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젠더퀴어/논바이너리의 재생산 욕망과 법적 규제의 현실, 나아갈 방향[ref]본문에서는 트랜스젠더/젠더퀴어/논바이너리를 ‘트랜스’로 줄여서 포괄적으로 사용한다.[/ref]
최예훈(기획운영위원, 색다른의원 원장)
1.
현재 법원에서는 정신과적 진단이나 호르몬요법, 외부성기수술과 같은 의학적 치료에 기대어 ‘충분히 트랜스인가’를 판단하고 성별 ‘허가’를 내고 있다. 또한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서류로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발생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의사 명의의 진단서나 감정서’가 있다. 법률에 정해진 내용은 아니지만 관련 지침을 법원 내부의 관행으로 아직 따르고 있는 것이다.[ref]정식 명칭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으로 2006년 제정 이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쳤다. https://portal.scourt.go.kr/pgp/main.on?w2xPath=PGP1051M04&c=900&jisCntntsSrno=3226349&srchwd[/ref] 다시 말해 성별정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식능력 제거, 즉 불임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런 법적 환경에서 ‘성별정정’과 ‘생식능력 제거’는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이며, 아직 아이가 없는 트랜스인들은 사실상 강제불임수술을 요구당함으로써 처음부터 ‘부모됨’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있다. 이처럼 트랜스의 재생산 욕망은 감히 가질 수 없거나 품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이를 낳거나 기르면서 가족을 꾸리고자 하는 욕망을 재생산 욕망이라 부른다면, 한국에서 트랜스로 살아간다는 것은 재생산 자체가 금기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가족을 꾸릴 권리마저 빼앗길 것을 각오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ref]참고로 성별정정 시 당사자의 결정 이외에 어떤 요건도 추가하지 않는 자기선언모델을 채택한 국가로 아르헨티나, 덴마크, 몰타, 콜롬비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벨기에 등 20여 개 국가들이 있다. 성별정정에 있어 더 이상 정신과적 진단이나 강제불임시술 등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트랜스 정체성의 탈의료화를 의미하거나 재생산 정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최초로 이 모델을 채택한 아르헨티나에서는 생식능력 보존 시술, 난임 정책 등 재생산 의료 정책 및 제도에서 트랜스 배제가 있었다. 재생산과 관련한 법적, 의료적 환경의 뒷받침 없이 성별정정 제도만으로는 트랜스 재상산 정의 실현에 한계가 있다.(Blas Radi(2020), “Reproductive injustice, trans rights, and eugenics”,『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Matters』)[/ref]

사진 설명: 미국에서 임신중지와 트랜스 권리를 함께 요구하는 시위의 모습. 시위 참여자들은 MY BODY MY CHOICE 라고 쓰여진 피켓과 TRANS RIGHTS ARE HUMAN RIGHTS라고 쓰여진 피켓을 나란히 들고 있다. (출처: https://www.advocate.com/opinion/abortion-trans-care-attacks )
2.
트랜스에 대한 재생산 금기의 배경에는 성별이분법과 이성애 규범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에게만 재생산을 허용하는 현실이 있다. 가족이라고 하면 결혼이나 혈연을 중심으로만 상상하기 쉽지만, 가족은 종종 경제적 공동체이거나 상호의존과 돌봄의 공동체, 친밀함의 공동체이기도 하다. 재생산을 경유한 가족을 욕망한다는 것은 나와 세대가 다른 유전적/비유전적 존재와 공동체를 이루고 싶은 욕망이고, 사회적으로는 다음 세대를 재생산하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이러한 다층적인 욕망이 결혼한 이성애 시스젠더에게만 생기라는 법은 없지만, 현실의 법은 이성애 결혼제도 안으로 가족의 의미를 욱여 넣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법적 현실은 이미 존재하는 가족마저 해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성별정정 지침에서 다소 가볍게 보이는 ‘참고사항’은 혼인관계나 미성년 자녀 여부 사실도 조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법적으로 깔끔하게 성별정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혼을 하고 친권을 포기하라는 말이다. 말이 쉽지, 성별정정과 친자관계 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은 이미 자녀가 있는 트랜스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결국 트랜지션을 하더라도 ‘정상가족’ 형태를 유지하고 살거나 심지어 ‘자녀의 혼사를 막지 않으려고’ 자녀가 성년이 되고 결혼할 때까지 성별정정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런 요건을 둔 이유는 성별정정이 단순히 개인의 신분 변경만이 아니라 법적 가족관계를 모두 바꾸어 부모,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들도 바꾸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성별정정으로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버지로, 아버지가 어머니로 변경이 된다면 사실상 동성혼을 인정하는 일이 되므로 현행 법률과 상치된다는 것이다. 한편 어렵게 혼인관계를 끝내고 성별정정을 해도 가족관계등록부 상 자녀와의 관계는 바뀌지 않아 트랜스여성이 여전히 ‘부(父)’로 기재된다는 점도 문제이다. 결국 성별정정 요건이 가진 의미에는 기존의 가족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만 허용한다는 의도가 있다.[ref]가족구성권연구소(2025), 『가족신분사회』, 와온, 1부 나영정 「트랜스젠더 성별변경과 가족제도」 참조.[/ref]
