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03월[번역] 인도적인 교도소라는 위험한 환상

이미지 출처 :  https://briarpatchmagazine.com/articles/view/the-dangerous-illusion-of-the-humane-prison

  

인도적인 교도소라는 위험한 환상


by  다니엘 사라 카라식 Daniel Sarah Karasik   Jun 28, 2018

번역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트랜스젠더 수감자들의 승리를 축하하며,
이와 함께 완전한 폐지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알몸수색에 대해 생각해보자.


2017년 말부터 캐나다의 연방 수감자는 그들이 선언한 성별정체성에 따라 수용되어 관련 처우를 받게 되었고, 이는 동일한 성별의 간수들이 신체 수색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수감자는 수색을 거부할 수는 없다. 캐나다 교정청(Correctional Service Canada, CSC)은 수색을 거부할 경우 "(수색에) 불응하는 수감자의 알몸 수색"을 강제하는 방법에 대한 6단계 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a)단계에서는 지휘관이 “알몸 수색을 반드시  실시해야 합니다. 협조하지 않을 경우 물리적 조치를 취하거나, 화학약품 또는 염증 유발 물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협력하여 옷을 벗으시겠습니까? 이 내용을 이해했습니까?"라는 내용을 반복하여 고지하게 한다.. 실내에서는 화학약품이 아닌 염증 유발 물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선택되는 염증 유발 물질은 페퍼 스프레이다. (f)단계에서는 수색을 비디오로 녹화해야 하며 “규정에 불응한” 수감자를 “나체 또는 반나체인 상태로 촬영해둘 필요도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가 승인한 이 모든 폭력은 (e)단계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민감도, 즉 "직원은 성별위화감 진단을 받은 수감자가 안전과 사생활 보호를 포함해 그들의 필요에 따른 취약성이 고려된 처우를 받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에 따라 수행된다.


교도소 폐지 운동은 현대 교도소가 그 자체로 폭력이라고 주장한다. 이 운동은 어떤 인간도 창살 안에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교도소를 용인될만한 곳으로 만들겠다는  어떠한 개혁도 의미가 없다고, 존중이 이루어지고 문명화 된 교도소라는 건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교도소가 실제로는 공동체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폐지운동은 범죄화 된 행동들을 관리하기 위한 주요 사회 전략으로 구금을 사용하는 것을 종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현재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 특히 퀴어, 트랜스젠더 수감자와 같이 야만성에 특히 취약한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에 대해 인식한다. 폐지론자의 관점에서 우리는 트랜스젠더 수감자에 대한 캐나다의 최근 정책 개혁을 축하해야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개혁이 기본적으로 고문, 성적 학대, 사회적 살인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교도소 시스템을 정당화하거나 인도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주장도 계속해야 한다.


2017년 12월 시행된 해당 개혁은 트랜스젠더 수감자를 해부학적 성에 따라 남성 또는 여성 시설에 배정하는 CSC의 원래 정책을 바꾸었다. 이는 캐나다 인권법에서 금지하는 차별 유형에 "성별정체성 및 표현"을 추가한 연방 법안 C-16에 따른 것이다. 이 법안은 전국의 트랜스 활동가들이 12년 동안 투쟁한 결과이다. 전 NDP 하원의원인 빌 식세이(Bill Siksay)가 2005년부터 매년 조금씩 다른 버전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는 동안 풀뿌리 조직들은 트랜스젠더의 이익이 결혼 평등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 LGBTQ 활동에 의해 소외되지 않도록 애써왔다. 


그 결과 연방 수감자들은 이제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스스로 정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2년 미만의 수감자들은 주의 관할권 아래에 있다. 온타리오, 브리티시 컬럼비아, 노바스코샤, 서스캐처원을 포함한 일부는 이에 상응하는 정책 변경을 했다.) 신체 구조가 어떻든 이러한 수감자들은 "건강 및 안전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들의 성별에 상응하는 시설에 수감된다.[ref]역자 주: 차별 금지에 관한 캐나다의 법과 정책에서는 고용주나 책임 기관이 관련 정책을 시행하기에 ‘과도한 어려움(undue hardship)’이 있는 경우에 한해 해당 의무를 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도한 어려움’에 해당하는 사항은 비용, 외부 자금이 관련된 경우, 건강 및 안전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경우 세 가지가 있으며,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은 해당 책임 기관에 있다. (참고: https://www.ohrc.on.ca/en/policy-ableism-and-discrimination-based-disability/9-undue-hardship)[/ref] 이들은 필요한 개인 물품의 주문을 위해 남성용과 여성용 중 하나 또는 둘 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알몸 수색은 받아야 한다.


