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한 첫 걸음, 유산유도제의 도입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보자.
이동근(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2021년 3월 2일 현대약품이 영국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 국내판권 및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허가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곧바로 식약처에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2020년 12월 31일 낙태죄가 폐지되고 나서 표면적으로 나타난 큰 변화 중 하나였다. 국내 한 언론에서 현대약품의 공급계약으로 주가가 상승하자 여성들이 현대약품에게 의리를 보였다는 분석의 기사도 나타났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7월 2일 현대약품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콤비팩인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보통 신약이 허가되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2년 3월 현재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허가절차는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2020년 말에 정부의 미페프리스톤 신속도입 약속[ref]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0.12.31) 형법상 낙태죄 개선입법 기한 경과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관련 사항 안내, https://bit.ly/3wJ93wq [/ref]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가들이 낙태죄 폐지와 유산유도제 도입을 병행했던 것처럼 한국도 결국 유산유도제가 도입될 것이다.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해 유산유도제에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임신중지에 대한 공평한 접근에 대한 기대가 있다. 한국은 전체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4분의 1이나 될 정도로 요양시설이 도시지역으로 편중되어 있다. 특히 임신중지 수술은 거의 대도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도시에 살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임신중지 접근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산유도제의 도입은 대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공평한 임신중지 접근이 가능하게 하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준다. 두 번째로 약물적 방법이 임신중지에 대한 불안감이나 부정적 이미지를 줄여줄 수 있다는 기대이다. 수술 등 침습적 행위를 통한 임신중지는 사람들에게 임신중지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요소 중 하나이다. 시술 중 마취 등 의식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약물적 임신중지는 집과 같은 안전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고 스스로 통제감을 느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 보건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공급을 위해 집에서 시도하는 임신중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약물적 임신중지가 높은 북유럽 국가들에서 유산유도제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부감, 불안감을 낮출 수 있어서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ref] Kanstrup C, Mäkelä M, Hauskov Graungaard A. Women’s reasons for choosing abortion method: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Scandinavian Journal of Public Health. 2018;46(8):835-845.[/ref] 그밖에도 초기 임신중지에 약물적 방법이 수술적 방법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으며, 비용효과성 측면에서는 더 우월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수술적 임신중지를 하기 위해 수술에 앞서 유산유도제 사용을 권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유산유도제 도입은 필수적이다. 그러면 아직 유산유도제를 둘러싸고 남아있는 쟁점은 무엇일까?
첫째, 가교임상시험의 진행 여부이다. 가교시험이란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민족적 요인에 차이가 있어 외국 임상자료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국내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자료를 얻기 위하여 실시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유산유도제 두 가지 성분 중 하나인 미소프로스톨은 이미 1996년에 허가되어 지금도 소화성 궤양의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이다. 지난 25년간 사용되면서 민족적 감수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적이 없기 때문에 가교시험 요구는 당위성이 없다. 한편, 미페프리스톤은 1988년 프랑스에서 허가된 이래로 30년간 약 70개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안전성이나 민족적 감수성에 대해 이미 충분한 입증을 받아온 의약품이다. 동양권으로 한정하더라도, 중국(1988), 대만(2000), 베트남(2002), 몽골(2005), 북한(2013) 등에서 허가받아 사용하고 있다. 다른 동양권에서 문제 없이 사용되는 의약품을 한국에서 특수한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과학적 규제 검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다. 게다가 건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약 66개 중 제출된 허가자료에 국내 가교자료를 제출한 의약품은 단 10개에 불과했다. 그 10건 마저도 3건은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약동학 시험자료였으며, 7건은 한국 단독이 아닌 아시아에서 진행한 다국적 가교시험 자료였다. 