하지만 트랜스에 대한 차별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재생산 욕구는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6년 2월 KITE 연구 중간 발표회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2%가 향후 자녀 계획이 있으며, 이 중 유전적 연관 있는 자녀를 원하는 사람이 28%, 파트너와 유전적 연관 있는 자녀를 원하는 사람이 21.3%, 입양 의향이 있는 사람이 34.5%였다.[ref]KITE(Korean Initiative for Transgender hEalth)는 ‘한국 트랜스젠더·성별다양성이 있는 사람 코호트 구축 및 건강 추적관찰 연구’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설문을 완료한 956명(트랜스여성 51.6%, 트랜스남성 29.5%, 출생성별남성 논바이너리 13.0%, 출생성별여성 논바이너리 6.0%)에 대한 중간 발표를 한 바 있고, 현재 이에 대한 자료는 아직 비공개 상태임을 밝혀둔다.[/ref] 더구나 트랜스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이미 자녀를 키우고 있는 트랜스 부모도 있으며,[ref]국내에는 자전적 자료가 아직 없지만, 해외에는 트랜스남성이 임신과 출산을 하고 양육하는 경험을 담은 자료들이 많이 있다. 현재《The Natural Mother of the Child: A Memoir of Nonbinary Parenthood》(Krys Malcolm Belc 저)가『논바이너리 마더』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고,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Freddy McConnell의 《Seahorse: The Dad Who Gave Birth》(2019), Jason Barker의 《A Deal with the Universe》(2018) 등이 있다.[/ref] 파트너와의 임신을 계획하거나, 파트너 이외의 사람들과 공동 양육을 결정하기도 하고, 입양 절차를 통해 파트너와의 아이에 대한 친권 인정을 받는 상황 등은 비단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ref]LGBTQ+가족을 지원하는 호주의 rainbow families라는 단체에서 발간한 《Trans and gender diverse parents guide》에는 트랜스 부모와 파트너, 공동양육자(co-parent),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가족 안팎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트랜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거나 트랜지션을 설명했던 경험, 트랜지션 이후 파트너나 공동양육자들과의 관계 및 역학 변화, 학교에서 부모로서의 대응 방법, 임신과 출산까지의 과정에서 있었던 의료 경험 등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ref]
유튜브 계정 ‘truly’는 최근 트랜지션 이전에 첫 아이를 낳고 트랜지션을 시작한 이후에도 두 아이를 출산하여 양육하고 있는 트랜스남성 메이슨의 인터뷰를 영상에 담았다.[ref]I’ve Given Birth As A Woman & A Man | MY EXTRAORDINARY FAMILY https://www.youtube.com/watch?v=uH4NzrB4waM 참조. [/ref] 그가 2016년 남성화 호르몬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임신한 영상을 SNS에 공유하였을 때, ‘왜 트랜지션을 하고 아이를 낳는 거야?’, ‘너의 아이가 혼란스러워할 거야’, ‘너의 아이가 고통받을거야’ 등 악성 댓글들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12살 첫째 스카일러는 트랜지션과 트랜스젠더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으며, 메이슨을 처음부터 아빠라 불렀고, 자기 밑으로 동생들을 출산하는 의미에 대해서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메이슨은 스카일러에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뿐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당신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똑똑해요.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삶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다르게 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처럼 많은 이들이 성별과 상관없이 자신의 재생산 능력을 사용하여 가족을 꾸리기를 욕망하고 실제로 그 욕망을 실현하고 있다. 단지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이미 태어난 사람에 대한 존중은커녕 강제불임수술과 같은 폭력을 행사하는 세상이 앞으로 태어날 아이 또한 차별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존재하는 이들의 삶을 지우지 않고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트랜스 청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미래를 그려봄으로써 현재를 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트랜스의 재생산정의에 관련한 이야기는 언제 하더라도 결코 이르지 않다.

