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사회적 약자 공통의 문제, "이분법 벗어나야"

2020-09-22

[카톨릭뉴스 지금여기] 낙태는 사회적 약자 공통의 문제, "이분법 벗어나야"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와 신학연구소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과 대안적 성찰”을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마련했다. 9월 17-18일에 진행된 학술대회에서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예정된 법률개정 기간 만료 약 3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다양한 학계 입장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다양한 영역의 입장이 논의되는 공론장을 여는 계기로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여성주의, 종교교육, 법학, 신학, 의학, 생명과학, 사회복지, 교육 등의 연구자와 현장 활동 경험자들의 의견이 공유됐으며, “지금까지의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으로 이분화 된 논의 지점을 넘어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사회에서 급격히 논의되기 시작해 헌법 불합치 결정에 이르기까지 낙태죄 폐지 찬반론 간 논의는 여성의 재생산권리와 자기결정권, 그리고 태아의 생명권의 이분법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의 재생산정의 운동의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나영정 위원(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기획운영위원)은 재생산 정의와 성적 권리의 문제를 짚었다.

나영정 씨의 설명에 따르면 ‘재생산권’은 1970년대 서구에서 시작된 낙태죄 폐지운동으로서 ‘프로초이스 운동’에서 확장된 내용이다. ‘재생산권’은 임신을 중지할 권리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의 시기와 빈도의 자율적 조절 권리, 피임할 권리, 보건서비스에 접근할 권리, 가족계획에 대한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할 권리, 그리고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 상태에 도달할 권리’로서 재생산 건강권까지 ‘생식’의 차원을 뛰어넘는 포괄적 개념이다. 나영정 씨는 생명권과 존엄성, 재생산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 장애인의 삶과 흑인의 인권운동을 들며, “우생학적 인종차별이 역사적, 구조적으로 누적된 상황에서 유색인, 여성, 소수자들의 재생산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타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의’ 관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는 떨어질 수 없는 문제이며, 약자와 소수자의 성적 권리를 옹호하고 성차별과 성폭력, 성적 낙인을 줄여 나가지 못하면 재생산 정의의 실현도 요원하다”며, “재생산권이 나이, 성별, 장애, 인종, 젠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가족형태 등에 따른 차별과 낙인을 긴밀하게 다루고 주거권, 노동권, 가족구성권 등을 연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생산 정의의 과제를 위해서는 “낙태죄 완전 비범죄화, 모자보건법 폐지,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과 패러다임 전환, 사후피임약과 콘돔 접근성 확대, 장애인과 이주민,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 보장과 의료접근성 확대, 불안정 노동자의 소득과 휴식권 보장, 불안정한 주거 해소, 탈시설 권리 보장, 성소수자와 동거가구 등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영정 씨의 발표에 대한 토론에 나선 최현정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재생산 정의 운동의 목표가 하나의 법률만으로 완성되거나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지속적 고민의 과제를 제시했다. 최 변호사는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는 진공 상태에서 혼자 결정하고 행사할 수 없고, 각자의 몸이 위치한 사회경제적 위치에 의존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권리 행사를 가로막는 조건과 재생산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를 해소해야만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 가임기나 혼인 중인 여성에 한정된 특정한 관리 대상에서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청소년, 노인 등을 포함한 모두의 권리로, 인권과 건강, 평등의 방향으로 입법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제자가 제시한 낙태죄 완전 비범죄화, 약물유산유도제 도입, 사후피임약과 콘돈 접근성 확대, 사회적 약자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의료접근성 확대 등이 단기 과제라면, 불안한 주거 해소, 다양한 가족구성권 보장 등은 장기적 과제”라며, “이러한 과제의 수행을 위해서는 낙태죄 관련 형법 조항이나 모자보건법 조항 일부 수정을 넘어서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며, 원칙 제시와 개별 법률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보기)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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