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한국 HIV 40년, 질병이 아니라 혐오가 문제다: 우리 이웃 HIV 감염인과 함께 살자

2025-12-01


[공동성명] 한국 HIV 40년, 질병이 아니라 혐오가 문제다: 우리 이웃 HIV 감염인과 함께 살자


12월 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한국 인권운동은 ‘HIV 감염인 인권의 날’로 기념한다. 한국에서 HIV 감염 사례가 처음 보고된 1985년으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오늘날 HIV 감염인 인권은 어디까지 왔는지, 한국사회는 HIV 감염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지난 수십 년간 의학과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 HIV는 만성질환이다. 감염인은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비감염인과 다르지 않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억제되면 콘돔없이도 성적 접촉을 통해 타인에게 HIV가 전파되지 않는다(U=U)는 과학적 사실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립되었다. 


그럼에도 올해 9월 질병관리청은 “감염인이 꾸준히 치료약을 복용하면 감염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발표했다. 이는 부정확한 정보다. ‘감염 가능성이 낮아진다’가 아니라 ‘전파되지 않는다’가 사실이다. 또한, 같은 해 8월에는 “익명·즉석 파트너와의 성관계”, “잦은 성파트너 변경”, “콘돔 없는 성관계” 등을 “위험한 성접촉”으로 규정하며 금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나 실제 감염 요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메시지가 아니라, 도덕적 규범에 기대어 시민의 성적 실천을 통제하려는 시대착오적인 접근이다. 동시대 HIV 예방 기술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질병여부를 막론하고 사회를 살아가는 성원이라면 건강하게 살 권리와 더불어, 성적 자기결정권과 성적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 보건당국은 시민이 어떤 방식의 관계를 맺고 어떤 성적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지 정해주는 기관이 아니다. 오히려 질병과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사회적으로 낙인을 받고 권리를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 제도와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가져야 할 의무다.


한국 사회에서 감염인을 아프게 하는 것은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질병에 대한 혐오와 감염인을 향한 낙인이다. 정작 감염인의 삶을 둘러싼 불안과 공포는 과학이 아니라, 부정확한 정보와 악의적 차별선동에서 비롯된다.


한국 HIV 40년을 맞은 오늘, 이제 우리는 공포·도덕·규범의 언어를 버릴 것을 제안한다. 만들어진 공포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귀를 기울이자. 혐오가 아니라 연대와 공존을 함께 고민하자. HIV 감염인은 우리 곁에 살아가는 이웃이며, 동료 시민이며, 우리의 친구다. 


우리는 한국 정부가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감염인의 인권을 중심에 두는 공중보건 체계로 이행하기를 원한다. 보건당국은 도덕적 규범과 낡은 편견에 기반한 HIV/AIDS에 대한 부정적이고 부정확한 홍보를 중단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인권 중심의 캠페인을 담대히 펼치기를 바란다. 


HIV 감염인은 여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함께 살아가는 동료이며, 이미 우리 곁에 이웃으로, 가족과 친구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모든 감염인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두려움 없이 섹스하며, 존엄하게 나이들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HIV/AIDS 인권운동은 HIV 감염인이 차별과 편견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실천해왔다. 우리 함께 평등한 사회를 위해 감염인의 삶을 지지하고 긍정하자.


2025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 HIV 감염인 인권의 날에,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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