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09월[국내이슈] 이주/난민에게 재생산의 권리란 무엇일까

이주/난민에게 재생산의 권리란 무엇일까

 

박정형 / 한국이주인권센터

 

 

난민신청자 A씨가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로부터 출산지원을 받은 ‘감동적인 사연’

 

에티오피아에서 온 A씨는 올해 6월 출산이 예정되어있던 난민 신청자이다. 출산 예정일을 2개월 남겨 놓은 4월에 도저히 분만비를 해결하지 못하겠다며 우리 기관에 상담을 요청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리 기관과 교류가 있는 산부인과에 분만 지원에 대한 도움을 문의했다. 산부인과에서는 감사하게도 마침 6월에 난민의 날이 있으니 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난민인 A씨에 대한 분만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시기가 좋았던 A씨는 ‘운이 좋게도’ 분만비를 전액 지원 받고 6월 말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했다.

 

해당 지원은 비단 산부인과만이 아니라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었다는 것은 후에 A씨에 대한 지원으로 20건이나 넘는 기사들이 생성되고서야 알았다. 기사들은 A씨를 ‘수혜자’,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의 A씨에 대한 분만비 지원을 ‘잔잔한 감동’, ‘선한 지원’ 이라고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방송사에서 A씨에 대한 사연을 다루고 싶다는 연락들이 왔다. A씨는 더 이상의 주목은 받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이주민들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숱한 상담들을 해왔던, 그리고 이주민에 대한 이슈가 생길 때 마다 그렇게 여러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도 기사 하나라도 나오면 고맙고 안 나와도 그러려니 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의 입장에서는 언론사들의 주목이 솔직히 매우 당황스러웠다. 인천시나 관광공사가 한 난민에게 출산 지원을 한 것이 이렇게 뉴스가 될 일인가.


난민 신청자 A씨는 왜 출산비를 걱정해야 했나_출산을 위해 헤매야 하는 난민 신청자들

 

당황스러웠던 마음은 기사를 찬찬히 보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기사들은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가 ‘나눔 의료’사업을 올해 ‘외국인환자’ (고작)4명에게 의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애초에 왜 ‘외국인환자인’ A씨가 출산비를 ‘지원’받았어야만 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인천시도, 언론사도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A씨는 2017년에 난민 신청을 하여 지금까지 5년 간을 ‘난민신청자’로서만 인천에서 거주하고 있다. 2017년에 난민 신청을 한 후 최종 불인정 결과를 받기까지 장작 5년 여의 시간이 걸렸고 올해는 불인정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 동안 한 번도 건강보험을 가입한 적이 없다. 난민 신청자는 지역건강보험가입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맘카드(고운맘카드)’라고 부르는 출산비 지원카드 역시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단순 노무직에만 종사가 가능한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직장건강보험 가입이 가능한 일자리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채로 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자연분만에는 200~300, 수술을 통한 분만에는 500~6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임신과 출산으로 난민들은 ‘재정적 재난 상태’에 처하게 된다. ‘난민 인정자’로 정부로부터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인도적체류’를 허가받았던 ‘인도적체류자’의 경우 2019년부터 지역건강보험의 가입이 의무화 되었다. 이전에는 마찬가지로 출산을 위한 지원처를 찾는, 어찌보면 ‘또 다른 피난길’에 올라야만 했다.

 

출처: 세계일보 https://bit.ly/3BmAzBv


출처: 경향신문 https://bit.ly/3cXEuLW 


난민들의 의료가 제도적인 공백 상태에 있기 때문에 임신 출산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민간 단위의 ‘지원처’들을 찾아야 한다. 지원처를 찾는 다는 것은 나의 어려움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어려움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곳에서 출산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에 거주해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인천 안에서 찾지 못해서, 출산과 검진을 위해서 타 지역으로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도 한다. ‘임신과 출산은 질병과 달리 계획이 가능하다’, ‘출산은 분만까지 시간이 있어서 준비가 가능하다’ 는 인식들은 출산 지원처를 찾는 데 또 다른 고비이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지원처를 찾아서 출산비에 대한 고비를 넘겼다고 하더라도 여성의 출산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임신 중 병원 이용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주여성들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 여성들은 병원에서 몸에 투여하는 주사, 급여하는 약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불안했다고 했다. 어떤 병원은 통역을 동행하지 않으면 병원을 이용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그 긴 병원의 일정들을 함께 해줄 통역을 개인이 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출처: 경향신문 https://bit.ly/3cXEuLW 


이주민들에게 ‘재생산의 권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사회의 이주민에게 권리란 ‘체류비자’와 연관되어 있다. 비자가 있느냐 없느냐, 비자가 있어도 어떤 비자가 있느냐에 따라 이주민들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다르다. 당연히 이주민들의 자녀도 마찬가지이다.

 

제도적으로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출산과 양육은 오롯이 이주민들 각자의 책임이 된다. 그 속에서 이주민들은 ‘혜택을 받기 위해 선별’되어야 하고, 선별되기 위해 내가 왜 힘든지를 인정받아야 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 받는 것이 아니라 ‘소외계층’으로서 ‘특별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가 ‘특별한 도움’을 구하지 않는 것, 내가 선택한 곳에서 출산을 하는 것, 출산을 해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경제적 빈곤 상태로 연결되지 않는 것, 내가 출산한 아이와 함께 원하는 곳에서 살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이주민의 재생산의 권리에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세계일보 https://bit.ly/3cYUs8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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