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매개행위죄 위헌소송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방청기
나영정/타리
2022년 11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 심사를 하고 있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지면을 통해서 당일 현장 상황을 전하고, 이 공개변론을 통해서 확인한 쟁점과 과제를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당시 공개변론의 모든 기록이 영상물로 제작되어 공개되는데 자막과 수어통역까지 제공된다고 한다.
공개변론이 열리는 당일 오후 12시,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대리인단(한가람 류민희 박한희)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위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리인단 대표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가 전파매개행위죄의 위헌성을 다각도로 설명했고, 진술인으로 참석하는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대한에이즈학회 법제이사 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의 의과학적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건강권을 해친다고 설명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손문수 대표는 왜 HIV감염인이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지 반문하며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요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장서연 변호사는 코로나19 범죄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처벌은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서보경 문화인류학자는 감염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서 HIV 감염인이 받은 낙인이 사회적인 고통임을 짚고, 질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은 처벌이 HIV감염인의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해칠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건강을 해친다는 점을 헌재 결정에 반드시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는 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소주 활동가가 힘차게 보았고, 기자회견문 낭독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초파 활동가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나영 활동가가 맡았다. 참고로 낙태죄나 군형법 추행죄처럼 합헌을 주장하는 보수우익종교단체들이 맞불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는데 HIV/AIDS에 대한 혐오는 만만치 않은 현실에 비추어보았을때 ‘여론의 형성’이라는 것도 참 우연적이고 상황적이며, 정치적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주옥같은 기자회견 발언 전문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페이스북 페이지(클릭)에서 볼 수 있다.)
11월 10일 12시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열린 '전파매개행위죄는 위헌이다' 기자회견 모습
일주일전 공지된 온라인 방청 신청에 떨어진 많은 이들은 1시부터 줄서기를 통해서 방청권을 얻었는데 기다린 사람들 대부분은 들어갈 수 있었다. (신분증을 안가져와서 안타깝게 발길을 돌린 이들도 있었는데 다음엔 꼭 챙기자!) 입장을 했더니 코로나19로 인해서 좌석보다 적은 인원의 방청을 허용한 것으로 보였다. 전광판에는 제청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이해관계인(대리인): 질병관리청(정부법무공단), 사건번호와 사건명이 적시되어 있었다.
1. 위헌에 대한 주장
재판관들이 입장하고(일동기립) 한가람 대리인단 변호사와 류민희 변호사의 모두 변론이 진행되었다. 먼저 제청법원이 지적했듯이, '체액', '전파 매개행위'라는 법조항의 문구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모호해서,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요구되는 명확성원칙을 위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약을 복용하면 체내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타인에 대한 감염가능성도 없다는 것이 보건의료계의 임상적, 과학적 사실인데 이 조항은 이러한 감염인의 성 접촉을 처벌함으로써 내밀한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감염인의 행복추구권,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위헌성을 밝혔다.
