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12월[국내이슈] 섹스토이 소매업을 통해 성문화를 개척해온 사람들


왼쪽부터 주아현, 은하선, 강혜영, 셰리 


[대담] 섹스토이 소매업을 통해 성문화를 개척해온 사람들

: 주아현(RYX), 은하선(은하선 토이즈), 강혜영, 셰리(피우다)와 함께 나눈 이야기


셰어는 2022년 12월 이슈페이퍼 주제를 “섹스 토이는 성적 권리 증진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로 정해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국내이슈]에서는 섹스토이 소매업을 통해서 성문화를 개척해온 세 분, RYX의 주아현, 은하선 토이즈의 은하선, 피우다의 강혜영 님을 모시고 대담을 나누어 보았는데요, 세 분은 대담을 계기로 처음 대화를 나누었지만 이미 서로를 알고 있었고, 마음속으로 롤모델로 삼고 있었다고 하네요. 학교에 다닐 때 다른 분의 매장이 고등학교 가는 길에 있어서 등하교길에 눈에 넣어두었었다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대담 자리에는 혜영님의 파트너이자 함께 피우다를 함께 운영하고 계신 셰리님도 참석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어요. 셰어는 이번 대담을 통해서 세 분이 도전하고 확장해온 성문화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께도 그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전해드립니다. 


먼저 서로 인사를 나눠볼까요. 한 분씩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주아현 홍대 상수 쪽에서 릭스(RYX, Rock Your X)를 운영하고 있는 주아현입니다.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을 준비하고 있어요. 

은하선 홍대 산울림소극장 근처에서 은하선토이즈와 드렁큰비건 운영하고 있는 은하선입니다.

강혜영 해방촌에서 오프라인 매장인 피우다로 시작했고 현재는 온라인 매장만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제 두번째 매장을 준비하고 있고 어제 계약을 했어요.

셰리 강혜영의 파트너이자 현재 대학에서 일하고 있고, 피우다에서 성교육 컨텐츠를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연있는 섹스토이 이야기


강혜영 내가 사랑하는 토이는 너무 많아서 정하기가 어렵고, 사연있는 토이로 히타치를 소개하고 싶어요. 이건 등마사지기 파는 일본 회사 제품이었는데, 본인이 불감증인 줄 알았거나 오르가슴을 느끼는 방법을 잘 몰랐던 사람들이 베티 도슨[ref]베티 도슨은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의 저자다. 여성의 성적 자율성에 대해 강조하며 자위를 경험해 보길 제안했던 베티 도슨은 바디 섹스 워크숍에서 히타치의 '매직 완드'를 참가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했다.  [/ref] 의 책을 읽고 히타치라는 제품을 쓰고 처음으로 클라이맥스를 경험했다고 하는 사례가 있었죠죠. 여성이 바이브레이터를 써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걸 가시화 해준 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는 매직완드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서 다른 회사가 인수했어요. 엄청 강력하고 파워가 세며 퀵섹스에 좋아요. 요즘은 워낙 작고 예쁘고 파워풀하게 나오지만 저희는 미국 가서 그거 사와서 어댑터에 꽂아서 쓰기도 했어요. 오늘 가져오지 못해서 아쉽지만 꼭 언급하고 싶은 바이브레이터에요. 진동 반경이 넓고 깊게 자극되는 것이 장점이고, 등에 대고 있어도 시원합니다.  


<히타치 매직 완드 사진 >


나영 그러고보니 저도 첫 자위가 할아버지가 쓰시던 안마기였어요. 처음 성기 부근에 대보고 그 짜릿한 감각에 놀랐다가 그 느낌을 잊지 못해서 그 뒤로 몰래몰래 했었는데 어느날 안마기가 없어졌어요. 그 이후에는 어떤 바이브레이터를 써도 그게 안 느껴지더라구요. 그걸 너무 써보고 싶어졌네요. 다시 그 때 기분을 느끼고파.