트랜스젠더 수감자의 성별 자기결정권 보장은 그 자체로 큰 승리이다. 이 정책은 트랜스젠더의 경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이들이 자신의 삶을 의료 기관의 손으로부터 벗어나서 형성할 수 있도록 일정한 권한을 가지게 한다. 세심하게 시행된다면-그럴 가능성이 크게 없어 보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특히 남성 교도소에서 젠더 기반 폭력을 경험할 위험이 매우 높은 트랜스 여성 수감자들을 보호하는 데에는 아주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법무부 통계국은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연방 및 주 교도소에 수감된 트랜스젠더의 33.2%가 다른 수감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으며, 교도관이나 직원에 의한 폭력은 말할 것도 없다. 캘리포니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 교도소에 수감된 트랜스젠더 여성의 59%가 다른 수감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캐나다 교도소에 대해서는 이와 유사한 조사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지만 동일한 경향을 가지고 있다. 


몬트리올에 기반을 둔 ‘수감자에게 편지 보내기 프로젝트 Prisoner Correspondence Project’에서 활동하는 트랜스 남성이자 트랜스젠더 권리 옹호 활동가인 르네 칼라한-세인트 존(Rene Callahan-St. John)은 새로운 CSC 정책이  "수감된 사람들에게 그들의 권한 중  일부만을 돌려주는 것"이라며, "CSC가 이러한 정책 변경을 만들어 내도록 강제되었을 때, 그들은 수감자들이 자신의 [생명]과 복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정한 주체성  또한 부여하도록 강제되었다."고 말한다.


수감자의 주체성을 회복시킨다는 것은 운동의 시급한 과제인 동시에 신자유주의의 전형적인 역설이다. 신자유주의의 전형적인 움직임, 즉 하퍼 정부와 트뤼도 정부(역자 주: 스티븐 하퍼는 보수당 소속의 전 총리이며, 쥐스탱 트뤼도는 자유당 소속의 현 총리이다)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그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강압적인(그러나 대체로 숨겨진) 구조에 갇힌 개인들에게 협소한(하지만 널리 알려진) 형태의 주체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보적인 트랜스젠더 수감자 정책이 자유당의 도장이 찍힌 교도소 확대를 위한 연방 기금, 하퍼 시대에 약속된 필수 최소 양형 지침을 되돌리는 일에 대한 완전한 실패, 투옥에 대한 회복적 사법 대안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투자가 전혀 없는 상황, HIV 감염 사실 미고지(역자 주 : 캐나다 형법에서의 HIV non-disclosure 처벌. 한국의 전파매개행위죄와 유사한 처벌 조항)에 대한 처벌과 같이 퀴어와 트랜스 커뮤니티에 불균형하고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 형법 조항들과 공존하는 방법이다. 


시카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국가가 LGBTQ 관련 이슈를 교도소과 군대 폭력을 용인하는 일에 끌어들이는 것에 반대하는 급진적 퀴어 편집자 모임 Against Equality의 공동 설립자인 활동가 야스민 나이르(Yasmin Nair)는 “캐나다에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캐나다의 수감률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데, HIV에 대해서는  흉포하게 범죄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캐나다에서 HIV 감염 사실 미고지와 관련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평균 징역형은 54개월이며 평생 성범죄자로 불리게 된다.


나이르는 “그렇다. 우리는 그곳에서 성별화를 고려하는 전략(gender-responsive strategies)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하지만 나는 언제나 내가 신자유주의의 ‘전환과 미끼’ 전략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항상 우려하고 경계한다. 이 전략은 ’이 [개혁]을 줄께, 아, 그런데 저기다가 교도소 몇 개만 더 짓자’는 식이고, 그렇게 해서 결국 우리는 HIV 감염인에 대한 정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동안 성별화를 고려하는  교도소들을 갖게 된 것이다.”


칼라한-세인트 존(Callahan-St. John) 역시, 애초에 트랜스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들이 그토록 교도소에 가는 처지가 되어버리는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가족 내 트랜스젠더 혐오, 고용 차별, 트랜스젠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의 부족이 모두 범죄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면서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은 마약 판매, 거리 성노동, 사소한 절도 같은 생존 범죄에 의존하게 된다”고 말한다.


