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3년] '입법 공백' 핑계 말고 안전한 의료 체계 확립부터

2022-08-19

[여성신문] ['낙태죄' 폐지 3년] '입법 공백' 핑계 말고 안전한 의료체계 확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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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낙태죄 폐지 운동을 이끌어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의 나영 대표는 ‘입법공백’이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공백은 여성 결정권을 임신 주수 등 어떠한 기준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라며 “입법공백이라고 해서 새로운 기준을 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비범죄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와 사회·경제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영 대표는 “정부가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 일은 공적 의료체계 영역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임신중지도 다른 의료 행위와 마찬가지로 보건소부터 3차 의료기관까지 필요한 의료 지원이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신시기에 따른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가이드와 공급 체계가 마련되면 건강보험이나 유산유도제를 통해서 경제적인 이유 등 때문에 부득이하게 임신중지 시기가 늦춰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며 “특히 미프진을 통한 약물적 임신중지는 유럽 주요국가에서 70% 이상이 선택하는 주된 임신중지 방법”이라고 얘기했다.

최예훈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료 현장에선 기존에 법이 막아도 수술을 해왔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최 전문의는 “의사의 관행대로 임신중지 의료 행위가 진행되고 있어 별다른 건 없다. 그러나 의사들이 임신중지 수술을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로 인식하기 위해선 건강보험이 도입돼야 한다”며 “환자들이 임신중지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관련 국가통계도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임신중지에 쓰이는 약물인 미소프로스톨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 전문의는 “미소프로스톨도 임신중지에 쓰이도록 검증이 된 약은 아니지만 실제로 쓰고 있어 이를 유산유도제로 포함시키거나 도입해야 한다”며 “임신중지 의약품을 산부인과 처방에만 한정할 경우 지역에 사는 여성들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일반 의료기관까지 처방을 확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캐나다는 유산유도제의 의료서비스 확립을 시키기까지 오래 걸렸다”며 “그러나 우리가 실패 사례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학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미소프로스톨 도입 허가가 미뤄지고 있다.

최 전문의는 미국의 상황이 한국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문의는 “거꾸로 간 미국처럼 우리가 현 상태에서 나빠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료 지원 체계를 만들면 된다. 이를 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책임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전문보기)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6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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