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코너에서는 포괄적 성교육 프로그램 [에브리바디 플레져랩]에서 활용하려고 하는 ‘플레져미터’라는 상담 도구에 대해서 소개한다.
들어가며
플레져미터는 Global Advisory Board (GAB) for Sexual Health and Wellbeing이라는 기관에서 만든 <성적 즐거움: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서 잊혀진 링크 SEXUAL PLEASURE : The forgotten link in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라는 제목의 훈련도구세트 Training Toolkit에 포함된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일단 제목부터 기대감 100% 충족이다.) 이 훈련도구세트의 목표는 1) 인간 삶의 긍정적인 측면으로서 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 2) 성적 건강, 성적 권리, 성적 쾌락 사이에 효과적인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며 미래의 보건 전문가들이 서비스를 제공할 때 내담자에게 성 긍정적인 상담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지원하고 구축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플레져미터는 이러한 전반적인 목표 안에서 마련된 하위 도구로서, 성적 경험과 성건강에 대한 개인의 성적 이력을 탐색함으로써 성 건강, 성적 권리, 성적 쾌락 사이에 의미있는 연관 관계와 차이들을 찾아내고 평가하기 위한 도구이다.
플레져미터의 목표
플레져미터는 대부분의 상담가나 서비스제공자들이 내담자가 가진 출발점과 그 출발점이 가진 의미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적으로부터 시작한다. 내담자의 성적 이력(과거력)을 파악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료 행위와 성/재생산 서비스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대부분의 상담가나 서비스 제공자들은 내담자나 환자가 지닌 위험요소(Risk)를 확인한다. ‘위험 요소’나 ‘위험에 따른 변수’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들로는 대체로 이런 것들이 있다.
◯ 마지막 HIV 테스트 날짜
◯ 지난 해 HIV 테스트 횟수
◯ 성관계 파트너의 숫자
◯ 예방 조치 없이 했던 질/항문 섹스나 오럴 섹스
◯ 성매개감염 진단이나 치료 이력
◯ 폭력적인 관계 이력
◯ 성관계 시의 물건 사용 이력
◯ 약물이나 금전을 교환하는 성관계 경험 이력
◯ 임신중지 이력
이 훈련도구세트는 이런 식의 위험 요소 파악에 집중하는 방식은 특정한 성관계의 방식이 위험요소를 내포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일견 객관적으로 보이는 질문 안에서도 이미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낙인이 이미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HIV 테스트에 대한 질문은 이미 남성 동성애자라는 성적 지향과 항문 성교라는 성행위 방식, 여러명의 낯선 상대와 성관계를 맺는 패턴 등을 이미 문제적인 것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사회적인 규범이 존재한다. 이러한 규범을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러한 성적 패턴에 들어맞지 않는 내담자에게는 이러한 질문을 생략해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게 된다. 이 훈련도구세트는 이러한 요소들은 그 자체로 위험 요소로 단정할 수 없고, 위험은 성적 권리의 프레임 밖에서 발생하는 행동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성관계에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제시한다.
◯ 동의
◯ 자신감
◯ 자기결정권
◯ 안전
◯ 프라이버시
◯ 의사소통/협상의 부재
플레져미터는 상담/의료 서비스의 제공자들이 성관계에서 신체적, 정신적 만족도나 즐거움의 경험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2개월의 성적 경험에서 위의 여섯가지 요소들을 어떻게 경험했는지에 접근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또한 플레져미터는 STIs 증상이나 HIV검사, 물건 사용 등에 관한 특정한 질문을 이력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력 청취를 위한 대화 과정에서 환자/내담자가 자신의 성적 즐거움과 성 건강, 성적 권리에 대해 상호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플레져미터의 사용방법
플레져미터를 사용하기 위해서 먼저 상담자가 내담자의 사회경제적 상황, 연령,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성관계 파트너의 숫자, 인종이나 민족 등에 따른 특정한 방식의 가정, 스테레오타입, 낙인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내담자가 그 어떤 기준으로도 평가되지 않고 존중받는 가운데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또한 내담자를 호칭할 대명사나 성적지향에 대해 먼저 질문할 것을 제시한다.
◯ 당신의 성적지향은 무엇입니까? 동성애자, 양성애자, 이성애자, 혹은 그외에 다른 정체성이거나 없다고 느낍니까?