사진 설명: 트랜스와 젠더 다양성을 가진 부모를 위한 가이드 표지 이미지 (출처: https://www.rainbowfamilies.com.au/trans_and_gender_diverse_parents_guide )
3.
누구나 재생산 욕망을 가질 수 있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는 가족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가족형태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성별과 무관하게 임신하고 부모가 되는 일을 가로막는 의학적·법적·사회적 관행들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하는 급진적인 예로[ref]클레어 혼(2024), 『재생산 유토피아』, 생각이음, 6장 참조.[/ref] 2013년부터 시행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Family Law Act’ 법률이 있다. 이 법은 생물학적 혈연 중심이었던 부모의 자격 기준을 부모가 되겠다는 합의로 바꾸어 기존에 친권을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준다. 혈연이나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임신 전에 아이를 함께 키우기로 서면으로 합의를 한 경우, 행정 서류인 ‘Statutory Declaration of Parentage(친자관계 법정 선서 진술서)’를 제출하면 법적 부모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여성 동성 커플 중 한 명이 정자를 기증 받아 임신을 하고 기증자를 포함한 셋이 공동 육아를 하기로 사전에 서면 합의했다면, 세 사람 모두 법적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부모가 아니면 법적 부모로 인정받기 어렵거나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드는 입양을 해야만 했던 친권 인정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이는 트랜스는 물론 동성 파트너 관계, 사실혼 관계에서의 인공수정, 공동 육아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부모의 권리를 인정하여 양육에 최선이 되는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가족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김순남은 ‘가족을 정치화하는 것은 새로운 시민적 유대와 친밀적 결속에 기반한 사회를 구성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고 하면서, ‘퀴어가족정치의 핵심은 가족을 단일하게 정의하지 않은 채 다양한 관계성 그 자체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새로운 가족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망을 상상할 수 있는 인식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어떠한 가족형태의 제도적인 ‘포함’만을 주장하는 식의 논의는 끊임없이 또 다른 낙인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ref]김순남(2022),『 가족을 구성할 권리』, 오월의봄, 들어가며, 4장 참조.[/ref]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가족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가족들을 살아갈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재생산 욕망에 부응하는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결혼과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체제는 누가 아이를 낳을지 말지 또는 누구에게 가족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기 전부터 이미 내리고 있다. 한편 모두가 이 체제가 지속되는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생산정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한 과정은 우리가 생각보다 서로에게 더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계속해서 잊지 않도록 만든다.
4.
