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 기념 성명

2021-09-28



9.28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기념하여 셰어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에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안전한 임신중지, 모두를 위한 권리와 경험으로!”


9월 28일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이다. 전세계 여성들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 권리를 요구하는 행동을 지속해왔다. 한국에서도 오랜 투쟁 속에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 냈고, 2020년 12월 31일을 경과하며 마침내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이루었다. 이제 안전한 임신중지는 모두를 위한 권리와 경험이 되어야 한다. 처벌이 아닌 사회경제적 지원과 보건의료 환경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나가야 할 때이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책무를 방관하고 있으며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의료비와 정보 부족,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유산유도제의 문제 등 여성들이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이 지난 6월부터 실시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한 설문/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중지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약 98%가 임신 1분기인 임신 12주 이내에 임신중지를 경험하였고, 90% 이상이 ‘임신중지 비용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있었다’고 답변하였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모두 되도록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결정하고 시행하고자 했으나, 정보 부족과 의료기관에서의 거부, 의료비에 대한 부담 등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를 경험했다. 파트너가 비용을 부담한 이후 이를 빌미로 협박을 가하거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무리한 초과 노동을 하기도 하였으며, 대출을 받기도 했다. 또한, 비용이 적게 드는 병원을 찾았다가 의료진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하고 병원 재방문을 하지 못하여 후유증을 겪기도 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임신중지가 불법이 아니게 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국민건강보험적용 등 제도적 지원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지로 인한 고통을 겪어온 경험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부터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유산유도제, 미프진은 아직도 의약품 허가과정에 막혀 있다. 임신중지를 원하는 수천, 수만 명의 여성들은 여전히 성분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모낙폐의 실태조사에서도 비공식적인 통로로 성분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유산유도제를 복용하여 어려움을 겪은 사례들이 다수 보고되었다. 약물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미프진 도입이 더이상 늦춰질 수 없으나 일각에서는 유산유도제가 안전하지 않다는 근거없는 주장으로 미프진 신속 허가를 반대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 불필요한 논쟁 속에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약물은 이미 지난 30여년 동안 해외 70여개국에서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는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체계를 통해 공식적으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없는 현실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불필요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유럽 주요 국가는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 70% 이상이 유산유도제를 통해 약물적 방법을 선택할 만큼 유산유도제는 임신중지 권리 보장에 중요한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제 한국 정부도 더이상 지체하지 말고 임신중지 방법에 대한 결정권 및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산유도제 약물의 허가를 서둘러야 한다.


모낙폐는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들의 경험과 실태를 담은 보고서를 10월 초에 발표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포함한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부와 국회는 그간의 책임 방기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실질적인 보장을 위한 법 제정과 관련 정책 마련에 속히 나서야 할 것이다. 


한편, 모낙폐는 작년 9월 28일과 10월 8일 문재인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개최한 기자회견 각각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올 4월 기소유예 결정을 받았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임신 주수에 따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을 존치하고자 했던 정부 개정안에 반대하고 여성의 권리 보장을 위해 앞장섰던 활동가들에게 범죄 혐의를 씌우는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에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 박아름 활동가는 검찰의 부당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모낙폐는 공권력을 이용하여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제약하는 처사에 분노한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철회하고 정당하게 진행된 기자회견이었음을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활동가 탄압을 중단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올바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임신중지 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개인의 결정권 차원을 넘어 노동, 주거, 교육, 접근성 지원 등에 관한 사회적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장해 나갈 것을 함께 요구한다. 혼인여부, 장애여부, 소득수준, 인종, 연령, 성적 정체성 등과 상관없이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가 모두 보장되고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낙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정부에 요구한다.


- 건강보험 적용과 보건의료 체계를 통해 피임과 임신중지에 관한 접근권을 폭넓게 보장하라.

- 유산유도제를 공식 보건의료 체계에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허가하고 관련 시스템을 마련하라.

-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는 교육환경과 노동조건을 마련하라.

-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성교육, 성평등 교육을 시행하고, 임신중지로 인한 차별과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라.

- 의료현장에서 임신중지가 최선의 의료행위로 제공되도록 의료인 교육과 훈련을 보장하라.

-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국가의 책임으로 명시하는 법안을 마련하라. 


2021년 9월 28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의 슬로건은 “이제는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를 역사로 남게 하자”이다. 우리는 임신중지를 처벌하고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회피해 온 구시대의 법과 관행을 역사에 남기고, 모두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와 성과 재생산 권리가 보장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의 힘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2021년 9월 28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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