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연세대학교 인권축제 찾아가는 성교육 후기

2024-04-30

오랜만에 찾아가는 성교육 후기를 전합니다. 


지난 3월 20일, 연세대학교 인권축제의 일환으로 <다양한 몸과 관계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가는 성교육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올해 초, 인권축제 기획단에서 반가운 제안을 주셨고, 함께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하였습니다. 행사가 임박해서 신청자가 많지 않아 잠시 긴장했지만, 당초 계획했던 5~10인의 소규모 워크숍을 진행하기에 알맞은 인원이 모여서 즐겁게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홍보물을 본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열려있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이 올지, 무엇을 기대하고 올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데 어려운 환경이지는 않을지 기대와 걱정이 있었는데요. 신청 단계에서부터 성교육 워크숍의 취지를 잘 알리고, 기획의 취지에 맞는 이들이 올 수 있도록 각자의 기대와 우려를 미리 수집하였습니다. 


한 분이 예전에 모임을 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길래 비밀이 아닌 줄 알았다’면서 아웃팅을 당한 경험이 있어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참여자들에게 이곳에서 들은 타인의 정체성/지향/기타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함부로 말하지 않도록 사전에 당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행사는 사회과학대학 안에 있는 자치도서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리플렛과 포스터, 소식을 공유하고 있었고 평상이 있어서 편안한 자세도 취할 수 있는 아주 아늑한 공간이었습니다. 바로 직전까지 진행된 <휘말린 날들> 북토크를 진행한 이들, 참여한 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답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신청자가 사전에 당부했던 것처럼 “모두에게 평등하고 즐거운 자리를 만들기 위한 약속문”을 돌아가면서 함께 읽고 여기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타인에게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여기에 모인 이들 사이에 차별과 낙인이 있는지 돌아보고, 함께 제거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모두가 평등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 책임감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날 프로그램은 플레져미터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플레져미터는 즐거움을 중심에 놓고 각자의 성적 경험을 돌아보고 평가해보고, 보다 나은 방향을 찾아나가기 위한 도구입니다. 위험과 예방을 제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각자가 추구하는 성적 만족을 위한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결정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어떤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지, 그 요소들은 상대에 따라 혹은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자기결정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습니다. 


<플레져미터 이미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자기의 경험에 기반해서 플레져미터를 측정하고, 증진할 점과 개선할 점을 고민하고, 그것을 서로 나누고 대화하면서 배운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 껄끄러운 사람을 위해서 플레져미터를 익혀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날도 몇 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하고, 이것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안내했습니다. 


참여자 중 일부는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참여했고, 일부는 시나리오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경험과 비슷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자신의 경험을 포함해서 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자 중 세명이 자신을 무성애 스펙트럼에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각자가 느끼는 무성애 안에서의 스펙트럼이 달라서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모두에게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어떤 이는 술을 많이 마신 상황에서 섹스를 했을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계획과 다른 일이 벌어지는 일이 있어서 개선점으로 지적했고, 원나잇 상대에게 사전 동의는 꼼꼼히 구하는 편이지만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협상은 이제 안 볼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소홀하게 된다는 고민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파트너와의 소통 과정에서 상대에게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고, 미안해서 말하지 못하는 것이 생기는데 그냥 미안해함과 동시에 소통을 하자는 제안을 해주셔서 많은 이들이 공감했습니다. 어떤 이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아직 잘 알지 못해서 상대방이 좋았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고민을 전했고, 섹스를 할 때는 눈빛을 비롯해 비언어적인 소통이 많은데 자폐가 있어서 잘 읽히지 않는다는 어려움을 나눠준 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BDSM 방식을 차용하면 보다 명확한 언어적 소통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나누었어요. 한편 무성애자에게 섹스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의 의미가 크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날 워크숍을 하면서 참여자들이 플레져미터 도구에 대한 의견과 제안도 제시해주었는데요. 하나는 무성애자를 위한, 자위를 비롯한 솔로 플레이를 위한 도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고요. 다른 하나는 정신적/신체적 만족감을 세분화해서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척도가 추가로 제시되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두가지 제안 모두 너무 필요하고 중요해서 셰어에서 잘 받아 이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워크숍은 마지막으로 참여자들이 평가서를 작성하고, 오늘 사용한 워크지를 아카이빙 해도 되는지, 오늘 나눈 이야기들을 셰어 활동에 활용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시간이 짧았다”, “다양한 성적 수행과 그 이유를 들었던 것, 유성애자들의 성적 수행 이야기를 들어서 좋았다.”, “아지라에서 사용하는 대안적인 용어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 “어떤 기준을 통해서 나의 경험을 회상할 수 있는지, 어떤 기준이 중요한지 배울 수 있었다.”, “성경험/성정체성/성지향성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내밀하고 안전하게 나눌 수 있어서 제가 경험한 어떤 성교육보다 유익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이어질 성적 실천이 기대가 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나의 뒤틀리고 프라이빗한 감정들을 나누며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의 것도 안전하게 듣고 공유할 수 있는 신뢰가 구축된 환경이었습니다.”, “주변에 무성애자로 정체화하고 커밍아웃한 사람이 많이 없어서 제가 지금 하는 생각이 맞는지 의문이었는데 셰어의 성교육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무성애자 당사자를 만나서 좋았습니다.” 등의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찾아가는 성교육을 연세대학교 인권축제에서 하게 되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에브리바디 플레져팀 모두 새로운 활력과 배움을 가득 채우고 돌아왔습니다.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정성을 다해 준비해주신 인권축제 기획단 분들과 워크숍에 신청하고 함께 이야기 나눠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참여한 이들의 워크지는 셰어 홈페이지 <플래져랩> 코너 게시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에브리바디 플레져북과 섹스빙고를 구입하신 분들의 설문을 받고 있습니다.

이 설문은 <에브리바디 플레져북>과 <섹스 빙고>를 구입한 분들의 사용 후기와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 진행됩니다. 부디 귀한 시간을 내셔서 이야기를 함께 나눠주세요. 앞으로 교재와 교구를 보완하고 활용해나가는데 있어서 귀중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5월 5일까지 충실히 응답해주신 분들께는 틴케이스와 플레이매트를 보내드립니다! 응답은 그 이후에도 가능합니다.) 

👉설문 참여하기 : https://forms.gle/Hwk7ZhP43AjYUnwW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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