또한 유엔에이즈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법률을 통한 규제와 처벌은 인권을 침해할 뿐, HIV 예방과 공중보건증진에 기능하지 않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해 왔다는 점을 환기했다. 한국에는 이미 그러한 역사가 있었는데 바로 2015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2018년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개인통보 사건이다. 외국인에 대한 강제검사 등이 국제인권법 위반으로 판단받아 한국의 법정책이 철폐된 바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제 전파매개죄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때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재판관들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재판관들은 대부분 HIV 감염인들이 미검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이런 사건에 기소되었을때 사법기관이 그런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비범죄화가 되면 예방에 더 도움이 되는지, HIV 감염인과 성관계를 한다는 것이 감염 가능성에 대한 동의가 포함되어있다고 여기는지, 성관계의 결과 HIV 전파를 초래했다면 그러한 부분에 대한 제재는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었다. 예상 가능한 질문이었고, 대리인단은 충분히 설득력있게 답변을 하였다. 전파매개행위죄로 기소된 많은 피고인이 미검출 상태임을 증명했으나 유죄 선고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전파매개행죄가 조기검진과 치료를 가로막고 있는데 이것이 콘돔사용보다 더 확실한 예방 수단이기 때문에 비범죄화가 예방을 촉진하며, 고의적인 전파사례가 있다면 일반 형법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이어서 최재필 진술인의 발언내용과 질의응답을 소개한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장은 수십년간 HIV 감염인을 진료하고 치료해오면서 삶을 동행하는 의료인으로서 진실하고 간절하게 전파매개행위죄의 폐지 필요성을 피력하였다. 우선 이 조항이 전파경로도 불분명하고, 치료제도 개발되기 이전의 시기에 만들어진 법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그 이후에 치료제의 개발, 칵테일 요법의 개발로 인한 효과적인 치료의 시작, 그 이후 발견 즉시 치료함으로써 치료가 곧 전파 불가(예방)이라는 점을 확인해온 의과학적 현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유엔에이즈가 목표로 하는 95/95/95 전략을 소개했는데 이것이 바로 감염인의 95%가 진단받고, 발견한 이들의 95%를 치료하고, 치료한 95%를 미검출 상태로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이다. 한국의 경우 이를 진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여러연구의 결과 62.5% 정도가 진단되었을 거라는 추정치가 있고, 진단된 이후에는 96.8%가 치료를 받고 있고, 이 중에 95.9%가 미검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데이터 추정을 통해서 볼때 한국은 조기 검진을 위한 홍보가 절실한 상황인데, 전파매개행죄로 인해서 검진이 가로막혀 오히려 신규 감염을 막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전파매개행위죄는 자신이 감염인인 것을 진단받는 이들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은 진단받고 치료받고, 미검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95% 이상의 감염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거의 전파시킬 가능성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콘돔없는 성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최재필 진술인은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며 진단을 받지 않으면 이 법조항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을 회피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건강과 예방을 가로막는 법이며, HIV 감염인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법조항이라는 것이 이 조항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점을 호소했다.
재판관들은 진술인의 발언을 경청했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분위기였다. 의료전문가로서 바이러스 미검출 상태의 HIV 감염인을 기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과학적으로 ‘미검출’의 의미가 무엇인지, 치료를 얼마나 중단하면 다시 검출상태가 된다고 보는지, 그래도 100%가 치료받고 있지는 않은데 이 법조항의 유지가 의미있다고 보는지, 치료가 잘 되고 있는데 신규 감염인 발생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이 또한 예상가능한 질문이었는데 아쉬운 점은 얼마나 확실하게 감염인을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반복적인 질문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최재필 진술인은 자신은 의사로서 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돕는 사람이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무엇보다 건강이 저해되므로 치료를 저해하는 사회적인 요인에 대해서 상담하고 함께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했을때 눈물이 났다. 바로 사회적인 그 요인이 HIV감염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며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진술했던 것이다.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과정에서 의료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정당하고 필요한 답을 담담하게 진술하고 있는 것을 직접 듣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다.
2022년 11월 10일 공개변론 모습 (출처: 헌법재판소)
2. 합헌에 대한 주장
그 다음 정부쪽 이해관계자의 법률대리인이 모두 발언을 했다. 정부법무공단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어떤 법률 조항이 명확성을 넘어도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판단했을때 이러한 처벌이 필요하다면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HIV 바이러스 미검출 상태의 HIV감염인이 전파매개행금지조항 유죄를 받은 것은 이 법조항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사실 인정의 문제이므로 적극적으로 항변하면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조항은 합헌이되, 미검출 감염인은 무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한 체액이라는 것은 정액, 질액, 타액으로 한정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하며, HIV 감염인의 성관계만을 규제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 전반에 침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모유 수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기소 대상이라고 했고, 이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통해서 구제가 가능할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헌법재판관이 오히려 법률의 모호성을 지적하면서 어떤 유형의 성행위인지를 명시해야 하지 않는지 물었는데 성행위가 전형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좁히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정부측 대리인의 변론과 질의응답을 들으면서 모순된 주장, 모호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19조의 합헌성을 주장하면서도 현재의 의과학적 현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모순이라고 느껴졌다. 또한 인간의 성관계와 일상생활의 관계를 구분하거나 체액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행위인가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동등한 시민인데 누군가의 성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과도한 제한이 아니라고 정말 믿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형벌로 가능하다고 정말로 믿는 다는 것인가?
