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조이풀 인터뷰] 6화 : 성과 재생산 권리가 이주민과 지역사회에까지 곳곳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정혜실 조이님 이야기

2022-11-01

* 조이풀 인터뷰는 한 달에 한 번 셰어 활동가와 조이(후원회원)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곳곳에서 멋진 삶을 짓고 있는 조이를 소개하며 우리의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갑니다. 조이의 이야기를 통해 셰어의 활동은 확장되고, 조이의 일상과 셰어가 연결될수록 셰어의 활동은 풍요로워질 거예요. 조이라면 누구나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셰어는 조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조이풀 인터뷰] 6화

성과 재생산 권리가 이주민과 지역사회에까지
곳곳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정혜실 조이님 이야기


이번 호 ‘조이풀 인터뷰’에서는 정혜실 조이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정혜실 조이님은 ‘국경을 넘는 아시아 여성들의 모임 TAW 네트워크’ 대표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여러 이주여성과 이주민을 만나며 함께 활동해 왔고, 현재는 ‘사단법인 안산공동체미디어 단원FM’ 공동체 라디오 본부장이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중에 시간을 내어 조이풀 인터뷰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셰어는 2019년 하반기부터 단체의 활동 방향을 모색하면서 여러 현장에서의 성과 재생산 권리에 관한 의제들을 확인하고 연결하기 위해 총 여덟 차례의 연속간담회를 진행했었는데, 당시 이주/난민 영역 간담회에서 정혜실 조이님이 정말 중요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시기도 했지요. 

정혜실 조이님과 함께 지금 하고 계신 공동체 미디어 활동과 이주 영역에서의 성과 재생산 권리에 관한 이야기, 셰어 활동에 대한 제안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셰어 정말 너무너무 바쁘신데 이렇게 같이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해요. 먼저 조이 분들께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혜실 네. 저는 현재 안산에서 공동체 미디어 운동을 하고 있는 사단법인 안산 공동체 미디어 단원FM 공동체 라디오 본부장을 맡고 있어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도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셰어 전에 하시던 터 네트워크 활동은 어떻게 되었나요?


정혜실 터 네트워크는 구성원들 중에 아이들과 함께 본국으로 간 분들도 있고, 각자의 삶을 살고 있어요. 종교가 있는 분들은 성원에서 만나니까 구심점이 인천, 대구 등 여러 지역에 있고요. 


셰어 정혜실 조이님은 셰어 활동가들을 이전부터 두루 알고 계시기도 하고 셰어가 활동을 시작하던 초기부터 후원을 해주셨잖아요. 셰어가 활동을 시작할 때 기대했던 바가 있으셨을까요?


정혜실 사실 회비만 내는 게 아니라 같이 활동하고 싶은 생각도 컸는데요, 이미 벌여놓은 너무 많은 일들 때문에 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늘 셰어 소식 페이스북에 뜨면 좋아요 누르고 열심히 공유하고 하죠. 제가 사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나 자신이 여성으로서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못하고 살다가 국제결혼을 하면서 여성의 문제에도 천착하게 되었고, 2002년도에 여성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공부하면서 미혼모, 한부모도 만나고 임신중지를 경험한 사람들도 다양하게 만났는데요, 여성에게 자기 몸에 대한 권리가 충분히 행사되지 못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주민의 경우에는 출산하고 나서의 어떤 지지나 보호, 권리가 주어지지 않다 보니 빈곤에 처하거나 결국 입양을 보내야 되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또 제도와 구조 때문에 입양을 보내게 되기도 하는 상황들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전반적으로 바꿔야 될지 고민이 많았어요. 일단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수습하기에 급급하게 되는거죠. 어떤 이주 여성이 미혼모가 되었다고 하면 미혼모 단체에 연락해서 빨리 갈 장소와 지원금을 알아보고, 그 다음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전화해서 법적인 문제 같은 거 알아보고 하는 식으로. 이건 내가 알 수 있는 네트워크를 통한 해결이지 정말 실질적으로 담론과 제도를 변화시키고 법과 정책이 나아지게 하는 거에는 제가 발 벗고 나서기가 이미 너무 힘들다고 생각을 하던 차였어요. 그런데 그런 차에 대놓고 앞으로 이런 활동을, 성과 재생산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활동하는 단체가 생긴다고 하니 반가웠죠. 신선했고요. 


셰어 말씀하신 부분이 셰어가 출발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방향이기도 한데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 온 문제들이다 보니 그 의미를 너무 잘 알아 주셨던 것 같아요. 


정혜실 임신중지에 대해서도 이전에는 사실 대놓고 얘기를 못했잖아요. 우리의 권리로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데 그 운동을 하고 헌법불합치 결과도 이끌어내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그 이전에는 피임약 문제도 있었잖아요. (주 : 2013년에 식약처에서 사전 경구피임약을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사후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변경하려 한 적이 있었다. 당시 활동하던 단체들은 사전, 사후 피임약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서 접근성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그 당시에 제가 아는 여성이 성관계 후에 임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엄마에게는 이야기를 못하고 너무 불안해서 병원에 동행한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왜 이 여성이 혼자 병원에 가서 피임약 하나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어야 할까 생각했거든. 

