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문]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제정 공약에 대한 입장

2022-01-26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제정 공약에 대한 입장


이재명 후보가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의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우리는 ‘낙태죄’의 폐지 이후 대통령 후보로서 처벌과 통제 중심의 법 개정 논의를 벗어나 권리 보장을 중심에 둔 기본법 제정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해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후보들 또한 이와 같은 입장에서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제정을 약속하고 관련 공약을 구체화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아직 빠져있는 부분이 많다.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세부 조문까지 구성하여 처음으로 발표했던 단체로서, 우리는 이재명 후보의 관련 정책 공약에 대해 아래와 같은 입장과 요구를 밝힌다. 


  1. 평등과 차별금지의 원칙을 명확히 하라


셰어는 그간 여러 시민사회, 여성들과 함께 ‘낙태죄’ 폐지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왔고,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전부터 새로운 대체입법의 방향을 고민하여 지난 2020년 11월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을 발표하였다. 총 15개 장 53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이 기본법안은 법이 추구하는 기본이념과 원칙, 종합계획의 수립과 실행에 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 권리의 세부 내용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어서 의료, 상담, 통역 및 활동지원에 있어서의 자격요건과 의무, 일터, 교육기관, 보호 복지시설에서의 의무 등을 담고 있다. 

여기서 ‘평등과 차별금지의 원칙’은 기본법의 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 원칙 중 하나이다. 기본법 제정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국가가 규정하는 자격 요건에 따라 선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성 건강과 재생산 건강, 그리고 이에 요구되는 권리들을 보장받도록 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차별과 낙인은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실현에 있어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성별이나 연령, 장애, 인종, 이주 지위,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과 낙인으로 인해 고용이나 노동, 교육, 관련 시설, 정보와 자원 등에 큰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들로 인해 삶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는 아무리 좋은 법과 지원 정책이 있어도 성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평등하게 접근하기가 어렵다.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의 근간에는 차별 금지와 평등의 보장에 대한 기본 방향이 반드시 제시되어야 함을 인식하고, 이를 반영한 기본법 제정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도 후보의 의지로서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 


  1. 기본법은 인구정책의 하위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제정의 기본 방향으로서 핵심이 되어야 할 또 하나의 원칙은 기본법이 인구정책의 하위 목표로 놓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동안 국가는 인구정책의 목표에 따라 국가 주도의 가족계획 정책과 저출산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출산에 관한 선별적 지원이나 통제만을 해왔을 뿐 삶의 질과 권리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인구정책의 목표가 우선 순위에 있는 이상 개인의 권리는 국가의 필요에 의해 계속해서 침해당하거나 선별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 따라서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과 이에 따른 국가 정책의 방향은 인구정책보다 우선되어야 하며 이제는 국가의 책임 하에 저출산 정책이 아닌 ‘성·재생산 권리 보장 정책’과 이를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종합계획 및 추진체계를 수립해야 할 것이다. 


  1. 포괄적이면서 동시에 통합적인 방향과 실행 계획을 담아야 한다.


앞으로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의 영역에서 실현해 나가야 할 과제는 매우 방대한 방면, 현재 보건의료, 여성, 사회복지, 교육, 노동, 주거 등 모든 영역에서 이에 관한 내용은 핵심 과제에서 빠져있거나 교차적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관련 영역별(예방접종, 성매개감염, 피임, 임신중지, 임신, 출산 등), 대상자별(청소년, 성소수자, 장애, 이주, 난민 등), 지역별로 다양하고 포괄적인 ‘성과 재생산 건강’ 보장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 관련 부처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계획 수립과 실행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임신중지의 경우 지금까지 불법의 영역에 있어 공식적인 의료 전달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만큼, 의료인프라나 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임신중지의 시기가 불필요하게 지연되거나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하지 않도록 건강보험의 적용, 유산유도제의 빠른 도입 및 가격 조정 등과 함께 관련 지원 체계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셰어가 마련한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은 아래의 내용을 종합계획의 구체 내용으로 제시하고 있다. 

-관련 자원 연계, 보건의료 자원의 조달과 관리 방안

-교육·홍보·연구에 관한 계획과 지원 방안

-국내외 관련 정보, 통계의 수집, 번역, 관리 방안

-관련 상담인력, 상담기관의 확보와 관리 방안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 조건 개선, 휴게 환경의 조성 등에 관한 방안

-성별, 장애 유형과 특성, 나이,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등 성매개 감염, 이주 지위 등에 따른 별도의 지원 체계와 관련 사업 계획

-사업의 실행과 관리를 위한 관련 업무 종사자 차별 실태 조사, 교육·시정 방안

-그밖에 모든 사람의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사항


이와 같은 내용을 구체적인 추진 체계로 고려하여 공약에 반영하라.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제정을 중심에 두고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법과 정책을 마련하라


우리는 ‘낙태죄’ 폐지 이전으로는 절대 되돌아갈 수 없다. 이미 2020년과 2021년 민주당의 권인숙 의원, 박주민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권리 보장에 중점을 둔 모자보건법 개정안과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국민건강보험법, 근로기준법 등의 개정안도 제출한 바 있다. 이제는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제정을 중심에 두고 앞서 언급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권리 보장이 실현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향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성·재생산 권리의 실현을 위해 모든 후보들이 이와 같은 방향을 담은 공약을 적극 제시하고 실행 의지를 밝힐 것을 진지하게 촉구한다. 


2022년 1월 26일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 참고: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안)> 해설집  https://bit.ly/3FZG7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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