◯ 당신은 출생시에 어떤 성별로 지정되었습니까?
◯ 당신의 성별정체성은 무엇입니까? 남성, 여성,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논바이너리, 혹은 없거나 다른 정체성입니까?
내담자가 직접 평가 점수를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그 이후에 각 항목에 대해 표 아래에 제시된 질문과 대화를 진행한다.
지난 12개월 동안 당신의 모든 성적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고 다음 질문에 따라 점수를 매겨보세요. (1-10점)
신체적 정신적 만족/즐거움의 정도
자기결정
동의
안전
프라이버시
자신감
대화/협상
얼마나 즐거웠나요?/ 당신은 지난 12개월동안의 당신의 성적 경험에 얼마나 만족했나요?
이러한 성적 관계들 중 얼마나 많은 것을 자유롭게 선택했나요?
당신의 성적인 파트너와 했던 모든 것 중에서 당신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것에 동의했습니까?
당신은 성관계에서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꼈습니까?
당신은 모든 성적인 만남에서 얼마나 사생활보호를 하였습니까?
섹스하는 동안 파트너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얼마나 자신감이 있었습니까?
파트너와의 커뮤니케이션 및 협상의 질을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내담자가 작성한 표에 기반해서 아래에 제시된 주제를 가지고 열린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 신체적 정신적 만족/즐거움의 정도
-시스젠더 남성, 여성, 혹은 둘 다와 관계를 맺은 적이 있나요?
-트랜스젠더 남성이나 여성, 혹은 둘 다와 관계를 맺은 적이 있나요?
-애널섹스나 질 섹스, 오럴 섹스 경험이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대략 몇 명의 파트너가 있나요?
-파트너는 보통 어떻게 만나나요?
-여기에 1점-10점 사이 점수를 매기게 된 특정한 요인이나 상황에 대해서 상기해 볼 수 있을까요?
-성관계 이전, 도중, 이후에 성적 만족도나 즐거움의 정도가 같았나요?
-성적인 만남들 속에서 신체적인 만족/즐거움과 정신적인 만족/즐거움을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의 관계를 더 혹은 덜 즐겁게 만드는 특별한 요인이 있을까요?
◯ 자기결정
-이 항목에서 1점을 주었다면 그렇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10점을 주었다면 완전히 모든 선택에 있어 자유롭다는 의미인가요?
-지난 한 해 동안에 있었던 어떤 성관계에서든지 강요를 했거나 강요를 당한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 동의
-당신의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당신이 무엇을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지 합의할 수 있는 동의에 다다르기가 어려웠나요?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가 원하는 행위에 대한 특별한 합의 내용들이 있었나요?
-동의는 언제나 자유롭게 이루어졌나요?
-당신이 원할 때 동의한 내용을 바꿀 수 있었다고 느끼나요?
◯ 안전
-성관계에서 무엇이 당신을 안전하다거나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하나요?
-당신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예방법/도구는 무엇인가요?
-어떤 상황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끼나요?
-어떤 상황에서 덜 안전하다고 느끼나요?
-안전한 성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당신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만든 STIs 문제에 관련된 경험이 있었나요?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성관계 이후에 어떤 행동을 취했나요? (HIV 테스트 등)
-어떤 시점에서 당신의 안전에 영향을 미친 물건의 사용이 있었나요?
◯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는 데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프라이버시를 찾거나 통제하기가 어려웠던 요소들은 무엇인가요?
-성관계 파트너와 관계를 맺을 때나 자위를 할 때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었나요?
-어떤 사람들은 성관계 중에 파트너를 관찰하거나 자신의 성적 행동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경우 동의를 구해야 하며 다른 사람의 권리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유효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짚을 필요가 있다.
◯ 자신감
-성관계 동안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제약을 받은 경험이 있나요?
-자신의 바디이미지 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자신을 표현하는 걸 억제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나요?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나요?
◯ 대화/협상
-성관계 때마다 당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파트너에게 말할 수 있었나요?
-어떤 것이 즐거운지 아닌지 말할 수 있었나요?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에 대해 제안해볼 수 있었나요?
◯ 종료 후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항목들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과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을 살펴봅시다.
-점수가 가장 낮은 항목들이 앞으로의 성관계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모든 항목들 중에서 당신이 좋은 섹스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얘기하지 않았던 것들 중에서 더 좋은 섹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항목이 있을까요?
