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낙태죄 폐지 3년... '무책임한 앵무새' 된 정부
['낙태죄 폐지' 그후 3년] 지금은 입법공백이 아니라 '책임의 공백'을 말할 때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나영)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의 권리를 인정했던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결정을 내린 이후, 한국에서도 앞으로의 법·제도 향방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많은 이들이 미국의 상황으로 인해 혹여 한국에서도 임신중지를 법적으로 다시 제약하는 조치가 이루어지지는 않을지 우려하고(혹은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그런 우려(혹은 기대)는 이제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한국은 이미 임신중지가 '비범죄화' 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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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기준 없어 혼란? '비범죄화' 인정하지 않아 문제>
정부와 국회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주문했던 입법 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따라서 "임신중지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다"라는 것이 현재 임신중지에 관한 법적 기준이다. 더 이상 범죄가 아니므로 정부는 이제 공적 의료체계를 통해 누구든 안전하게 임신중지에 필요한 의료적,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보건의료인들은 필요한 의료적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2021년 1월 1일부터 적극적으로 시행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비범죄화가 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여전히 "법적 기준이 없어서 현장이 혼란하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다. 틀렸다. 법적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비범죄화'라는 새로운 법적 기준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인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변화한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안전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마련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동안 의료 현장에서는 "법이 없어서"라는 말로 환자의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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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권 대 결정권'이란 낡은 구도는 완전히 폐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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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범죄화'의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할 한국에서 아직도 '생명권 대 결정권'이라는 낡은 구도를 붙잡고 있다면, 자신이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처벌로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을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생명에 대해서도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생명은 태어나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며, 임신의 유지 여부에 대한 결정 또한 단순한 O, X 퀴즈가 아니다.
임신중지를 결정하게 되는 상황에는 법으로 재단할 수도 없고, 누군가가 강제할 수도 없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수많은 변수들 가운데에서도 처벌이 두려워서 임신중지를 안 하게 되는 사람은 없다. 임신의 유지 여부에 대한 결정은 처벌 여부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출산 이후 자녀와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의 조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처벌이 아니라 평등하고 안전한 삶의 조건을 제대로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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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비범죄화'라는 가장 중요하고 큰 길이 열려 있다. 이 길에서 누구나 자신의 건강과 권리를 보장받고, 불평등하고 울퉁불퉁한 길은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이제 낡은 뒷길은 저 멀리 남겨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길에 모여 더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전문보기) http://omn.kr/1zp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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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그후 3년] 지금은 입법공백이 아니라 '책임의 공백'을 말할 때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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