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12월[국제이슈] 트랜스젠더/퀴어가 새롭게 써내려가는 성애를 위해 섹스토이와 반려되기


트랜스젠더/퀴어가 새롭게 써내려가는 성애를 위해 섹스토이와 반려되기


수엉 고양이와 강아지를 좋아하는 젠더연구자


최근 몇 년 사이에 글로벌 섹스토이 시장은 다양한 젠더와 몸을 긍정하고 모든 몸을 환영하는 섹스토이의 등장을 목격하고 있다.[ref]영어나 구글 번역에 익숙한 이들은 trans inclusive, gender inclusive, gender neutral, all gender + sex toy로 검색해보세요! [/ref] 이러한 도구들은 성행위에 빈번하게 활용되는 신체 기관에 부착된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형태와 표현을 지향한다. 어떤 도구들은  사용자의 성별이나 성별정체성을 호명하지 않고 빨기, 핥기, 진동하기, 삽입하기 등의 기능을 강조한다. 어떤 도구들은 특정한 몸에 특화된 기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 이를테면 호르몬 투여에 의해 달라진 몸을 염두해 두고 개발된 도구가 있다. 또 어떤 도구들은 다양한 신체부위를 다양한 방식으로 자극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여기저기 두루두루 쓰이게끔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글은 모두를 위한 섹스토이가 될 수 있는 섹스토이들을 소개함으로써 섹스와 섹스토이, 혹은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과 상상력을 확장시키려는 글이다.


그에 앞서, 내가 트랜스젠더/퀴어로서 섹스와 섹스토이에 갖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의 어떤 부분은 섹스와 섹스토이를 두려워한다. 타인과의 섹스는 그 과정에서 내가 타인에 의해 어떻게 인지될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자위라고 더 낫지는 않은데, 그 과정은 내가 이 사회에서 내면화한 몸에 대한 지배적인 각본을 마주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신은 없다고, 이러한 두려움은 몸을 굳게 만든다. 쾌락보다는 위화감, 어색함, 괴로움, 의심, 우울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 두려움 중 다른 일부는 섹스토이를 탐색하고 구매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내가 섹스토이에 의해 어떻게 인지될 것인지와 관련이 있다. 섹스토이를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샵에 입장하려고 해보자. 성인인증을 하기 위해 국가가 지정하는 성별이 반영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우리 중 일부는 이미 성적 권리를 위한 내/외적 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어떤 쇼핑몰이 퀴어프렌들리한 쇼핑몰인지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다면 그렇게 간신히 들어간 쇼핑몰의 상품 설명란에서 나에 대한 모욕과 부정을 잔뜩 경험하게 된다. 온라인도 이런데 오프라인은 오죽할까?[ref]그러니 이슈페이퍼 이번 호 대담집에 참여한 샵들을 비롯해 섹스토이로 사회운동하는 좋은 샵들을 이용해보세요! [/ref] 여차저차 그렇게 간신히 얻게 된 섹스토이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무뎌지기. 하지만 무뎌진 몸으로는 섹스를 즐길 수 없다. 자위와 섹스는 평등하지 않고, 어떤 경우 섹스토이는 즐거움이 아니라 불평등을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최근 아드리안느 마리 브라운이 쓰고 엮은 쾌락 액티비즘: 기분 좋음의 정치학 Pleasure Activism: The Politics of Feeling Good을 읽었다[ref]

brown, adrienne maree. Pleasure activism: The politics of feeling good. AK press, 2019. 아쉽게도 번역되지 않았다. 몇 가지 본문구절을 소개해보자면, “We are in a time of fertile ground for learning how we align our pleasures with our values, decolonizing our bodies and longings, and getting into a practice of saying an orgasmic yes together, deriving our collective power from our felt sense of pleasure.”

“Pleasure is a feeling of happy satisfaction and enjoyment. Activism consists of efforts to promote, impede, or direct social, political, economic, or environmental reform or stasis with the desire to make improvements in society. Pleasure activism is the work we do to reclaim our whole, happy, and satisfiable selves from the impacts, delusions, and limitations of oppression and/or supremacy.”

“Pleasure activism asserts that we all need and deserve pleasure and that our social structures must reflect this. In this moment, we must prioritize the pleasure of those most impacted by oppression.”

“Part of the reason so few of us have a healthy relationship with pleasure is because a small minority of our species hoards the excess of resources, creating a false scarcity and then trying to sell us joy, sell us back to ourselves.”