포괄적 성교육에서 플레져미터 활용하기
셰어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과 함께 청소년성소수자친화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이 플레져미터라는 상담 도구를 발견했다. 물론 다양한 정체성, 성 경험, 고민들을 가진 여러명이 모인 교육의 자리에서 이 상담 도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성교육을 실행하기 앞서서 셰어와 띵동 활동가, 자원 활동가들이 먼저 플레져미터를 가지고 직접 자신의 성경험을 평가해보고 소감을 나누었는데 새로운 질문이 주는 인식의 전환과 해방감이 있었다. 이러한 취지를 어떻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맞는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살려낼지 계속 모색하려고 한다.
그동안 포괄적 성교육이나 안전한 섹스 담론이 금욕을 넘어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왔다. 특정한 성정체성이나 성관계 여부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인식하고 효과적인 예방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건강을 증진해나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특정한 정체성, 성행동에 대한 낙인제거를 동시에 해나간다는 의식적인 노력이 부족하면 이 과정 자체가 또다른 낙인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고, 예를 들어 ‘남성 동성간 성행위-항문성교-HIV감염에 취약’이라는 연관성을 인과관계로 왜곡할 위험이 있다. 또한 이 연관성 사이에서 무엇을 문제의 원인으로 찾을 것인지는 상담자나 교육자의 문제인식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차별과 낙인에 도전하고 성적 쾌락을 성적 권리, 성적 건강과 연결시키고자 한다면 이 연관성을 만드는 진짜 요소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플레져미터가 제시하는 6가지의 측정 요소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성적 쾌락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성관계에서 차별, 강요, 폭력,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누리는 쾌락, 즐거움과 행복감이 성관계의 목적이다. 이 성적 쾌락을 본질화하거나 국가 인구정책을 위한 도구화하거나 능력주의, 정상신체중심주의, 시장 등에 넘겨버리지 않기 위해서 성적 권리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 동의 , ◯ 자신감, ◯ 자기결정권, ◯ 안전, ◯ 프라이버시, ◯ 의사소통/협상에서 만족할 수 없다. 자신의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서 언제든지 성적 즐거움은 정도를 달리한다는 점, 그것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해준다. 섹슈얼리티 영역에서 차별과 폭력은 언제나 상존하지만 어떤 정체성이나 사회적 지위가 언제나 만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이 권리를 겸손하게, 또한 자신감있게 대하도록 이끈다.
나영정
이번 코너에서는 포괄적 성교육 프로그램 [에브리바디 플레져랩]에서 활용하려고 하는 ‘플레져미터’라는 상담 도구에 대해서 소개한다.
들어가며
플레져미터는 Global Advisory Board (GAB) for Sexual Health and Wellbeing이라는 기관에서 만든 <성적 즐거움: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서 잊혀진 링크 SEXUAL PLEASURE : The forgotten link in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 라는 제목의 훈련도구세트 Training Toolkit에 포함된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일단 제목부터 기대감 100% 충족이다.) 이 훈련도구세트의 목표는 1) 인간 삶의 긍정적인 측면으로서 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 2) 성적 건강, 성적 권리, 성적 쾌락 사이에 효과적인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며 미래의 보건 전문가들이 서비스를 제공할 때 내담자에게 성 긍정적인 상담과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지원하고 구축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플레져미터는 이러한 전반적인 목표 안에서 마련된 하위 도구로서, 성적 경험과 성건강에 대한 개인의 성적 이력을 탐색함으로써 성 건강, 성적 권리, 성적 쾌락 사이에 의미있는 연관 관계와 차이들을 찾아내고 평가하기 위한 도구이다.
플레져미터의 목표
플레져미터는 대부분의 상담가나 서비스제공자들이 내담자가 가진 출발점과 그 출발점이 가진 의미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적으로부터 시작한다. 내담자의 성적 이력(과거력)을 파악하는 것은 일반적인 의료 행위와 성/재생산 서비스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대부분의 상담가나 서비스 제공자들은 내담자나 환자가 지닌 위험요소(Risk)를 확인한다. ‘위험 요소’나 ‘위험에 따른 변수’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들로는 대체로 이런 것들이 있다.