마지막으로 트랜스 재생산정의를 위한 의료 정책에 관하여 몇 가지 제안을 덧붙인다. 우선 트랜지션으로 인한 재생산 능력의 상실을 고려하여 정자 및 난자 동결, 가임력 검사, 보조생식기술 지원 등의 난임 지원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난임의 의학적 기준은 ‘1년간 피임 없이 성관계를 해서 임신이 안되는 경우’로 사실혼이나 법적혼 관계의 ‘난임부부’에 한해서만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ref]정보동의 및 본인인증 >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 의료비 지원 > 온라인 보건 서비스 > 민원서비스 > 공공보건포털 e보건소[/ref] ‘난자, 정자 냉동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는 의학적 사유에도 트랜지션으로 인한 ‘영구 불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ref]정보동의 및 본인인증 > 영구 불임 예상 난자·정자 냉동 지원 > 의료비 지원 > 온라인 보건 서비스 > 민원서비스 > 공공보건포털 e보건소[/ref] 가임력 검사 지원도 법적 성별에 따라 ‘여성은 난소기능검사, 부인과 초음파, 남성은 정액검사’로 지원 항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성별정정을 마친 트랜스는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ref]정보동의 및 본인인증 >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 > 의료비 지원 > 온라인 보건 서비스 > 민원서비스 > 공공보건포털 e보건소[/ref] 호르몬요법, 외부성기수술과 같은 의학적 트랜지션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와 같은 재생산 관련 정책에서도 트랜스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혼인 여부나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관계없이 난임 정책의 지원 범위를 확장하고 나아가 건강보험에 재생산 관련 검사나 시술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한편 현재 건강보험 시스템에서는 법적 성별과 맞지 않는 신체 기관의 질병이나 처치를 할 경우에 청구 오류가 발생한다. 위와 같은 지원이 가능하려면 성별에 관계없이 현재 가지고 있는 신체 기관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부모로 등록되는 과정에 필요한 법적 호명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재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사례로 든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온타리오주에서는 모든 법률, 정부 서식, 온라인출생등록시스템, 신분증에 이르기까지 성중립적 용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법률에는 ‘Birth Parent(출생 부모)’, ‘Birth Parent's Spouse(출생 부모의 배우자)’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온라인출생등록시스템에는 ‘mother’, ‘father’뿐만 아니라 ‘parent’로도 등록이 가능하다. 이처럼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이 바라는 부모의 호칭을 공문서에 사용할 수 있다면, 현재 성별정정 이후 자녀관계를 정정하지 못하는 문제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누구나 원한다면 호르몬요법이나 생식샘 제거술을 받기 전에 가임력 보존에 대하여 의료인으로부터 충분한 상담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의학적 트랜지션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낮은 현실에서 당장은 어렵더라도 더 많은 의료인이 관심을 가지고 훈련받을 필요가 있다. 의료인은 트랜스의 재생산 욕망을 '비정상'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임신 및 출산, 양육 그리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트랜스 재생산 권리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의료 환경이 뒷받침될 때, 재생산정의가 단지 선언이 아닌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트랜스젠더/젠더퀴어/논바이너리의 재생산 욕망과 법적 규제의 현실, 나아갈 방향[ref]본문에서는 트랜스젠더/젠더퀴어/논바이너리를 ‘트랜스’로 줄여서 포괄적으로 사용한다.[/ref]
최예훈(기획운영위원, 색다른의원 원장)
1.
현재 법원에서는 정신과적 진단이나 호르몬요법, 외부성기수술과 같은 의학적 치료에 기대어 ‘충분히 트랜스인가’를 판단하고 성별 ‘허가’를 내고 있다. 또한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서류로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발생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의사 명의의 진단서나 감정서’가 있다. 법률에 정해진 내용은 아니지만 관련 지침을 법원 내부의 관행으로 아직 따르고 있는 것이다.[ref]정식 명칭은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으로 2006년 제정 이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쳤다. https://portal.scourt.go.kr/pgp/main.on?w2xPath=PGP1051M04&c=900&jisCntntsSrno=3226349&srchwd[/ref] 다시 말해 성별정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식능력 제거, 즉 불임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런 법적 환경에서 ‘성별정정’과 ‘생식능력 제거’는 불가분의 관계처럼 보이며, 아직 아이가 없는 트랜스인들은 사실상 강제불임수술을 요구당함으로써 처음부터 ‘부모됨’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있다. 이처럼 트랜스의 재생산 욕망은 감히 가질 수 없거나 품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이를 낳거나 기르면서 가족을 꾸리고자 하는 욕망을 재생산 욕망이라 부른다면, 한국에서 트랜스로 살아간다는 것은 재생산 자체가 금기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가족을 꾸릴 권리마저 빼앗길 것을 각오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ref]참고로 성별정정 시 당사자의 결정 이외에 어떤 요건도 추가하지 않는 자기선언모델을 채택한 국가로 아르헨티나, 덴마크, 몰타, 콜롬비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벨기에 등 20여 개 국가들이 있다. 성별정정에 있어 더 이상 정신과적 진단이나 강제불임시술 등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트랜스 정체성의 탈의료화를 의미하거나 재생산 정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최초로 이 모델을 채택한 아르헨티나에서는 생식능력 보존 시술, 난임 정책 등 재생산 의료 정책 및 제도에서 트랜스 배제가 있었다. 재생산과 관련한 법적, 의료적 환경의 뒷받침 없이 성별정정 제도만으로는 트랜스 재상산 정의 실현에 한계가 있다.(Blas Radi(2020), “Reproductive injustice, trans rights, and eugenics”,『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Matters』)[/ref]
사진 설명: 미국에서 임신중지와 트랜스 권리를 함께 요구하는 시위의 모습. 시위 참여자들은 MY BODY MY CHOICE 라고 쓰여진 피켓과 TRANS RIGHTS ARE HUMAN RIGHTS라고 쓰여진 피켓을 나란히 들고 있다. (출처: https://www.advocate.com/opinion/abortion-trans-care-attacks )
2.