[/ref]. 저자들은 묻는다. 에로틱한 쾌락을 느끼고 추구하는 활동이 액티비즘이 될 수 있을까? 야한 행동, 야한 감각, 야한 몸, 야한 관계를 추구하는 행동은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과 어떤 관계일까?? 성적인 것에 대한 나의 감각을 새롭게 실천하는 과정은 세계와 새롭게 관계맺는 과정이다. 성적인 감각은 몸과 세계에 대한 감각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섹스를 오드리 로드가 말한 “우리 안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힘”으로서 성애(the erotic)를 연습하고, 상상하고, 확장하는 실천으로 보길 제안한다.[ref] 오드리 로드 지음, 주해연, 박미선 번역. 시스터 아웃사이더. 후마니터스. 2018. [/ref] 그 과정에서 섹스토이를 탐구하고 사용하는 것을 트랜지션의 일종으로, 자신의 욕망에 맞게 자신의 움직임과 몸을 변형시키는 과정으로 보길 제안한다. 내가 아는 많은 트랜스/퀴어 친구들은 이미 자신을 부정하거나, 잘못 호명하거나, 냉대하거나, 차별하는 사회에서 스스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싸우고, 협상하고, 새로운 각본을 쓰는 데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우리는 섹스를 하는 과정에서 몸과 섹스에 이미 부착되어 있는 성별이분법을 거부하거나 재전유하며, 그렇게 내 몸이 이 세계와 관계맺는 방식을 새롭게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섹스토이는 내 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감각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내 몸을 즐거움과 만족과 쾌락이 흐르는 몸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아래는 지도 없는 쾌락의 바다를 스스로 혹은 타인과 함께 탐구해 나갈 의향이 있는, 트랜스젠더, 퀴어, 논바이너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살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섹스토이들이다. 섹스토이를 탐색하고, 구매하고, 활용하고, 세척하고, 보관하는 모든 과정이 자신의 몸과 불화하는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새롭게 알아가는 경험이 되길 바라면서, 이것저것 소개해보고자 한다. 안전사항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섹스토이의 활용방식은 개인적으로 다양할 수 있다. 섹스토이의 효과는 그 기능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디자인, 분위기, 색깔, 그에 얽힌 상징과 기억 등이 모두 작용한다. 모두의 몸은 모두 다르고, 그 몸을 제일 잘 알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고, 섹스토이는 그 방식의 범위를 넓혀준다. 내가 갖고 있거나 갖고 싶은 섹스토이들을 모아봤다. 저것들을 구매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이러한 섹스토이가 있으니 잘 참고하여 우리의 상상력을 넓혀보자는 의미로 몇 가지 꼽아보았다. 혹여나 구매하신다면 꼭 후기를 남겨주세요. 그럼, 섹스토이와 함께, 눈감고 러브다이브!


🌈LELO Sona 2 Cruise[ref]https://www.lelo.com/sona-2-cruise [/ref]

레로 소나 2 크루즈. 이것이 바이브레이터의 미래다. 이 섹스토이는 초음파를 쏜다. 일반적인 바이브레이터가 물리적인 진동을 통해 몸 외부를 자극하는 데 반해 이 섹스토이의 초음파 진동은 몸의 표면과 형태를 통과해 몸의 내부를 자극한다. 세상에 너무 신통방통하다. 그 중 크루즈 모델은 압력을 감지해서 사용자가 도구를 몸에 세게 누를수록 진동이 세지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너무 신기하고 써보고 싶어서 넣어봤다.


🌈히타치 매직완드[ref]https://hitachimagic.com/ [/ref] 

초음파를 활용한 도구 이전에 히타치 매직완드가 있다. 크기가 생각보다 아주 큰데, 크기에서 나오는 강력한 진동이 피부 바깥에서 안쪽까지 울려퍼진다. 히타치 사는 이 제품이 근육 마사지용 의료도구로 만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섹스토이로서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었다. 1960년대에 개발된 이래 50년 넘게 가장 강력하고 가장 클래식한 바이브레이터로 바논바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불감증 치료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제품 하나가 아예 장르가 되어버린 섹스토이. 히타치의 것을 필두로 다양한 사이즈의 (더) 귀여운 매직완드들이 많이 출시되었다.

 

🌈Enby by Wild Flower[ref]https://wildflowersex.com/products/enby-2 [/ref] 

엔비. NB. 논바이너리의 줄임말을 본따 제품 이름을 지었다. 그만큼 시작이 아주 좋다. 개발부터 판매, 홍보까지 “people of all genders”를 위한 섹스토이임을 강조한다. 생김새가 아주 이상한데… 그 이상함이 핵심이다. 말랑하고 신축성 있는 실리콘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구부리고 말아가며 다양한 모양의 신체부위에 다양한 방식으로 쓸 수 있다.


🌈Buck Off[ref]https://buckangel.com/products/buck-off-buck-angel-ftm-stroker [/ref] 

테스토스테론 투여 등으로 몸이 변하는 트랜스남성과 젠더퀴어들에게 특화된 섹스토이다. 트랜스 포르노스타로 출발해 성교육자, 활동가로 활동하는 벅 엔젤 씨가 적극적으로 개발에 참여했다. 이 제품을 필두로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돌출한 신체부위를 자극할 수 있는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었고, 지금에 와서 선택지가 아주 다양하다.


🌈iroha series by Tenga[ref]https://iroha-tenga.com/en/iroha/ [/ref] 

이건 그냥 예뻐서 넣었다. 예쁘면 기분이 너무 좋지 않냐!!! 넘 예뻐 갖고 싶어. 침대 옆 장식용으로도 딱이다. 넘 예뻐!!! 이로하+ 시리즈 세 종류 모두 예쁘고, 이로하 사쿠라도 진짜 예쁘다.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일듯. 아 너무 예쁘다.


🌈PRIDE FUSION PLEASURE BASE STRAP-ON DILDO PRIDE 5.3 INCH[ref]https://www.wetforher.com/pride-fusion-base-strap-on-dildo.html [/ref] 

이반지하가 이미 15년 전에 딜도 차고 보는 재미에 대해 설파한 바 있다. 삽입형 제품은 워낙 다양해서 무엇을 넣기도 애매해서, 우리 성소수자 인권을 환기시키는 디자인을 골라보았다. 이 제품은 세 손가락 사이즈, 스트랩온, 착용자 신체외부 자극형 딜도다. 딜도는 삽입부의 사이즈와 모양, 착용 방식 (스트랩온/스트랩리스), 착용부의 모양 (평평한 것, 표피자극, 내피자극 등) 등 그 형태와 디자인이 아주 다양하니 이것저것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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