◯ 마지막 HIV 테스트 날짜
◯ 지난 해 HIV 테스트 횟수
◯ 성관계 파트너의 숫자
◯ 예방 조치 없이 했던 질/항문 섹스나 오럴 섹스
◯ 성매개감염 진단이나 치료 이력
◯ 폭력적인 관계 이력
◯ 성관계 시의 물건 사용 이력
◯ 약물이나 금전을 교환하는 성관계 경험 이력
◯ 임신중지 이력
이 훈련도구세트는 이런 식의 위험 요소 파악에 집중하는 방식은 특정한 성관계의 방식이 위험요소를 내포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일견 객관적으로 보이는 질문 안에서도 이미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낙인이 이미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HIV 테스트에 대한 질문은 이미 남성 동성애자라는 성적 지향과 항문 성교라는 성행위 방식, 여러명의 낯선 상대와 성관계를 맺는 패턴 등을 이미 문제적인 것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사회적인 규범이 존재한다. 이러한 규범을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이러한 성적 패턴에 들어맞지 않는 내담자에게는 이러한 질문을 생략해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게 된다. 이 훈련도구세트는 이러한 요소들은 그 자체로 위험 요소로 단정할 수 없고, 위험은 성적 권리의 프레임 밖에서 발생하는 행동들과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성관계에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제시한다.
◯ 동의
◯ 자신감
◯ 자기결정권
◯ 안전
◯ 프라이버시
◯ 의사소통/협상의 부재
플레져미터는 상담/의료 서비스의 제공자들이 성관계에서 신체적, 정신적 만족도나 즐거움의 경험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2개월의 성적 경험에서 위의 여섯가지 요소들을 어떻게 경험했는지에 접근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또한 플레져미터는 STIs 증상이나 HIV검사, 물건 사용 등에 관한 특정한 질문을 이력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력 청취를 위한 대화 과정에서 환자/내담자가 자신의 성적 즐거움과 성 건강, 성적 권리에 대해 상호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플레져미터의 사용방법
플레져미터를 사용하기 위해서 먼저 상담자가 내담자의 사회경제적 상황, 연령,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성관계 파트너의 숫자, 인종이나 민족 등에 따른 특정한 방식의 가정, 스테레오타입, 낙인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내담자가 그 어떤 기준으로도 평가되지 않고 존중받는 가운데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또한 내담자를 호칭할 대명사나 성적지향에 대해 먼저 질문할 것을 제시한다.
◯ 당신의 성적지향은 무엇입니까? 동성애자, 양성애자, 이성애자, 혹은 그외에 다른 정체성이거나 없다고 느낍니까?
◯ 당신은 출생시에 어떤 성별로 지정되었습니까?
◯ 당신의 성별정체성은 무엇입니까? 남성, 여성,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논바이너리, 혹은 없거나 다른 정체성입니까?
내담자가 직접 평가 점수를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그 이후에 각 항목에 대해 표 아래에 제시된 질문과 대화를 진행한다.
내담자가 작성한 표에 기반해서 아래에 제시된 주제를 가지고 열린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 신체적 정신적 만족/즐거움의 정도
-시스젠더 남성, 여성, 혹은 둘 다와 관계를 맺은 적이 있나요?
-트랜스젠더 남성이나 여성, 혹은 둘 다와 관계를 맺은 적이 있나요?
-애널섹스나 질 섹스, 오럴 섹스 경험이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대략 몇 명의 파트너가 있나요?
-파트너는 보통 어떻게 만나나요?
-여기에 1점-10점 사이 점수를 매기게 된 특정한 요인이나 상황에 대해서 상기해 볼 수 있을까요?
-성관계 이전, 도중, 이후에 성적 만족도나 즐거움의 정도가 같았나요?
-성적인 만남들 속에서 신체적인 만족/즐거움과 정신적인 만족/즐거움을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의 관계를 더 혹은 덜 즐겁게 만드는 특별한 요인이 있을까요?
◯ 자기결정
-이 항목에서 1점을 주었다면 그렇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10점을 주었다면 완전히 모든 선택에 있어 자유롭다는 의미인가요?
-지난 한 해 동안에 있었던 어떤 성관계에서든지 강요를 했거나 강요를 당한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 동의
-당신의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당신이 무엇을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지 합의할 수 있는 동의에 다다르기가 어려웠나요?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가 원하는 행위에 대한 특별한 합의 내용들이 있었나요?
