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여성의 생명을 경시하는 대법관은 필요 없다! 이동원 후보자는 대법관이 될 자격이 없다!
-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의 ‘낙태죄’ 존치 입장을 규탄하며
7월 25일, 신임대법관 후보 청문회에서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낙태죄’ 존폐에 관한 입장을 묻자 “모자보건법이라든지 특별하게 법률로 예외를 규정하지 않은 이상, 잉태된 생명이 중간에 인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하지만 결국 (태아의 생명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법익”이라며 ‘낙태죄’ 존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성이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을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키워야 한다. 여성의 출산 선택에는 경제적 여건, 파트너와의 부양과 돌봄 책임, 사회로부터의 지지와 같은 조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최근 저출산 문제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에서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은 매우 취약하다. 아이의 양육에 점점 더 많은 경제적 비용이 들어감에도 국가의 책임은 부족하고, 가족 내의 평등한 돌봄 책임은 여전히 요원하며, 출산 이후에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도 드물다. 여성이 출산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문제이지, ‘낙태죄’가 없어서가 아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구도는 여성의 복합적인 고민(자신의 삶, 가족 및 파트너과의 관계, 경제적 여건, 태어날 태아의 행복 등)을 단순화하여 임신 중지를 여성 자신만을 위한 개인주의적 선택으로 만든다. 이러한 잘못된 구도를 깨고, 여성의 재생산 과정 전체를 사고하며 ‘낙태죄’ 문제를 돌아볼 때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낙태죄’는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성관계, 피임, 임신, 출산, 양육의 전 과정에서 불평등한 조건에 있는 모든 이들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왔다. ‘낙태죄’는 ‘생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표적인 생명경시 법이다. 불법화된,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지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어왔다. 한편 국가는 오히려 실질적으로 장애나 질병이 있는 생명, 사회적으로 불리하거나 열악한 조건에 있는 생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사회적 책임을 방기해 왔고, 심지어 한센인 강제단종의 사례와 같이 적극적으로 생명을 선별하는 국가 폭력을 자행했다.
이동원 후보자는 송 의원이 “형법조항상 낙태죄를 보면 '부녀자', 이렇게 낙태를 실제 실행하는 여성과 의사에게만 죄를 묻는다”며 “함께 책임져야 할 남성은 어느 조항에도 처벌 규정이 없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이 후보자 자신의 주장에 비춰보더라도 무책임하고 이율배반적인 태도다. 이 후보자 말대로 ‘잉태된 생명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치더라도,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 책임을 여성과 의사만 져야 한다는 것인가? 이 후보자는 여기에 답할 수 있는가?
청문회에서 “낙태죄는 너무나 사문화돼있고 여성에게만 불리한 법” “낙태 문제는 법으로 다스리기보다 여성의 출산·육아의 문제,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지원 문제, 한부모 가정 지원 문제를 통해 여성이 아이를 낳아도 넉넉히 키울 수 있는 문화 인프라를 좀 더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정당한 반박에 대해서도, 이동원 후보자는 ‘낙태죄’ 존속 입장을 고수하며 “낙태죄를 존속하되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 여성의 문제로 놔두지 말고 사회 전체가 배려하고 여성이 혼자 그 짐을 짊어지고 가지 않도록 사회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실을 완전히 외면한, 형용모순이나 다름 없는 발언이다. 출산·육아의 문제를 전부 여성 개인의 문제로 규정하고 심지어 형법상 처벌까지 가하는 것이 바로 ‘낙태죄’다. 실제로 처벌 건수가 많지 않더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낙태죄’는 여성의 삶과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 여성에게 책임감과 죄책감이라는 짐을 부여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한편 이동원 후보자는 같은 날 인사청문회에서 “내무반 내에서 (동성애가) 허용된다면 그것은 아니지 않냐. 군대 내에서는 성소수자가 군기를 흩트릴 수 있다.” “국가보안법에는 문제가 없다. 일부시기에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에 충실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판사들의 양심을 믿는다.”고도 발언하였다. 인권감수성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해가 없거나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이다. 또한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은 필요시 국가에 의해 침해/희생될 수 있는 인권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따라서 스스로의 삶과 결정을 존중받아야 할 ‘생명’들을 정말로 경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동원 후보자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국가에서 임신중지가 합법이듯이, 최근 아일랜드와 아르헨티나에서 임신중지 합법화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듯이 ‘낙태죄’ 존치 주장은 세계적 흐름에도 완전히 역행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우리는 이동원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을 반대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낙태죄’를 옹호하는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낙태죄’의 위헌 판결이다.
2018.07. 26.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성명]
여성의 생명을 경시하는 대법관은 필요 없다! 이동원 후보자는 대법관이 될 자격이 없다!