임신중지는 싫어하면서 왜 사후피임약도 구하기 어렵게 하냐고요. 이렇게 너무 모순적인 상황에서 그러면 여성 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사실 미혼의 여성이 산부인과 혼자 가는 것도 쉽지 않았잖아요. 지금이야 그래도 자궁경부암 주사 맞으러도 가고, 사회적인 인식이나 당사자의 인식도 변했지만 이게 그렇게 변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여성들은 그런 과정들을 다 자기 몸으로, 기억으로, 마음의 상처로 다 가지고 가야되는 상황들이  있죠. 

이주여성들의 경우에는 이전에 ‘낙태죄’ 있을 때도 일하던 곳에서는 공공연하게 임신하면 지우고 오라고 얘기하고 아니면 본국으로 가라고 하고. 경력단절 정도가 아니라 그냥 비자발적 추방이나 마찬가지죠. 본국에 돌아가서 출산을 해도 아이를 놔두고 와야 되는 상황이 되니까. 그나마 사장님이 좀 배려해서 무급으로라도 한 3개월 쉬다가 오라고 하거나, 결혼할 남자가 있으면 그나마 좀 결혼을 서두르거나 하면 본국 가족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오거나 다시 재입국을 시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너무 없죠. 그래서 예전에는 우리가 이주 여성들하고 성교육도 엄청 많이 했어요. 콘돔 끼우는 연습도 하고.


셰어 근데 그게 과연 남성 파트너들한테 좀 먹혔나요?


정혜실 다시는 가지 말라고 했대요. ㅎㅎㅎ 남자들을 교육했어야지 사실은. 그래도 콘돔도 사러 다니고 종류별로도 해보자 이런 기획들도 했는데, 이후에 에이즈 예방 차 안산에서도 콘돔이 배포가 많이 됐죠.

필리핀 이주여성들은 종교로 인해서 임신중지도 못하잖아요. 그래서 정말 힘들어하고 산후우울증도 앓고 그래요. 이주여성들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같은 것도 없고. 너무 차별적이죠. 


셰어 지난번에 간담회 하면서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 주셔서 저희도 활동방향에서 많이 고민을 하고, 계속 참고를 하고 있거든요. 근데 참 쉽지 않더라구요. 체류 자격 문제부터 워낙 많은 문제들이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요. 


정혜실 그렇죠. 예를 들어서 유학생들도 체류 목적이 공부하러 온 거니까 임신을 하면 어떤 지원도 받을 수가 없어요. 여성가족부에서도 그렇고 지원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한국 남성이면, 한국 남성이 아이의 아빠라는 확인 소송을 하거나, 임신한 여성이 피해자라는 게 확인되면 또 다른데 그런 일이 유학생 간에 있었으면 그것도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가 없는 거에요. 전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이 유학생은 당장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고 쉼터도 필요한데 여성가족부에서도 못 도와준다고 해서 겨우 시설장하고 얘기를 해서 쉼터에 가게 된 일이 있어요. 

또 어떤 베트남 여성의 경우에는 한국 남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키우다가 이혼을 했는데 이혼 후에 아마도 다른 국적의 남성과의 관계에서 다시 임신을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분이 출산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퇴원을 해야 하는데 병원비는 없고, 한국 남성의 아이가 아니라고 출생등록도 안 되는거죠. 프랑스처럼 출신 국적을 불문하고 자국에서 출산을 하는 경우에는 모두 지원을 한다는 정책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지원 체계가 전혀 없는 상황이니 이주민 본인들도, 자녀들도 모두 어려워지는거죠. 


셰어 그러게요. 사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정혜실 조이님 같은 분들이 필요한 케이스가 생기면 정말 개인적인 네트워크든 단체 네트워크든 동원해가지고 여기저기를 연결해서 이거는 이쪽에 이거는 저쪽에 이런 식으로 수습을 해오실 수밖에 없었던 거잖아요. 권리가 없고 시스템이 없으니까. 


정혜실 그렇죠. 그리고 그런 수습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죠. 결국 이주 여성들은 뿌리를 내리고 살 수가 없고, 아이를 데리고 몇 년이 되었든 힘들게 살다가 떠나게 되는거죠. 그런데 못 가는 사람도 있어요. 오도가도 못하는. 대사관에서는 또 자국 남성의 아이가 아니고 한국 남성의 아이면 동반 거주로 귀국을 못하는거죠. 대사관에서는 그냥 한국 남자가 키우라고 하는거에요. 근데 한국 남자는 못 키운다고 하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브로커가 데려다 주기도 해요. 미등록 상태에서는 본국에 돌아오면 다시 돌아올 수가 없으니까. 아이를 키우려면 돈도 더 벌어야 하고. 그러니까 브로커에게 맡기는데 브로커들이 받는 비용이 또 장난이 아니고. 아이 여권 만들어서 보내려고 해도 대사관에서 거의 장사를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이주 노동자들도 여권 잃어버려서 하나 새로 만들려면 돈이 어마하게 들고.  

