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낙태죄’는 폐지됐지만 4년이 넘도록 정부와 국회는 임신중지 시스템을 어떻게 보건의료 시스템으로 들여놓을지 논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임신 36주째에 ‘낙태 수술’을 했다는 유튜브 영상이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는 며칠 만에 살인죄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죠. 이렇게 정부가 빨리 대처할 수 있는데 임신중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왜 더뎠을까요.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그간 정부와 국회가 무엇을 해야했는지 ‘낙태죄 폐지 이후 상상력’을 보여주기 위해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의 ‘스웨덴 연수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의 연구위원인 윤 전문의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스웨덴 연수를 다녀왔는데요. 스웨덴은 80년 전부터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했고 재생산 건강을 인권의 영역에서 다루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는 임신중지가 필수 의료인 스웨덴의 제도, 클리닉 운영 사례 등을 플랫 사이트에 5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연재 취지에 대해 듣기 위해 윤 전문의와 나영 셰어 대표를 지난달 26일 인터뷰했습니다. 플랫 입주자님들을 위해 전문을 정리했습니다. |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나영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2022년 새로운 임신중지 가이드를 내놨다.
나영 = WHO는 이전부터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을 계속 업데이트해왔다. 의료인들을 위한 임상 가이드라인, 약물 임신중지 가이드라인, 법정책 가이드가 영역별로 있고, 2022년에는 그 동안의 여러 가이드를 업데이트하고 종합해서 최신 개정판을 발간한 것이다. 2018년 가이드 이후 전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상황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제약이 더 커졌고 여성 건강, 영아 사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전면으로 드러났다. 이후 각국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고,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그 결과가 2022년 가이드에도 반영됐다. WHO는 그해 임신중지에 대한 완전한 비범죄화를 강조했다. 수년 간 각국의 합법화 방식에 따른 연구와 통계를 종합해보니 주수 제한, 사유 제한, 숙려 기간, 제3자 동의 등이 모두 결과적으로 임신중지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반면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정부가 처벌 중심으로 대처하면 여성과 영아, 아동의 사망률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보건의료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결론을 냈다. 무엇보다, 임신 당사자 입장에서 보편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 이 가이드의 중요한 프레임이다. 임신 초기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이용해 스스로 진행하는 임신중지부터 수술이나 약물 등 임신중지 방법에 따라 단계별 의료기관 가이드를 상세히 정리했다. 또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난민, 성소수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빈곤 계층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각국 정부가 비차별적인 의료환경과 지원환경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법, 정책 가이드도 제시하고 있다.
윤정원 = 국제적 시각으로 보면 2015년 WHO 가이드라인은 ‘안전한 임신중지(Safe abortion)’이었다. 허가 받지 않은 사람한테 약초를 받고 뜨개바늘 넣는 방식의 임신중지는 모성 사망률이 높아지니까 안전한 임신중지를 초점으로 둔 것이다. 미국의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에는 모든 나라들이 비범죄화 단계를 밟고 있는데, 최근 30년간 거꾸로 가는 나라는 미국와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폴란드 4개국 밖에 없다. 나머지 국가들은 진보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되면서 이제는 모성사망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인간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여성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진료 환경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수가 많아지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 대한 제약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 소파술보다는 약물이나 흡입술이 안전하다는 이야기도 안전성에 더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인권적인 관점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문읽기)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8081526001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그간 정부와 국회가 무엇을 해야했는지 ‘낙태죄 폐지 이후 상상력’을 보여주기 위해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의 ‘스웨덴 연수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의 연구위원인 윤 전문의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스웨덴 연수를 다녀왔는데요. 스웨덴은 80년 전부터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했고 재생산 건강을 인권의 영역에서 다루고 있는 국가입니다. 그는 임신중지가 필수 의료인 스웨덴의 제도, 클리닉 운영 사례 등을 플랫 사이트에 5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연재 취지에 대해 듣기 위해 윤 전문의와 나영 셰어 대표를 지난달 26일 인터뷰했습니다. 플랫 입주자님들을 위해 전문을 정리했습니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나영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2022년 새로운 임신중지 가이드를 내놨다.
나영 = WHO는 이전부터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을 계속 업데이트해왔다. 의료인들을 위한 임상 가이드라인, 약물 임신중지 가이드라인, 법정책 가이드가 영역별로 있고, 2022년에는 그 동안의 여러 가이드를 업데이트하고 종합해서 최신 개정판을 발간한 것이다. 2018년 가이드 이후 전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했다.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갈 수 없었던 상황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제약이 더 커졌고 여성 건강, 영아 사망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전면으로 드러났다. 이후 각국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취해졌고,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됐다.
그 결과가 2022년 가이드에도 반영됐다. WHO는 그해 임신중지에 대한 완전한 비범죄화를 강조했다. 수년 간 각국의 합법화 방식에 따른 연구와 통계를 종합해보니 주수 제한, 사유 제한, 숙려 기간, 제3자 동의 등이 모두 결과적으로 임신중지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반면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정부가 처벌 중심으로 대처하면 여성과 영아, 아동의 사망률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보건의료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결론을 냈다. 무엇보다, 임신 당사자 입장에서 보편적이고 포괄적으로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 이 가이드의 중요한 프레임이다. 임신 초기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이용해 스스로 진행하는 임신중지부터 수술이나 약물 등 임신중지 방법에 따라 단계별 의료기관 가이드를 상세히 정리했다. 또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난민, 성소수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빈곤 계층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각국 정부가 비차별적인 의료환경과 지원환경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법, 정책 가이드도 제시하고 있다.
윤정원 = 국제적 시각으로 보면 2015년 WHO 가이드라인은 ‘안전한 임신중지(Safe abortion)’이었다. 허가 받지 않은 사람한테 약초를 받고 뜨개바늘 넣는 방식의 임신중지는 모성 사망률이 높아지니까 안전한 임신중지를 초점으로 둔 것이다. 미국의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에는 모든 나라들이 비범죄화 단계를 밟고 있는데, 최근 30년간 거꾸로 가는 나라는 미국와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폴란드 4개국 밖에 없다. 나머지 국가들은 진보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되면서 이제는 모성사망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인간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여성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진료 환경은 무엇인지 논의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수가 많아지면 위험해지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 대한 제약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 소파술보다는 약물이나 흡입술이 안전하다는 이야기도 안전성에 더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인권적인 관점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전문읽기)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8081526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