트랜스에 대한 재생산 금기의 배경에는 성별이분법과 이성애 규범을 중심으로 한 ‘정상가족’에게만 재생산을 허용하는 현실이 있다. 가족이라고 하면 결혼이나 혈연을 중심으로만 상상하기 쉽지만, 가족은 종종 경제적 공동체이거나 상호의존과 돌봄의 공동체, 친밀함의 공동체이기도 하다. 재생산을 경유한 가족을 욕망한다는 것은 나와 세대가 다른 유전적/비유전적 존재와 공동체를 이루고 싶은 욕망이고, 사회적으로는 다음 세대를 재생산하는 의미가 깔려 있다. 이러한 다층적인 욕망이 결혼한 이성애 시스젠더에게만 생기라는 법은 없지만, 현실의 법은 이성애 결혼제도 안으로 가족의 의미를 욱여 넣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법적 현실은 이미 존재하는 가족마저 해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성별정정 지침에서 다소 가볍게 보이는 ‘참고사항’은 혼인관계나 미성년 자녀 여부 사실도 조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법적으로 깔끔하게 성별정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혼을 하고 친권을 포기하라는 말이다. 말이 쉽지, 성별정정과 친자관계 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은 이미 자녀가 있는 트랜스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결국 트랜지션을 하더라도 ‘정상가족’ 형태를 유지하고 살거나 심지어 ‘자녀의 혼사를 막지 않으려고’ 자녀가 성년이 되고 결혼할 때까지 성별정정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런 요건을 둔 이유는 성별정정이 단순히 개인의 신분 변경만이 아니라 법적 가족관계를 모두 바꾸어 부모,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들도 바꾸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성별정정으로 누군가의 어머니가 아버지로, 아버지가 어머니로 변경이 된다면 사실상 동성혼을 인정하는 일이 되므로 현행 법률과 상치된다는 것이다. 한편 어렵게 혼인관계를 끝내고 성별정정을 해도 가족관계등록부 상 자녀와의 관계는 바뀌지 않아 트랜스여성이 여전히 ‘부(父)’로 기재된다는 점도 문제이다. 결국 성별정정 요건이 가진 의미에는 기존의 가족질서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만 허용한다는 의도가 있다.[ref]가족구성권연구소(2025), 『가족신분사회』, 와온, 1부 나영정 「트랜스젠더 성별변경과 가족제도」 참조.[/ref]
하지만 트랜스에 대한 차별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재생산 욕구는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6년 2월 KITE 연구 중간 발표회 결과 전체 응답자의 49.2%가 향후 자녀 계획이 있으며, 이 중 유전적 연관 있는 자녀를 원하는 사람이 28%, 파트너와 유전적 연관 있는 자녀를 원하는 사람이 21.3%, 입양 의향이 있는 사람이 34.5%였다.[ref]KITE(Korean Initiative for Transgender hEalth)는 ‘한국 트랜스젠더·성별다양성이 있는 사람 코호트 구축 및 건강 추적관찰 연구’로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설문을 완료한 956명(트랜스여성 51.6%, 트랜스남성 29.5%, 출생성별남성 논바이너리 13.0%, 출생성별여성 논바이너리 6.0%)에 대한 중간 발표를 한 바 있고, 현재 이에 대한 자료는 아직 비공개 상태임을 밝혀둔다.[/ref] 더구나 트랜스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이미 자녀를 키우고 있는 트랜스 부모도 있으며,[ref]국내에는 자전적 자료가 아직 없지만, 해외에는 트랜스남성이 임신과 출산을 하고 양육하는 경험을 담은 자료들이 많이 있다. 현재《The Natural Mother of the Child: A Memoir of Nonbinary Parenthood》(Krys Malcolm Belc 저)가『논바이너리 마더』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고,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Freddy McConnell의 《Seahorse: The Dad Who Gave Birth》(2019), Jason Barker의 《A Deal with the Universe》(2018) 등이 있다.[/ref] 파트너와의 임신을 계획하거나, 파트너 이외의 사람들과 공동 양육을 결정하기도 하고, 입양 절차를 통해 파트너와의 아이에 대한 친권 인정을 받는 상황 등은 비단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ref]LGBTQ+가족을 지원하는 호주의 rainbow families라는 단체에서 발간한 《Trans and gender diverse parents guide》에는 트랜스 부모와 파트너, 공동양육자(co-parent),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가족 안팎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나온다. 트랜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거나 트랜지션을 설명했던 경험, 트랜지션 이후 파트너나 공동양육자들과의 관계 및 역학 변화, 학교에서 부모로서의 대응 방법, 임신과 출산까지의 과정에서 있었던 의료 경험 등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ref]
