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 의견서] 조배숙 의원 대표발의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4038)에 관한 반대 의견서

2025-11-20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는 활동가, 연구자, 변호사, 의사들이 2019년 10월에 함께 설립한 단체입니다. 셰어는 모두에게 성건강 전문 상담과 의료지원, 포괄적 성교육 접근성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법과 정책을 연구하는 통합 센터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셰어는 국내외 여러 단체들과 함께 포괄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지 지원에 필요한 보건의료 및 법·정책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여 의료비 등 지원이 필요한 24세 이하 청소년, 이주민/난민의 임신중지를 지원하고 상담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최신의 국제 가이드와 해외 여러 국가의 현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있으며, 다양하고 복합적인 상황에서 임신의 유지와 중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당사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는 현장 단체로서 조배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4038)에 대해 아래와 같이 반대 의견을 제출합니다.


  1. 의견의 요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4038, 조배숙 의원 대표발의, 이하 ‘개정안’ 또는 ‘안’이라 합니다)에 대하여, 특히 다음과 같은 개정 방향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힙니다.

  1. 임신 10주 이상인 여성의 임신중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형사 처벌하면서{「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4037, 조배숙 의원 대표발의)}, 예외적으로 임신 22주 이하인 여성이 일정한 사유를 갖추어 배우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만 허용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2021년 이후 임신중지가 완전히 비범죄화된 현재의 법적 상황을 후퇴시키는 점

  2. 의학적으로 수정 8주 후부터 분만 이전까지를 의미하는 ‘태아’의 정의를 “수정 후 자궁 내 착상하여 임산부 자궁 내에서 심장박동이 확인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법 목적과 국가책임의 대상으로 포함하여 의학적, 법·정책적,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점(안 제1조, 제2조제13호, 제3조제1항)

  3. 임신 유지를 목적으로 한 임신·출산 종합상담제도와 상담사실확인서 제도 도입으로 인해 임신 당사자의 의사결정 자율권을 침해하고 임신중지의 시기를 지연시켜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환경을 야기하는 점(안 제7조의2~제7조의5)

  4. 임신 22주 이내 태아만을 인공임신중절 허용 대상으로 정하는 등 임신 주수 기준으로 허용 한계를 설정하고, 배우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며, 전염성 질환이 있는 이들 등에 대한 차별적 조항과 성폭력 피해자의 임신중지 여건을 제약하는 조항을 존속시키고 있는 점(안 제14조)

  5. 초음파·심장박동 확인을 포함한 의사의 설명 의무를 규정하여 공정거래위원회 표준 안내에 따른 규정의 범위를 넘어서는 의무를 두고 있으며, 임신중지를 결정한 당사자에게 심리적 어려움을 유발할 수 있는 조건을 두고 있는 점(안 제14조의2)

  6. 미성년자와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당사자의 경우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설명을 하고 대리하여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여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점(안 제14조의2)

  7. 의사의 인공임신중절수술 거부권을 인정하고(안 제14조의3), 지정된 의료기관에서만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며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조항으로 인하여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심각하게 제약, 침해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환경의 후퇴를 야기하는 점(안 제14조의4, 제26조제4항)

이와 같이 이 개정안은 형법상 낙태죄(「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14037)를 전제로 하여 임신중지를 통제·관리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성·재생산건강과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하에서 개정안의 주요 문제점을 정리하겠습니다. 