게다가 다른 감염병과 달리 감염으로 인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HIV감염인에 대한 행동제한, 행복추구권 제한 보다 비감염인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우선이라는 해악적인 비교와 주장을 했고, 국가인권위에서 위헌 취지의 의견서를 냈지만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 아직 공포와 두려움이 크므로 시기상조이다라는 ‘국민의 법감정’, ‘사회적 합의’, ‘시기상조’론을 반복했다.
이해관계인인 정부측의 주장은 너무나 익숙한 처벌과 차별의 논리의 반복이었다. 인간의 이해가 부재하고, 국가의 책임이 부재한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실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무가 일어나는 현실에 대해서 모르고 하는 주장이었다. HIV 감염인의 삶을 지우고 법논리에 대해서 논리적인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형법을 그렇게 다룬다는 것이 누군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법조항의 위헌성을 치밀하게 다루는 이 변론의 자리에 이러한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스스로 근거가 없는 주장을 무리해서 하고 있는가를 증명하는 셈이라고 느껴졌다. 정부쪽 진술인으로 채택된 박재평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주장은 굳이 옮기지 않겠다. (HIV를 계속 히브라고 발음해서 진술인으로서의 전문성을 의심한한 정황은 분명했다.)
3. 쟁점 및 과제
앞서 언급했지만 헌법재판관들은 의과학적인 변화에 관심을 보였다. 이 조항이 1987년 제정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이러한 관심은 분명 변화의 가능성을 감지하게 한다. 부디 변화된 현실에 맞추어 현재 가장 과학적이고, 인권을 증진할 수 있는 예방과 치료의 방법을 인식하고, 그것과 모순되는 전파매개죄가 폐지될 수 있도록 위헌 결정을 촉구한다.
동시에 HIV/AIDS 인권운동과 성과 재생산 권리를 위해서 싸우는 활동가로서 다시금 확인한 쟁점과 과제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감염인은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는 이 명제를 어떻게 상식으로 만들까? 보건당국은 감염병을 감시(Surveillance)하고 관리(Control)해야 한다. 이것은 감염인을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감염인은 감염병의 원인체를 보유하고 있거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감염병을 감시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귀중한 경험자이며 협조자이다. 동시에 권리를 가진 동료시민이며 질병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되는 존엄한 사람이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염병과 감염인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며 감염인을 비인간화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진정 감염인을 처벌하는 것인가? 게다가 공포에 기인한 ‘국민의 법감정’을 토대로 존폐를 논의한다? 이 공포는 국가가 조장한 것이 아닌가? 낙태죄와 마찬가지로 전파매개행위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미검출은 바이러스 0의 상태가 아니다. 수학적인 0의 개념은 과학적으로 감염력 0 와 동일하지 않다는 지적을 누군가 한적이 있다. 그렇다면 법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그 어디에 불가능한 0의 개념을 가져와 처벌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수사당국 뿐만 아니라 법률가의 오만일 뿐이다. 서보경 교수는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완치라고 규정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기자회견에서 지적한바 있다. 최재필 진술인은 코로나19 PCR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감염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중요한 예시를 제시했다. 그는 한번 미검출 상태가 되면 그때부터는 전파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건강유지를 위해서 복용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의료인의 책무라고 했다. 그가 치료제 복용을 몇달간 못해서 건강상의 위험이 생겼다면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했다. 진정으로 국가가 HIV 바이러스 신규 전파가 걱정된다면 비감염인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콘돔사용은 비감염인을 위한 것이며 프렙과 같은 사전예방약 또한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연결해 성적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누가, 왜 콘돔을 사용해야 하는가, 콘돔 사용을 위해서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성관계를 하기로 동의했다는 것 안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되는가, 성매개 감염은 누구에게 어떤 의미의 위해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앙상하다. 성폭력을 폭행과 협박 유무가 아니라 동의 여부로 바꾸고자하는 운동의 지향은 성매개감염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성매개감염 사실에 대한 사전 고지에 기반한 동의가 진정한 동의인가? 그렇다면 사전 고지의 의무를 성매개감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지우는 것으로 충분한가? 실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성매개감염의 우려가 있지만 콘돔 없는 성관계를 실행한다. 