유튜브 계정 ‘truly’는 최근 트랜지션 이전에 첫 아이를 낳고 트랜지션을 시작한 이후에도 두 아이를 출산하여 양육하고 있는 트랜스남성 메이슨의 인터뷰를 영상에 담았다.[ref]I’ve Given Birth As A Woman & A Man | MY EXTRAORDINARY FAMILY https://www.youtube.com/watch?v=uH4NzrB4waM 참조. [/ref] 그가 2016년 남성화 호르몬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임신한 영상을 SNS에 공유하였을 때, ‘왜 트랜지션을 하고 아이를 낳는 거야?’, ‘너의 아이가 혼란스러워할 거야’, ‘너의 아이가 고통받을거야’ 등 악성 댓글들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12살 첫째 스카일러는 트랜지션과 트랜스젠더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으며, 메이슨을 처음부터 아빠라 불렀고, 자기 밑으로 동생들을 출산하는 의미에 대해서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 메이슨은 스카일러에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것뿐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당신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똑똑해요.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삶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다르게 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처럼 많은 이들이 성별과 상관없이 자신의 재생산 능력을 사용하여 가족을 꾸리기를 욕망하고 실제로 그 욕망을 실현하고 있다. 단지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이미 태어난 사람에 대한 존중은커녕 강제불임수술과 같은 폭력을 행사하는 세상이 앞으로 태어날 아이 또한 차별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존재하는 이들의 삶을 지우지 않고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트랜스 청년들로 하여금 자신의 미래를 그려봄으로써 현재를 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트랜스의 재생산정의에 관련한 이야기는 언제 하더라도 결코 이르지 않다.
사진 설명: 트랜스와 젠더 다양성을 가진 부모를 위한 가이드 표지 이미지 (출처: https://www.rainbowfamilies.com.au/trans_and_gender_diverse_parents_gui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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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재생산 욕망을 가질 수 있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존재하는 가족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가족형태의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성별과 무관하게 임신하고 부모가 되는 일을 가로막는 의학적·법적·사회적 관행들을 실질적으로 무효화’하는 급진적인 예로[ref]클레어 혼(2024), 『재생산 유토피아』, 생각이음, 6장 참조.[/ref] 2013년부터 시행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Family Law Act’ 법률이 있다. 이 법은 생물학적 혈연 중심이었던 부모의 자격 기준을 부모가 되겠다는 합의로 바꾸어 기존에 친권을 인정받지 못했던 이들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준다. 혈연이나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임신 전에 아이를 함께 키우기로 서면으로 합의를 한 경우, 행정 서류인 ‘Statutory Declaration of Parentage(친자관계 법정 선서 진술서)’를 제출하면 법적 부모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여성 동성 커플 중 한 명이 정자를 기증 받아 임신을 하고 기증자를 포함한 셋이 공동 육아를 하기로 사전에 서면 합의했다면, 세 사람 모두 법적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생물학적 부모가 아니면 법적 부모로 인정받기 어렵거나 복잡하고 많은 비용이 드는 입양을 해야만 했던 친권 인정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이는 트랜스는 물론 동성 파트너 관계, 사실혼 관계에서의 인공수정, 공동 육아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부모의 권리를 인정하여 양육에 최선이 되는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것에서 나아가 가족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김순남은 ‘가족을 정치화하는 것은 새로운 시민적 유대와 친밀적 결속에 기반한 사회를 구성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고 하면서, ‘퀴어가족정치의 핵심은 가족을 단일하게 정의하지 않은 채 다양한 관계성 그 자체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새로운 가족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망을 상상할 수 있는 인식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어떠한 가족형태의 제도적인 ‘포함’만을 주장하는 식의 논의는 끊임없이 또 다른 낙인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ref]김순남(2022),『 가족을 구성할 권리』, 오월의봄, 들어가며, 4장 참조.