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12월[몸] 아동학대 전문 소아과 의사가 알려주는 처녀성의 허상, 그리고 중요한 해부학적 지식

애니 르노[ref]이 글의 원문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upworthy.com/child-abuse-pediatrician-corrects-falsehoods-about-the-hymen-with-a-vital-anatomy-lesson 본문에서 [. ] 안에 적은 것은 번역자가 추가한 것입니다.[/ref]

번역 / 안팎

우리 모두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여성의 몸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신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교육을 받았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잘못된 정보에 넘어갈 수 있다. 특히 하나의 틀린 정보가 의문시되거나 교정되지 않고 널리 퍼질 땐 말이다.

증거물 A : 여성의 질주름 [hymen, 한국에서는 대개 ‘처녀막’이라고 부르는 부위]

최근 래퍼 T.I는 18살짜리 딸을 부인과 의사에게 데려가 질주름 검사를 했다는 끔찍한 이야기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에 따르면, 그리고 그와 같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 따르면, '처녀막'은 처녀성의 상징 ― 여성이 섹스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혹은 다른 방식으로 질에 삽입을 당했는지를) 보여주는 관문 쯤 되는 것 ― 이다. '처녀막'은 질 속에 있는 세포조직으로 이루어진 얇은 막으로서 여성이 처음으로 섹스를 할 때 “찢어지며” 따라서 “온전한” '처녀막'은 처녀성의 증거라고 흔히들 믿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해부학적으로 틀린, 헛소리투성이라는 점이다.

아동 학대 피해자 치료 전문가인 소아과 의사 베레나 브라운 박사는 [2019년 11월 19일] 현재 5만 회 가까이 공유되며 퍼져 나가고 있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이를 바로잡았다. 그녀의 게시물은 미네소타 어린이 병원에서 제공하는 여성의 해부학적 구조도와 함께 ['처녀막'이 아니라] 질주름 ― 그리고 처녀성이라는 개념 ― 이 무엇인지, 또 무엇이 아닌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10216242168381668&set=p.10216242168381668&type=3

[그림에 표시된 부위들의 한국어 명칭:
Labia Minora - 소음순
Labia Majora - 대음순
Clitoris - 클리토리스(음핵)
Uretha - 요도
Vagina - 질
Hymen - 질주름]

브라운은 이렇게 썼다.

“최근에 유명인사 덕에 질주름에 관심이 쏠리는 걸 보며 이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글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저는 아동학대 전문 소아과 의사로 일하며 성적 공격의 피해자가 된 수백 명의 소녀들을 보살펴 왔습니다. 이쪽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질주름, 여성의 해부학적 구조, 그리고 소위 처녀성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죠.

아래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처녀성은 물리적인 실체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 수 세기동안 여성을 무력함과 수치심에 묶어 둔 수단이죠.

‘그럼 처녀막은 뭔데?’ 하고 물으시겠죠. 여성이 처음으로 섹스를 하면 그게 ‘뽕 하고 터지’거나 ‘찢어져 열리’거나 하는 거 아니냐고요.

네, 아닙니다.

위의 그림을 보세요. 질주름은 그저 세포조직으로 이루어진 얇은 살점일 뿐입니다. 질의 입구에 위치한 흔적기관이죠. 아무런 용도가 없습니다(당신이 기니피그가 아니라면요. 기니피그의 질주름은 피임을 위해 다시 자라고 발정기가 되면 작아집니다. 토드 에이킨을 인용하자면, 암컷 기니피그는 실제로 ‘완전히 문을 닫을’ 수 있죠. 하지만 사람은 기니피그가 아닙니다).

질주름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은 이렇습니다.

1. 질주름은 용도가 없습니다. 제로. 무. 나띵. 흔히 믿는 것과는 반대로, 신생아 여아의 질에 대변이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게 아닙니다. 감염을 막아주지도 않아요.

2. 질주름은 머리끈처럼 생겼고, 더욱이 머리끈처럼 신축성이 있습니다. 페니스나 다른 것들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늘어나요. 아기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정말로 늘어나요.