  1. 임신중지 비범죄화 및 성재생산 건강 보장의 필요성

  1. 국제인권규약 및 국제인권기구의 권고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비준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규약’이라 합니다)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사회권규약 제12조 제1항은 “모든 사람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선언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의료와 간호를 확보할 여건을 조성할 당사국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2016년 일반논평 제22호 <성재생산건강에 관한 권리>에서, 성재생산건강권이 사회권규약 제12조에 명시된 건강권의 일부임을 확인하고(1)[ref]이하 출처는 문단 번호만 기재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번역문을 적절하게 수정하였습니다.[/ref],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의무를 구체화하여 권고하였습니다. 사회권위원회는 국가의 의무로서, “성∙재생산건강권을 실현할 능력을 무효화하거나 저해하는 법과 정책을 폐지하거나 개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며, 폐기해야 할 법률의 대표적인 예로 “임신중지를 범죄화하거나 제한하는 법률”을 들고 있습니다(34). 국가는 성∙재생산건강 서비스 접근에 장벽을 초래하는 법률과 정책을 폐지하고 신규 제정을 삼가야 하는데, 여기에는 “제3자 허가 요건, 즉 부모, 배우자, 사법당국에 임신중지, 피임 등 성∙재생산건강 서비스와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허가를 요구하는 것, 이혼, 재혼이나 임신중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받아야 하는 편향된 상담 및 의무적으로 설정된 대기 기간, 의무적 HIV 검사” 등이 포함됩니다(41). 사회권위원회는 모든 사람이 성재생산건강 의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양심에 기반한 서비스 제공 거부 등이 절대로 서비스 접근에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14).


  1.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세계보건기구(WHO)는 2022 임신중지 가이드에서 각국에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를 권고하였습니다.[ref] WHO(2022), Abortion care guideline-2nd edition, 21면, 이하 이 문단 출처 동일합니다[/ref] 국가는 임신중지를 원하는 사람의 성·재생산건강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이를 실현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세계보건기구는 양질의 임신중지 의료에 대한 시의적절한 접근권을 저해하는 규제, 정책,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하였습니다. 이러한 장벽에는 “임신 주수에 따른 임신중지의 제한, 의무적인 대기 기간, 제3자 승인 요건, 의료 제공의 제한”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특히 “국가는 의사의 거부권으로 인해 발생하는 장벽으로부터 임신중지 의료에 대한 접근성과 지속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러한 장벽이 임신당사자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침해하며, 특히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지위에 있는 이들에게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1.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국내 인권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도 2019년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2021년부터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이 폐지되었음을 공표”할 것과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를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 내에서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임신중지를 위한 의약품 및 수술, 수술 후 의료서비스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ref]국가인권위원회 2024. 8. 23.자 23진정0752100 결정, 이하 이 문단 출처 동일합니다.[/ref]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법률개정을 추진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15조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를 삭제하는 등 포괄적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보장할 것”, “의약품 사용에 의한 임신중지를 포함하여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임신중지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의료종사자를 교육하고, 임신중지 지원 가능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도 함께 권고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5년에는 국가인권위원장 성명을 내어, “그동안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인권기구 또한 한국 정부에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와 서비스 접근 장벽 제거를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다고 하면서, “정부는 임신중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건강보험 적용, 임신중지 약물의 승인 등 가능한 행정적 조치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였습니다.[ref]국가인권위원회 2025. 9. 26.자 보도자료, “「국제 안전한 임신중지의 날」국가인권위원장 성명 - 안전한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입법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ref] 


  1. 헌법재판소 2019년 결정 취지와 모자보건법의 역할

헌법재판소는 2019. 4. 11. 형법 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19. 4. 11.자 2017헌바127 결정, 이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라 합니다).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 제1문에 따라 보장되는 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이유 중 하나로, 모자보건법이 일부 허용 사유를 규정한다 하더라도, 이 사유들은 “매우 제한적이고 한정적인 사유들”로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특히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지한 여성과 의사를 형사 처벌하는 것은 임신중지를 줄이는 효과가 없음을 인정하면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다양한 윤리적 관점이 존재했던 수많은 시대와 사회에서 여성들을 형벌의 위하를 무릅쓰고 자신의 건강 또는 생명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원치 않은 임신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자기낙태를 감행해 왔”기에, “임신한 여성이 낙태할 것인지 여부를 고민한 후 낙태하기로 결정한 경우에 있어서 형법적 제재 및 이에 따른 형벌의 위하로써 그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형사 처벌이 아니라,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도 결정문에 명시하였습니다. 


