분위기가 쉽지 않았고 가족내에서조차 동의받을 수 없어 사용하지 못했고 많이 후회됩니다. 내게 주워진 권리조차 사용을 못한 셈입니다.
출산율 절벽인 시대에 아이돌봄을 개개인의 걱정없이 국가가 책임져야 여성도 아이를 낳습니다.
그 기본 시스템이 안된다면 여성들은 더이상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요구안도 알아보겠습니다.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합니다.
'오픈마이크'를 통해 각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호텔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다 해고된 우리는 할말이 더 많습니다.
-교환일 할 때 수많은 성희롱 전화를 받기.
-회식때 선배여성이 이사옆에 짝지어주면 술따르기, 이사를 안고 부르스 추기.
-야유회 종료후 남성동료가 따로 둘만의 뒤풀이를 하자는 요구에 대처하기.
-룸메이드 일 할 때 속옷만 입은 남성고객의 청소요구, 속옷만 입고 복도를 걸어다니는 남성고객 응대하기. 룸서비스를 딜리버리할 때 여성의 몸을 훓는 고객을 응대하기. 회사밖에서 만나자는 등 더많은 요구에 대처하기.
38여성조직위와 함께 한 워크샵에서도 여성노동자로서 겪는 차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팀제로 있던 팀원이 전원 여성이어도 팀장은 반드시 남성이어야 했던 세종호텔. 비슷한 예로 여성조합원 사업장임에도 회사와 상대 할 대표자로 남성을 세우는 사업장 관행.
-집안일과 육아는 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보편적 편견은 1도 바뀌지 못하고 있는 상황.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이 있었음에도 그 권리를 누리지 못했던 경험.
끝으로 진짜 세상을 멈추어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시작으로 여성노동자가 먼저 움직입시다. 민주노총이 해마다 총파업을 외쳐왔지만 매해 집회에서만 소리쳤습니다. 간부들만 외칩니다. 청소노동, 비전문적인 노동, 가사노동이라고 하찮게 여겨지고 최저임금인 여성이 세상을 멈췄을 때 여성의 노동이 결코 하찮은 노동이 아니라는 게 증명됩니다. 여성의 노동은 가정과 세상의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소중한 기본노동입니다. 세상의 바닥노동을 가장 가치있는 노동으로 끌어올려주는 지랫대역할이 3.8여성파업이 될 것입니다.
미미하더라도 시간이 쌓이면 역사가 됩니다.
올해부터 함께 만들어 갑시다!
사진: 노동가수 지민주님의 공연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