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여전히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
정부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요구에 응답하라!
지난 9월 22일, 보건복지부는 현행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비도덕적 진료 행위'의 항목으로 모자보건법 14조 1항을 위반하는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포함시키고, 이를 시술한 의사는 최대 12개월까지 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에 우리는 10월 17일 기자회견에서 70여 개 단체와 2880명 개인의 연서명을 받은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를 비판하고 나아가 형법 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이 공동성명에는 11월 8일까지 총 4065명 이 서명하여, ‘낙태죄’ 폐지를 위한 우리 사회의 요구를 드러냈다.
의사들의 시술 중단 선언에도 꿈쩍하지 않던 보건복지부는 여성들과 사회 각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11월 11일, 결국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의 최종안을 발표하며 인공인신중절 처벌 강화 계획을 철회하고 현행 규정대로 1개월 면허 정지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법과 현실의 모순을 방치한 채 내어 놓았던 행정 편의적인 처벌 강화안을 철회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나,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말장난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인공임신중절 시술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수정안에도 여전히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초 개정안과 달리, 수정안에서는 ‘불법 임신중절수술’이라는 표현을 ‘형법 제269조, 제270조 위반행위’로 변경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대부분 모자보건법상의 허용사유를 충족하지 못하고 형법에 따라 처벌되는 임신중절수술에 해당한다. 이러한 임신중절수술이 행정처분 규칙상 자격정지 사유로 포함되어 있는 한, 의사들은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낙태시술을 거부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피해는 필연적으로 여성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형법을 근거로 보건복지부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싶었겠지만, 이는 오히려 보건복지부의 인식이 얼마나 시류에 뒤처지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형법 269, 270조는 인공임신중절 시술 의사를 처벌할 정당한 근거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하루빨리 폐기되어야 할 조항일 뿐이다.
또한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이번 입법예고안을 처리해 온 과정을 강력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을 검토하는 모든 과정에서 관료들과 의료인만으로 논의 참가자를 제한하며, 이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여성들을 철저하게 배제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 그리고 거리에서 의견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공청회는 물론 여성계와의 간담회조차도 열지 않았다.
이처럼 임신·출산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당사자인 여성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법과 정책이 실행, 개정되고 있는 현실은 여성들을 여전히 출산의 도구로만 다루려고 하는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실제 국민의 삶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법제도 하에서 심지어 행정처분이라는 편의적인 방식을 통해 국민들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총체적인 위험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우리는 정부가 더 이상 행정편의적인 발상으로 여성들의 몸을 통제하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도록,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직접적인 개정을 향해 나설 것이다.
비도덕적인 것은 ‘낙태죄’ 존치이며, 여성의 몸을 통제함으로써 인구 재생산을 관리하려는 국가의 태도이다. ‘태아의 생명권’을 운운하며 여성들을 처벌하는 대신, 인공임신중절을 합법화하고 보험까지 지원해 온 여러 국가에서 오히려 인공임신중절 비율이 감소하고 여성 건강을 비롯한 공공보건과 복지 상황이 향상되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시 말하지만, 여전히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 우리는 이미 공언한 대로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위해 나설 것이다. 인공인신중절이 ‘비도덕적 진료 행위'가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이야기될 수 있도록, 그리 하여 여성들의 경험이 자유로이 발화될 수 있도록, 우리는 여성의 몸에서 ‘불법'이라는 낙인을 지우고자 한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요구한다.
-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는 ‘낙태죄’ 폐지하라!
- 장애와 질병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조항 전면 개정하라!
- 국가는 성평등 정책과 성교육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모든 여성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피임기술과 의료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
- 결혼유무,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장애와 질병, 경제적 차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모성을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라!
- 안전하고 건강하게 임신을 중지할 수 있도록 최선의 의료적 선택지를 제공하라!
우리는 이와 같은 요구를 실현시킬 때까지 계속해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16.11.14.
[성과 재생산 포럼]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건강과 대안
[논평]
여전히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
정부는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요구에 응답하라!
지난 9월 22일, 보건복지부는 현행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비도덕적 진료 행위'의 항목으로 모자보건법 14조 1항을 위반하는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포함시키고, 이를 시술한 의사는 최대 12개월까지 자격을 정지할 수 있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에 우리는 10월 17일 기자회견에서 70여 개 단체와 2880명 개인의 연서명을 받은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를 비판하고 나아가 형법 상 ‘낙태죄’ 폐지를 요구한 바 있다. 이 공동성명에는 11월 8일까지 총 4065명 이 서명하여, ‘낙태죄’ 폐지를 위한 우리 사회의 요구를 드러냈다.
의사들의 시술 중단 선언에도 꿈쩍하지 않던 보건복지부는 여성들과 사회 각계의 비판이 이어지자 11월 11일, 결국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의 최종안을 발표하며 인공인신중절 처벌 강화 계획을 철회하고 현행 규정대로 1개월 면허 정지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법과 현실의 모순을 방치한 채 내어 놓았던 행정 편의적인 처벌 강화안을 철회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나,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말장난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인공임신중절 시술은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수정안에도 여전히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초 개정안과 달리, 수정안에서는 ‘불법 임신중절수술’이라는 표현을 ‘형법 제269조, 제270조 위반행위’로 변경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대부분 모자보건법상의 허용사유를 충족하지 못하고 형법에 따라 처벌되는 임신중절수술에 해당한다. 이러한 임신중절수술이 행정처분 규칙상 자격정지 사유로 포함되어 있는 한, 의사들은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해 낙태시술을 거부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피해는 필연적으로 여성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형법을 근거로 보건복지부는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싶었겠지만, 이는 오히려 보건복지부의 인식이 얼마나 시류에 뒤처지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형법 269, 270조는 인공임신중절 시술 의사를 처벌할 정당한 근거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하루빨리 폐기되어야 할 조항일 뿐이다.
또한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이번 입법예고안을 처리해 온 과정을 강력히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을 검토하는 모든 과정에서 관료들과 의료인만으로 논의 참가자를 제한하며, 이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여성들을 철저하게 배제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 그리고 거리에서 의견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공청회는 물론 여성계와의 간담회조차도 열지 않았다.
이처럼 임신·출산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당사자인 여성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법과 정책이 실행, 개정되고 있는 현실은 여성들을 여전히 출산의 도구로만 다루려고 하는 태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실제 국민의 삶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법제도 하에서 심지어 행정처분이라는 편의적인 방식을 통해 국민들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국민들의 건강권을 총체적인 위험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우리는 정부가 더 이상 행정편의적인 발상으로 여성들의 몸을 통제하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도록,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직접적인 개정을 향해 나설 것이다.
비도덕적인 것은 ‘낙태죄’ 존치이며, 여성의 몸을 통제함으로써 인구 재생산을 관리하려는 국가의 태도이다. ‘태아의 생명권’을 운운하며 여성들을 처벌하는 대신, 인공임신중절을 합법화하고 보험까지 지원해 온 여러 국가에서 오히려 인공임신중절 비율이 감소하고 여성 건강을 비롯한 공공보건과 복지 상황이 향상되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시 말하지만, 여전히 진짜 문제는 ‘낙태죄’다. 우리는 이미 공언한 대로 형법상 ‘낙태죄' 폐지를 위해 나설 것이다. 인공인신중절이 ‘비도덕적 진료 행위'가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서 이야기될 수 있도록, 그리 하여 여성들의 경험이 자유로이 발화될 수 있도록, 우리는 여성의 몸에서 ‘불법'이라는 낙인을 지우고자 한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우리는 이와 같은 요구를 실현시킬 때까지 계속해서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16.11.14.
[성과 재생산 포럼]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건강과 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