  1. 소결

이상과 같이 그동안 국제인권규약, 국제인권기구,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국제기구는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하고 임신한 당사자의 성∙재생산건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제개정할 것을 권고해왔습니다. 그리고 임신중지 사유를 규제하는 방식, 배우자∙부모∙사법당국 등 제3자의 승인 요건을 두거나 상담 의무를 두는 방식 등이 임신중지 의료 접근의 장벽을 초래하여 성∙재생산건강권을 침해하므로, 국가는 이러한 장벽들을 철폐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왔습니다. 또한 국내 인권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도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임신중지의 비범죄화를 권고해왔으며, 2021년 임신중지가 완전히 비범죄화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하고 성∙재생산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회가 법률을 제·개정할 것과, 정부가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기존의 허용 사유 규제가 임신한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 형사 처벌로서 임신중지를 줄일 수 없다는 점을 모두 인정하고 임신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이상의 규범적 근거에 모두 배치되는 방식으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침해합니다. 


  1. 개정안 각 조항의 주요 문제점


  1. ‘태아’에 대한 정의 및 목적 조항 개정의 문제(안 제1조, 제2조제13호, 제3조제1항)

개정안은 법 목적에 ‘태아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추가하고, ‘태아’를 “수정 후 착상하여 심장박동이 확인되는 사람”으로 정의하며, 국가·지자체의 보호 책임에도 태아를 그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아래와 같은 문제로 인해 보건의료 현장과 법적 판단, 정책의 실행 전반에 걸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매우 부적절합니다. 

   가. 태아가 모체에 의존하여 존재하는 객관적 사실에 배치

태아를 “수정 후 착상하여 심장박동이 확인되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것은 “수정 8주 후부터 분만 이전까지”를 태아로 정의하는 의학적 기준과도 배치됩니다. 또한 태아를 독립적인 법적 주체로서의 “사람”으로 명시하는 것은 태아가 임신한 사람의 몸과 상황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존재하는 객관적 사실과 배치됩니다. 태아의 생존과 성장은 전적으로 임신한 사람의 신체와 영양, 건강상태에 의존합니다. 이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도 태아는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에게 의존”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한 여성의 안위가 곧 태아의 안위”라고 한 바 있습니다. 개정안은 이와 같은 의학적 사실과 법적 판단에 배치되는 내용을 임의의 정의 규정으로 삽입하여 법문화한 것으로서 부적절합니다. 

   나. 임신한 사람을 태아를 위해 존재하는 수단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 강화

뿐만 아니라 이는 임신한 사람을 태아를 위한 수단이나 환경으로 보는 잘못된 인식을 법문화함으로써 이러한 인식을 강화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태아는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여 생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태아를 개별 주체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그에 따른 제도를 설계함으로써 임신한 당사자의 권리와 건강, 삶의 조건을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태아’를 이와 같이 개별적 주체로서의 ‘사람’으로 정의할 경우, 의료 현장에서 유도유산 뿐 아니라 태아와 산모의 건강이 상호 영향을 미치는 상황, 산모의 건강 관리, 자연유산, 계류유산, 사산, 출산 관련 상황 등 여러 복잡한 의료적 상황에서 태아와 산모의 건강과 생명을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서 대치시키게 됨으로서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

태아를 곧바로 개별 주체로서의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은 기존의 법 체계와도 충돌합니다. 민사법적으로 사람은 출생하여 생존한 동안에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됩니다(민법 제3조). 민법이 예외적으로 규정한 태아의 손해배상청구권(민법 제762조)도 태아가 살아서 출생했을 때에만 인정됩니다.[ref]헌법재판소는 태아가 살아서 출생했을 때에만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헌법재판소 2008. 7. 31.자 2004헌바81 결정).[/ref] 또한 형사법적으로도 태아는 출생이 임박하여 산모가 진통을 느낄 때부터 사람으로 인정됩니다. 개정안은 이러한 기존의 법체계에 배치됩니다. 

