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가장 소외된 이들의 삶으로부터 주권의 의미를 질문하며 내란 이후의 민주주의를 채워나가자

2025-04-07

[성명] 가장 소외된 이들의 삶으로부터 주권의 의미를 질문하며 내란 이후의 민주주의를 채워나가자


우리는 민주주의와 역사, 서로의 생명을 지켜냈다.

2025년 4월 4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파면되었다. 

내란의 밤에 곧장 국회 앞으로 달려나가 여섯 시간만에 계엄을 해제시킨 이후, 122일 동안 밤낮으로 거리에 모인 수많은 민중이 끝내 다시 한 번 권력자의 폭력에 맞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켜내는 소중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지난 12월 3일 밤 내란을 주도한 윤석열과 공범들이 저지른 것은 단지 폭력으로 국가를 장악하고자 했던 한 순간의 시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간 수많은 이들이 서로의 삶과 생명을 지키고자 싸우며 이루어낸 민주주의의 역사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기 위한 시도였다. 그로 인해 4.3의 제주에서, 5.18의 광주에서 숱한 목숨을 학살한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외침이 내란 동조자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다시금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군을 동원하고, 국회와 사법기관을 침탈하고, 거리와 온라인에서 폭력을 자행했으며, 백골단과 같은 국가폭력 기구를 스스로 조직했다. 지난 122일 동안 거리에 모인 민중이 지켜낸 것은 민주주의이자, 역사이자, 서로의 생명이었다. 


수많은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서로를 연결하고 광장을 지켜냈다.

우리는 기억한다. 광장에 선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이들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처한 삶의 현실이 담겨 있었다. 열악한 조건임에도 턱없이 비싼 주거비, 산재의 위험을 일상처럼 안고 저임금 초과노동을 해야 하는 노동 조건, 의료기관을 전전하다 거리에서 사망하게 된 이들과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며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보장받을 수 없는 이들과, 낙인과 차별, 폭력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광장에 섰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을 성소수자, 오타쿠, 은둔형 생활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장애인, 이주민, 이주민의 자녀라고 밝혔다.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노동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로 여겨지지 않는 사람, 노동할 수 없는 사람, 자신이 하고 있는 노동으로 인해 낙인 찍히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함께 광장을 지켰다. 이들의 이야기가 바로 윤석열 탄핵, 파면과 내란 세력 척결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였으며, 동시에 윤석열 파면 이후 우리가 다시 만들어야 할 세계의 출발점임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가장 소외된 이들의 삶으로부터 민주주의와 재생산정의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제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단지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제도를 수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국민’의 정의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국민’으로 정의되지 않는 수많은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고 누구도 함부로 쫓아내지 않으며 모두의 삶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민주주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국가 제도를 지키는 ‘주권자로서의 명령’을 넘어, 부당하게 행사된 권력에 도전하는 저항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차별과 폭력, 사회적 갈등의 심화 속에서 우리 모두는 개인의 재생산, 사회 재생산의 위기를 깊게 감각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개인의 존엄을 바탕으로 한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다시 써나가는 것으로, 생태 환경에 대한 무책임이 만들어낸 생존 불가능성을 직면하고 이를 전환하려는 시도를 통해 전환되어야 한다. 경제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인구정책이 아닌 모든 사회 구성원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가 보장되고 성평등이 사회 운영의 기본 원칙이 되는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하며, 인간과 비인간 동물, 생명을 이어나갈 생태환경에 대한 책임이 새로운 민주주의에 반영되어야 한다. 

재생산 정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다. 가장 소외된 이들의 삶으로부터 민주주의의 내용이 채워지고, 모두의 삶을 보장하는 재생산정의가 실현되어야 내란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광장에서 서로의 삶에 연대하고, 투쟁하는 현장으로 함께 달려가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모든 이들과 함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음 발걸음을 이어나갈 것이다. 


2025년 4월 7일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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