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 기후정의 선언문]
누군가를 초대할 수 없는 한국사회, 우리가 기후정의와 함께 재생산정의를 촉구하는 이유
심각한 수준의 인구감소로 곧 대한민국이 소멸할 위기라고 합니다. 이대로면 나라가 망할 거라는 한숨과 개탄이 연일 들려옵니다.
우리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우리가 과연 인구감소로 망하게 되는 것일까요?
다가올 소멸을 걱정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존재들이 전쟁과 폭력, 구조적 차별로 소멸하고 있지 않나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이 세계를 찾아올 누군가에게 ‘살만한 세상’으로 소개하며 초대할 수 있을까요?
차마 누군가를 초대할 수 없는 기후재난의 시대. 이 기후위기의 다른 이름은 착취와 파괴, 재생산의 통제입니다.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고, 생산성 있는 인구만을 유지하기 위해 이 체제는 우리의 성과 재생산을 통제해 왔습니다. 장애나 질병이 없는 이성애자 남성 가부장을 중심으로 혈연 관계를 통해 가족을 이루고,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동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정상적'으로 여기는 사회로 만들었습니다. 죽도록 일하고 공부하라고 명령하는 체제, 소비능력으로 존재를 증명라는 체제, 이성애 핵가족을 이룸으로써 정상성을 증명하라는 체제, 여성과 성소수자에게 성적 낙인을 전가하는 체제에서 누가 살아남고 있나요? 이 체제는 구조적인 폭력을 담고 있어 모두의 삶을 위협하지만,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은 훨씬 더 직접적으로 위협을 당합니다. 차별과 낙인, 배제의 대상이 되거나, 주거와 노동, 교육, 의료에서 취약한 여건에 놓입니다. 국가는 함께 관계맺고 돌봄을 나누며 살 수 있게 만드는 대신 ‘보호’의 이름로 시설에 살게 하거나 쫓겨나게 만듭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음에도 빈곤에 시달리며 사는 곳과 먹는 것을 돌볼 여유가 없어 더욱 잦은 위험과 재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며 경제성장과 이윤을 위해 세계 곳곳이 파괴되는 동안 수많은 생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물도, 땅도, 사람도, 동식물도 그저 자원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누군가는 재난 속에서조차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지속할 만한 삶의 양식과 터전이 계속해서 파괴되면서 이주 또한 가속화 되었습니다. 가부장제에 기반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이 초래한 재생산의 위기는 다시금 자신의 터전과 이주한 자리를 오가는 수많은 여성들의 무임금 또는 저임금의 재생산-생산 노동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저마다 기후재난, 인구소멸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겠다 말하지만 우리는 대응이 아닌 ‘멈춤’을 요구합니다. 마치 위험한 작업장에서 노동자에게 작업중지 권한이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원치않는 임신을 한 당사자가 그 어떤 강요도 없이 중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일해야 겨우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장시간 임금노동의 시스템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즐거움을 찾아갈 여유와 섹스할 시간,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소비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멈추고 삶의 공간과 자원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인과 혈연에 기반한 제도 중심의 관계를 넘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다양한 삶의 터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임금 노동의 생산성이 기대되지 않는 이들을 시설에 가두고, 국가가 규정한 제도 밖의 가족 구성과 출산, 양육, 돌봄을 통제하며, 끊임없이 누군가를 추방하면서 동시에 일시적인 노동력 자원으로 활용하는 이 체제가 바로 착취와 파괴를 지속해 온 지금의 체제이며 기후위기의 원인입니다. 우리는 이제 이 악순환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는 전환을 요구합니다. 생산성과 정상성의 체제에서 즐거움과 돌봄의 체제로 바꾸어냅시다. 즐거움과 돌봄을 어떻게 재생산할 것인지 몰두합시다. 그 자리에 새로운 손님들을 초대합시다. 살인과 폭력, 착취로 이윤을 내고 이득을 보는 지배권력에 저항하며, 모두가 즐거움과 돌봄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안합시다. 셰어는 즐거움을 금지당하고, 돌봄에서 배제된 자리에 주목하고 가장 저항적이고 창조적으로 즐거움과 돌봄을 발명하는 이들과 함께 해나갈 것입니다. 모두의 즐거움과 돌봄이 가능한 조건은 평등과 존엄을 실현해나가는 과정과 나란하며, 사회적 자원의 재배치와 공공성의 급진적 재구성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셰어는 기후위기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에 주목하며,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 운동에 함께합니다. 이윤을 위한 생산성만을 목표로 우리의 삶과 관계, 돌봄의 시간과 공간을 차별하고 통제해 온 체제를 멈추고 재생산정의로의 전환을 시작할 것을 제안합니다.