   라. 종교·윤리적 논쟁을 법문에 고정하는 위험

‘언제부터 생명이 시작되는가’에 대한 문제는 과학적으로도 논쟁적인 주제이며, 종교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문에 태아를 “심장박동이 확인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특정한 윤리·종교적 입장과 관점을 국가가 공식화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태아를 “사람”으로 정의하는 조항과, 목적조항·국가책임 조항에서 태아를 별도의 “보호 객체”로 규정하는 개정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1. 임신·출산 종합상담제도 및 상담사실확인서(안 제7조의2~제7조의5)

개정안은 중앙 임신·출산 지원기관과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을 설치하고,임신 유지·종결 상담을 통해 상담사실확인서를 발급하도록 규정하며, 그 목적을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 보호, 임신의 지속을 위한 여성 격려”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사한 규정을 두었던 2020년 정부안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도 상담·숙려 절차와 상담사실확인서를 형법상 허용 요건과 연동시키는 방식에 대하여,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요건으로 기능한다”, “의무상담·숙려는 반대하며 의료적 상담으로 충분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나아가,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적절합니다. 

   가. 중립·권리보장 상담이 아닌 임신 유지를 위한 편향된 상담

동 개정안의 제7조의 3 제1항 제4호는 “임신 유지ㆍ종결 상담”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제7조의 4에서는 그 목적을 목적을 “태아의 생명과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고, 임신의 지속을 위하여 여성을 격려하기 위함”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임신 당사자의 고민과 상황을 존중하고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상담이 아닌 임신의 유지만을 의도하기 위한 상담이 되어 실질적으로 임신을 종결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임신의 유지를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 지속을 전제로 한 편향된 상담을 제도화하는 것은 국가가 임신 지속을 설득하는 통로로 상담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앞서 보았듯이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임신중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받아야 하는 편향된 상담”을 성·재생산 건강 서비스 접근에 장벽을 초래하는 법률과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 제22호 문단 41). 개정안은 이러한 국제인권규범에 위배됩니다.

   나. 상담사실확인서의 ‘게이트키퍼’ 기능

상담사실확인서는 조배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개정안과 연계되어, 임신중지의 허용 여부를 추정·판단하는 자료로 사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은 필수적으로 상담기관을 거쳐야 하고, 상담 내용·기관의 가치관에 따라 실제 접근 가능성이 좌우되며, 상담기관이 사실상 임신중지 허용 여부를 선별하는 관문으로 기능할 위험이 있습니다. 앞서 보았듯이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제3자에게 임신중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허가를 요구하는 것”을 성·재생산  건강 서비스 접근에 장벽을 초래하는 법률과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 제22호 문단 41). 개정안은 이러한 국제인권규범에 위배됩니다.

   다. 상담인력의 자격·중립성 보장 미비

상담원 자격을 의료·법률·사회복지 관련 전문가로 정하고 있으나, 위의 제7조의 4와 연동하여 실제로는 과학적, 객관적 근거와 정보에 기반한 상담이 아닌 특정한 입장을 지닌 전문가에 의해 임신 유지만을 강조하는 상담이 제공될 우려가 있습니다.

상담제도가 필요하다면, 형사처벌·허용 요건과 철저히 분리된 자발적·비판단적·권리지향 상담, 임신 유지·종결의 모든 선택에 대해 균형 있는 정보 제공·지원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상담사실확인서는 임신중지 허용·불허 판단과 연동되는 방식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1. 형사 처벌을 원칙으로 예외적 허용 한계를 규정하고 허용 한계로 인한 차별과 권리 침해를 야기하는 문제(안 제14조)

개정안은 동 대표발의 의원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연동하여 임신 10주를 초과한 임신 당사자와 조력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임신 22주일 이내에 한하여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사유를 적용하도록 일률적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과 동일하게 제한적 허용과 처벌 조항의 이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개정안 제14조는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가. 형사 처벌 원칙의 문제

개정안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 조항은 형법상 처벌·비처벌 경계와 직결되므로, 실질적으로는 형법의 일부처럼 작용합니다. 조배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의안번호 : 14037)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별도 의견서에 상술합니다. 