결국은 여성들 혼자 오롯이 이 모든 임신과 출산과 심지어 임신중지 문제까지도 오롯이 혼자 지고 가게끔 만드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고 어떻게 하겠어요. 출산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만들어주면서 왜 낳아라 말아라 해. 그걸 왜 종교가, 남자들이 결정하고, 저 국회에 계신 아저씨들이 결정하냐 말이에요.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분노)


셰어 (같이 분노) 그러니까요! 어휴 정말. 그런 상황들을 보면서 셰어가 이런 활동은 좀 같이 시작해 봤으면 좋겠다 하고 제안해 주실 게 있을까요.


정혜실 셰어 활동을 직접 뛰어들어서 같이 하기도 어려운데 이런 거 해봐 저런 거 해봐 하는 것도 너무 웃긴 거야. 그렇지만 일단은 지금 현재 우리가 대의적인 정당성을 획득한 걸 어떻게 잃지 않을 수 있을지, 이걸 어떻게 정말 집요하게 계속 끌고 가서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을지가 난 제일 걱정이더라고요. 지원 활동을 할 때도 종종 상담 전화를 받으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되고 그런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기껏해야 체류 비자 연장되는 거 그런거지. 실제로 당사자의 인생 전반에 있어서,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해서 우리가 뭘 해줄 수가 있어요. 오롯이 또 본인이 그걸 이기고 싸우고 뱉어내서 살아나가야 되는 삶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그런 것들이 활동가들을 지치게 하는 부분이 많아서 지금이야 셰어가 직접 지원 활동은 안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보니까 이제 연계 병원도 생겼잖아요. 


셰어 네. 색다른의원이요. 


정혜실 이제 병원에서 하는 건 1차적으로는 치료지만 이후의 삶이 또 있어야 되는데 제도가 늘 이런 식으로 비어 있기 때문에, 직접 지원이 주는 뿌듯함도 있지만 사실은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그 병원에  사람들이 너무 쏠릴 수도 있고, 의사 선생님도 그걸 버텨내야 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잖아요. 

현장 지원하는 단체 활동가들이 번아웃이 많이 되는데 나도 너무 거칠어졌어요. 나중에 연구소 들어가서 세상 만나는 사람이 없고 나 혼자 조용히 있고 그랬던 시간이 없었으면 나는 완전히 번아웃 되었을거에요. 지원 활동은 나를 계속 소진시키며 하게 되는데, 연구소에서 그런 활동에 참여하는 건 나를 계속 채우고 배우게 하고 그래서 시야가 넓어지기도 했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첫번째는 번아웃이 안 되면 좋겠다는 거. 


셰어 알겠습니다! 번아웃을 조심하자!



정혜실 그리고 이제 법안 마련도 되게 중요하지만 이제는 또 이어지는 투쟁에 더 많은 사람들을 좀 끌어들일 수 있는 게 좀 필요하다. 서울에서만이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그 성과 재생산의 권리가 저변이 확대되는,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가 서로 막 곳곳에서 들려서 이거를 여성들을 결집해내지 않고는 안 되게 만들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대를 아울렀으면 좋겠고.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해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사회에 왜 살아야 하나구요. 남성들도 마찬가지잖아 도망치고 맨날 비난받고 이렇게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의 문제다 인식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차별금지법도 우리가 서울 중심으로 모여서 활동할 때와 지금 지역으로 확대됐을 때 확실히 다르고 그럼에도 아직까지 차별금지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이제는 운동이 지역 안에서 주민으로 가서 개개인이 내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야 해요. 

내 몸의 권리가 단지 임신 출산과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돌봄의 문제니까. 그리고 더 다채롭게 얘기되어야 되는 거죠. 다채로운 얘기들이 자꾸 나와야 내 몸의 권리가 되게 중요하다, 그게 한편으로는 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재생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성과 재생산의 문제는 여성의 전체 삶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10대들도 중요하고 20대에게도 중요하고 70먹은 할머니한테도 중요하고 90먹은 할머니한테도 중요하다 그것까지가 이제 좀 얘기가 되어야지.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특히 장애인, 이주 여성, 의료 체계에 있어서 취약한 사람들도 보장을 받을지도. 안산에서도 노력할께요. 


셰어 네. 알겠습니다. 다채롭게, 모두의 이야기로, 여러 지역에서 넓혀나가 볼께요.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 아는 분들에게 좀 셰어를 소개해 준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정혜실 아, 셰어를 우리 라디오에 나와서 소개하는 건 어때요? 제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번.  안산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할 단체를 찾습니다. 이런 거.


셰어 좋습니다! 제안만 주시면 바로 갈께요. 


정혜실 저도 그 동안 지역 기반으로 활동을 많이 못했는데 제가 봤을 때는 셰어가 지금의 단계에서는 지역의 단체들 안에서 이것이 얘기되도록 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저희 라디오에도 오시고 안산에도 오고 이런 식으로 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알 수 있게, 그래서 여성들이 같이 으쌰으쌰 할 수 있게 지역의 단체들한테 같이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하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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