-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의 ‘낙태죄’ 존치 입장을 규탄하며
7월 25일, 신임대법관 후보 청문회에서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낙태죄’ 존폐에 관한 입장을 묻자 “모자보건법이라든지 특별하게 법률로 예외를 규정하지 않은 이상, 잉태된 생명이 중간에 인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중요하지만 결국 (태아의 생명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법익”이라며 ‘낙태죄’ 존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성이 임신중지를 결정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을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키워야 한다. 여성의 출산 선택에는 경제적 여건, 파트너와의 부양과 돌봄 책임, 사회로부터의 지지와 같은 조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최근 저출산 문제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에서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은 매우 취약하다. 아이의 양육에 점점 더 많은 경제적 비용이 들어감에도 국가의 책임은 부족하고, 가족 내의 평등한 돌봄 책임은 여전히 요원하며, 출산 이후에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도 드물다. 여성이 출산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문제이지, ‘낙태죄’가 없어서가 아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 대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구도는 여성의 복합적인 고민(자신의 삶, 가족 및 파트너과의 관계, 경제적 여건, 태어날 태아의 행복 등)을 단순화하여 임신 중지를 여성 자신만을 위한 개인주의적 선택으로 만든다. 이러한 잘못된 구도를 깨고, 여성의 재생산 과정 전체를 사고하며 ‘낙태죄’ 문제를 돌아볼 때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를 동시에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낙태죄’는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성관계, 피임, 임신, 출산, 양육의 전 과정에서 불평등한 조건에 있는 모든 이들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해왔다. ‘낙태죄’는 ‘생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표적인 생명경시 법이다. 불법화된,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지로 인해 수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어왔다. 한편 국가는 오히려 실질적으로 장애나 질병이 있는 생명, 사회적으로 불리하거나 열악한 조건에 있는 생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사회적 책임을 방기해 왔고, 심지어 한센인 강제단종의 사례와 같이 적극적으로 생명을 선별하는 국가 폭력을 자행했다.
이동원 후보자는 송 의원이 “형법조항상 낙태죄를 보면 '부녀자', 이렇게 낙태를 실제 실행하는 여성과 의사에게만 죄를 묻는다”며 “함께 책임져야 할 남성은 어느 조항에도 처벌 규정이 없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이 후보자 자신의 주장에 비춰보더라도 무책임하고 이율배반적인 태도다. 이 후보자 말대로 ‘잉태된 생명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고 치더라도,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 책임을 여성과 의사만 져야 한다는 것인가? 이 후보자는 여기에 답할 수 있는가?
청문회에서 “낙태죄는 너무나 사문화돼있고 여성에게만 불리한 법” “낙태 문제는 법으로 다스리기보다 여성의 출산·육아의 문제,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지원 문제, 한부모 가정 지원 문제를 통해 여성이 아이를 낳아도 넉넉히 키울 수 있는 문화 인프라를 좀 더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정당한 반박에 대해서도, 이동원 후보자는 ‘낙태죄’ 존속 입장을 고수하며 “낙태죄를 존속하되 여성이 안고 있는 문제, 여성의 문제로 놔두지 말고 사회 전체가 배려하고 여성이 혼자 그 짐을 짊어지고 가지 않도록 사회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실을 완전히 외면한, 형용모순이나 다름 없는 발언이다. 출산·육아의 문제를 전부 여성 개인의 문제로 규정하고 심지어 형법상 처벌까지 가하는 것이 바로 ‘낙태죄’다. 실제로 처벌 건수가 많지 않더라도 그 존재만으로도 ‘낙태죄’는 여성의 삶과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 여성에게 책임감과 죄책감이라는 짐을 부여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한편 이동원 후보자는 같은 날 인사청문회에서 “내무반 내에서 (동성애가) 허용된다면 그것은 아니지 않냐. 군대 내에서는 성소수자가 군기를 흩트릴 수 있다.” “국가보안법에는 문제가 없다. 일부시기에 국민들의 기본권 보장에 충실하지 못한 것은 인정하지만 판사들의 양심을 믿는다.”고도 발언하였다. 인권감수성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해가 없거나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태도이다. 또한 여성과 소수자의 인권은 필요시 국가에 의해 침해/희생될 수 있는 인권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따라서 스스로의 삶과 결정을 존중받아야 할 ‘생명’들을 정말로 경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동원 후보자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국가에서 임신중지가 합법이듯이, 최근 아일랜드와 아르헨티나에서 임신중지 합법화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듯이 ‘낙태죄’ 존치 주장은 세계적 흐름에도 완전히 역행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우리는 이동원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을 반대한다.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낙태죄’를 옹호하는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낙태죄’의 위헌 판결이다.
2018.07. 26.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