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03월[리뷰]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맞잡은 손을 놓지 말자

[리뷰]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맞잡은 손을 놓지 말자

 

안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미얀마지지시민모임

 

2021년 2월 1일 일어난 군부 쿠데타에 맞선 민주항쟁이 올해로 3년이 되었다. 군부에 의해 4천 6백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희생[ref]https://aappb.org/ [/ref]되었고,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계속 투쟁하고 있다. 한국의 106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이하 미얀마지지시민모임)’은 연대 주간을 진행했다. 지난 1월 27일 미얀마 시민불복종 영화상영회가 첫 번째 일정이었다. 상영작인 <미얀마 다이어리>와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의 일상을 보여주었다.

 

미얀마 시민불복종 영화상영회 진행 사진(제공 : 안나)


<미얀마 다이어리> : 혁명 속 사람들


<미얀마 다이어리>는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되던 영상들과 실제 이야기에 근거한 재연 드라마가 함께 담겨있다. 군부는 시민불복종행동(CDM)에 참여한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고 체포하고 구타했다. 이런 폭력적인 상황에서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간 사람, 총격을 목격하고 출근을 고민하는 공무원, 애인이 CDM 참여로 신변의 위험이 있어 숨어야 하는 상황이라 임신했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 여성 등 다양한 사람의 삶이 엮여있었다. 이 영화의 엔딩크레딧은 굉장히 짧다. 그저 ‘미얀마 영화 집단’이라고 나타날 뿐 감독, 배우, 제작진들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CDM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애인을 위해 추모기도를 하던 사람의 모습이 깊이 남아있다. 그는 기도를 하며 자신의 몸을 씻고 집을 청소하고 애인의 물건을 부여잡고 운다. 기도를 마무리하고는 차에 타 미얀마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을 테이프로 꽁꽁 묶는다. 차 창문에 연결된 배관에서 수상한 연기가 들어온다. 이후 무장한 군인이 집에 들이닥치는 CCTV 영상으로 이 에피소드는 마무리된다. 미얀마에서는 희생자들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영웅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비장함에서 한발 물러나 영웅 곁에서 웃고 울었을 사람들을 상상했다. 그들이 견뎌야 하는 슬픔과 가해자 군부에 대한 분노를. 그렇기에 민주주의를 쟁취한다는 것이 세 손가락을 묶고 죽을 만큼 간절하게 느껴졌다.

 

미얀마 시민불복종 3년 맞이 영화상영회 진행 사진(제공 : 안나)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 혁명 속 여성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077550>, <정의를 위해>, <탈출하자>, <혁명 속의 여성> 4개의 작품이 이어져 있다. 영화 속 화자는 모두 여성이다. CDM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위험이 있는 좁은 감방에 수감되었다. CDM에 참여해 군부의 총격에 의해 다리를 다쳤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구속을 피해 두 딸을 데리고 다른 나라에 가서 투쟁한다. 2020년 당선된 여성의원들이 미얀마여성의원네트워크를 구성하여 대외적으로 시민들의 저항을 알린다.

 

영화 속 이들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석방된 후 학교에서 CDM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집회를 하고, 긴급식품을 요리하기도 한다. 그들은 모두 “봄의 혁명이 끝날 때까지”, “권력이 시민들의 손에 들어올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 말한다.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 힘들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쟁취할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를 다 본 후에는 온라인공간에서 눼 우네잉 감독님과 대화할 수 있었다. 그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투쟁이 시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촬영하고 소셜 미디어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의 결연한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아있다. “쿠데타 종식까지 절망하지 않겠다.”

 

<미얀마 시민저항 3주년, 희생자 기억과 추모> 희생자 영정 분향 사진(제공 : 안나)


시민저항이 끝나지 않았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미얀마 시민저항은 끝난 적이 없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총파업으로 거리가 한산했고, 미얀마 사람들이 많이 사는 태국 방콕에서도 군부정권 종식 집회가 열렸다. 최근 군부는 성별과 관계없이 2년 동안 군 복무를 의무화한 병역법을 발효시켰다. 강제징집은 계속 일어나고 있는 시민들의 저항에 군부가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얀마 북부의 3개 소수민족 군대 연합인 ‘형제동맹’이 북부의 주요 접경 도시를 장악하는 상황 또한 군부에게 위기감을 준 것 같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미얀마와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재생산정의를 위해서 미얀마 민주항쟁에 연대해야 한다. 재생산정의가 포괄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조건 속에 ‘민주주의’ 또한 포함된다. 나는 역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민주사회를 그릴 상상력이 부족해서, 역으로 반민주적인 사회로 상상해본다. 예컨대 앞서 말했던 <미얀마 다이어리>의 임신한 여성은 파트너와 논의하고 싶어도 독재정권 속에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여성은 임신중지를 하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지,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다. 출산을 하더라도 안전하게 할 수 있을지, 아이를 안전하고 자유로운 공간에서 양육할 수 있을지 고민될 것이다. 파트너는 신체권에 위협을 받아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여성과 함께 아이 돌봄을 분담할 수도 없다.

 

한국의 상황을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안티페미니즘 성향 대통령이 반민주적인 정부를 운영하고 있고, 반민주적인 정부에서 여성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몸이 임신‧출산만을 위한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정부는 저출생 현상에 기겁하고 관련 정책과 지원을 발표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임신중지는 비범죄화가 되었다고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도 되지 않은 채, ‘권리’로써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분석이 말하듯 저출생 현상은 구조적 성차별이 해결되지 않는 것에서부터 왔다. 시민들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와 국회를 규탄하고 대책을 제시함에도 정치는 이권싸움을 할 뿐 이를 무시하고 있다.

 

성차별을 해결할 의지가 없는 가부장적인 정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거나 차별과 부당함을 겪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비민주적인 정치에서 재생산정의는 당연히 밀려난다. 신체에 대한 권리, 즐겁고 안전한 성 경험을 할 수 있는 권리,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 지원을 받을 권리 등 성‧재생산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억압과 차별, 폭력이 없는 사회, 함께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회에서 가능하다.

 

세계화된 사회에서 미얀마에서의 민주주의나 재생산정의 실현은 한국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연결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인권 퇴행 상황에 부닥치면서 미얀마의 투쟁이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군부의 학살로 죽어가는 이들이 있고 민주주의를 향한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먼저 지치지 말고 잡은 손을 놓지 말자. 미얀마 상황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목격하며 일상에서 전쟁의 긴장감을 안고 살아가는 절망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희망을 그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함께, 함께 미얀마의 봄을 맞이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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