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빠마>를 통해 본 삶에 대한 결정권
섹 알 마문 / 영화감독
방글라데시에서 온 ‘니샤’가 한 시골마을에서 남편 병식,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한글교실에 가서 공부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자립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니샤가 빨리 아이를 낳아 가정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니샤의 남편 병식은 니샤를 응원하고도 싶지만, 어머니의 불만과 친구가 심어준 이주결혼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불안해지고 니샤에게 빨리 아이를 낳자고 한다. 아직은 아이가 낳기 싫다는 니샤에게 화가 난 병식은 한글 교실도 가지 말라고 하지만 다음 날 니샤는 그 말을 무시하고 한글 교실에 가고, 병식은 화가 나 니샤의 학용품과 한글수업 물품들을 마당에 던져버린다. 한글교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니샤는 병식에게 미안함 마음에 케이크를 사오지만, 병식은 자전거를 발로 쳐서 케이크를 망가뜨려 버린다. 화가 난 니샤는 밖으로 나가고 그녀가 한글로 서툴게 쓴 일기장을 보며 병식은 그녀의 진심을 느끼고 미안해진다.
제사상에 오를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러가는 길에 병식은 니샤를 위해 학용품을 다시 사주고, 둘은 말없이 화해한다.
영화 <빠마> 스틸 이미지 (제공/섹 알 마문 감독)
위에 적은 글은 내가 연출한 영화 <빠마>의 시놉시스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계기가 된 건 실제 이름도 ‘니샤’인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니샤와의 대화였다. 니샤는 한국생활을 마치고 방글라데시로 가기 전에 삭발을 할 거라고 했다. 본인은 아직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면 가족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혼을 해야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의 강요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삭발을 하겠다고 했다. 그녀의 그 말이 그간 내가 접했던 이주여성들의 여러 일화와 함께 영화를 연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현재 한국에는 26만명이 넘는 이주 결혼 여성이 살고 있다. 2019년 여성가족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42%의 이주여성이 일방적으로 한국문화만을 강요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주 결혼 여성들이 출산에 대한 압박, 자립이 힘든 환경,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하거나 이혼을 하고, 심지어 자신의 아이와 함께 투신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을까? 문화와 언어가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여성이 받는 끝없는 압박이 이들을 이런 상황에 빠뜨리게 하게 한 것이 아닌가? 이들은 외국에서 사온 인형도 아니고 아이를 낳는 기계도 아니다. 이들도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아야하는 존재이다. 어떤 필요에 의해 소모적으로 쓰이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영화 <빠마> 스틸 이미지 (제공/섹 알 마문 감독)
나 역시 이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이자, 국제결혼을 한 사람으로서 한국 사회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만을 강요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국제결혼 여성 특히 북미․유럽이 아닌 국가 출신의 여성이 겪는 편견과 차별은 이중, 삼중의 무게로 그들의 삶을 누르고 있다. 상투적인 레토릭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러 나라 문화의 다양성이 바람과 바다처럼 자유롭게 흐르고 어우러지는 사회, 그 안에서 그녀들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사회일 것이다.
영화 <빠마>를 통해 본 삶에 대한 결정권
섹 알 마문 / 영화감독
영화 <빠마> 스틸 이미지 (제공/섹 알 마문 감독)
위에 적은 글은 내가 연출한 영화 <빠마>의 시놉시스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계기가 된 건 실제 이름도 ‘니샤’인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니샤와의 대화였다. 니샤는 한국생활을 마치고 방글라데시로 가기 전에 삭발을 할 거라고 했다. 본인은 아직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면 가족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혼을 해야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의 강요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방편으로 삭발을 하겠다고 했다. 그녀의 그 말이 그간 내가 접했던 이주여성들의 여러 일화와 함께 영화를 연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현재 한국에는 26만명이 넘는 이주 결혼 여성이 살고 있다. 2019년 여성가족부의 통계자료를 보면 42%의 이주여성이 일방적으로 한국문화만을 강요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이주 결혼 여성들이 출산에 대한 압박, 자립이 힘든 환경,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가출하거나 이혼을 하고, 심지어 자신의 아이와 함께 투신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을까? 문화와 언어가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여성이 받는 끝없는 압박이 이들을 이런 상황에 빠뜨리게 하게 한 것이 아닌가? 이들은 외국에서 사온 인형도 아니고 아이를 낳는 기계도 아니다. 이들도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아야하는 존재이다. 어떤 필요에 의해 소모적으로 쓰이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영화 <빠마> 스틸 이미지 (제공/섹 알 마문 감독)
나 역시 이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이자, 국제결혼을 한 사람으로서 한국 사회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만을 강요하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국제결혼 여성 특히 북미․유럽이 아닌 국가 출신의 여성이 겪는 편견과 차별은 이중, 삼중의 무게로 그들의 삶을 누르고 있다. 상투적인 레토릭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러 나라 문화의 다양성이 바람과 바다처럼 자유롭게 흐르고 어우러지는 사회, 그 안에서 그녀들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다문화 사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