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10월[여는 글] 성매매 특별법 20년, 현장의 고민들

[여는 글] 성매매 특별법 20년, 현장의 고민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사진 출처 https://www.gnewsbiz.com/news/articleView.html?idxno=27990


올해로 성매매 특별법(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된 지 20년이 되었다. 

성매매 특별법은 군산 성매매 집결지 화재 참사 이후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심각한 착취와 폭력이 드러나면서 기존 ‘윤락행위등방지법’을 대체하는 법률로서 제정되었지만, 그간 성산업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고 여전히 여러 산업 구조와 맞물려 수십 조의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온라인은 시장의 규모와 형태를 더욱 다양하게 확장하는 활발한 매개 플랫폼으로 자리하고 있다. 


성매매 처벌법은 성매매 행위와 알선 등 매개, 공급 행위,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제6조에서는 ‘성매매 피해자의 성매매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였다. 한편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은 ‘성매매 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의 보호, 피해 회복, 자립ㆍ자활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신고 체계를 구축ㆍ운영하고, 주거 지원, 직업 훈련, 법률 구조 등의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그러나 성매매 처벌법에서는 ‘성매매 피해자’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어 검사와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고, 그 밖에는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 또는 대마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사람’, ‘미성년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 ‘중대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ㆍ유인된 사람’,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성매매 피해자’로서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함정수사와 단속 과정에서 성매매를 한 여성들이 업주의 압박과 단속 압박, 경찰의 폭력, 단속 이후의 생계 문제 등 다중의 어려움에 놓이고, 여러 차례 벌금형 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 구매자들보다 높은 벌금형 처분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각 지자체의 집결지 폐쇄 과정은 재개발 프로젝트와 맞물려, 결과적으로 업주들은 재개발로 인한 이득을 얻는 반면 집결지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삶을 이어온 이들은 계속해서 다른 집결지나 다른 형태의 성산업으로 밀려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 왔다. ‘탈성매매’를 전제 조건으로 하는 보호, 자활, 지원 또한 실질적인 삶의 조건과 맥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장기적, 안정적인 지원보다 조건부의 일시적 지원이 대부분이라 한계가 크다. 이에, 인천의 옐로하우스와 파주 용주골에서는 성노동자들이 직접 퇴거에 맞서 투쟁을 조직했다. 


지난 20년 간 이러한 상황과 성산업의 변화를 경험하며 현장 활동가들의 고민은 좀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 성산업의 양태가 다양해진만큼 성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조건이나 동기, 일의 형태 등도 매우 다양해졌기에, 불평등의 구조를 교차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접근하는 일, 국가와 자본이 성산업과 맺고 있는 관계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나가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또한, 법과 제도의 언어가 규정하는 ‘피해자’의 위치로서만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처벌과 낙인, 다른 한편으로는 불평등과 착취가 맞물려 작동하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권리를 위한 싸움을 조직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번 호 이슈페이퍼에서는 성매매 특별법 이후의 성산업 현장의 변화와 현재적 맥락을 짚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고민의 방향을 나누어 보고자 세 명의 활동가에게 원고를 요청했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나나 활동가는 성매매 특별법이 성매매 ‘피해자’와 ‘행위자’를 이분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나, 최근 성판매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매매 광고를 했기 때문에 ‘성매매 알선 행위’로 처벌받고 있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으며, 윤락행위등방지법 시절과 동일하게 성판매 여성이 집중적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나나는 이런 현상은 결국 한국사회가 성산업에 대한 책임을 성판매 여성에게 전가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성적 규범에 걸맞지 않은 ‘일탈적 존재’를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여성혐오와 성차별적 의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장 활동가들은 ‘지원’ 관계에만 매몰되지 않는 관계 맺음을 고민하며, 경제적 빈곤뿐만 아니라 관계와 소속감으로부터의 빈곤, 자원으로부터의 박탈에서 이루어지는 빈곤 등 다양한 빈곤의 얼굴을 여성주의적 언어로 설명할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나나는 성판매 여성이 성산업 내에서 경험하는 다종다양한 피해를 개별화하지 않고, 어떻게 정치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 글 보러 가기 https://bit.ly/3C8mPNU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의 여름 활동가는 성매매 근절이라는 의욕과 지역 주민들의 재개발 기대와 욕망, 지자체와 민간자본의 재개발 의지가 만나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재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성노동자들이 겪은 문제들을 보여준다. 집결지 강제 폐쇄와 재개발이 진행되며 업주들은 재개발 조합과 함께 이득을 챙기고 떠났으나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그곳에서 일하며 살아온 성노동자들은 아무런 이주 보상도 없이 밀려나 결국 다른 집결지로 흩어져 이주했다. 탈성매매를 전제로 주어지는 자활지원조례를 통한 지원은 조건과 비용의 제약이 너무 크고, 다른 가족이나 자녀를 부양하는 경우, 질병이 있는 경우 등 성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이 고려되지 않아 지원을 받아 살아갈 길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과정에서 성노동자들은 지자체의 협상 대상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조합과 지자체가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을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여름은 옐로하우스와 용주골 집결지 성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성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성노동 비범죄화를 요구한다.
👉 글 보러 가기 https://bit.ly/3Yqw3fO


마지막으로, 청소년성/노동연대 부라자(준)의 다른 활동가는 성산업 안팎의 청소년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다루었다. 다른은 가부장체제가 십대-청소년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순결/음란이라는 이분화된 코드로 해석해온 역사가 성매매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지닌 취약성을 심화시키는 조건과 어떻게 맞물려 작동해왔는지 탐색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불안정하고 불합리한 노동 여건 속에서 더욱 취약한 위치에 있는 청소년들의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은 성매매를 월급날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빠른 자원 확보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는 점을 짚는다. 따라서 다른은 ‘성매매 청소년’이라는 고정된 정체성이나 ‘성매매 행위’에 주목하기보다 그와 연결된 사회적 맥락까지 초점을 확장할 때, 청소년을 둘러싼 현실에 교차하는 권력 작동방식이 더욱 명료하게 파악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성매매/청소년의 속성에 대한 고정된 이해에 안정적으로 머무르기보다, 흐르고 유동할 수 밖에 없는 삶 그 자체가 지닌 불확실성과 취약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 가운데 생존을 가능케 한 물적 조건이 무엇이었는지 면밀히 듣고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또한 성노동 전, 후, 과정 중에 있는 청소년들을 수동적 위치로 격하하기보다, 구조적 부정의를 함께 찾고 이에 균열을 내어갈 사회적 존재이자 사회를 지탱하는 주체들로 인정하여, 이들의 현실 인식을 인권‧사회운동 차원에서 적극 경청‧수렴해가는 시도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있다. 

👉 글 보러 가기 https://bit.ly/40Dd6sO

이번 이슈페이퍼의 세 글을 통해 함께 문제의식을 넓혀나갈 수 있는 자리들이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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