   나. 허용 한계가 지니는 불합리와 차별 및 권리 침해의 문제

개정안은  현재 형식만 남아 있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의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사유 중에서 우생학적 사유를 제외한 나머지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낙태죄 불합치결정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헌법재판소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의 허용 사유만으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의 허용 사유 “본인이나 배우자의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본인이나 배우자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의 임신, 모체의 건강에 대한 위해나 위해 우려”에 대하여, “위 사유들은 대부분 형법 제22조의 긴급피난이나 제20조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 조각이 가능하거나, 임신의 유지와 출산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음을 이유로 책임조각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까지 있을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고 한정적인 사유들”이라고 하면서 “위 사유들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이 개정안에서는 기존 14조 조항 중 제1항 제1호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를 삭제하였으나,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는 존속하여 두고 있습니다. 2호 조항은 지난 역사에서 1호 조항이 장애와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 강제 불임, 동의없는 임신중지 등 심각한 재생산권의 침해를 초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염성 질환이 있는 이들의 임신·출산 등 재생산권을 차별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염성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법·제도적, 의료적 조치는 이들에게 차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허용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염성 질환이 있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 수직감염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권리 보장입니다.

한편, 3호의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에도 ‘강간 또는 준강간’에 대한 법적 규정이 매우 협소하여 대부분의 성폭력 상황을 포괄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가해자가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의 수많은 사회적, 법적 장벽으로 인해 합법적 임신중지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이와 같이 형법상의 처벌조항과 연동되는 허용 한계 조항은 실질적으로 합법적인 임신중지의 요건을 차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도리어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이들의 재생산 권리를 침해하고, 임신중지 당사자에게 합법적 요건에 부합하기 위한 입증 책임을 부과하여 적시에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할 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므로 임신중지의 비범죄화와 함께 전면 삭제되어야 마땅합니다. 

   다. 배우자 동의 요건 설정의 문제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허용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서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여(안 제14조 제1항),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합니다. 제3자의 동의를 임신중지의 요건으로 설정하는 것은 국제인권규약에도 위배됩니다. 전술하였듯이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배우자를 포함한 제3자에게 임신중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허가를 요구하는 것”을 성재생산건강 서비스 접근에 장벽을 초래하는 법률과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 제22호 문단 41).

또한 임신한 당사자가 배우자 등 성관계 상대방에 의한 의사결정 강요에 취약해질 수 있는 상황을 야기하며, 배우자 등 상대방은 동의의 주체가 되지만 처벌은 임신한 당사자만 받게 되는 상황으로 인해 임신중지 뿐만 아니라 성관계, 피임 등에 있어서도 불평등한 관계를 야기하게 됩니다. 배우자 등 상대방과 지속적으로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 상대방에 의한 폭력을 겪고 있는 경우 등 상대방과의 관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임신중지 시기를 더욱 지연시키게 되며 임신중지와 상대방과의 관계에 있어서 모두 위험하고 폭력적인 상황을 야기하게 될 수 있습니다.


  1. 의사의 특별한 설명의무 및 제3자의 대리 동의 체계(안 제14조의2)의 문제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 시 태아의 임신주수, 심박동 존재 사실 및 초음파 시각·청각적 확인, 임신 유지 시 위험 등을 포함한 특별한 설명을 서면동의와 함께 의무화하고, 미성년자와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임신 당사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원칙으로 하되, 일부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가. ‘초음파·심장박동 시청 의무화’의 문제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원하는 여성에게 태아의 심장박동과 초음파 사진을 강제로 확인시키고 있습니다(안 제14조의2 제1항 제2호). 이는 의학적 필요가 전혀 관계 없이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에게 심리적 부담을 강제하고, 특정 윤리·종교적 관점(태아의 인격화)을 의료 절차에 반영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의무는 이미 의료법에서 규율하고 있으며, 인공임신중절에 대해서만 편향적 설명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임신중지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제도화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나. 미성년자 및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임신 당사자에 대한 권리 침해