은하선 저도 사연이 있는 걸 가져왔어요. 이건 쾰른에 있는 페미니스트 섹스토이샵에서 구매한 거예요. 저도 10대 때 처음으로 바이브레이터를 썼는데 당시에는 토이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저에게 파는 건 불법이라 직접 살 수가 없었어요. 그 당시 성인을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부탁을 해서 처음 쓰게 되었죠. 지금은 실리콘으로 된 부드러운 게 많지만 그 때는 왕왕 울리는 게 많았어요. 이건 2016년에 구매했는데 예전에 썼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 나요. 요즘에는 이런 바이브레이터는 사람들이 후졌다고 생각하는것 같아요. 요즘에는 판매도 잘 하지 않는 건데 틴에이져로 돌아가고 싶었던 기억이 나서 가져왔어요. 얘는 크리스마스용 느낌이 물씬 나는 것이라 가져왔고, 유리 소재입니다. 


<은하선과 크리스마스용 유리 소재 섹스토이, 고추모양 바이브레이터


주아현 저는 저의 첫 정식 토이를 가지고 왔는데 잘로 커리지라는 이름이에요. 사연이 있는 이유가 스무살 무렵 첫 월급을 받고 바로 토이샵에 달려가서 이걸 산 거예요. 당시 20만원 거금을 주고 샀어요. 혼자 처음 들어가서 뭐가 좋냐고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제대로 대답을 안해주는 거예요. 애매모호한 대답을 듣고 어떡하지 하다가 예쁜걸 골라야겠다 해서 샀던게 이거였어요. 그런데 딜도로서는 저에게 잘 맞는 제품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 때 그 경험이 제가 고객을 대할 때 어떤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하나 어떤 응대 방식을 가져야 하는지 기준이 생기게 해준 것 같아요. 피우다 매장에 가서 샀을 때는 정보를 얻고 이해가 되었던 것도 큰 참고가 되었어요. 근데 이 친구가 딜도로는 별로였지만 바이브레이터로는 잘 맞아서 섹스 데이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3년 정도 잘 썼어요. 제 응대 기준을 만들어주고 오랫동안 저와 함께한 친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아현과 잘로 커리지>


🌈창업을 결심하기까지


은하선 저는 토이를 좋아해서 모으면서 전시를 해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거에요. 10대 때부터 섹스토이숍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과외선생님에게도 했거든요. 대학에 다닐 때는 은하선이라는 이름으로 섹스칼럼을 썼죠. 그러다가 섹스토이샵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그때 수입과 유통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독일로 유학을 가게 됐는데 그때가 지금의 파트너를 만나서 함께 산지 1년쯤 지난 후였죠. 독일에 가보니 굉장히 많은 토이샵이 있는데 퀴어 페미니스트 친화적인 샵들이 많이 있었어요. 특히 베를린에요. 그 때 되게 많이 보게 되고 사람들이 편하게 가는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또 가고 싶었던 섹스 박람회가 있었는데 가서 토이도 많이 보고, 그때 되게 많이 얻어 왔어요. 독일에서 접한 토이에 대한 후기를 SNS에 올리다가 사람들이 구매를 물어봐서 구매대행을 조금씩 도와주게 되었구요. 2016년에는  파트너가 상수에서 퀴어들을 위한 술집을 오픈했어요. 걸스타운이라는 이름으로. 그래서 가게 한 켠만 달라, 이케아 선반 하나만 달라고 해서 그 공간에 제가 토이 전시를 하고, 사람들이 구경을 하다가, 원하면 그걸 독일에서 보내주고 하면서 시작을 하게 되었죠. 실은 애인이 힘들어했어요. 식당하면서 주문도 받아야 하는데 토이 설명도 해주느라 귀찮고 피곤하다면서.(웃음) 2015년에 냈던 책 이기적섹스가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으면서 한국에서 절 부르는 일들이 생겼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학교를 때려치우고 돌아와서 사업을 시작했죠. 걸스타운은 3-4년 하다가 문을 닫았고, 비건 레스토랑을 새로 오픈 하면서 본격적으로 섹스 토이 판매와 결합을 시켰죠. 돌아보니 15년-16년, 꽤 길게 달려왔네요!


