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가 ‘태아유기’급 위기행동?···낙태죄 사라졌어도 여전한 여가부 산하기관

2022-10-15

[경향신문] [단독]임신중지가 ‘태아유기’급 위기행동?···낙태죄 사라졌어도 여전한 여가부 산하기관

정부 산하 기관의 임신출산 관련 상담 가이드라인에서 ‘임신중지’를 태아 유기 등과 같은 ‘위기 행동’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3년6개월이 지났는데도 공공기관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는 진흥원의 상담 가이드라인이 과거 ‘낙태죄’로 취급되던 때의 임신중지에 대한 인식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혜인 의원이 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임신출산갈등상담 가이드라인’ 내용을 보면, 진흥원은 내담자가 임신 사실을 인지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기 행동의 일환으로 ‘낙태(임신중지)’를 명시했다. 임신중지는 자살, 태아유기, 노숙, 도난 등과 같은 부정적 행동의 한 사례로 표시됐다.

이를 두고‘임신중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지 못한 내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여성단체들은 이전부터 임신중지를 위기임신의 사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해왔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금도 (인식 차원에서) 별반 변화가 없음을 방증한다”며 “심지어 이 가이드라인은 비혼과 이혼을 특정해서 ‘위기상황’ 범주로 분류하고 있는데, 기혼에서도 임신중지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임신중단의 의미, 위험성, 부작용, 방식, 후유증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미성년 청소년의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서 진행되어야 함을 안내’ 등 내용도 있다. 여성계는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 제공보다 부작용 및 보호자 동의에 대한 설명이 과도하게 앞설 경우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청소년의 임신중단에 부모의 개입을 요구돼서는 안 되며, 부모의 개입을 요청하는 것은 당사자의 건강 보장을 위한 경우에 국한돼야 한다고 권고한다.

(전문 보기) https://naver.me/5E3xkcIq

(관련 기사) [경향신문] 임신중단이 왜 ‘위기 행동’인가요? https://naver.me/FXr6cJ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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