2023년 12월 16일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셰어 기후정의 선언문]
누군가를 초대할 수 없는 한국사회, 우리가 기후정의와 함께 재생산정의를 촉구하는 이유
심각한 수준의 인구감소로 곧 대한민국이 소멸할 위기라고 합니다. 이대로면 나라가 망할 거라는 한숨과 개탄이 연일 들려옵니다.
우리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우리가 과연 인구감소로 망하게 되는 것일까요?
다가올 소멸을 걱정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존재들이 전쟁과 폭력, 구조적 차별로 소멸하고 있지 않나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이 세계를 찾아올 누군가에게 ‘살만한 세상’으로 소개하며 초대할 수 있을까요?
차마 누군가를 초대할 수 없는 기후재난의 시대. 이 기후위기의 다른 이름은 착취와 파괴, 재생산의 통제입니다.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고, 생산성 있는 인구만을 유지하기 위해 이 체제는 우리의 성과 재생산을 통제해 왔습니다. 장애나 질병이 없는 이성애자 남성 가부장을 중심으로 혈연 관계를 통해 가족을 이루고,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동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정상적'으로 여기는 사회로 만들었습니다. 죽도록 일하고 공부하라고 명령하는 체제, 소비능력으로 존재를 증명라는 체제, 이성애 핵가족을 이룸으로써 정상성을 증명하라는 체제, 여성과 성소수자에게 성적 낙인을 전가하는 체제에서 누가 살아남고 있나요? 이 체제는 구조적인 폭력을 담고 있어 모두의 삶을 위협하지만,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은 훨씬 더 직접적으로 위협을 당합니다. 차별과 낙인, 배제의 대상이 되거나, 주거와 노동, 교육, 의료에서 취약한 여건에 놓입니다. 국가는 함께 관계맺고 돌봄을 나누며 살 수 있게 만드는 대신 ‘보호’의 이름로 시설에 살게 하거나 쫓겨나게 만듭니다.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음에도 빈곤에 시달리며 사는 곳과 먹는 것을 돌볼 여유가 없어 더욱 잦은 위험과 재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며 경제성장과 이윤을 위해 세계 곳곳이 파괴되는 동안 수많은 생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물도, 땅도, 사람도, 동식물도 그저 자원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누군가는 재난 속에서조차 살아남을 수 없었습니다. 지속할 만한 삶의 양식과 터전이 계속해서 파괴되면서 이주 또한 가속화 되었습니다. 가부장제에 기반한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이 초래한 재생산의 위기는 다시금 자신의 터전과 이주한 자리를 오가는 수많은 여성들의 무임금 또는 저임금의 재생산-생산 노동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저마다 기후재난, 인구소멸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겠다 말하지만 우리는 대응이 아닌 ‘멈춤’을 요구합니다. 마치 위험한 작업장에서 노동자에게 작업중지 권한이 필요한 것처럼 말입니다. 원치않는 임신을 한 당사자가 그 어떤 강요도 없이 중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쉴 새 없이 일해야 겨우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장시간 임금노동의 시스템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즐거움을 찾아갈 여유와 섹스할 시간,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소비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멈추고 삶의 공간과 자원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혼인과 혈연에 기반한 제도 중심의 관계를 넘어서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다양한 삶의 터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임금 노동의 생산성이 기대되지 않는 이들을 시설에 가두고, 국가가 규정한 제도 밖의 가족 구성과 출산, 양육, 돌봄을 통제하며, 끊임없이 누군가를 추방하면서 동시에 일시적인 노동력 자원으로 활용하는 이 체제가 바로 착취와 파괴를 지속해 온 지금의 체제이며 기후위기의 원인입니다. 우리는 이제 이 악순환을 멈춰야 합니다
우리는 전환을 요구합니다. 생산성과 정상성의 체제에서 즐거움과 돌봄의 체제로 바꾸어냅시다. 즐거움과 돌봄을 어떻게 재생산할 것인지 몰두합시다. 그 자리에 새로운 손님들을 초대합시다. 살인과 폭력, 착취로 이윤을 내고 이득을 보는 지배권력에 저항하며, 모두가 즐거움과 돌봄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안합시다. 셰어는 즐거움을 금지당하고, 돌봄에서 배제된 자리에 주목하고 가장 저항적이고 창조적으로 즐거움과 돌봄을 발명하는 이들과 함께 해나갈 것입니다. 모두의 즐거움과 돌봄이 가능한 조건은 평등과 존엄을 실현해나가는 과정과 나란하며, 사회적 자원의 재배치와 공공성의 급진적 재구성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셰어는 기후위기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에 주목하며,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 운동에 함께합니다. 이윤을 위한 생산성만을 목표로 우리의 삶과 관계, 돌봄의 시간과 공간을 차별하고 통제해 온 체제를 멈추고 재생산정의로의 전환을 시작할 것을 제안합니다.
2023년 12월 16일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