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06월[리뷰] 모든 사람은 여자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이를 싫어한다: 피메일스 서평

[리뷰] 모든 사람은 여자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이를 싫어한다: 피메일스 서평


혜원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이미지 출처 : 알라딘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2987782 


안드레아 롱 추의 《피메일스》를 펼치자마자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발레리 솔라나스가 쓴 희곡<니 똥구멍이다Up Your Ass>의 대사로 가득한 목차는 왜 솔라나스와 롱 추의 글들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는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작가이자 비평가, MTF 트랜스젠더인 롱 추는 솔라나스의 <니 똥구멍이다>와 《SCUM선언문》을 재해석하며 ‘여자’와 성별을 둘러싼 논쟁들을 풀어냈다. 이들은 진지한 비판과 비난, 선을 넘나드는 조롱이나 우스갯소리를 통해 성별과 젠더에 관한 논의를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사람은 여자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이를 싫어한다

1967년에 배포된 《SCUM선언문》은 남성은 불완전한 여성이라고 선언하며 남성이 여성을 비난해 온 구실을 그대로 가져다가 남성의 절멸을 제안하는 근거로 든다. 롱 추는 이에 대해 솔라나스가 결국 성별 간의 젠더반전을 통해서 남성에 대한 여성혐오 misogyny 를 제안하고 있는 셈이라고 해석한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용감하고 공격적인 남성과 약하고 의존적인 여성이라는 특성, 구분을 남성들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스릴을 즐기는 여성들의 세상을 꿈꾼다. 솔라나스는 남자들이 남성이라는 특성과 구분을 유지하기 위해 계집애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성을 혐오하며 여성이 아니기 위해 끊임없이 ‘남성성’을 확인받으려 하는 남자들은 결국 ‘진정한 남자’ 됨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또한, 페미니스트들 역시 전통적인 여성, 약하고 의존적인 여성이라는 특성과 구분을 원치 않는다. 이는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바로 그만큼 여성혐오를 표출하는 것이며, 결국 모든 사람은 여자이고, 모든 사람은 이를 싫어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롱 추는 이를 ‘여자다움’을 억압하려는 솔라나스 나름의 시도로 해석한다. 그리고 ‘여자’는 생물학적 성별도, 젠더도 아닌 ‘존재론적 성격을 갖는 무언가’라며 질문을 던진다.


정체성의 진실이 아니라 ‘욕망의 힘’

“오직 여성이고 싶어서 트랜지션을 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롱 추는 묻는다. 성적 지향은 각자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젠더는 타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표현이고, 따라서 젠더란 대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롱 추는 질을 가져야 진짜 여성이 될 수 있다는 믿음, 확정 수술을 통해 자신의 몸을 더 편안히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라거나, 트랜지션은 미적 선택으로 개인적인 것이라는 단서를 붙이는 페미니스트들이 퇴보적이라며 비판했다. 예쁜 보지를 가지고 싶은 욕망은 결코 개인적인 결정만이 아니다. ‘여성’이 되기 위해 아랫도리 수술을 원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여성이 질을 갖고 있어(p.175)서다. 트랜지션은 내가 어떤 모습이기를 욕망하는지 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 어떻게 (멋져) 보이는지의 과정이기도 하다. 롱 추는 여성성과 남성성, 트랜지션을 둘러싼 ‘정체성의 진실’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트랜스성’이란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며, 성별과 젠더에 있어 정치적, 사회적 담론이 아닌, ‘욕망’, ‘욕망하는 존재’로 여성성과 트랜지션을 다루고자 했다.


혼란스러운가. 괜찮다.

이슈페이퍼 원고를 준비하며 안드레아 롱 추의 《피메일스》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솔라나스와 롱 추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여자에 미쳐 있는가? 잘 읽히지 않는 문장들과 수많은 여자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왜 불편할까? 이제 여성성, 남성성,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에 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한다. 하지만 동시에 여자답지 못할 때, 남자답지 못할 때에도 분노한다. 이 차이들을 둘러싼 ‘성별’이, 그리고 이 성별을 둘러싼 ‘보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피메일스》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치적 내용의 올바름을 들먹이며 욕망을 검증하려는 순간, 우리는 어떤 욕망은 명령하고 어떤 욕망은 금지하게 된다.(171p)” 롱 추는 스스로에 대한 정체화와 상대방이 욕망하는 젠더 사이 불편함을 꺼내길 제안한다. 욕망하기에 욕망하는 것, 이 욕망들을 채우지 못해 얻는 실망, 욕망의 구조와 다채로움에 대한 ‘힘’들을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하고 나누기를 제안하고 싶다.




셰어의 활동 소식과 성·재생산에 관한 뉴스를 받아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셰어의 뉴스레터를 
신청해 보세요. 알찬 소식으로 가득찬 뉴스레터를 월 1회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