다시 말하면, 지난 5년간 한국의 민족적 요인을 고려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따로 진행한 신약은 단 한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가교시험이 국적 감수성이 아닌, 민족적 감수성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가교시험을 요구하는 주장은 오히려 해당 의약품 사용을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9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이러한 논의들을 고려하여 심의위원들은 ‘미프지미소’의 허가과정에 가교시험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둘째 유산유도제의 허가사항 중 산부인과 처방제한 여부 및 사용가능한 임신 주수에 관한 이슈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은 의료기관의 대도시 쏠림현상이 뚜렷하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한하는 조치는 공평한 임신중지의 접근성 보장을 고려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 약물적 임신중지에 대해 안전성 검토가 활발해지면서, 의료기관 내에서만 제한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들을 철회하고, 원하는 환경에서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고 있으며 임신중지 전 초음파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도 불필요하다고 지침을 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여성들의 임신중지 보장에 제약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처방 의료인의 특별한 교육 이수요건을 없애거나 심지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국가들도 있다. 안전을 위해 과도하게 설정한 처방제한이 실질적인 접근을 제약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약물적 임신중지가 가능한 임신주수는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중지 관련 가이드라인에서 임신 12주 이내에 미페프리스톤을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지를 권장하고 있으며, 미국 FDA는 임신 10주(70일) 이내에 유산유도제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프지미소’를 도입하는 현대약품에서 식약처에 신청한 허가 임신주수는 9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캐나다 등 미프지미소 사용 국가의 허가 주수가 9주이며, 2021년 국정감사에서 서정숙 국회의원이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와의 질의과정에서 이 대표가 미프지미소를 임신초기 9주 이내 사용하는 약물이라고 대답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현대약품의 허가제출자료에 더하여 국외 연구데이터 및 WHO의 권장사항을 추가적으로 검토하여 임신주수 확대 논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유산유도제의 가격 문제이다. 현대약품은 유산유도제 ‘미프지미소(미페프리스톤 200mg과 미소프로스톨 800mcg의 콤비팩)’의 가격을 35만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중지가 급여화되지 않는다면, 약물적 임신중지를 위해 관련 의약품 비용, 진료 및 의료상담, 초음파 검사 등을 감안하면, 약 50만원 가량 발생할 것이다. 사실상 수술적 방법과 비용차이가 크지 않아 유산유도제의 과도한 비용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면 왜 35만원이란 가격이 정해졌을까? 우선 의약품 생산 비용을 검토해보자. 약물적 임신중지를 위해 필요한 미소프로스톨 성분의 약은 한국에서 위궤양 예방약으로 이미 사용중이기 때문에 가격이 잘 알려져 있다. 미소프로스톨 800mcg을 사용하기 위해 4정의 약이 필요한데 1정의 가격은 110~172원이므로 4정의 가격은 440~688원 수준이다.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약은 아직 허가되지 않았으므로 원료의약품 거래가격을 이용하여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인도에서 거래되는 미페프리스톤 원료 1kg의 가격은 7천 달러(약 860만원) 수준인데 이를 200mg으로 계산하면 약 1700원 정도 이다. 여기에 완제의약품 생산과정에 필요한 비용, 판매 및 관리에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원가는 약 3000~4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약품은 개발된지 30년이나 지났고, 원가가 4천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의약품을 어떻게 35만원에 판매할 수 있을까? 의약품에 대한 적정이윤은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35만원이라는 주장은 과도해 보인다. 하지만 미프지미소가 35만원이라는 될 것이라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정부가 신약에 대해 보장하고 있는 독점권 때문이다. 식약처는 새로 허가받은 의약품에 대하여 특허기간과 상관없이 4~6년의 독점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자는 해당 기간동안 필수의약품이라 하더라도 독점권을 활용하여 원하는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물론 의약품 독점권을 견제하고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의약품 강제실시 등의 조항을 활용하거나 보험급여를 통해 건강보험공단의 가격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현대약품이 요구하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대한 논란은 허가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독단적인 의약품 가격에 대해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처럼 유산유도제 허가과정 등에서 여전히 많은 논의들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안전한 임신중지 및 유산유도제 접근성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노력으로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심상정 등 많은 후보들이 임신중지 서비스에 관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약속하였듯이 앞으로도 이러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한 첫 걸음, 유산유도제의 도입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보자.
