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성·재생산 권리 보장은 차별과 함께 갈 수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2020-08-12

2020년 6월 29일,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다. 2007년부터 수차례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으나 법안 제정은 번번이 무산되었다. 차별금지법이 발의될 때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위해 보수 정당과 보수 기독교 세력이 규합했고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세력의 힘을 넘지 못했다. 그럼에도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법안 제정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 그 결과 현 21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차별금지법 제정이 발의되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근거가 되는 구체적인 요소들을 규정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무엇을 기준으로 차별을 만들어왔는지를 밝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한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단순히 차별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별의 현장을 드러내는 도구가 될 것이기에 중요하다. 나이, 국적, 성별, 성적 지향, 장애를 비롯한 요소들이 교차하면서 만들어지는 삶 곳곳의 차별이 밝혀지고 차별이 차별이라 말해질 때,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성·재생산 권리에 있어서도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법적·사회적 차별이 개인의 성·재생산 권리의 실현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해왔다. 대표적으로 낙태죄 폐지 운동은 누군가는 임신중지 행위로 처벌을 받지만, 누군가는 장애 등을 이유로 임신중지를 강요받는 현실에 주목해왔다. 낙태죄는 개인의 성별, 장애, 나이, 국적, 계급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어 왔으며 그로 인해 임신 및 임신중지의 권리가 평등하게 보장되지 않았다. 낙태죄 폐지 운동은 누구나 성·재생산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인 동시에 차별과 배제를 종식하기 위한 운동이었던 것이다.

이제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를 만들어 갈 때이다. 안전하게 임신을 중지할 권리를 포함한 성·재생산 권리를 위해서는 아동/청소년, 이주민/난민, 장애인 등 정보와 의료기관 접근성이 취약한 사람들의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 의료 환경 개선,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 관련 보건의료 기관의 지역별 격차 개선 또한 필요하다. 즉 성·재생산 권리의 보장은 차별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일과 맞닿아 있다.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성·재생산 권리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한 주춧돌이 되어줄 것이다.

성·재생산 권리 보장은 차별과 함께 갈 수 없다. 그렇기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사람의 성·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고 누구나 성·재생산 건강을 향유할 수 있도록 이를 가로막는 차별을 줄여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자신이 자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당하지 않을 때, 비로소 성·재생산 권리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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