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11월[국제이슈] 대만의 HIV/AIDS 비범죄화 캠페인

대만의 HIV/AIDS 비범죄화 캠페인

 

두스청(杜思誠) / 대만 통츠 핫라인 협회 사무총장


대만에서 HIV/AIDS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의 예방과 통제 및 감염인의 권익 보호에 관한 특별법 (이하 감염인 특별법)“에 의해 규제된다. 이 법의 제21조 1항은 “자신이 감염인임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타인과 위험한 성행위를 하거나 주사바늘·희석제·용기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여 타인을 감염시킨 자는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3조는 "미수범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어, 타인에게 감염을 유발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다양한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또한 대만 정부는 2008년에 ‘위험한 성행위’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장기의 점막 또는 체액을 분리하지 않은 채 직접 접촉하여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의학적으로 판단되는 성행위". 이 정의는 너무 포괄적이어서, 감염인이 다른 사람에게 구강성교를 하면 (감염 위험이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이를 위험한 성교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는 시대에 뒤떨어졌고 새로운 의학 지식 (예: U=U, 미검출 = 전파불가) 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감염인들도 불이익을 받을 수가 있다.


이 법은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들을 야기한다.

1. HIV/AIDS 감염인에게 매우 불공평하다. 이 법은 감염인에게 무거운 처벌을 부과한다.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더라도 처벌된다. 대만에서는 대부분의 사건이 미수 범죄에 해당된다. 때문에 감염인이 자신의 감염 여부를 상대방에게 공개했다거나, 서로 안전한 성생활을 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조차도 매우 어렵다. 

2. 이 법은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책임을 감염인 개인에게 부여한다. 이는 전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 사람들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검사를 받지 않거나 의료 자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만든다. 

3. 실제 사례를 보면 감염인과의 결별에 동의하지 않는 비감염인이 이 법을 이용해 감염인을 고소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 감염인들은 파트너 관계에서 이 법에 의해 위협을 받거나 성관계 중 손해배상 청구를 받기도 한다. 법이 오히려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이용되는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HIV/AIDS 감염인 인권 단체들은 오랫동안 이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하기를 바랐지만 법을 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U=U를 뒷받침할 더 많은 과학적 증거를 얻게 되면서, 단체들은 차선책으로 후퇴하여, ‘위험한 성적 행동’의 정의에 바이러스 검출 수준을 포함시키는 것 또한 감염인 비범죄화 캠페인의 전략 중 하나가 되었다.

 

 "대만 HIV 비범죄화 캠페인: 환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아이보리 린과 두스청의 강의안)


대만의 HIV/AIDS 비범죄화 캠페인에서 단체들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사용했다. 

1. 소송: 법이 개정되기 전에 HIV/AIDS 감염인 인권 옹호 단체 (예: 에이즈 감염인 권익 옹호 협회) 와 변호사들이 U=U를 개별 사건에 대한 소송 전략으로 사용했으며, 일부 검사와 판사에 의한 불기소 또는 무죄 평결이 점진적으로 증가하였다. 

2. 전문 의료 협회와 협력: 2019년 말 에이즈 감염인 인권 단체는 대만 에이즈 의료협회에 문서를 보냈고, 협회는 2020년에 공식 문서로 U=U를 지원하여 대만의 의료기관에서 전문가가 U=U를 승인할 수 있도록 했다. 

3. 교육 홍보: HIV/AIDS 단체는 의료인, 법조인, 사회복지사와의 협력을 통한 세미나, 교육 연설, 온라인 기사 작성, 퀴어 퍼레이드에서 에이즈 팀을 구성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염인 특별법 제21조에 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렸다. 

4. 공공 정책 제안 및 연결: 2020년 HIV/AIDS 활동가들이 대만 정부의 공공 정책 참여 플랫폼에 대한 제안을 하여 감염인 특별법 제21조 및 ‘위험한 성적 행동’ 기준의 범위에 대한 개정을 요청했다. 단체들은 에이즈 감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뒤집기 위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활동을 통해 U=U와 HIV/AIDS 감염인 비범죄화를 촉진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이 마침내 받아들여져, 2021년 7월에는 규정을 개정하여 ‘위험한 성적 행위’의 정의를 "장기의 점막 또는 체액을 분리하지 않은 채 직접 접촉하여 의학적으로 감염 위험이 크고,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행위"로 정의하였고, U=U에 대한 설명을 개정안 설명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보다 많은 판사들이 에이즈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개정된 법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조인들과 의사들이 노력하여 법관들에게 관련 강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법이 개정된 이후 검찰과 판사들은 U=U를 불기소나 무죄판결의 근거로 잇달아 사용해 왔다. 이런 것들이 모두 법 개정 후의 비교적 긍정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험한 성적 행동’의 기준 범위를 수정하는 것은 HIV/AIDS 비범죄화의 중요한 단계이지만, 이는 검출되지 않는 바이러스 수준에 감염된 사람들이 처벌되는 것을 방지할 뿐이며, 감염인 특별법 제 21조가 존재하는 한 감염인들은 여전히 법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국 제21조와 미수범 처벌 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 


한국에도 대만과 비슷한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한국의 HIV/AIDS 활동가들 역시 HIV/AIDS의 비범죄화에 힘써 왔다. 대만과 한국 양국에서 HIV/AIDS 의 비범죄화가 함께 진전될 수 있기를, 그리하여 HIV 감염이 다른 여느 질병처럼 특별하지 않은 일로 다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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