이동근(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2021년 3월 2일 현대약품이 영국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 국내판권 및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허가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곧바로 식약처에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2020년 12월 31일 낙태죄가 폐지되고 나서 표면적으로 나타난 큰 변화 중 하나였다. 국내 한 언론에서 현대약품의 공급계약으로 주가가 상승하자 여성들이 현대약품에게 의리를 보였다는 분석의 기사도 나타났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7월 2일 현대약품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콤비팩인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보통 신약이 허가되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2년 3월 현재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허가절차는 지지부진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2020년 말에 정부의 미페프리스톤 신속도입 약속[ref]보건복지부 보도자료(2020.12.31) 형법상 낙태죄 개선입법 기한 경과에 따른 인공임신중절 관련 사항 안내, https://bit.ly/3wJ93wq [/ref]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가들이 낙태죄 폐지와 유산유도제 도입을 병행했던 것처럼 한국도 결국 유산유도제가 도입될 것이다.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위해 유산유도제에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임신중지에 대한 공평한 접근에 대한 기대가 있다. 한국은 전체 시군구 중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4분의 1이나 될 정도로 요양시설이 도시지역으로 편중되어 있다. 특히 임신중지 수술은 거의 대도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도시에 살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임신중지 접근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산유도제의 도입은 대도시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공평한 임신중지 접근이 가능하게 하는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해준다. 두 번째로 약물적 방법이 임신중지에 대한 불안감이나 부정적 이미지를 줄여줄 수 있다는 기대이다. 수술 등 침습적 행위를 통한 임신중지는 사람들에게 임신중지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요소 중 하나이다. 시술 중 마취 등 의식을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약물적 임신중지는 집과 같은 안전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고 스스로 통제감을 느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부감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낙인 찍힌 보건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공급을 위해 집에서 시도하는 임신중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약물적 임신중지가 높은 북유럽 국가들에서 유산유도제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부감, 불안감을 낮출 수 있어서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ref] Kanstrup C, Mäkelä M, Hauskov Graungaard A. Women’s reasons for choosing abortion method: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Scandinavian Journal of Public Health. 2018;46(8):835-845.[/ref] 그밖에도 초기 임신중지에 약물적 방법이 수술적 방법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으며, 비용효과성 측면에서는 더 우월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수술적 임신중지를 하기 위해 수술에 앞서 유산유도제 사용을 권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유산유도제 도입은 필수적이다. 그러면 아직 유산유도제를 둘러싸고 남아있는 쟁점은 무엇일까?
첫째, 가교임상시험의 진행 여부이다. 가교시험이란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민족적 요인에 차이가 있어 외국 임상자료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국내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자료를 얻기 위하여 실시하는 시험이다. 하지만 유산유도제 두 가지 성분 중 하나인 미소프로스톨은 이미 1996년에 허가되어 지금도 소화성 궤양의 예방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이다. 지난 25년간 사용되면서 민족적 감수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적이 없기 때문에 가교시험 요구는 당위성이 없다. 한편, 미페프리스톤은 1988년 프랑스에서 허가된 이래로 30년간 약 70개 국가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안전성이나 민족적 감수성에 대해 이미 충분한 입증을 받아온 의약품이다. 동양권으로 한정하더라도, 중국(1988), 대만(2000), 베트남(2002), 몽골(2005), 북한(2013) 등에서 허가받아 사용하고 있다. 다른 동양권에서 문제 없이 사용되는 의약품을 한국에서 특수한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과학적 규제 검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다. 게다가 건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약 66개 중 제출된 허가자료에 국내 가교자료를 제출한 의약품은 단 10개에 불과했다. 그 10건 마저도 3건은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약동학 시험자료였으며, 7건은 한국 단독이 아닌 아시아에서 진행한 다국적 가교시험 자료였다. 