나영 파트너 분이 레스토랑 운영 말고도 토이샵 운영에도 많이 참여를 하시나요?


은하선 파트너의 손재주가 굉장히 좋아요. 그래서 딜도를 만들어요. 저희 은하선 토이즈에서 판매하는게 그분이 색깔 조합해서 만드는 거에요. 요즘에는 다이레이터(질 형성술 후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도구)도 만들고 있어요. 최근에 성확정 수술을 하신 트랜스젠더 여성분과 국내 모 대학의 젠더 클리닉의 제안으로 다이레이터를 개발했습니다. 필요한 것, 불편한 부분, 원하는 것 등을 말씀해주셨고 저희가 여러가지 다이레이터를 비교를 하면서 제작했어요. 외국에서 만든 건 너무 길고 두껍다고 하시더라구요. 7월에 나왔는데 지금까지 8명에게 전달했어요. 


나영 여러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온건데,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면서 세운 목표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은하선 편하게 와서 섹스토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해요. 편하지 않더라도 일단 보게 되는.(웃음) 밥을 먹다보면 어쩔 수 없이 섹스토이를 볼 수 밖에 없거든요. 편안한 상황에서 섹스토이를 볼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랬고. 도대체 왜 밥을 먹으면서 섹스토이를 봐야하는가 물어봐요. 손님이 지금 섹스토이샵에 와서 밥을 먹는거다 라고 설명해요. 이렇게 얘길 하다보면 적응을 해요. 지금은 비건 섹스토이샵으로 운영하고 싶어서 젤 콘돔 도구를 다 비건으로 있고 퍼도 인조 퍼가 확실하지 않으면 물건 안 들여오고, 가죽도 인조가죽인지 확인하고. 최대한 비건으로 운영하려고 노력합니다. 가게를 작게 하는 이유는 무리하고 싶지 않아서가 가장 커요. 무리하게 팔아야하는 물건들을 가져다 놓지 않는거에요. 내가 좋아하는 지향에 맞는 물건들을 추천하겠다는 마음으로 작게 계속 하고 있어요. 


주아현 저는 미션스쿨을 다녔는데 중고등학교 때 성교육을 받으면 이걸 왜 이렇게 하지? 하는 의문이 많이 들었어요.  낙태하는 영상을 보여줘요. 애기가 도망다니고 자르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저는 정말 이게 뭐야?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울고불고 감정이입하고 난리가 났었어요. 하지만 저는 반대로 내가 성교육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꿈이 참 많았는데 성교육을 하는 사람이 그 중 하나였어요. 20대 초반에 제가 속옷 회사에 스카웃이 되어서 갑자기 입사를 해버렸어요. 하지만 일주일쯤 되면서부터 이건 아니다, 내가 원하는게 아니다 하고 두달만에 적응을 못하고 나왔어요. 그럼 이제 뭐하지? 하다가 재밌는 일을 해야겠다. 해서 이태원에 있는 토이샵에 취직을 했죠. 

거기서 일년 반 정도 일을 했어요. 처음부터 제가 너무 잘하는 거예요. 친구들이 놀리려고 들어왔는데 제가 정색을 하고 성교육을 하고 팔았더니 친구들이 도망을 갔어요.(웃음) 그때 그렇게 일을 하는데 와 이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구나 느꼈어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구나. 하지만 직원으로 일을 하면서 아무래도 사장님이 남성이고 페미니스트나 퀴어프렌들리한 곳이 아니다보니 그게 되게 아쉬웠어요.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내 거 진짜 차리고 싶다 하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그 가게가 정리를 하게 되었죠. 정리 이후에 돈 모으고 내 가게 차려야겠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같이 일하던 직원언니가 마지막 회식날에 술 마시다가 이거 제가 인수하면 안되겠냐고 말한 거에요. 제가 대출 상담을 받은 상태라 그럼 우리가 반반해서 인수하자고 해서 그렇게 하게 되었죠. 원래는 그 자리를 인수하려고 했는데 계약을 안해줘서 이태원이 아닌 홍대쪽에 가게를 열었어요. 