3. 질주름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여아가 태어날 때부터 구멍이 있습니다. 드물게, 열린 데가 없는 경우가 있죠. 질주름폐쇄증이라고 부르는 의학적 문제상황이며, 수술이 필요합니다. (열린 곳 위로 끈이 더 있는) 중격 질주름 같이 다른 여러 질주름 형태가 있긴 하지만 정말 대다수의 여성이 전형적인 범주에 들어가니까 여기선 그것만 다루겠습니다.

4. 질주름이 열려 있지 않다면 소녀들은 생리를 할 수가 없겠죠. 질주름폐쇄증의 경우 구멍을 내는 수술이 필요한 건 그래서입니다.

5. 여러 연구들이 임신한 적이 있는 여성과 섹스를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여성이 똑같이 생긴 질주름을 갖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6. 첫 성교시 피를 흘리는 여성은 50%밖에 안 됩니다. (테크닉 문제 또한 유념하세요.)

7. 성적인 활동(혹은 다른 것)을 통해 성기에 상처가 생긴다고 해도 그건 무언가가 “찢어져 열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외음부에는 질주름 뿐 아니라 상처가 생길 수 있는 여러 부위가 있습니다(그림을 보세요). 입 안쪽을 깨물면 부을 테고 심하면 피가 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며칠 뒤면 완전히 낫습니다. 여성의 외음부, 질주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처녀막' 신화를 깨부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첫째로, 그건 개소리들이고 여성들은 우리 몸에 대한 진실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로, 온 세계의 여성들이 여전히 처녀성 검사나 다른 침습적이고 위험한 시술을 통해 신화적인 처녀성을 증명하고, 지키고, “복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마지막은, 이것입니다(트리거를 주의하세요).

13세 소녀가 제 진찰대에 앉습니다. 7살 때 친척 아저씨가 강간을 시작했죠. 저는 그녀에게 건강해 보인다고, 괜찮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녀가 저에게 묻습니다. ‘저 아직 처녀인가요?’

저는 그렇다고 말합니다. 이유도 말합니다.

자기 또래의 다른 소녀들과 똑같아 보이니까요. 전체의 95% 경우, 공격 이후에 질주름은 완전히 낫습니다.

그리고 처녀성이란 신체적 상태가 아니니까요.

잃을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닙니다.

하나의 개념이죠. 누군가가 당신의 몸을 폭력적으로 대하려 할 때가 아니라 당신이 준비가 되었을 때 내리는, 스스로를 내어주겠다는 정신적이고 감정적인 결정입니다.

그리고 강간 당하는 건 섹스를 하는 것과 같은 게 아니니까요. 누군가와의 섹스는 오직 동의가 있을 때에만 일어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단지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으로의, 폭력일 뿐이죠. 그게 다죠.

그녀는 웁니다. 온몸을 떨며, 안도의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는 눈물을 그치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웃습니다.

그러니까 수치심을 주고 모욕하지 맙시다. 더 이상은 안 됩니다.”

브라운은 게시물이 돌아다니기 시작하자 몇 가지를 덧붙였다.

“이 게시물은 참조만 하시기 바랍니다. 의학적 조언으로서 작성된 것이 아닙니다. 어떤 것이든 당신의 몸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의사를 만나세요.

또한 이 게시물에서 ‘여성’이나 ‘소녀’[번역문에서는 문맥에 따라 ‘여아’ 등으로도 옮김]라는 말을 썼지만, 위에서 다룬 주제가 그렇듯, 이런 형태의 해부학적 구조를 가진 모두에게 적용될 것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질주름의 다른 생김새들, 특히 중격 형태나 체 모양을 언급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이형태들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게시물은 질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생김새를 다루었습니다. 이것이 다른 이들의 경험을 삭제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어쩌면 때가 되면 새 게시물로 이런 형태들에 관한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몸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의사와 상담하십시오.”

희망컨대 모두가 질주름, 처녀성, 그리고 여성의 몸 일반에 관한 철지났고 해부학적으로 틀린 관념들을 털어 내는 데에 이 정보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의사가 분명하고 실재하는 의학적 우려를 갖는 것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누군가의 질주름을 “점검”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져 볼 것도 없이, 그건 학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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