다시 말하면, 지난 5년간 한국의 민족적 요인을 고려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따로 진행한 신약은 단 한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가교시험이 국적 감수성이 아닌, 민족적 감수성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게 가교시험을 요구하는 주장은 오히려 해당 의약품 사용을 지연시키기 위한 꼼수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9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이러한 논의들을 고려하여 심의위원들은 ‘미프지미소’의 허가과정에 가교시험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둘째 유산유도제의 허가사항 중 산부인과 처방제한 여부 및 사용가능한 임신 주수에 관한 이슈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은 의료기관의 대도시 쏠림현상이 뚜렷하다.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한하는 조치는 공평한 임신중지의 접근성 보장을 고려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에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 약물적 임신중지에 대해 안전성 검토가 활발해지면서, 의료기관 내에서만 제한하여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들을 철회하고, 원하는 환경에서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고 있으며 임신중지 전 초음파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도 불필요하다고 지침을 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여성들의 임신중지 보장에 제약조건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처방 의료인의 특별한 교육 이수요건을 없애거나 심지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국가들도 있다. 안전을 위해 과도하게 설정한 처방제한이 실질적인 접근을 제약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약물적 임신중지가 가능한 임신주수는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중지 관련 가이드라인에서 임신 12주 이내에 미페프리스톤을 이용한 약물적 임신중지를 권장하고 있으며, 미국 FDA는 임신 10주(70일) 이내에 유산유도제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프지미소’를 도입하는 현대약품에서 식약처에 신청한 허가 임신주수는 9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캐나다 등 미프지미소 사용 국가의 허가 주수가 9주이며, 2021년 국정감사에서 서정숙 국회의원이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와의 질의과정에서 이 대표가 미프지미소를 임신초기 9주 이내 사용하는 약물이라고 대답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식약처는 현대약품의 허가제출자료에 더하여 국외 연구데이터 및 WHO의 권장사항을 추가적으로 검토하여 임신주수 확대 논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유산유도제의 가격 문제이다. 현대약품은 유산유도제 ‘미프지미소(미페프리스톤 200mg과 미소프로스톨 800mcg의 콤비팩)’의 가격을 35만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중지가 급여화되지 않는다면, 약물적 임신중지를 위해 관련 의약품 비용, 진료 및 의료상담, 초음파 검사 등을 감안하면, 약 50만원 가량 발생할 것이다. 사실상 수술적 방법과 비용차이가 크지 않아 유산유도제의 과도한 비용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면 왜 35만원이란 가격이 정해졌을까? 우선 의약품 생산 비용을 검토해보자. 약물적 임신중지를 위해 필요한 미소프로스톨 성분의 약은 한국에서 위궤양 예방약으로 이미 사용중이기 때문에 가격이 잘 알려져 있다. 미소프로스톨 800mcg을 사용하기 위해 4정의 약이 필요한데 1정의 가격은 110~172원이므로 4정의 가격은 440~688원 수준이다.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약은 아직 허가되지 않았으므로 원료의약품 거래가격을 이용하여 추정할 수 있다. 현재 인도에서 거래되는 미페프리스톤 원료 1kg의 가격은 7천 달러(약 860만원) 수준인데 이를 200mg으로 계산하면 약 1700원 정도 이다. 여기에 완제의약품 생산과정에 필요한 비용, 판매 및 관리에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원가는 약 3000~4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약품은 개발된지 30년이나 지났고, 원가가 4천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의약품을 어떻게 35만원에 판매할 수 있을까? 의약품에 대한 적정이윤은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35만원이라는 주장은 과도해 보인다. 하지만 미프지미소가 35만원이라는 될 것이라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정부가 신약에 대해 보장하고 있는 독점권 때문이다. 식약처는 새로 허가받은 의약품에 대하여 특허기간과 상관없이 4~6년의 독점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개발자는 해당 기간동안 필수의약품이라 하더라도 독점권을 활용하여 원하는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물론 의약품 독점권을 견제하고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의약품 강제실시 등의 조항을 활용하거나 보험급여를 통해 건강보험공단의 가격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 현대약품이 요구하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대한 논란은 허가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독단적인 의약품 가격에 대해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려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처럼 유산유도제 허가과정 등에서 여전히 많은 논의들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안전한 임신중지 및 유산유도제 접근성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의 노력으로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심상정 등 많은 후보들이 임신중지 서비스에 관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약속하였듯이 앞으로도 이러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