그 때는 더 젊은 상권으로 가보자 해서 홍대에 열었는데 와보니까 오히려 보수적이더라구요. 이태원은 아무래도 돈을 쓰는 분들이 연령대도 좀 있고, 외국인도 있는데 홍대는 20대 초중반이라 다들 들어오면 지갑 열기도 어려워하고, 준비나 고민이 안되어 있는거에요. 


또 다른 계기 중에 하나는 피우다가 영향을 많이 끼쳤어요. 피우다를 보면서 차리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릭스의 컨셉은, 저는 좀 쾌락주의자고 단순한걸 좋아하고.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느껴 저스트 두 웻(Just Do Wet)! 그냥 즐기자. 젖자. 섹스하자. 오르가즘 느끼자 바이브인 거 같아요. 한편으로는 직장 동료랑 같이 오픈을 했으니까 장단점이 있었던 거 같아요. 비슷한 지향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지만 그래도 차이가 있죠. 저는 그래도 “즐겨 느껴” 해도 사실은 이 안에서는 손님이 들어와서 뭘 얻고 가고, 몰랐던걸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퀴어프렌들리한 단어 선택에 신경을 쓰기도 했구요. 그냥 팔아재끼는게 아니라 사가서 속지 않았다고 느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토이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당했다고 느끼는 것보단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래서. 손님에게 저는 TMI를 발설하고 훅들어가요. 그래서 넌 느껴? 어떻게 느끼는데? 물어봐요. 직설적으로요. 무슨 음식 좋아하세요? 처럼. 


<홍대 릭스 매장 전경 사진>


강혜영 저의 창업계기를 말씀드리자면, 친하지는 않지만 (늘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지인 정도? 웃음) 가끔 보던 미국인 친구(셰리)와 레스보스에서 놀다가 배가 고파서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직장 생활은 어떠냐 돈 모아둔 거 좀 있냐 물어보더라구요. 그 때는 속으로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경제적인걸 물어봐서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저에게 어울릴만한 직업이 떠올라서 알려주고 싶었다고 하는거예요. 그게 섹스토이샵이라는 거였죠. 저는 섹스토이라고 하니까 성인용품이 겹쳐지면서 놀랐는데 그걸 감지했는지 자기의 경험을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미국 콜로라도에서 처음으로 샵을 가봤는데 먼지에, 거미줄에, 직원은 피곤해 보이고 이런 모습이었대요. 여자들이 갈 수 있는 게 이런 곳 밖에 없나 생각하다가 덴버에 있는 여성전용 책방에 갔는데 한쪽에 빨간 커튼이 있고 성인만 갈 수 있다고 써있었대요. 거기서 좋은 음악이 흐르고, 책을 추천하면서 딜도에 대한 설명이 있다고 안내했다고 하더라고요. 음악도 물방울 튕기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섹스토이를  이렇게 구매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대요. 그대로 계산해주세요 해서 첫 토이를 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곳이 한국에 없더라, 나는 섹스토이 샵을 하는 사람이 돈도 있어야 하지만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얘길 한거죠. 이 얘길 듣고 그 뒤로 그 이야기가 계속 아른거렸어요. 