트랜스젠더의 안전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은 이미 교도소에 갇힌 트랜스젠더에게 행해지는 야만성을 종식시켜야 하지만, 트랜스젠더가 범죄화되기 전에 트랜스젠더의 삶에 투자해야 한다. 칼라한-세인트 존은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이 건강 관리, 주택, 직업 및 사회적 지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정부는 강력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커뮤니티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더 이상 법적 사법 시스템에 갇힌 사회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CSC 정책은 또한 남성/여성 성별 이분법에 의존하는데, 이는 논바이너리 수용자나 성별 비순응 수감자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모호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이는 대부분 정책이 어떻게 집행되는지에 달려 있다. 교도소 관리자의 재량 문제인 것이다. 젠더플루이드, 바이젠더 또는 논바이너리 트랜스페미닌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들은 폭력이 가장 심한 곳이자 이들이 거의 확실하게 표적이 될 수 있는 남성 교도소에 수용되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 자신의 트랜스 정체성이 알려지면 남성 시설에서 폭력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트랜스 남성도 마찬가지로 남성 교도소에 수용되는 걸 원치 않을 수 있다. 몸집이 작거나 여성적이라고 분류되는 다른 특성 때문에 교도관들이나 동료들에 의해 동의 없이 여성으로 젠더화되어 젠더 기반 폭력의 대상이 되는 시스 남성도 마찬가지다. 후자의 경우, 문제의 여성화 된 남성 당사자는  자신을  트랜스젠더 권리의 당사자로 인정하게 하는 데에 실패하는 방식으로 성별을 말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교도소 행정부에서는 새로운 정책의 적용을 거부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CSC의 새로운 트랜스젠더 정책이 제공하는 인정은 선택에 의해서든 강제에 의해서든 여성화 된 수감자들에 대한 폭력을 종식시키는 광범위한 프로젝트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교도소 폐지를 위해 활동하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이자 공연가인 해리 조세핀 자일스(Harry Josephine Giles)는 "권리와 인정이 그저 밖에다 권리라는 이름을 붙인  살인 상자에 갇히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면, 그런 권리와 인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를 분명히 하면서, 그는 “우리의 주요한 관심은 교도소에 있는  트랜스젠더-특히 유색인종 트랜스 여성들-의 실질적인 복지에 있어야 한다. […] 그러나 활동가들의 질문은 국가가 우리를 상징적으로 인정하는 데에 있기 보다는 우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일스는 교도소에서 더 나은 성별 인정을 하도록 만들기 위한 캠페인은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이는 불법으로 규정된 위해 행위들을을 시정하기 위한 주요 전략으로서 감금을 유지하는 일을 끝내기 위한 캠페인과 함께 조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형제자매들이 형벌 시스템이라는 사회적 살인을 계속해서 겪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교도소 없는 미래를 약속하는 캐나다인들은 CSC의 새로운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트랜스젠더 수감자들의 처우를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이는 수감된 트랜스젠더, 특히 토착민과 흑인 트랜스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감자의 경험에서 볼 때, 정부가 말하는 것이 정부가 실제로 하는 일과 일치하는가? 수감된 동지들은 편지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 트랜스 수감자 처우에 대한 연방 정부의 모니터링과 보고 기준은 어떠한가? 교도관은 젠더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에 도전하는 사례들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적인가? 교도관들은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건강 및 안전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트랜스젠더 수감자의 의사를 거부하는 행동을 하는가? 이러한 문제는 연방 및 주 차원에서 어떻게 다르게 진행되며 우리는 어떻게 모든 주와 준주에서 성별에 적합한 시설에 트랜스 수감자를 수용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가?


성별 자기 결정권은 기본적인 인간의 자유이며, 우리는 이를 향한 모든 단계를 축하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하에서 우리 자신의 자유는 일반적으로 국가가 중산층, 백인, 시스젠더, 이성애자, 비장애인인 "우리"의 이름으로, 가난하고 인종화되었으며 LGBTQ이자/이거나  장애인인 "그들"에게 가하는 잔인함에서 눈을 돌리는 데 동의하는 경우에만 우리에게 부여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이에  반드시 저항해야 한다. 포섭을 통해 저항을 진정시키고 더 광범위한 변화에 대한 희망을 없애기 위한 목적도 담고 있는 중요한 개혁을 제공하는 시스템에 직면하여, 우리는 예와 아니오를 동시에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니엘 사라 카라식(they/them)은 사회주의 전략, 분석, 문화 매거진 Midnight Sun의 편집자이다. 최근 저작으로 시집 ‘풍부 Plenitude’(Book*hug Press)가 있다.


(원문읽기) https://briarpatchmagazine.com/articles/view/the-dangerous-illusion-of-the-humane-p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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