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로 대 웨이드’가 뒤집히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로 대 웨이드’가 뒤집히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최근 미국에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이 뒤집힐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어? 지금 미국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게 오가는 게 이번 사건 때문인데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5월 2일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한거야. 그러면서 알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의견 판결문 초안을 공개했어. 이 판결문은 올해 6월과 7월 사이에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었던 돕스 대 잭슨여성건강기구 사건 [ref] 돕스 대 잭슨여성건강기구 사건은 미시시피주가 2018년 주법으로 임신 15주 이후의 임신중지를 금지한 것에 대해 잭슨여성건강기구가 이의를 제기한 사건이다. 원고인 돕스는 미시시피 보건 당국을 대표하는 토머스 돕스에서 왔다. [/ref] 판결문인데 이 판결문 초안에 로 대 웨이드를 부정하는 내용이 들어간 거지. 이게 지금 미국 사회에서 왜 중요한 사건이 된 건지 한 번 알아보자!    


☞ 로 대 웨이드는 어떤 판결이야?


1969년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22세 여성이 임신중지 수술을 요청했는데 당시에는 임신 당사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임신중지 외에는 임신중지가 허용되지 않는 텍사스 주법 때문에 의사를 구할 수 없었다고 해. 이 여성이 텍사스주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할 때 ‘제인 로’라는 가명을 사용했어. 피고소인은 댈러스의 지방검사인 헨리 웨이드가 선정되어 이 사건은 로 대 웨이드로 불리게 되었고, 짧게 로(Roe)라고 불리기도 해.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7 대 2로 텍사스주의 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어!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의 권리 주체인 ‘사람’에 태아는 포함되지 않고 생명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법원이 답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어. 반면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권리는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권을 포함한다고 본 것이지. 


이러한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미국의 모든 주에서 임신 3개월까지는 임신한 여성의 독자적 판단에 의하여 의사와 상의하에 전적으로 임신중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결정했어. 그러나 그 이후에는 각 주의 ‘필요 불가피한 이익’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고 보았는데, 임신 12주 이후 3개월 동안은 임신한 사람의 건강에 대한 의사들의 판단을 반영해 임신중지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고, 마지막 3개월의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태아의 생명권을 고려해 금지할 수 있다고 한 거지.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임신중지의 권리가 헌법으로 보장된다고 하면서도 시기에 따른 제약의 여지를 열어두어 한계가 컸지만 미국의 임신중지 권리 운동이 로 대 웨이드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역사적인 결정이기도 해.

 

☞ 이번에 유출된 문서는 무슨 내용인데?


이 판결문 초안에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혀야 하는 이유가 적혀있는데 우선 임신중지 권리는 헌법의 어떤 조항에 의해서도 보호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어. 근데 이건 헌법에 대한 해석 오류야. 미국 헌법 제정 당시에 여성의 참정권을 포함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이 없었어. 당연히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한다는 조항도 없었지. 그래서 1973년 로 대 웨이드에서는 수정헌법 14조를 통해 사생활의 권리가 도출된다고 보고, 이 사생활의 권리가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포함한다고 인정했어. 또 이번 판결문 초안에서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국가의 분열을 강화해왔고 임신중지를 규제할 권한은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들에게로 돌아가야 한다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건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하고 각 주가 임신중지 규제에 대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만들겠다는 뜻이야.


☞ 왜 로 대 웨이드를 뒤집으려고 하는 거야?


임신중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임신중지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언제나 뒤집고 싶어했어. 그리고 로 대 웨이드 이후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임신중지를 반대하는 보수적인 정치인과 시민들이 임신중지를 제한하는 규제를 계속해서 만들어 오기도 했지. 임신중지를 지원하는 공공기금을 삭감하거나 청소년이 임신중지를 원할 경우 부모 동의를 강제하는 식으로 말이야. 2019년에는 적어도 17개 주에서 임신 6주, 혹은 그보다 더 이른 시기의 임신중지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했다고 해.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보수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고 싶어했는데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이자 임신중지를 강력히 반대했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2016년 선거 유세에서 “우리가 트럼프의 뜻대로 미국 연방대법원에 대법관들을 임명한다면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역사의 잿더미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임기동안 임명된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포함해 이제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다수는 보수적인 대법관이야. 각 주에서 임신중지를 규제하는 법들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거기도 한데 해당 법에 위헌성이 제기되면 연방대법원으로 사건이 올라갈 것이고, 보수적인 대법관이 연방대법원의 다수니까 이 기회에 로 대 웨이드 판결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이 법들을 통과시켜 온거지.



☞ 로 대 웨이드가 뒤집히면 어떤 상황이 발생해?


재생산권을 옹호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의 구트마허 연구소는 로 대 웨이드가 폐기되면 미국의 50개 주 중 26개 주에서 임신중지가 사실상 금지되거나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어. 특히 유색인종, 청(소)년,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불평등에 의해 이미 차별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일이 될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지. 만약 로 대 웨이드가 폐기되고 임신중지가 불법이 되는 주가 많아진다면 임신중지가 합법인 다른 주로 이동할 수단이 없거나 경제적 어러움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 임신중지의 권리가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



2022년 5월 3일 미국 연방대법원 앞에서 임신중지 권리와 로 대 웨이드를 지키기 위해 시위하는 사람들. 출처:  Jose Luis Magana/AP


☞ 한국에 있는 우리에게 지금 미국의 상황은 어떤 의미가 있어?


미국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는게 당장 한국에서의 임신중지 권리 보장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야. 우선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도 임신중지 권리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많은 곳에서 임신중지가 비범죄화 또는 합법화, 그리고 권리보장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야. 한국에서도 2021년에 ‘낙태죄’가 최종적으로 폐지되고 임신중지 권리 운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지금 한국에서는 임신중지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이 과제로 남아있어.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읽어봐!) 물론 이것 말고도 과제는 많지. 누구나 안전하게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차별을 해소해나가는 여러 단계가 필요해. 임신중지 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계속해서 임신중지 이슈에 관심을 갖고 운동을 해나가는게 필요한 상황이지. 셰어에 힘을 보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야!😉


☞ 다른 나라의 임신중지 권리 운동도 궁금해!


2020년엔 아르헨티나에서 14주 이내의 임신중지가 합법화되는 성과가 있었어. 그리고 2022년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중요한 변화와 진전이 있었는데 콜롬비아는 2월 21일 임신24주까지의 임신중지를 완전히 합법화했고, 프랑스는 지난 2월 23일 어떠한 조건도 없는 임신중지 허용 시기를 이전의 14주에서 16주로 확대했지. 칠레는 임신14주까지 임신중지를 합법화하는 법안이 논의되긴 했었는데 안타깝게 보류된 이후 계속해서 논의를 진전시킨 결과, 2022년 현재 헌법 개정안 초안에 임신중지 권리가 포함된 성・재생산 권리 보장 조항을 명시한다고 해.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계속해서 임신중지 권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더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한국에서도 임신중지 권리의 더욱 적극적인 보장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야 해. 정부와 국회도 이제는 더이상 손놓고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가 되었어.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위해 계속해서 요구하고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보자!

셰어의 활동 소식과 성·재생산에 관한 뉴스를 받아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셰어의 뉴스레터를 신청해 보세요. 알찬 소식으로 가득찬 뉴스레터를 월 1회 보내드립니다!