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입양시스템이 침해해 온 재생산권과 아동 권리

김호수

최근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번 아동학대와 입양, 입양 시스템에 관한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수많은 시민들이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정인아 미안해,’ 라는 슬로건을 들고, 가해 입양모/부에게 엄중한 처벌(사형)을 내릴 것과 담당 경찰의 미흡한 대응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국민적 공분의 힘은 국민청원으로 발휘되었고, 해당 경찰서장의 직위해제, 10 명의 경찰관 징계, 경찰청장의 사과로 이어졌다. 이어 국회는 지난 2월 26일 일명 ‘정인이법’이라 불리는 아동학대처벌특례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여 재석 254인, 찬성 252인, 반대 1인, 기권 1인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아동을 학대하다 살해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현행 형법상의 살인죄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아동학대 사건의 재발 방지책을 언급하면서 ‘사전위탁보호제도’를 이야기 하려다가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등의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양 부모를 향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전국입양가족연대는 ‘입양은 죄가 없다. 문제는 아동학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개별 입양 부모의 문제를 떠나 입양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짚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미혼모 지원 네트워크, 여성단체, 입양인 지원단체들에서도 입양 아동이 입양 후 10 개월 만에 입양모/부의 학대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이 사건을 입양 시스템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2014년 미국으로 입양 보내진 지 석 달 만에 양부의 폭행으로 사망한 현수 오켈러헌, 2016년 두번째 입양가정에서 사망한 은비 양 사건, 그리고 2020년 정인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민간, 영리 입양기관에 대해, 위기 아동의 보호와 인권을 전담케 하는 현 아동복지 시스템에 관하여 비판적 질문을 가지게 한다. 입양기관의 절차와 관행은 재생산 권리, 정의의 문제와 어떤 관계를 가질까?  

입양기관은 영리를 목적으로 입양이 가능한 아동을 확보, 인수, 결연을 매개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많은 아동들의 입양을 목표로 한다. 입양 아동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에 1970 년대 초부터 아동 일시 보호소를 설립하고 운영해 왔고, 해외 원조 기관들의 철수로 인해 재정이 어려워진 고아원도 인수, 관리하면서 입양 가능 아동을 늘려갔다. 1980년대에는 입양기관들 사이에 아동 확보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미혼모 시설을 직접 설립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입양 가능 아동을 확보해 왔다. 이 밖에도, 저소득층 지역의 산부인과, 조산소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미혼모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산모들에게 입양을 권유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 왔다.

제대로 된 입양에 대한 정보없이 입양을 보내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2001년 18 살의 나이로 입양을 보내게 되었던 한 친생모는 갑자기 배가 아파 병원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임신사실을 알고 그 다음날 진통을 느껴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아이를 낳고 몇시간이 안 되어 병원에 홀트아동복지회 직원이 찾아왔다고 한다. 아직 법적으로 미성년이었던 그녀는 입양동의서를 들고 집에 가서 읽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지만, 홀트 직원이 그녀의 어머니가 이미 동의한 일이기도 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여, 입양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한 번도 아이를 보지 못한 채 병원에 두고 나왔다고 했다. 집에 오는 길에 택시기사에게 입양이 뭐예요? 하고 물었다고 한다.

이처럼 입양아동 확보 목적으로만 이루어진 입양 절차에서 친생모는 입양에 충분한 설명과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심지어는 협박과 강요에 못 이겨 내몰리듯 입양을 결정을 하게 되었다. 이런 입양의 관행에서 과연 친생모가 입양을 통해 재생산권을 행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입양 상담의 부재는 입양을 보낼 당시의 친생모의 재생산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입양인의 알 권리를 저당 잡는 관행이 되었다. 한 해에 약 이천 명에서 삼천 명으로 추정되는 해외입양인이 입양 이전 자신의 삶의 궤적을 찾고, 한국가족과의 재회를 원하면서 한국을 방문한다. 형식적인 입양 상담은 한국을 찾는 해외입양인에게 유의미한 입양 기록의 부재로 경험되며, 이는 재회를 어렵게 하는 근원적 이유이고 입양인의 재생산권에 대한 침해이기도 하다.

위기 아동복지를 민간, 영리 입양 사업에 내맡긴 지난 70년 동안 한국의 아동복지정책은 재생산 부정의의 역사였다. 한국전쟁의 고아난민 구제책으로 시작된 한국의 70년 입양 산업은  그 시작부터 혼혈 아동을 ‘아버지 나라’로 보내는 인구 차별, 인구 분리 정책이었다. 그 이후로도 한국사회에서 문제시 되는, 혼외자, 장애아동, 미아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다시 한 번 시민이 될 수 있는 자와 시민이 될 수 없는 자를 재단하고, 정상가족의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는 생명정치의 기제로서 복무해 왔다.

이제는 지난 70년 입양 역사를 다시금 평가하고 더이상 아동복지가 사업이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입양 아동에 대한 학대 사건이 단지 ‘입양이 문제냐, 아동학대가 문제냐’의 차원에 머무르거나 그 해결책이 처벌 강화로만 귀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입양시스템을 매개로 이루어져 온 통제와 낙인, 차별의 역사를 제대로 짚고 가족 정책과 아동의 권리 보장에 관한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셰어의 활동 소식과 성·재생산에 관한 뉴스를 받아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셰어의 뉴스레터를 신청해 보세요. 알찬 소식으로 가득찬 뉴스레터를 월 1회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