그 이유는 성매개감염이 사소해서라기보다는 예방법에 대한 정보부족과 더불어 그것을 감수할만한 더 큰 동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사전 고지 여부를 동의에 있어서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성매개감염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상대방으로부터 고지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예방법이 있어야 한다. 또한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도 다른 동기로 인해서 예방 조치 없이 성관계를 했을 때 그 이후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탄탄한가가 진정한 동의여부를 가릴 수 있다. 고의가 아닌 감염병 전파를 가해와 피해로 명명하기보다 새로운 관계 설정이 훨씬 더 의미있을 수 있다. 이미 경험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 더 구체적으로 에이즈 치료제를 먹어서 자신이 HIV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더 안전한 사람이 예방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심에 서는 방법,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 HIV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이러한 질문에 답을 풍부하게 만들어서 그 어떤 경우에 처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이것은 비범죄화라는 조건 위에서 시작될 수 있고, 이미 어려움을 겪은 감염인의 경험을 통해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공개변론이 열렸다는 것 자체도, 공개변론을 통해서 주장된 위헌성의 근거들 모두 전세계 HIV/AIDS 운동이 이끌어온 변화를 반영한다. 반드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내어 감염인을 처벌하고 차별해왔던 모욕의 역사를 끝내고 처벌 없는 시대에서 동등한 성적 파트너로서 서로의 건강과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에 대해 발명하고 훈련하는 시간들을 만들어나가고 다짐한다.
전파매개행위죄 위헌소송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방청기
나영정/타리
2022년 11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 심사를 하고 있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지면을 통해서 당일 현장 상황을 전하고, 이 공개변론을 통해서 확인한 쟁점과 과제를 간략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당시 공개변론의 모든 기록이 영상물로 제작되어 공개되는데 자막과 수어통역까지 제공된다고 한다.
공개변론이 열리는 당일 오후 12시,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 대리인단(한가람 류민희 박한희)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위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리인단 대표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한가람 변호사가 전파매개행위죄의 위헌성을 다각도로 설명했고, 진술인으로 참석하는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대한에이즈학회 법제이사 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의 의과학적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건강권을 해친다고 설명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손문수 대표는 왜 HIV감염인이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지 반문하며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요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장서연 변호사는 코로나19 범죄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의 처벌은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서보경 문화인류학자는 감염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서 HIV 감염인이 받은 낙인이 사회적인 고통임을 짚고, 질병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은 처벌이 HIV감염인의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해칠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의 건강을 해친다는 점을 헌재 결정에 반드시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사회는 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소주 활동가가 힘차게 보았고, 기자회견문 낭독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초파 활동가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나영 활동가가 맡았다. 참고로 낙태죄나 군형법 추행죄처럼 합헌을 주장하는 보수우익종교단체들이 맞불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서 다행스러웠는데 HIV/AIDS에 대한 혐오는 만만치 않은 현실에 비추어보았을때 ‘여론의 형성’이라는 것도 참 우연적이고 상황적이며, 정치적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주옥같은 기자회견 발언 전문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페이스북 페이지(클릭)에서 볼 수 있다.)
11월 10일 12시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열린 '전파매개행위죄는 위헌이다' 기자회견 모습
일주일전 공지된 온라인 방청 신청에 떨어진 많은 이들은 1시부터 줄서기를 통해서 방청권을 얻었는데 기다린 사람들 대부분은 들어갈 수 있었다. (신분증을 안가져와서 안타깝게 발길을 돌린 이들도 있었는데 다음엔 꼭 챙기자!) 입장을 했더니 코로나19로 인해서 좌석보다 적은 인원의 방청을 허용한 것으로 보였다. 전광판에는 제청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이해관계인(대리인): 질병관리청(정부법무공단), 사건번호와 사건명이 적시되어 있었다.
