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낙태죄를 둘러싼 성과 재생산의 정치』

『배틀그라운드』 도서 사진.
ⓒ강소영


『배틀그라운드: 낙태죄를 둘러싼 성과 재생산의 정치』

성과재생산포럼 기획, 후마니타스 펴냄, 2018(ISBN 9788964373156).
반양장본(140*215mm) 296쪽.


출판사 책 소개

대한민국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이면에 숨어 있는 성과 재생산권의 주요 맥락들을 법, 정책, 종교, 문화, 보건의료, 인권 등의 전방위한 관점에서 톺아보는 책이다. 국가와 사회가 관리하고 간섭해 온 우리의 몸이 ‘배틀그라운드’라고, 그에 맞서야 하는 우리가 있는 이곳이 전장(戰場)이라고 선언하는 이 책은 활동가, 연구자, 변호사, 의사들로 구성된 성과재생산포럼이 2016년 결성 이래 쌓아 올린 연구와 운동의 성과이기도 하다.

책은 한국 사회에서 낙태죄가 단지 여성의 임신중단만을 규제해 온 것이 아니라, 위계와 차별을 만들어 내는 국가 폭력의 동력이었음을 다각도에서 밝히고, 성과 재생산 권리가 더는 국가사업이나 인구정책에 거래되거나 종속되지 않는 인간의 기본 권리임을 헌법(자기운명결정권)과 보건의료(건강권)에 기초하여 설명한다.

나아가 성과 재생산권이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 여성과 같은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여성’뿐 아니라 재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각기 다른 이름, 경험, 서사를 가진 삶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제임을 설파하면서, 그 교차의 지점에서 더욱 강력하고 풍성한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책 말미에는 국내외 운동의 흐름을 정리한 사진 연표를 실어, 독자들이 한국의 성과 재생산 운동의 긴 역사를 살펴보고 그것이 어떻게 전 지구적인 흐름 속에서 만나고 갈라져 왔는지 참고할 수 있게 했다.


목차

프롤로그: 낙태죄 폐지가 시대의 상식이 되기까지 / 백영경
낙태죄를 정치화하기 / 이유림
인권과 보건의료의 관점에서 본 임신중지 / 윤정원
낙태와 헌법 논쟁 / 최현정
“생육하고 번성하라” 축복인가 명령인가 / 나영
낙태의 범죄화와 가족계획 정책의 그림자 / 류민희
섹스 없는 임신, 임신 없는 출산 / 김선혜
수용시설에 감금된 성과 재생산 권리 / 조미경
건강한 국가와 우생학적 신체들 / 황지성
재생산 담론과 퀴어한 몸들 / 박종주
낙태죄 폐지 투쟁의 의미를 갱신하기/ 나영정
에필로그: 낙태죄가 폐지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 나영, 이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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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표 / 최예훈


추천사. 이길보라 | 영화감독, 작가

2년 전, 글을 연재하던 신문에 “#나는_낙태했다”라는 제목으로 임신중단 경험을 썼다. 2016년 10월, 서울에서 검은 시위가 열린 직후였다. 광장에 서서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여성들을 보며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글로 쓰려니 어려웠다. 낙태 경험을 제대로 이야기해 본 적이 없어서였다. 그때 “너는 할머니가 지우라고 한 첫째 딸이었다”는 농인(聾人) 어머니의 말과 당신의 낙태 이야기가 생각났다. 여자아이를 또 낳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이를 산에 묻고 왔다는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그것은 “엮여 있는 몸들”이었다. 우리는 같은 전선에서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몸들이었다.

나는 20대 초반, 예상치 못한 임신을 했다. 고민 끝에 임신을 중단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약은 구하기 어려웠고 병원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녀야 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추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일을 마다하고 달려와 줄 언니들과 동료들이 곁에 있었지만, 그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어떤 운동과도 닿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온전히 내 몫이었고 마땅히 나 홀로 짊어져야 할 몫이라고 여겼다.

『배틀그라운드』는 내 몸이 얼마나 많은 갈래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는지, 그 지형을 섬세하게 짚어 내는 책이다. 내가 쓴 글이 ‘저항하는 말하기’의 역사 속에 있음을, 사실 그 앞뒤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여태껏 나와 어머니, 할머니의 재생산권과 그에 대한 경험은 언어가 되지 못했다. 책은 왜 그 경험들이 언어가 될 수 없는지를 설명하며, 그것이 ‘말’해져야 하고 언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이 저만의 언어를 가질 수 없었던 수많은 경험으로 하여금, 자기가 어떤 맥락과 지형에 서 있는지 깨닫게 하고, 공론화의 장으로 나아갈 연대의 힘을 불어넣는 도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추천사. 고경심 | 산부인과 전문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

대한민국 형법 낙태죄 조항이 생명 경시 풍조를 없애는가? 출산율을 높이는가?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가? 약자와 빈민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가?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을 살피고 관련 질병을 치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늘 갖던 의문들에 대해 시원하게 해답을 제시하는,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법, 정책, 종교, 문화, 보건의료의 관점에서 성과 재생산권을 고민해 온 전문가들의 힘과 지혜를 모은 『배틀그라운드』는 여성의 몸에서 충돌하고 작동하는 세력들의 “배틀그라운드”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촘촘히 분석하고 망원경으로 내다보듯 먼 비전을 제시한다. 이 책과 함께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여정을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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