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할 권리’ 없는 곳에서 ‘성적 권리’를 외치다

2022-12-05

[한겨레S] 스페셜 스토리
섹스, 거짓말, 그리고 성적 자율권
가해와 피해 규정 어려운 성적 경험에 마땅한 언어 못찾은 여성들
섹스할 권리 금지당한 HIV감염인, 성적 주체로서 외면받는 장애인
차별없이 성적 권리 누리는 건 환상일까…‘미투’ 이후 논의 봇물


유례없는 세계적 반성폭력 운동인 ‘미투’ 물결이 지나고, 이제 ‘섹스할 권리’나 ‘성적 권리’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듯 나오고 있다. 권력을 가진 명망가 남성들의 성폭력 사건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일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미투 운동 이후 남은 숙제들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성적 동의’가 가진 딜레마를 짚거나 각자의 ‘성적 욕망’이라는 것이 사실은 매우 정치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다루는 책들도 속속 출간되었다.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 <섹스할 권리> 같은 책들이 번역돼 나와 눈길을 끌었고 <바이브레이터의 나라>(번역서) <혼자서도 잘하는 반려가전 팝니다>(국내서)도 여성의 성적 욕망을 긍정하는 쪽에 서서 여성용 섹스토이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다뤘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는 지난봄 <에브리바디 플레져북>이라는 성교육 워크북과 교육 자료를 제작했다. ‘성행위를 할 때 무엇은 안 되고 무엇은 된다’는 식의 훈육에서 벗어나 나이, 성별, 장애,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인종 등 각자가 가진 특성에 맞춰 성적 경험을 나누거나 즐거움을 새롭게 배우도록 구성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지난달 5일 서울 마포구에서 ‘여자들을 위한 섹스토크쇼’를 진행했다. 그동안 터부시하던 여성과 성소수자들의 성 이야기가 마침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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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적 시선을 지닌 ‘섹스할 권리’가 이성애자 남성 위주의 권리 개념이라면, ‘성적 권리’는 모든 사람이 차별, 강압, 폭력에서 자유롭게 성을 향유하고 보장받기 위한 권리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섹스할 권리’와 ‘성적 권리’는 어떻게 서로 다른 걸까? 스리니바산 교수는 “누구에게도 섹스할 권리는 없다”고 단언한다. ‘성적으로 부당하게 배제된 사람들에게 섹스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들과의 섹스를 거부하는 일은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격이라는 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나영 대표는 “누구에게도 ‘섹스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보장돼야 할 ‘성적 권리’ 안에 ‘섹스’가 빠지게 된다”고 논리적 곤경을 설명했다. 사회적 약자에게 ‘섹스할 권리’는 좀 더 첨예한 정치적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언제나 안전한 길만 가라고 하는 것이 장애인을 향한 보호주의다. 자기결정권과 성적 권리를 모색하기 위해 자립생활 운동의 중요한 가치인 ‘위험의 존엄성’과 ‘실패할 권리’를 향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여성, 아동·청소년의 성적 권리 등 사회적 약자들의 성적 권리를 둘러싼 논의가 서서히 본격적인 막을 올리고 있다.


(전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700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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