1. 위헌에 대한 주장
재판관들이 입장하고(일동기립) 한가람 대리인단 변호사와 류민희 변호사의 모두 변론이 진행되었다. 먼저 제청법원이 지적했듯이, '체액', '전파 매개행위'라는 법조항의 문구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모호해서, 헌법상 기본권 제한에 요구되는 명확성원칙을 위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약을 복용하면 체내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타인에 대한 감염가능성도 없다는 것이 보건의료계의 임상적, 과학적 사실인데 이 조항은 이러한 감염인의 성 접촉을 처벌함으로써 내밀한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감염인의 행복추구권,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위헌성을 밝혔다.
또한 유엔에이즈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법률을 통한 규제와 처벌은 인권을 침해할 뿐, HIV 예방과 공중보건증진에 기능하지 않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강조해 왔다는 점을 환기했다. 한국에는 이미 그러한 역사가 있었는데 바로 2015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2018년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개인통보 사건이다. 외국인에 대한 강제검사 등이 국제인권법 위반으로 판단받아 한국의 법정책이 철폐된 바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제 전파매개죄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때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재판관들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재판관들은 대부분 HIV 감염인들이 미검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이런 사건에 기소되었을때 사법기관이 그런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비범죄화가 되면 예방에 더 도움이 되는지, HIV 감염인과 성관계를 한다는 것이 감염 가능성에 대한 동의가 포함되어있다고 여기는지, 성관계의 결과 HIV 전파를 초래했다면 그러한 부분에 대한 제재는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한 질문이었다. 예상 가능한 질문이었고, 대리인단은 충분히 설득력있게 답변을 하였다. 전파매개행위죄로 기소된 많은 피고인이 미검출 상태임을 증명했으나 유죄 선고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고, 전파매개행죄가 조기검진과 치료를 가로막고 있는데 이것이 콘돔사용보다 더 확실한 예방 수단이기 때문에 비범죄화가 예방을 촉진하며, 고의적인 전파사례가 있다면 일반 형법으로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이어서 최재필 진술인의 발언내용과 질의응답을 소개한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장은 수십년간 HIV 감염인을 진료하고 치료해오면서 삶을 동행하는 의료인으로서 진실하고 간절하게 전파매개행위죄의 폐지 필요성을 피력하였다. 우선 이 조항이 전파경로도 불분명하고, 치료제도 개발되기 이전의 시기에 만들어진 법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그 이후에 치료제의 개발, 칵테일 요법의 개발로 인한 효과적인 치료의 시작, 그 이후 발견 즉시 치료함으로써 치료가 곧 전파 불가(예방)이라는 점을 확인해온 의과학적 현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유엔에이즈가 목표로 하는 95/95/95 전략을 소개했는데 이것이 바로 감염인의 95%가 진단받고, 발견한 이들의 95%를 치료하고, 치료한 95%를 미검출 상태로 살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이다. 한국의 경우 이를 진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여러연구의 결과 62.5% 정도가 진단되었을 거라는 추정치가 있고, 진단된 이후에는 96.8%가 치료를 받고 있고, 이 중에 95.9%가 미검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데이터 추정을 통해서 볼때 한국은 조기 검진을 위한 홍보가 절실한 상황인데, 전파매개행죄로 인해서 검진이 가로막혀 오히려 신규 감염을 막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전파매개행위죄는 자신이 감염인인 것을 진단받는 이들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은 진단받고 치료받고, 미검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95% 이상의 감염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법은 거의 전파시킬 가능성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콘돔없는 성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최재필 진술인은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며 진단을 받지 않으면 이 법조항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을 회피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건강과 예방을 가로막는 법이며, HIV 감염인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법조항이라는 것이 이 조항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점을 호소했다.