-동의는 언제나 자유롭게 이루어졌나요?
-당신이 원할 때 동의한 내용을 바꿀 수 있었다고 느끼나요?
◯ 안전
-성관계에서 무엇이 당신을 안전하다거나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하나요?
-당신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예방법/도구는 무엇인가요?
-어떤 상황에서 더 안전하다고 느끼나요?
-어떤 상황에서 덜 안전하다고 느끼나요?
-안전한 성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당신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만든 STIs 문제에 관련된 경험이 있었나요?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 성관계 이후에 어떤 행동을 취했나요? (HIV 테스트 등)
-어떤 시점에서 당신의 안전에 영향을 미친 물건의 사용이 있었나요?
◯ 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는 데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프라이버시를 찾거나 통제하기가 어려웠던 요소들은 무엇인가요?
-성관계 파트너와 관계를 맺을 때나 자위를 할 때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었나요?
-어떤 사람들은 성관계 중에 파트너를 관찰하거나 자신의 성적 행동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경우 동의를 구해야 하며 다른 사람의 권리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유효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짚을 필요가 있다.
◯ 자신감
-성관계 동안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제약을 받은 경험이 있나요?
-자신의 바디이미지 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자신을 표현하는 걸 억제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나요?
-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나요?
◯ 대화/협상
-성관계 때마다 당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파트너에게 말할 수 있었나요?
-어떤 것이 즐거운지 아닌지 말할 수 있었나요?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에 대해 제안해볼 수 있었나요?
◯ 종료 후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항목들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항목과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을 살펴봅시다.
-점수가 가장 낮은 항목들이 앞으로의 성관계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모든 항목들 중에서 당신이 좋은 섹스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얘기하지 않았던 것들 중에서 더 좋은 섹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항목이 있을까요?
포괄적 성교육에서 플레져미터 활용하기
셰어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과 함께 청소년성소수자친화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이 플레져미터라는 상담 도구를 발견했다. 물론 다양한 정체성, 성 경험, 고민들을 가진 여러명이 모인 교육의 자리에서 이 상담 도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성교육을 실행하기 앞서서 셰어와 띵동 활동가, 자원 활동가들이 먼저 플레져미터를 가지고 직접 자신의 성경험을 평가해보고 소감을 나누었는데 새로운 질문이 주는 인식의 전환과 해방감이 있었다. 이러한 취지를 어떻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맞는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살려낼지 계속 모색하려고 한다.
그동안 포괄적 성교육이나 안전한 섹스 담론이 금욕을 넘어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왔다. 특정한 성정체성이나 성관계 여부 자체를 금지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인식하고 효과적인 예방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건강을 증진해나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특정한 정체성, 성행동에 대한 낙인제거를 동시에 해나간다는 의식적인 노력이 부족하면 이 과정 자체가 또다른 낙인과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고, 예를 들어 ‘남성 동성간 성행위-항문성교-HIV감염에 취약’이라는 연관성을 인과관계로 왜곡할 위험이 있다. 또한 이 연관성 사이에서 무엇을 문제의 원인으로 찾을 것인지는 상담자나 교육자의 문제인식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차별과 낙인에 도전하고 성적 쾌락을 성적 권리, 성적 건강과 연결시키고자 한다면 이 연관성을 만드는 진짜 요소가 무엇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플레져미터가 제시하는 6가지의 측정 요소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성적 쾌락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것은 성관계에서 차별, 강요, 폭력,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누리는 쾌락, 즐거움과 행복감이 성관계의 목적이다. 이 성적 쾌락을 본질화하거나 국가 인구정책을 위한 도구화하거나 능력주의, 정상신체중심주의, 시장 등에 넘겨버리지 않기 위해서 성적 권리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 동의 , ◯ 자신감, ◯ 자기결정권, ◯ 안전, ◯ 프라이버시, ◯ 의사소통/협상에서 만족할 수 없다. 자신의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서 언제든지 성적 즐거움은 정도를 달리한다는 점, 그것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해준다. 섹슈얼리티 영역에서 차별과 폭력은 언제나 상존하지만 어떤 정체성이나 사회적 지위가 언제나 만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이 권리를 겸손하게, 또한 자신감있게 대하도록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