이후에 셰리와 연인이 되고나서, “저번에 네가 말한 섹스토이숍 같이 오픈해 보자”고 해서 사업자등록증을 냈는데, 막상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제품 수입을 알아보니 수입 규제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폐업 신고를 했죠. 그러고나서 본업이었던 디자인 일을 하던 중에  강아지옷 창업을 결심하고 창업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창업 준비가 한창일 때 친구가 창업 준비 재미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재미있는데 사실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하면서 여성친화적인 섹스토이숍에 관한 이야기를 했죠. 한 번 오픈 시도를 했는데 규제가 많아서 폐업 신고를 했다고 했더니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던 친구가 관련 내용을 찾아봐 줬어요. 그 때 성인용품 수입 규제가 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결국 준비하던 강아지 옷 사업을 접고 섹스토이숍 준비를 하게 되었어요. 


<해방촌 피우다 매장 전경 사진> 


제가 하고 싶었던 컨셉은 제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차갑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하얀색을 많이 안 썼고. 물건도 누군가가 사고 가면 좋긴한데 1-2년 정도는 물건을 안사도 저기서 뭘 하나 배웠다는 느낌을 들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기엔 협소한 공간이긴 했지만. 가격대의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경제력이 안되지만 토이를 사고 싶긴 하니까. 여성들을 위한 걸 사러오는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 맞는 교육이나 제품을 많이 준비했어요. 

동선도 고려를 했는데 매장 오픈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좁아도 서로 안부딪치면 좋겠는 거에요. 그리고 실제로도 그 매장이 밖에서 보이잖아요. 여성들이 와서 숨어서 산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안되는 걸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싶었죠. 

하지만 첫번째 매장은 휠체어 접근성이 아쉬웠어요. 어느 날 다리가 불편한 손님이 오셔서 말해주시더라구요. 그런데 각도가 너무 가파르게 되어 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또 한번은 시각 장애인 분이 오셔서 온라인 사이트를 보셨는데 하나도 안 읽힌다는 것을 알려준 거에요. 손님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성하고 다양성을 생각하고 몸에 맞춰 안내해줘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그 준비가 안되어있었구나 했어요. 첨에도 휠체어 접근성 얘기를 해준 분이 있었는데 가볍게 들었어요. 너무 매장을 얻고 싶은거에요. 매장 공간이 한정, 한계가 있으니까 여러 선택지에서 다방면으로 고려는 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안되는 경우도 있고 충돌되고. 그래도 지금 준비하는 매장은 1층인데 계단이 있어요. 가능할 것 같더라고요. 팻말을 해놓고 간이로 경사로를 설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은하선 저희도 가게 오픈할 때 처음에 접근성을 되게 많이 고려를 했거든요. 그런 자리가 정말 안 나오고 입장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건물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요. 그러니까 너무 불편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도 가끔 휠체어 타면 손님들이 오세요. 그러면 휠체어 앞에다가 세워놓고서는 이렇게 친구들이 안고서는 오시기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문제는 개인 자영업자가 고려를 해도 할 수 있는 데 한계가 너무 있어서 건물을 지을 때 무조건 기준을  세우고 의무로 해야 해결이 될 것 같아요. 건물이  5층 이상이면 엘리베이터 넣어야 되는 것처럼요.  그리고 혹시라도 이제 건물주가 그것에 대해서 그렇게 공사를 하겠다고 하면은 정부나 이런 데서 지원을 해줘야 바뀔 것 같아요. 


🌈나의 운영원칙과 전략을 세우기


강혜영 제품을 선택할 때 처음에는 다 써보고 결정하겠어! 했는데 이건 사실 불가능한거고, 최대한 어쨌든 신중하게 선택해요. 안전한지, 가격이 괜찮은지, 여러가지 고려를 해보는데 최대한 안전하게 판매하려하고. 한편으로는 구매할 손님이 원하는 가격대도 있고 하니까 젤 성분 같은 경우는 무조건 안전하다에만 올인하긴 어렵더라고요. 성분과 가격을 동시에 잡는게 어렵기도 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드리고 싶은데 고민되는 지점이 있어요. 