[/ref] 따라서 우리의 목표는 새로운 가족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가족들을 살아갈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재생산 욕망에 부응하는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결혼과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체제는 누가 아이를 낳을지 말지 또는 누구에게 가족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기 전부터 이미 내리고 있다. 한편 모두가 이 체제가 지속되는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재생산정의 실현이라는 목표를 향한 과정은 우리가 생각보다 서로에게 더 깊이 연루되어 있음을 계속해서 잊지 않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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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트랜스 재생산정의를 위한 의료 정책에 관하여 몇 가지 제안을 덧붙인다. 우선 트랜지션으로 인한 재생산 능력의 상실을 고려하여 정자 및 난자 동결, 가임력 검사, 보조생식기술 지원 등의 난임 지원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난임의 의학적 기준은 ‘1년간 피임 없이 성관계를 해서 임신이 안되는 경우’로 사실혼이나 법적혼 관계의 ‘난임부부’에 한해서만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ref]정보동의 및 본인인증 >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 의료비 지원 > 온라인 보건 서비스 > 민원서비스 > 공공보건포털 e보건소[/ref] ‘난자, 정자 냉동 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는 의학적 사유에도 트랜지션으로 인한 ‘영구 불임’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ref]정보동의 및 본인인증 > 영구 불임 예상 난자·정자 냉동 지원 > 의료비 지원 > 온라인 보건 서비스 > 민원서비스 > 공공보건포털 e보건소[/ref] 가임력 검사 지원도 법적 성별에 따라 ‘여성은 난소기능검사, 부인과 초음파, 남성은 정액검사’로 지원 항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성별정정을 마친 트랜스는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ref]정보동의 및 본인인증 >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 > 의료비 지원 > 온라인 보건 서비스 > 민원서비스 > 공공보건포털 e보건소[/ref] 호르몬요법, 외부성기수술과 같은 의학적 트랜지션에 대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이와 같은 재생산 관련 정책에서도 트랜스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혼인 여부나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에 관계없이 난임 정책의 지원 범위를 확장하고 나아가 건강보험에 재생산 관련 검사나 시술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한편 현재 건강보험 시스템에서는 법적 성별과 맞지 않는 신체 기관의 질병이나 처치를 할 경우에 청구 오류가 발생한다. 위와 같은 지원이 가능하려면 성별에 관계없이 현재 가지고 있는 신체 기관에 따라 필요한 검사와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부모로 등록되는 과정에 필요한 법적 호명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재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사례로 든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온타리오주에서는 모든 법률, 정부 서식, 온라인출생등록시스템, 신분증에 이르기까지 성중립적 용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법률에는 ‘Birth Parent(출생 부모)’, ‘Birth Parent's Spouse(출생 부모의 배우자)’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온라인출생등록시스템에는 ‘mother’, ‘father’뿐만 아니라 ‘parent’로도 등록이 가능하다. 이처럼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이 바라는 부모의 호칭을 공문서에 사용할 수 있다면, 현재 성별정정 이후 자녀관계를 정정하지 못하는 문제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누구나 원한다면 호르몬요법이나 생식샘 제거술을 받기 전에 가임력 보존에 대하여 의료인으로부터 충분한 상담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의학적 트랜지션에 대한 접근성 자체가 낮은 현실에서 당장은 어렵더라도 더 많은 의료인이 관심을 가지고 훈련받을 필요가 있다. 의료인은 트랜스의 재생산 욕망을 '비정상'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임신 및 출산, 양육 그리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트랜스 재생산 권리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의료 환경이 뒷받침될 때, 재생산정의가 단지 선언이 아닌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