재판관들은 진술인의 발언을 경청했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분위기였다. 의료전문가로서 바이러스 미검출 상태의 HIV 감염인을 기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과학적으로 ‘미검출’의 의미가 무엇인지, 치료를 얼마나 중단하면 다시 검출상태가 된다고 보는지, 그래도 100%가 치료받고 있지는 않은데 이 법조항의 유지가 의미있다고 보는지, 치료가 잘 되고 있는데 신규 감염인 발생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이 또한 예상가능한 질문이었는데 아쉬운 점은 얼마나 확실하게 감염인을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반복적인 질문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최재필 진술인은 자신은 의사로서 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돕는 사람이며, 치료를 받지 않으면 무엇보다 건강이 저해되므로 치료를 저해하는 사회적인 요인에 대해서 상담하고 함께 노력한다는 점을 강조했을때 눈물이 났다. 바로 사회적인 그 요인이 HIV감염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며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진술했던 것이다.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과정에서 의료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하고 정당하고 필요한 답을 담담하게 진술하고 있는 것을 직접 듣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다.
2022년 11월 10일 공개변론 모습 (출처: 헌법재판소)
2. 합헌에 대한 주장
그 다음 정부쪽 이해관계자의 법률대리인이 모두 발언을 했다. 정부법무공단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은 어떤 법률 조항이 명확성을 넘어도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판단했을때 이러한 처벌이 필요하다면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HIV 바이러스 미검출 상태의 HIV감염인이 전파매개행금지조항 유죄를 받은 것은 이 법조항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사실 인정의 문제이므로 적극적으로 항변하면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조항은 합헌이되, 미검출 감염인은 무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한 체액이라는 것은 정액, 질액, 타액으로 한정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하며, HIV 감염인의 성관계만을 규제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 전반에 침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모유 수유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기소 대상이라고 했고, 이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통해서 구제가 가능할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헌법재판관이 오히려 법률의 모호성을 지적하면서 어떤 유형의 성행위인지를 명시해야 하지 않는지 물었는데 성행위가 전형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걸 좁히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정부측 대리인의 변론과 질의응답을 들으면서 모순된 주장, 모호한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19조의 합헌성을 주장하면서도 현재의 의과학적 현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모순이라고 느껴졌다. 또한 인간의 성관계와 일상생활의 관계를 구분하거나 체액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행위인가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동등한 시민인데 누군가의 성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과도한 제한이 아니라고 정말 믿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형벌로 가능하다고 정말로 믿는 다는 것인가?
게다가 다른 감염병과 달리 감염으로 인한 피해가 크기 때문에 HIV감염인에 대한 행동제한, 행복추구권 제한 보다 비감염인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우선이라는 해악적인 비교와 주장을 했고, 국가인권위에서 위헌 취지의 의견서를 냈지만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 아직 공포와 두려움이 크므로 시기상조이다라는 ‘국민의 법감정’, ‘사회적 합의’, ‘시기상조’론을 반복했다.
이해관계인인 정부측의 주장은 너무나 익숙한 처벌과 차별의 논리의 반복이었다. 인간의 이해가 부재하고, 국가의 책임이 부재한 유체이탈 화법이었다. 실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무가 일어나는 현실에 대해서 모르고 하는 주장이었다. HIV 감염인의 삶을 지우고 법논리에 대해서 논리적인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형법을 그렇게 다룬다는 것이 누군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법조항의 위헌성을 치밀하게 다루는 이 변론의 자리에 이러한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스스로 근거가 없는 주장을 무리해서 하고 있는가를 증명하는 셈이라고 느껴졌다. 정부쪽 진술인으로 채택된 박재평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주장은 굳이 옮기지 않겠다. (HIV를 계속 히브라고 발음해서 진술인으로서의 전문성을 의심한한 정황은 분명했다.)
3. 쟁점 및 과제
앞서 언급했지만 헌법재판관들은 의과학적인 변화에 관심을 보였다. 이 조항이 1987년 제정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이러한 관심은 분명 변화의 가능성을 감지하게 한다. 부디 변화된 현실에 맞추어 현재 가장 과학적이고, 인권을 증진할 수 있는 예방과 치료의 방법을 인식하고, 그것과 모순되는 전파매개죄가 폐지될 수 있도록 위헌 결정을 촉구한다.