개정안은 미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원칙적으로 강제하고 있으며 심지어 주요한 의료적 정보에 대한 설명도 당사자가 아닌 법정대리인에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하게 국제인권규약에 위배됩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 협약과 관련 일반논평, 권고에서는 장애인과 아동, 청소년 또한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며, 본인에게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informed consent) 절차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보호자 등 제3자에게는 대리 결정이 아닌 ‘의사결정 조력’의 역할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부모를 포함한 제3자에게 임신중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허가를 요구하는 것”을 성재생산건강 서비스 접근에 장벽을 초래하는 법률과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하고 폐지를 촉구하였습니다(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 제22호 문단 41)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협약 이행 2-3차 보고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장애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는 ‘대행의사결정’을 ‘조력의사결정’으로 대체하고, 장애인의 자율성과 의지 및 선호를 존중하는 의사결정 지원 제도로 교체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 조항과 같이 법정대리인에게 주요 의료 정보를 설명하고 대리하여 결정하게 하는 것은 ‘조력의사결정’이 아닌 ‘대행의사결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고 간주’되는 장애인 등의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또한 아동, 청소년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의사를 존중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있어서 또한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에 따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 임신의 유지와 중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부모 등 보호자에게 대신 결정할 권리를 우선적으로 부여하지 않으며, 임신의 유지와 중지, 양육 등에 관한 상담과 정보제공은 아동·청소년 당사자에게 직접 설명하고, 결정하되 보호자에게는 이를 조력할 수 있는 역할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한편, 개정안은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 만 18세 이상 미성년자는  상담사실확인서만으로, 만 18세 미만은 아동학대 관련 공적 자료(각종 결정서 등)를 제출하는 경우에만 상담사실확인서로 수술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청소년·성폭력 피해 아동·가정폭력 피해 아동에게 형사·행정절차를 먼저 거친 뒤에야 의료 접근을 허용하는 구조이며, 신속한 의료 접근과 비밀보장 원칙을 침해합니다.


  1. 인공임신중절 수술 거부 및 지정 의료기관 제도(안 제14조의3, 제14조의4, 제26조제4항)

   가. 사실상의 ‘진료거부권’ 보장(안 제14조의3)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 요청의 거부를 이유로 불이익 처우를 금지”함으로써, 인공임신중절을 거부하는 의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은 진료거부 원칙을 규정한 의료법 제15조[ref]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
①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
② 의료인은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하여야 한다.[/ref] 에 반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인공임신중지를 둘러싼 낙인과 차별을 강화하고,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임신중지의료에 대한 사실상의 전면적 접근 차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입법 논의에서도 진료거부는 임신중지에 대한 낙인을 강화하고 접근권을 위협하므로 반대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는 사실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합니다.

  나. 지정 의료기관제 및 형사처벌(안 제14조의4, 제26조제4항)

인공임신중절수술 기관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전 지정하고, 지정받지 않은 의료기관의 수술은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공임신중지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을 제한된 ‘특수 기관’으로 분리하여 낙인을 강화하고, 지정 기준·지역 편차에 따라 사실상 이용 가능한 기관 수가 크게 제한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지정기관 목록 공개가 이뤄질 경우 해당 의료기관·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공격·압력이 우려되고, 반대로 목록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여성들은 실제 이용 가능한 기관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진료거부권 보호와 지정 의료기관제의 결합은 임신중지를 둘러싼 보건의료 체계 전반에서 접근권 축소·낙인 강화라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따라서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별도의 진료거부 보호 조항과 지정 의료기관제, 형사처벌 규정은 삭제되어야 하며, 임신중지 의료는 일반 산부인과 진료의 일환으로 폭넓게 제공되도록 의료인력·시설·수가체계 등을 정비하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1. 결론

이상과 같이, 개정안은 임신중지한 여성과 의사를 형사 처벌하는 원칙을 전제로 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이원화된 구조를 취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의 진전을 퇴보시키는 입법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도 개정안은 태아를 “사람”으로 규정하고, 임신 22주 허용 한계를 설정하며, 편향된 상담 및 상담사실확인서, 지정 의료기관제, 진료거부 보호 등을 통해 임신중지를 규제·관리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모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위배되거나, 국제인권규약에 반하여 임신한 당사자의의 자기결정권과 성재생산건강권을 침해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셰어는 조배숙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입법에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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