은하선 저도 직접 써보고선 팔고 싶었다는 것이 저의 바람이에요. 저는 가능한게 아직 규모가 작아서. 은하선의 취향만 가져다 놓는다. 그걸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어요. 취향에 안맞는 손님은 안사도 좋다. 단독 매장을 하면 이런걸 할 수 없죠. 아마 단독 매장하면서  이런식으로 하면 1년도 못 갈 거예요. 


강혜영 사람들한테 다방면으로 추천했는데 그게 자기한테 안 맞으면 내가 추천을 못하는 사람이 된 거 같죠. 몸이 다른 것인데… 


나영 안전의 기준으로 제시할 수 있는게 있을까요?


강혜영 예전에는 PVC를 실리콘이라고 하면서 팔기도 하더라구요. 한 번을 쓰더라도 그런 식으로는 안되죠. 얼마나 몸에 영향을 주는지 정확하게 모르니까. 안전이라고 했을 때는 소재, 성분,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애널에 사용한다면 애널 전용을 알려드리고. 안전하게 쓰는 방법을 같이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죠. 또 고객도 안전해야 하지만 우리도 안전해야 해요. 혹시라도 좀 경계심이 드는 손님이 느껴지면 내 감을 믿고 빠르게 내보내거나 그런 편이에요. 다른 손님들도 불편하면 안되니까요.


은하선 그래서 우리가 돈을 못버는거에요.(웃음) 퀴어 프렌들리 매장이 디폴트가 되어야 하는데요. 이전 가게 같은 경우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었냐하면 와서 밥먹다가 옆에 트랜스젠더 손님들이 있는데 똥꼬충 받는 가게 망해버려라 하면서 크게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그래가지고 제가 나가라고 그랬죠. 돈도 안받고 내보냈어요. 그런데 이 얘기가 워마드에 올라왔더라고요. 저도 제 입장을 올렸고요. 그랬더니 제가 없던 일을 지어냈다는 식으로 또 댓글을 단 일도 있었어요. 진짜로 그런 이제 일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이제 간혹 가다가 혐오 발언들 하죠. 혐오 발언하면 이제 내보내기도 하고요. 


<은하선토이즈&드렁큰비건 매장 내부 전경>


강혜영 그런데 그거 좋지 않아요? 내가 사장이니까.


주아현 맞아요. 맞아요. 그냥 대놓고 면박 주고 이렇게라도. 


은하선 또 다른 한번은 혐오발언을 해서 하지마시라고 했더니 뭐라고 하면서 나가면서 나중에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세지로 직원교육 잘 시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직원이 손님말을 엿듣는다고.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크게 장사를 하려면 어느 정도 눈을 감아야 하는데 그게 좀 슬픈 일인 거 같아요.


주아현 저는 남자 손님들이 우루루와서 다른 손님들에게 불편감을 끼친다 싶으면 오히려 민망하게 푸쉬를 해요. 그럼 알아서 나가.


은하선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추천하기 위해서 오픈했는데 어느 순간 파이터가 되어있어요


주아현, 강혜영 (격한 공감)


강혜영 “이거 대답해주면 사려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말하면 저는 안 사도 괜찮다고 해요. 나중에 저희는 가게에 직원 존중에 대해서 써붙이기도 했어요. 


주아현 제 운영 원칙은 이 사람이 이걸 쓰는 방법을 정확하게 익힌다를 알려주는 거.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사는 사람이 있으면 작동 방법, 충전 방법을 다 설명을 해줘요. 사용할 때 꿀팁도 알려줘요. 설명서에는 없는 내용, 체위 같은 것도요. 사놓고서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쓰는지 알게 해주는게 원칙. 무조건 즐겁게! 텐션이 높았을 때 섹스! 느껴! 바이브가 되어야지 판매를 해요. 내 기분이 좋아서 상대방한테도 전해지는. 내가 기쁘기, 상대방이 정확히 쓰는 방법을 알게 하기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은하선 저는 퀴어들이 편하게 와서 구경할 수 있는 구매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혐오발언이나 섹스토이를 가지고 조롱, 희롱 하는 손님들을 제지하는 방침을 세웠죠. 요즘 대부분 그러진 않은데 그래도 그런 분들이 오시면 그렇게 대응하고, 또 비건 제품으로 판매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말씀 드릴 수 있을거 같아요. 