동시에 HIV/AIDS 인권운동과 성과 재생산 권리를 위해서 싸우는 활동가로서 다시금 확인한 쟁점과 과제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감염인은 감시와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는 이 명제를 어떻게 상식으로 만들까? 보건당국은 감염병을 감시(Surveillance)하고 관리(Control)해야 한다. 이것은 감염인을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감염인은 감염병의 원인체를 보유하고 있거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감염병을 감시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귀중한 경험자이며 협조자이다. 동시에 권리를 가진 동료시민이며 질병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되는 존엄한 사람이며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염병과 감염인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며 감염인을 비인간화한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진정 감염인을 처벌하는 것인가? 게다가 공포에 기인한 ‘국민의 법감정’을 토대로 존폐를 논의한다? 이 공포는 국가가 조장한 것이 아닌가? 낙태죄와 마찬가지로 전파매개행위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미검출은 바이러스 0의 상태가 아니다. 수학적인 0의 개념은 과학적으로 감염력 0 와 동일하지 않다는 지적을 누군가 한적이 있다. 그렇다면 법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그 어디에 불가능한 0의 개념을 가져와 처벌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수사당국 뿐만 아니라 법률가의 오만일 뿐이다. 서보경 교수는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완치라고 규정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기자회견에서 지적한바 있다. 최재필 진술인은 코로나19 PCR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감염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중요한 예시를 제시했다. 그는 한번 미검출 상태가 되면 그때부터는 전파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건강유지를 위해서 복용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의료인의 책무라고 했다. 그가 치료제 복용을 몇달간 못해서 건강상의 위험이 생겼다면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했다. 진정으로 국가가 HIV 바이러스 신규 전파가 걱정된다면 비감염인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콘돔사용은 비감염인을 위한 것이며 프렙과 같은 사전예방약 또한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하게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연결해 성적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누가, 왜 콘돔을 사용해야 하는가, 콘돔 사용을 위해서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성관계를 하기로 동의했다는 것 안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되는가, 성매개 감염은 누구에게 어떤 의미의 위해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앙상하다. 성폭력을 폭행과 협박 유무가 아니라 동의 여부로 바꾸고자하는 운동의 지향은 성매개감염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성매개감염 사실에 대한 사전 고지에 기반한 동의가 진정한 동의인가? 그렇다면 사전 고지의 의무를 성매개감염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지우는 것으로 충분한가? 실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성매개감염의 우려가 있지만 콘돔 없는 성관계를 실행한다. 그 이유는 성매개감염이 사소해서라기보다는 예방법에 대한 정보부족과 더불어 그것을 감수할만한 더 큰 동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사전 고지 여부를 동의에 있어서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성매개감염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상대방으로부터 고지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예방법이 있어야 한다. 또한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도 다른 동기로 인해서 예방 조치 없이 성관계를 했을 때 그 이후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법이 훨씬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탄탄한가가 진정한 동의여부를 가릴 수 있다. 고의가 아닌 감염병 전파를 가해와 피해로 명명하기보다 새로운 관계 설정이 훨씬 더 의미있을 수 있다. 이미 경험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 더 구체적으로 에이즈 치료제를 먹어서 자신이 HIV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더 안전한 사람이 예방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심에 서는 방법,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 HIV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배우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이러한 질문에 답을 풍부하게 만들어서 그 어떤 경우에 처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이것은 비범죄화라는 조건 위에서 시작될 수 있고, 이미 어려움을 겪은 감염인의 경험을 통해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공개변론이 열렸다는 것 자체도, 공개변론을 통해서 주장된 위헌성의 근거들 모두 전세계 HIV/AIDS 운동이 이끌어온 변화를 반영한다. 반드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내어 감염인을 처벌하고 차별해왔던 모욕의 역사를 끝내고 처벌 없는 시대에서 동등한 성적 파트너로서 서로의 건강과 권리를 존중하는 방식에 대해 발명하고 훈련하는 시간들을 만들어나가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