나영 혹시 유튜브 워크샵 등 다른 컨텐츠와 같이 시너지를 낸 경험이 있으신가요?


강혜영 유튜브는 저희 고객들이 본다고 생각하는 정도에요. 유튜브가 계속 신고를 당해서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어요. 영상 5개가 한국에서 노출 안되게 된 상황이에요. 그걸 만들기 위해서 시간과 역량을 쏟는데 허무하죠. 하지만 그것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고. 100명이라도 보는 사람이 있어서 만드는거니까 계속 하고 있어요. 그리고 둘이서 책을 쓰고 있어요. 맨날 책쓰면서 멱살 안잡아서 다행입니다. 우리 나중에 우리 만의 성교육 책을 써보자했어요. 운영 하면서 경험을 해봤으니까요. 셰리가 연구자니까 논문으로 영어로 써두면 제가 재미있게 풀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은하선 전 최대한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하는 게 목표입니다. 저희 가게 같은 경우에도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쉬어요. 그래야 제 삶이 굴러가거든요. 섹스토이를 팔기 위한 노력은 생각보다 많이 안해요. 섹스토이 워크샵 요청이 들어오면 하고, 학교 다니면서 성교육을 하고 있어요. 올해는 은하선이 아닌 본명으로 사는 일이 많은 한 해였어요. 

그 동안에는 사실 은하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일이 있었어요. 섹스토이를 파는 음란하고 문란한 사람이라고 문제제기를 받고 항의받는 일들이 많았죠. 예를 들어서 까칠남녀 방송할 때도 그랬고 다른 방송들 할 때도 그랬고. 노출을 줄이니까 편안해진거에요. <바이브레이터의 나라>를 읽으면서 떠올린게 3-4년 전에 출판사랑 계약을 했어요. 독일에 있는 여성들을 위한 토이샵 인터뷰를 했는데 도시마다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책을 낼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인터뷰를 해서 가지고 왔지만 진척을 못시켰어요. 지금 생각하는 건, 한국에 있는 여성들의 인터뷰를 담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 같아요. 물론 토이샵 하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한데 제가 해야할 일은 이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다이레이터를 만들면서  내가 왜 이일을 하게 됐는지 떠올렸어요. 아주 예전에 어떻게 생각했냐면은 내가 이렇게 많이 섹스토이를 모아놨으니까 사람들을 협동조합처럼 모아서 쓸 수 있게 하자 이런 생각을 처음에 했었거든요. 소독을 해서 돌려쓰는!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그 때 일을 잊고 있다가 떠올렸어요. 가게 운영하면서 상처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까 이런 이야기를 모을 수 있는 것도 나밖에 없겠구나 싶어요.


🌈지속가능성과 성적 권리 확장에 기여하기


강혜영 여전히 섹스토이에 대해서는 편견이 많죠. 예를 들어 위생정화구역의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과연 궁극적으로 의문이 드는게 청소년이 성인용품을 보는 것이 이렇게까지 해가 되나. 술 담배도 다 보는데 그건 괜찮은데 딜도는 안되나. 그렇게 까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새롭게 공간을 마련하고 보금자리를 찾을 때 그런 답답함이 많아요. 어딜 전화해도 명쾌하게 알려주지 않아요. 늘 불편하고 어렵고. 은하선님이랑 늘 비슷한 일을 겪어요. 코로나 때도 많이 어려웠잖아요. 일반 자영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에서도 제외가 되고. 은행도 성인용품점은 안 된다고 해서 처음에 빚이 많았거든요. 그걸 다 갚고 나서 절대 어디서 돈도 빌리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운영하면서 3년 넘는 동안 월급만 받았어요. 월급을 받으면서 유사시에 코로나 같은 상황에 대비해서 재정을 대비하고 있어요. 온전히 저희 선에서 다 해결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은하선 대출이 안나와요. 크게 사업을 벌릴 수는 없지만 제 마음은 편하죠. 음식점이랑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월세가 더블로 들지 않으니까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죠. 할머니가 되어도 딜도를 파는게 꿈이에요. 조금씩 벌면서 꾸준하게 가자가 목표에요.


주아현 sns 노출이 안되고 개인들끼리 하고 홍보 효과를 노리고 했는데. 다 막히는거에요. 처음에는 잘 몰랐으니까 귀여운 콘텐츠로 하면 되겠지 했는데 막히고. 최대한 티가 안나는 걸로 하자 했는데 다 막히고. 주로 인스타가 많이 막혔어요. 네이버 블로그도 다 내려가고. 나중에는 어차피 짤리는데 싶어서 의지가 꺾였어요. 처음에 쎈 이미지를 써서 좀 더 필터 대상이 됐던 거 같아요. 


나영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의 그런 규제들에 대해서. 심지어 유산유도제 사이트들도 차단하고 있는데, 어떤 방향이나 대안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본게 있으살까요?


강혜영 저는 성교육에도 섹스토이를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틴에이져들이 잘 모르잖아요. 불만을 얘기하는 부모님들로부터 전화가 오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지나가는 자리에 섹스토이샵 열었다고 항의하시는 건데 저는 당연히 알아야 된다고 이야기 했어요. 섹스토이란 것 자체가 성생활의 일부이고 학교 성교육에도 안전하게 섹스토이 이용하는 방법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은하선 10대들을 대상으로 섹스토이 파티를 했다가 경찰이 7명 왔어요. 경찰서 세군데서 온 거에요. 사랑과 전쟁처럼 경찰들이 문을 열었어요. 난교파틴줄 알았나봐요.(웃음) 놀랐던 건 10대들이 하나도 안놀라고 자리를 지키는거에요. 다들 뭐래? 하면서 같이 있었어요. 경찰들은 채증하고. 알고보니까 사람들이 전화를 많이 넣은 거 같더라구요. 경찰은 교육적인 목적은 괜찮다, 판매는 하지 말라고 했어요. 경찰들도 구경하더라구요. 그 일을 겪고 나서 놀라서 독일 샵에 갔을 때 10대들이 오면 괜찮냐고 물었어요. 주에 따라 다르다고 답하더라고요.  

저는 섹스토이는 정상 섹스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도구라고 생각해요. 


나영 성에 대해 권리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폭력을 구분하지 않고 무조건 차단하기만 바쁘죠. 정책상 개념도 없고, 구분하고 다룰 수 있는 정치인도 없고, 교육자도 없고. 이런 환경에서 되게 중요한 일들을 하고 계셔요 정말. 성교육에 섹스토이 꼭 들어가야한다고 저도 생각해요. 앞으로 우리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까요?


강혜영 현장에서 일하면서 현장 감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얘기가 있는거 같아요. 이런 소스를 받아서 활동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저희의 목소리를 잘 들어서 셰어에서 잘 하실 것이라 생각해요


은하선 모여서 이야기할만한 곳이 없어서 갈증이 있었죠. 업계 사람들끼리 만나지 않거든요. 가게를 하다보면 사람 만나기도 애매하고.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서 너무 좋았어요.


주아현 이제 머리가 새하얘졌어요.(웃음)


나영 셰어는 이제 색다른의원과 연계해서 관련 활동들을 해보려고 하거든요. 연계사업할 때 섹스토이 워크샵을 해볼 수도 있고 정책적으로도 제안해볼만한 부분을 얘기해볼 수 있겠어요. 앞으로를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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